소설리스트

절대타경-615화 (615/712)

615화. 1차 탐색 (1)

[일: 토둔에 관해선 사호의 추측을 참고했네. 경성 지하에 용맥이 있는데 용맥은 사방으로 통하네. 만약 토둔 법술을 시전한다면, 확실히 용맥을 토대로 전송이 가능하지. 내가 평원백부를 조사하였고, 황제가 하사한 저택임을 알았네. 황실이 공신에게 하사한 저택은 요구되는 규격이 있네. 예컨대 풍수지리적으로 가장 뛰어난 곳이어야만 이런 저택을 지을 자격이 있지. 그리고 경성에 풍수가 가장 좋은 곳은 의심할 여지 없이 용맥 위에 있네. 나는 평원백부에 잠입한 뒤 뒤뜰 화원의 석가산 속에서 비밀 통로를 찾았네…….]

일호는 사건의 진행 과정을 천지회 모든 구성원에게 알렸다.

‘평원백부에 정말 지하 동굴이 있고, 토둔 진법을 사용하면 황궁까지 직행할 수 있다니?’

천지회 구성원들은 깜짝 놀라긴 했다. 하지만 어쨌거나 이 정보는 원래의 추리에 부합하였기에 그들은 아주 빠르게 냉정을 되찾았다. 다들 사건의 진전에 기뻐했다.

‘일호는 비록 내색하지 않지만, 능력과 지혜는 믿을 만한 가치가 있군. 사건 조사 방면으로는 허칠안에 버금가…….’

이묘진은 울적한 마음에 볼을 부풀렸다.

‘흥!’

분명히 허칠안이 본심을 숨긴 것이다. 그가 능력을 넘겨 주길 원치 않아서 그녀의 수사 추리 수준에 진전이 없는 것이다.

요원한 북방, 군함을 탄 초원진이 전서를 보냈다.

[사: 이 석판을 어떻게 작동시켜야 하지? 특정 물건인가 아니면 어떤 구결(口訣)인가?]

[일: 특정 물건이어야만 석판 내부에 새겨진 토둔 법술을 불러일으킬 수 있네. 또한, 토둔 법술은 그 자체로 수행하기 어려워 토둔 법술을 진법으로 새길 수 있는 자는 구주 전체를 통틀어 손에 꼽네.]

[삼: 사천감일 리는 없겠지.]

허칠안이 질문을 던질 때 뇌리에 스친 존재는 신비로운 술사 패거리였다. 사천감이 아니라면 이 진법을 설치할 수 있는 존재는 조정과 긴밀한 관계를 맺은 신비로운 술사 패거리뿐이었다.

하지만 만약 이렇다면, 신비로운 술사 패거리는 원경제와 접점이 있을 가능성이 농후했다. 이는 믿기 어려운 일이었다.

황제와 역적 사이에 긴밀한 접점이 있다니?

이 생각은 마치 두 정적이 갑자기 눈이 맞아 여신을 버리고 침대 위에서 뒹군다는 소리만큼이나 터무니없었다…….

[사: 엇, 허칠안 자네 지금 지서의 주인이 된 건가?]

돌연 천지회 내부가 조용해졌다.

허칠안은 소장한 음란 서적이 공공장소에 내보여져 공개적으로 처형받는 듯하여 머리가 좀 지끈거렸다.

[삼: 이 일은 조금 이따가 다시 얘기하고, 우선 본론을 논하시죠. 일호, 나는 자네가 왜 진법에 구결이 아니라 특정 물건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는지 알고 싶네만?]

일호는 그를 상대하지 않았다.

‘음, 이 경력직 형사의 추측에 근거하면, 그녀는 십중팔구 저채미에게 도움을 청했을 것이다. 회경과 채미는 대봉의 절친이니까……. 그나저나 나는 맹한 화련어가 어떻게 똑똑한 돌고래와 절친이 되었는지 아직까지도 이해하지 못하겠단 말이지…….’

일호는 삼호의 대답을 피하고 계속해서 전서로 말했다.

[일: 나는 이미 석판을 작동시키는 방법을 충분히 파악했네. 지서 파편으로 이 임무를 완수할 수 있어.]

이 전서를 본 나머지 네 사람 중, 이묘진과 허칠안은 즉시 깨달았다.

지서의 형성은 산천신인(山川神印)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지서가 ‘토둔술’ 진법을 열 수 있다 해도 이상하지는 않았다.

두 사람이 이상하게 여긴 점은 따로 있었다. 일호가 어떻게 이렇게 잘 아는 걸까?

[사: 지서가 석판의 진법을 작동시킬 수 있다고? 이게 어떻게 가능한가?]

고작 문자였지만, 허칠안은 ‘스크린’ 너머로도 초 형의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허칠안은 그와 잘 아는 만큼, 이 사람이 또 온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추리를 펼쳤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똑똑한 사람의 공통적인 결점은 생각을 너무 많이 한다는 것이다!

허칠안은 지서의 내력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사: 알고 보니 그런 거였군. 나는 또…….]

방금 그 순간 그는 확실히 많은 걸 연상했다. 지금 보니 그는 스스로가 보기에도 너무 많은 생각을 한 듯했다.

일호는 더 말하는 이가 없는 걸 보자 다시 화제를 잡아 전서로 말했다.

[일: 지금 필요한 건, 지서 파편으로 석판을 작동시킬 수 있는, 실력이 뛰어나면서도 믿을 수 있는 고수야. 이 일은 아주 위험하네. 진법의 다른 면이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이야. 어쩌면 다시는 돌아올 수 없을지도 모르지.]

지서 단체 채팅방은 다시 침묵에 빠졌다.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천지회 내부 구성원이면 가장 좋았다.

수련 경지가 높고, 자기 보호 능력을 충분히 갖춘 자라면……. 아마 허칠안밖에 없을 것이다. 그의 방어력은 이미 ‘불사의 몸’이라고 할 만했으니 가히 최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3품 무사도 불사의 몸이라고 하긴 했다.

허칠안은 탄식하더니 전서로 말했다.

[삼: 내가 가겠네!]

3품은 없고, 설령 4품 무사를 찾는다고 해도 그보다 더 적합할 거란 보장은 없었다. 게다가 야경꾼 관아에 믿을 수 있는 4품은 모두 위연을 따라 출정한 터였다.

하지만 여전히 항원은 구해야 했다. 이 대머리는 친구이자 동료였고, 더 중요한 건 항원은 아주 좋은 사람이었다.

[이: 조심하게.]

[사: 만약 위험을 감지하면 바로 돌아오게. 몸조심하고.]

그는 천 리 밖에 있었으므로 그저 무미건조한 축복의 말밖에 할 수 없었다.

일호는 말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무언가 허칠안의 정신을 건드렸고, 일호의 DM 요청이 전해졌다.

[일: 석판을 작동시키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네. 지서를 진법 위에 놓고 기기를 주입하기만 하면 되네. 움직이기 전에 사천감을 찾아가 기운을 차단하는 법술을 뜯어내는 게 가장 좋네. 또한, 유가 언출법서의 능력을 이용하여 자신의 존재를 감추게. 이렇게 하면 어쩌면 소리 소문 없이 상대의 감각을 속일 수 있을지도 모르네.]

그녀가 말을 마치자 기척이 사라졌다. 허칠안이 지서를 거두려고 하는데 그녀가 갑자기 전서를 보냈다.

[일: 사람마다 각자 목숨이 있네.]

‘이 말이 무슨 뜻이야? 나한테 항원을 구하려고 스스로를 사지로 몰아넣지 말라고 암시하는 건가?’

허칠안은 말없이 탄식했다.

* * *

운하 위, 군함 십여 척이 일렬로 쭉 늘어서서 질서정연하게 항해했다.

초원진은 어느 군함 위에서 지서 파편을 거두고 허신년의 방문을 두드렸다.

“신년, 자네 그 물건을 허칠안에게 넘겼으니 내가 정보 중개인 역할을 하지. 자네가 반드시 알아야 할 일들이 있네.”

초원진은 방으로 들어가 나지막이 말했다.

“음, 나는 자네가 그 일을 공개적으로 얘기하고 싶어하지 않아 하는 걸 알아. 배에는 귀가 있으니 우리…….”

그는 종이를 펼치고 붓을 들어 종이에 글을 적어갔다. 그런 뒤 허신년에게 보여주었다.

치익……. 불길이 솟구치면서 종이는 타서 재가 되더니 천천히 날려 떨어졌다.

배 위에는 귀와 눈이 밝은 고수가 너무 많았다. 초원진은 더 얘기하지 않고 과감하게 떠났다.

허신년은 방을 나서는 초원진을 쳐다보는 동안 머릿속이 온통 물음표 투성이였다.

‘그가 무슨 말을 하는 거지? 그는 무얼 말하고 싶은 거지? 내가 기억을 잃은 건가?’

그는 저도 모르게 출발하기 전 형님이 사적으로 전했던 말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초원진이 네게 무슨 이상한 질문을 하든 무슨 이상한 일을 말하든 상대하지 말고 무관심하게 굴어라. 신년아, 큰형은 네가 ‘큰형한테 빌붙는다’라고 말하길 요구하지 않는다. 그저 큰형이 한평생 명예를 지키도록 돕길 바랄 뿐이다.”

이게 바로 큰형이 한 이상한 말이었다. 이상한 일과 이상한 질문? 허신년은 생각에 잠겼다.

곧 그는 더는 생각하지 않고, 탁자에 앉아 병서를 깊이 연구하였다. 그가 여기서 운하로 간다면 경성에서 초주까지는 열흘도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 이미 사흘이 지났으니 곧 4일째를 맞이할 터였다.

짧은 여정이 이미 절반이 지났다. 그는 인생의 첫 전쟁터 생활을 앞둔 상태였다.

* * *

미망인의 작은 뜰 안, 허칠안은 등나무 의자에 앉아 햇볕을 쐬었다. 왕비는 옆에 있는 접이식 의자에 앉아 해바라기씨를 까먹는 중이었다. 두 사람은 할 말이 없어 억지로 한담을 나누었다.

사실 대부분은 왕비가 쉴 새 없이 재잘대는 말들이었다. 그녀는 오늘 왕 어멈을 만났으며 어제는 이 어멈을 만났다고 이야기하였다. 물론 가장 친한 장 어멈도 빼놓을 수 없었다.

집안의 일상적인 일은 자질구레하지만, 언제나 듣기에는 수월한 법이니까.

“어제 행상인이 보내온 채소가 신선하지 않더군. 나는 행상인을 바꿀 계획이네.”

왕비는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

실은 그 행상인이 그녀를 보는 눈빛에 흠모가 더해졌기 때문이었다. 상대가 아무리 잘 감춘다고 해도, 모남치가 어떤 사람인가? 그녀는 대봉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이었으므로 비슷한 눈빛을 수천 번도 더 보았더랬다.

예전에는 그녀가 머리쓰개를 휘감아도 남자들이 호감이 생기는 걸 저지할 수 없었다. 왕래하는 시간이 길어지기만 하면 그들은 뭐에 홀린 듯이 그녀를 좋아하였다.

그 행상인은 매일 채소를 주러 왔다. 그는 말도 왕래도 많지 않았지만, 그녀의 여전하고 탁월한 매력에 영향을 받았다. 이런 일은 일찌감치 차단해 두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과부살이 하는 부녀자가 나쁜 마음을 품은 놈을 만나는 격이 될 테니 너무 위험했다.

‘에휴, 누가 나더러 이렇게 아름다우래. 예쁘게 생긴 것도 죄야…….’

왕비는 스스로 흡족해하는 얼굴이었다.

“마마께서 주인이시니 바꾸고 싶으면 바꾸세요.”

허칠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왕비는 갑자기 기분이 좋아졌다. 그는 항상 그녀에게 자유와 권한을 주고 지금껏 그녀의 결정에 관해 묻지 않았다. 유일하게 좋지 않은 점은 바로 그녀가 차린 밥을 먹을 때 불쾌해한다는 점뿐이었다.

“오늘 저희 나가서 먹지요.”

허칠안이 제안했다.

“아니, 나는 집에서 먹을 건데.”

왕비는 심통을 부렸다.

“잘 차린 음식을 먹고 싶어요.”

“일상적인 음식을 먹어야 검소하게 생활하는 거지.”

‘그게 일상적인 음식이에요? 그건 경미한 수준의 야매 요리거든요…….’

허칠안은 미친 듯이 중얼거렸다.

* * *

지난번 천지회 내부 회의를 한 후 이미 이틀이 지났고, 대군이 출정한 후로 이미 엿새가 지났다. 허칠안은 항원 구출을 계획하면서 이를 위해 비장의 카드를 네 장 준비하였다.

비장의 카드 1: 유가 성인의 조각칼!

그는 어제 운록서원에 가서 조위에게 유가 성인의 조각칼을 빌리려 했으나 조각칼이 서원에 없다고 했다.

그는 비장의 카드가 사라져도 당황하지 않았다.

비장의 카드 2: 감정!

그는 돌아서서 다시 사천감에 갔으며, 채미더러 감정에게 자신이 큰일을 하러 갈 거라고 전해 달라 했다. 이거면 충분했다.

비장의 카드 3: 이모의 부검.

2품의 검이라면, 설령 3품 무사가 부상을 당해도 위기의 순간에 목숨을 부지하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경성 같은 곳에서는 기척을 크게 내기만 하면 이목을 끌 것이며 그중에는 당연히 감정과 낙옥형도 포함되었다.

비장의 카드 4: 신수 승려.

못난 승려는 초주에서 돌아온 이후 줄곧 깊은 잠에 빠져 불러도 깨어나지 않았다. 이 비장의 카드를 쓸 수 있는지 없는지는 당분간 알 수 없었지만, 어쨌거나 비장의 카드이긴 했다.

“위연이 출정에서 돌아오면 저는 경성을 떠날 겁니다. 가족들을 데리고 함께 갈 거예요.”

허칠안은 그녀를 쳐다보면서 상기시켰다.

그도 자신이 왜 그녀의 앞에서 재차 이 일을 언급하려고 하는지 알지 못했다.

왕비는 무표정으로 말했다.

“응. 행운을 비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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