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절대타경-609화 (609/712)

609화. 교묘한 수법

허칠안은 어쩔 수 없이 앞으로 나갔다. 그가 가까이 다가가기도 전에 숙모가 자발적으로 다가와서 허칠안의 팔을 쥐더니 절실하게 말했다.

“신년이 어떻게 전쟁터에 나갈 수 있겠니. 그는 닭 한 마리조차 죽인 적이 없는데. 그는 닭 한 마리 붙들어 맬 힘도 없는 서생이란다. 황제가 그에게 전쟁터에 나가라는 건 그의 목숨을 빼앗고자 하는 거 아니니?”

숙모는 말을 하면서 엉엉엉 울기 시작했다.

이때 허영월 역시 대청 안, 한편에 서 있었다. 그녀는 신년의 안위가 걱정되어, 청아하면서 속되지 않은 버들 눈썹을 살짝 찡그렸다.

“어머니, 저는 7품 인자예요, 7품. 아버지도 고작 7품이잖아요.”

허신년은 굴복하지 않았다.

“무슨 소용이니? 네 아버지가 일찍이 내게 7품 서생 역시 힘이 아주 약해서 9품 무사도 이기지 못한다고 얘기했었다.”

숙모가 화를 냈다.

허신년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허칠안은 숙모의 손등을 툭툭 쳐 위로의 뜻을 전한 뒤 말했다.

“해결할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에요. 기껏해야 벼슬을 관두면 되지요.”

“관직에서 물러나!”

숙모는 눈물을 훔쳤다.

숙모 같은 부녀자가 보기에 전쟁은 하늘이 무너지는 것과 같은 대재앙이었다. 그녀는 모친으로서 아들이 앞날을 포기하는 건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러나 전쟁터에 나가는 일만은 두고 볼 수 없었다.

“불가능해요!”

허신년은 강경하게 말을 끊었다. 그는 명색이 서원의 지식인이건만 어찌 전쟁터에 나가는 일이 두려워 움츠러들 수 있단 말인가.

숙모는 의자에 앉아 눈물을 흘렸다.

“너는 내 배 속에서 나왔어. 네 주제를 내가 모르니? 네가 만약 네 큰형의 능력 반만 가지고 있었어도 나도 너를 신경 쓰기 귀찮았을 거다. 하지만 너는 쓸모없는 서생이잖니. 글을 짓는 건 네 전문이지만, 칼을 들고 필사적으로 싸우는 능력이 너한테 어디 있니? 너는 우리 둘째 집의 유일하게 대를 이을 아들인데 만약 너한테 뜻밖의 사고가 생기면, 나, 나도 살지 않을 거야…….”

“어머니.”

허영월은 수심에 찬 얼굴로 모친을 위로했다.

“어머니, 제 전공이 병법이에요. 전쟁터는 본래 제 주 무대이자 제가 수행하는 곳이고요. 지금 어렵사리 이 기회가 생겼어요.”

허신년이 부드러운 어조로 변명했다.

“너 바보니?”

숙모가 날카롭게 소리쳤다.

“그 개 같은 황제가 너를 죽이려는 거잖니. 그가 칠안에게 원한을 품었으니 우리 가족이 전부 죽기를 간절히 바랄 거다. 그런데 어리석게 자신을 갖다 바치겠다고?”

그녀는 눈물을 흘렸으며, 흥분한 나머지 보기 드물게 흉악한 얼굴을 했다.

허칠안은 이 광경을 보니 갑자기 멍해졌다. 사실 숙모는 허부의 처지를 아주 잘 알았다. 그녀는 조카가 황제의 미움을 사는 바람에 온 가족이 감시당하고 있으며 생사를 장담할 수 없는 위기에 놓였다는 걸 알았다.

하지만 그녀는 지금껏 이런 쪽으로 걱정을 드러낸 적이 없었으며 ‘쓸데없이 참견’하는 조카를 원망한 적은 더욱이 없었다. 그녀가 멍청해서가 아니라 직접 기른 조카를 가족으로, 또 아들로 여겼기 때문이었다.

어떤 이들은 입으로는 당신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사실 마음속으로는 당신을 사랑했다.

허칠안은 말없이 내청에서 나와 하인에게 암말을 끌고 오라고 한 뒤, 야경꾼 관아를 향해 쏜살같이 달려갔다.

* * *

허칠안은 호기루 7층 다실 안에서 미간을 찌푸린 채 말했다.

“위 공, 원경제 그 개자식은 역시나 저를 박해하는 일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제 명성이 나날이 하늘을 찌르고 또 뒷받침해주는 원장 조위, 위 공 그리고 감정이 있으니 당분간은 저를 건드리길 원치 않았겠지요. 그래서 신년에게로 화살을 돌렸습니다.”

허칠안이 왜 경성을 떠나지 않고 도리어 몰래 원경제를 조사하겠는가? 바로 배후에서 뒷받침해주는 대빵 셋이 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그는 자신을 드러내지 않았으며 원경제 앞에서 화를 자초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원경제가 조만간 그와 끝장을 볼 것이라는 걸 알았다. 이 황제는 권모술수에 능했기에 그는 충분히 인내심을 갖고 기다렸다. 예를 들면 이번 일이 그러했다.

허칠안 자신은 원경제가 무섭지 않았지만, 그는 숙부와 신년에 관해서라면 아주 걱정되었다. 원경제가 그들에게 ‘화를 덮어씌우고자’ 한다면 사실 너무 간단했다.

위연이 웃으며 말했다.

“자네에게 무슨 생각이 있지?”

허칠안이 떠보았다.

“위 공께서 막아주실 수 없습니까?”

위연은 고개를 저었다.

“폐하께서 내리신 칙명은 거절하기 쉽지 않네.”

허칠안은 깊이 한숨을 내쉬었다.

“저는 본래 신년을 따라 함께 합류하여 남몰래 그를 보호하고 싶었는데 만약 저 역시 경성을 떠난다면 가족들이 정말 위험해질 거란 생각이 들어 어쩔 수 없이 위 공께 부탁하러 왔습니다. 위 공께서는 이번 출정의 총사령관이시니 신년을 좀 보살펴주십시오.”

감정과 조위가 허칠안을 보호하지만, 그의 가족까지 보호해 주겠나?

허칠안은 그럴 거란 확신이 없었다. 유독 위연에게만 그런 확신이 들었다.

감정과 조위는 허칠안을 바둑돌로 삼으니 그만 인정하고 그의 가족은 인정하지 않을 터였다. 하지만 위연은 그를 심복이자 중요한 사람으로 여기니 가족까지 보살펴 줄 듯했다.

위연은 차를 마시면서 웃었다.

“나는 허신년을 북방으로 배치할 거야. 자네는 강율중, 양연과 가장 사이가 좋지 않은가. 또한, 초원진 역시 북방으로 갈 걸세.”

허칠안은 갑자기 놀람과 기쁨이 교차하였다.

“알고 보니 위 공께서 이미 합리적으로 배치하셨군요? 초원진더러 군대에 합류하라고 한 게 신년을 보호하기 위해서입니까?”

‘아빠!’

위연이 비웃었다.

“그건 그저 겸사겸사네. 초원진은 재능이 몹시 출중하여 강호 산인으로 남기에는 너무 애석하네. 그는 여전히 천하를 품은 지식인일세. 다만 폐하가 도를 닦는 데 불만을 품어 관직에서 물러났을 뿐이지. 마음이 있기만 하다면 나를 거절하지 않을 걸세. 이렇게 뛰어난 인재를 쓰지 않는 건 손해지.”

‘초원진은 역시 베테랑 호구구나…….’

허칠안은 속으로 말했다.

위연이 바로 물었다.

“자네 나한테 하고 싶은 말이 더 있는가?”

그는 마치 좀 기대하는 듯했다.

허칠안은 헤헤 소리 내더니 일어서서 공손히 예를 갖췄다.

“위 공의 개선(凱旋)을 기원합니다.”

위연은 실망한 듯 가타부타 말하지 않고 웃었다.

“허칠안!”

하지만 그가 작별 인사를 하고 떠날 때, 뒤에서 갑자기 위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구주 천하는 자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복잡하네. 가게, 자네의 길을 가게.”

허칠안은 잠시 기다리다가 위연의 설명을 기다리지 않고, 돌아서서 그를 쳐다보았다.

“네!”

* * *

허칠안은 호기루를 나선 뒤 지서 파편을 꺼내 초원진에게 DM을 보내 부탁했다.

[삼: 초 형, 방금 병부에서 소식을 전해왔는데 저도 초 형처럼 군대를 따라 출정해야 한다더군요.]

[사: 위연도 자네를 찾았나? 그럼 자네 사촌 형도 가야 하는 건가?]

초원진은 깜짝 놀란 동시에 항원이 걱정됐다. 만약 경성에서 주재하며 지키는 허칠안이 사라지면, ‘1, 2, 5’ 세 사람만으로 정말 순조롭게 항원을 구출할 수 있을까?

[삼: 저는 초 형과 다르게 원경이 칙명으로 지정하였습니다.]

허칠안은 원경제의 악독함을 저주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초원진은 틀림없이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는 아주 똑똑한 사람이지 않은가.

[사: 괜찮네, 내가 자네를 돌볼 것이야.]

‘내 이 말을 기다렸다고!’

허칠안은 즉시 전서를 보냈다.

[삼: 저는 지서 파편을 당분간 큰형에게 맡길 겁니다. 음, 이렇게 하시죠. 저는 처리할 일이 더 있어서요.]

그는 초원진이 질문할 기회를 주지 않고, 재빨리 1:1 채팅을 마쳤다.

‘에휴, 자고로 사람은 성실해야 해. 되도록 인터넷에서 허풍을 떨지 않아야지. 실수했다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끼었잖아…….’

허칠안은 진심으로 개탄했다.

* * *

다른 한 편, 허부. 숙부는 저택에 전해진 소식을 듣고는 즉시 집으로 돌아왔다. 그러더니 정색한 얼굴을 하고 의자에 앉아 한 마디도 내뱉지 않았다.

“나리, 어서 이 불효자에게 얼른 관직에서 물러나라고 말씀하세요.”

숙모가 울면서 소리쳤다.

“폐하께서 무슨 음모를 꾸미신 건가!”

숙부가 탄식했다.

한림원에서 꺼지든가 전쟁하러 가든가. 전자는 앞날이 완전히 망가지고, 후자는 구사일생이었다.

숙부는 산해관전역을 겪었기에 자신이 애당초 살아 돌아올 수 있었던 건 순전히 운이었다는 걸 알았다.

물론 북방 전쟁은 산해관전역보다 위험하고 격렬하지는 않을 터였다. 하지만 허신년은 무사가 아니었기에 전쟁터에서 목숨을 부지하는 수단이 부족했다.

허신년은 옆에 앉아 침묵했다. 그는 이미 큰형에게 얻어맞았기에 부친에게 또 얻어맞을 필요는 없었다.

암담하고 참담했다.

숙모는 끊임없이 흐느꼈으며, 허영월은 부드러운 말로 위로했다.

“큰 오라버니가 방금 나간 걸 봤어요. 분명히 방법이 떠오른 거예요. 어머니, 우선 조급해하지 마세요. 큰 오라버니가 돌아오면 다시 얘기해요.”

허영월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칠안의 소식을 기다릴 수밖에 없겠구나.”

숙모는 눈물 자국을 닦으면서 계속 대청 밖을 쳐다보았다. 그녀는 노심초사하며 말했다.

“하지만 칠안에게 무슨 방법이 있겠니? 그는 이미 관직에서 물러났고, 게다가 황제에게 미움을 샀잖니.”

허평지는 암담한 표정으로 말을 하지 않았다.

이때 밖에서 낭랑하고 앳된 허영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큰 오라버니!”

온 가족이 고개를 홱 돌려 대청 밖을 쳐다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허칠안이 성큼성큼 돌아와 맞이하러 오는 여동생을 발끝으로 툭 쳐 날렸다.

허영음은 기세를 몰아 옆에 있던 리나의 품에 날아들었다. 그녀는 기뻐하며 애교스럽게 웃음으로써, 기류를 타고 노는 감각이 아주 재미있음을 표현했다.

허칠안이 쓴 건 교묘한 수법이었다. 과거에도 남매 둘은 늘 이렇게 놀았었다.

“칠안!”

“큰 오라버니!”

대청 안에 있던 네 가족이 동시에 일어나 허칠안을 쳐다보았다.

숙모는 절박하게 말했다.

“칠안, 신년을 전쟁터로 나가지 않게 할 방법을 생각했니?”

허칠안은 고개를 살짝 젓더니 말했다.

“폐하께서 칙명을 내리신 건데 어떻게 거절하겠어요.”

농염한 얼굴에 실망을 감추지 못하는 숙모와 순간 암담해진 허신년의 표정을 본 그는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게 말했다.

“하지만 위 공께서 제게 신년을 돌볼 것이라고 약조하셨습니다. 게다가 인종의 기명 제자 초원진 역시 군대를 따라 출정할 겁니다. 그는 저와 신년과의 관계가 아주 좋아요. 신년을 잘 보호할 거라고 약속했습니다.”

“나리?”

숙모는 남편을 향해 질문의 눈빛을 던졌다.

숙부는 미소를 지었다.

“위 공께서 돌봐주신다고 하니 신년의 안전은 걱정 없소. 게다가 초원진은 4품 고수에 필적하며 검을 부려 비행할 수 있소. 설령 위험을 맞닥뜨린다고 해도 신년을 아주 잘 보호할 수 있을 것이오.”

남편조차 이렇게 말하자 숙모는 갑자기 적잖이 마음이 놓였다.

그녀는 흐느끼더니 말했다.

“칠안이 덕분이구나.”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