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6화. 보호 (1)
위연이 가리킨 백만이 넘게 투입한 병력은 진정한 정예병이었다. 민병과 잡역부는 치지 않았다. 사서에는 십만 대군이 출정하고, 삼십만 대군이 출정했다는 이런 묘사가 자주 등장했다.
하지만 사실 후방에서 근무하는 민병을 포함했기에 이는 많이 부풀려졌다. 진정으로 싸움터에서 서로 싸우고 죽이는 병사 수는 아마 기록된 인원의 1/3에도 미치지 않을 것이었다.
그리고 산해관전역에는 대봉, 불국, 남북 오랑캐, 요족, 무신교 이 세력들이 투입되었다. 진정으로 싸움터에서 서로 싸우고 죽이는 정예병은 백만 정도였다.
‘그랬군. 어쩐지. 초대와 천고부의 전임 우두머리가 이런 전쟁을 도모한 이유가 중원의 전통 왕조와 대봉의 국운을 지레질하기 위함이었군…….’
허칠안은 문득 모든 걸 깨우쳤다.
그는 비록 산해관전역에서 대봉의 국운이 빼앗겼다는 걸 알았지만, 그 원리는 알지 못했다.
세 번째.
허칠안의 운이 신기록을 세워 또 666을 나오게 했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좀 달랐다. 위연이 찻잔을 들추었을 때 뜻밖에도 666이 나왔다.
“모처럼!”
위연이 웃었다.
“각자 질문 하나씩 하는 게 낫겠군?”
허칠안은 고개를 끄덕여 동의를 표한 뒤 먼저 질문을 던졌다.
“위 공께서는 기운을 훔친 자가 누구인지 그리고 무슨 목적인지 아십니까?”
위연은 고개를 저었다.
“각 체계 중에 기운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자는 술사와 유가뿐이네. 인종은 반쯤만 발을 걸쳤지. 그리고 국운을 들출 수 있는 자는 술사와 유가뿐이고. 현재 유가 체계에서 품계가 가장 높은 사람은 운록서원의 원장 조위네. 그가 대봉의 국운을 들추려 해도 약간은 부족하지. 그렇다면 술사밖에 없네. 술사는 천기를 차단할 수 있으니 누구인지 내가 어떻게 알겠는가. 안다고 해도 진작에 ‘잊었네’.”
허칠안은 숨을 깊이 들이쉬었다.
“초대 감정이지요.”
그는 말을 마친 뒤, 눈 한번 깜박이지 않고 위연을 주시했다. 허칠안은 그의 얼굴에서 ‘안색이 확 변한’ 이런 반응을 보길 기대했다.
역시나 위연은 눈빛이 갑자기 어두워지더니 탁자에 걸쳐 놓은 손가락을 약간 떨었다.
그는 허칠안을 빤히 주시하고 있었고, 몸은 주체하지 못하고 앞으로 쏠렸다. 그가 다소 다급한 어조로 말했다.
“좀 똑바로 말하게. 자네가 뭘 아는 거지? 무슨 정보를 손에 쥔 거지?”
허칠안이 말했다.
“위 공, 이게 위 공의 질문입니까?”
예상과 달리 위연은 고개를 젓더니 감정을 가다듬어 다시 평온한 상태를 회복했다.
위연은 고개를 젓더니 온화하게 물었다.
“나의 질문은 이러하네. 상백 밑의 봉인물이 자네 몸속에 있지?”
청천벽력이었다.
* * *
원경제는 영보관의 익숙한 정실에 앉아 맞은편의 흠잡을 데 없는 미인을 바라보았다. 낙옥형은 그가 만난 여인 중에 가장 가슴 설레는 여인이었다.
낙옥형은 그의 감정이나 여인에 관한 취향이 어떻게 변하든지에 관계없이 언제나 그의 심미를 만족시킬 수 있었다. 그녀는 그에게 심미적 피로감을 주지 않았다.
이 여인은 그와의 쌍수를 승낙하지 않았지만, 원경제의 마음속에서는 이미 독점물이었다.
그가 자나 깨나 갈망하는 장생은 이 여인에 기대어 실현해야만 했다.
그렇기에 낙옥형과 긴밀하게 왕래하는 남자는 그 누구도 용납할 수 없었다.
‘그녀가 나를 무시하고, 건성으로 대하고, 어물쩍 둘러대도 된다. 이것들은 전부 상관없다. 하지만 그녀가 만약 다른 남자에게 호감을 드러내고 유달리 배려한다면 그 남자는 죽는 길밖에 없다.’
원경제는 허칠안에게 살의가 충만했다. 그는 설령 죄기소의 풍파가 지나지 않았다고 해도 허칠안을 공격할 수많은 방법이 있었다.
황제가 일개 필부를 상대하는 일이 어려운가?
하나도 어렵지 않았다.
예전에 그를 무시하고, 그가 여기저기서 마구 날뛰도록 내버려둔 이유는, 원경제가 여태껏 그를 적수로 삼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에게는 자격이 없었다. 그의 적은 조당 제공이며 감정이었으며 조위였다.
허칠안은 그저 풍파 속의 앞잡이에 불과했다.
지금도 그는 허칠안을 적으로 간주하지 않았기에 본래는 풍파가 지나간 이후에 끝장을 내려고 했다.
그런데 이 악랄한 개가 물어뜯어서는 안 되는 고기를 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렇다면 그는 대가를 치르더라도 악랄한 개를 때려죽여야 했다.
원경제는 국사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나지막이 말했다.
“회왕 밀정이 돌아와 보고하는 말을 들으니 국사께서도 검주 일에 개입하셨다고요?”
낙옥형은 결점 없는 아름다운 옥 같은 새하얀 얼굴로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국사께서는 왜 이 일에 개입하셨습니까?”
원경제가 캐물었다.
“구색연화는 우리 도문의 지보인데 어찌 외부인이 노리도록 놔두겠습니까.”
낙옥형은 붉은 입술을 살짝 벌리고 도도한 목소리로 말했다.
“폐하께서는 왜 연밥을 쟁취하려 하십니까?”
원경제는 인내심을 갖고 설명했다.
“짐은 도를 닦는 천부적인 자질이 부족하지요. 꾸물거리다가 아직 결단(結丹)하지 못했으니 마음이 무척이나 조급합니다. 구색연화가 사람의 눈을 뜨게 하고 깨달음을 준다는 걸 알고선 사람을 보내 가져오라고 한 것이지요.”
그는 말을 마친 뒤 낙옥형이 고개를 끄덕여 자신의 해명을 받아들였음을 확인했다. 그는 갑자기 웃더니 평온한 모습을 하고선 마치 잡담을 나누는 듯한 어조로 말했다.
“듣자 하니 허칠안이 부적을 태워 국사를 불렀다더군요. 허, 짐은 사실 그를 아주 높이 삽니다. 천부적인 자질도 있고, 패기도 있고, 정의감도 있지요. 그저 나이가 너무 어려 대세의 중요성을 알지 못할 뿐입니다. 몇 년을 더 연마해야 하지요. 이번에 그를 서민으로 좌천시켜 그의 성격을 좀 다듬고자 합니다. 허나 짐은 그와 국사 사이에 이런 친분이 있는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낙옥형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냉담한 어조로 말했다.
“일개 필부인데 본좌와 논할 만한 친분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원경제는 눈빛이 반짝반짝 빛나더니 황급히 캐물었다.
“그런데 왜 그가 국사를 불러들일 수 있었지요?”
낙옥형이 보잘것없는 작은 일을 하소연하듯 쌀쌀맞은 표정으로 말했다.
“빈도가 호신부 하나를 초원진에게 선물하였습니다.”
그녀는 말을 마친 뒤 아름다운 눈을 반쯤 감은 채 더는 설명하지 않았다. 일부러 애먹이는 태도가 아주 잘 어울렸다.
‘초원진에게 선물했군…….’
원경제는 노여움이 조금은 가셨다. 이제 누가 부적을 사용해 국사를 불렀는지는 핵심이 아니었다.
허나 원경제는 의심을 완벽하게 떨치지 못하고 나지막이 말했다.
“국사, 지종과 동문의 정이 있다고는 해도 그대 역시 대붕의 국사고, 인종은 대봉의 국교요. 짐이 사람을 보내 연밥을 쟁취하려는 걸 분명히 알면서도…….”
그는 다소 노한 기색을 드러냈다.
낙옥형은 원경제의 질문을 받자 잠시 침묵하더니 갑자기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지종은 요 몇 년 새 뜻밖의 화가 생겼습니다. 지종 도사는 인과에 얽매이고 마도에 빠져 대부분의 제자에게 영향을 미쳤지요. 극히 일부의 제자만이 어떠한 이유로 그 영향을 받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도망쳐 나온 제자가 천지회라는 조직을 세웠지요. 하여 그들은 암암리에 원기를 회복하고, 힘을 비축해 파벌을 깨끗이 청산하고자 합니다. 구색연화는 그들에게 아주 중요합니다.
얼마 전, 천지회 사람이 초원진에게 부탁하여 저와 연락이 닿았습니다. 제가 나서서 도울 수 있기를 바라더군요. 3종의 후손을 이어가는 것이 저희의 공통된 목표입니다. 감정에 움직이지 않는 천종 역시 같은 생각을 품고 있지요.”
낙옥형은 잠시 멈칫하더니 원경제를 주시하면서 웃는 듯 마는 듯한 어조로 말했다.
“설마 폐하께서 모르시는 건 아니겠지요?”
‘그녀가 나선 게 이 이유였군……. 호신부는 초원진에게 선물한 것으로, 허칠안과는 상관이 없다. 내가 너무 예민했나? 그리고 허칠안이 구색연화 일에 개입한 건 초원진과 이묘진의 인정에 빚졌기 때문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날 두 사람이 나서서 짐의 금군을 가로막았으니…….’
원경제는 생각이 바뀌어, 무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지종의 비밀을 짐이 어찌 알겠소?”
두 사람은 대화를 마치고 여느 날과 다름없이 좌선하고 도를 닦았다. 그런 뒤 낙옥형이 도교 경전의 심오한 뜻을 설명하고 장생의 이치를 이야기했다. 반 시진 후, 원경제는 가마를 타고 영보관을 떠났다.
* * *
원경제는 침전에 돌아온 뒤 환관이 받친 양생차를 마시면서 분부했다.
“가서 두 가지 일을 처리하거라. 첫째, 천기더러 그 승려의 내력을 조사하라고 해라. 가능한 한 생포한다. 둘째, 병부시랑 진원도에게 짐을 만나러 입궁하라 일러라.”
늙은 태감을 고개를 끄덕이더니 떠보았다.
“노비가 감히 여쭙겠습니다. 폐하께서는 그 허칠안을 어떻게 상대하실 계획인지요?”
그는 아마도 허칠안의 숙부와 사촌 동생 혹은 다른 가족들부터 살필 것이라 예상했다.
원경제는 손사래를 쳤다.
“위연의 개일 뿐이다. 짐에게 다 생각이 있다.”
‘폐하께서 말하지 않으셨지만, 허칠안을 어떻게 상대할지 아직 생각을 마치지 못하셨거나 당분간은 이 생각을 접으신 거군…….’
늙은 태감은 약간 당혹스러웠다. 원경제는 출궁하기 전, 허칠안의 구족을 멸할 정도로 살벌한 모습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또 평온한 상태라니.
* * *
‘제기랄!!!!’
허칠안은 거울에 비치지 않아도 자신의 지금 얼굴이 무너지고 일그러지고 넋이 나갔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허칠안에게는 세 가지 비밀이 있었다.
타임슬립, 기운, 신수.
그는 줄곧 이 세 가지 비밀을 조심스럽게 감추었다. 초대와 당대 감정은 바둑 기사이자 사건 중심인물이기에 숨길 수 없었고, 숨길 필요도 없었다.
허칠안은 이들을 제외하곤 무림맹의 노인네에게만 기운의 일을 털어놓았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태평도의 움직임이 너무 커서 숨길 수 없었다. 또, 그는 세력자에게 빌붙어 자신의 뒷배를 늘리고자 했다.
허칠안은 위연을 신임하였지만, 예지롭고 속이 깊은 국사(國士)를 간파할 수 없었기에 늘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을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하게 위연은 신수 승려가 그의 몸속에 있다는 걸 진작에 알았다.
“위 공…… 어떻게 아셨습니까?”
허칠안은 다소 쉰 목소리로 말했다.
위연은 태연하게 말했다.
“주사위를 흔들고 얘기하지.”
허칠안은 쓴웃음을 지었다.
“주사위를 흔들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지금은 정말 필요가 없어졌다. 위연이 초대 감정에 관한 정보를 묻지 않고, 상백 밑의 봉인물에 관해 물었다. 이는 그에게 내가 네 비밀을 다 안다고 알려준 셈이었다.
그는 바로 패를 깠다.
허칠안이 숨을 깊이 들이쉬더니 말했다.
“검주에 있을 때 저는 희겸이라는 젊은이를 맞닥뜨렸습니다. 저희 사이에 충돌이 발생했고, 제가 그를 죽였습니다. 영혼에게 물어보고 나서 그가 알고 보니 오백 년 전의 황실 혈통임을 발견했습니다. 무종 황제의 청군측 이후, 초대 감정이 그들을 지켜내 지금까지 줄곧 칩거하고 있었더군요. 산해관전역은 초대 감정과 천고부 수령이 선동한 것입니다. 목적은 대봉의 국운을 훔친 뒤 오백 년 전의 그 혈통을 도와 다시 황위에 오르기 위함이지요. 그들은 줄곧 허주라는 곳에 숨어 있었습니다. 저는 무법천지인 그곳이 조정의 손아귀에서 벗어난 게 아닌가 의심됩니다…….”
그는 영혼에게 질문했던 과정을 한 차례 얘기하였고, 일단은 자신의 몸에 기운을 품고 있다는 사실을 숨겼다.
위연은 묵묵히 다 듣더니 천천히 말했다.
“따라서 초대 감정이 오랑캐와 연합하여 진북왕을 상대했군. 다음은 자네 차례인가?”
허칠안이 진심을 담아 대답했다.
“그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