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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타경-565화 (552/712)

565화. 진실게임

* * *

이튿날.

천기와 천추는 드디어 경성에 돌아왔다. 지종의 도사가 비검을 부려 배웅하였다.

하지만 지종 도사는 인내심이 부족했으며 성격이 거칠고 급했기에, 그들을 경성과 아주 가까운 강주 관내까지 데려다준 뒤 회왕 밀정들을 버리고 혼자 가 버렸다.

밀정들은 하룻밤 수로를 지나 드디어 경성에 돌아왔다.

황성에 들어온 천기와 천추는 황궁 남문으로 진입하였다. 남문은 평소에 드나드는 사람이 드물었다. 이 구역이 환관들의 숙소와 아주 인접했기 때문이었다.

이때 원경제는 막 아침 식사를 마치고 출궁하려던 참이었다. 그는 국사를 만나러 영보관에 가서 아침 수업을 할 계획이었다.

환관이 분주하게 와 보고했다. 그는 임무를 수행하러 검주에 갔던 밀정이 경성에 돌아와 밖에서 소견하길 기다린다고 말했다.

“그들을 어서방으로 부르거라.”

원경제는 얼굴에 미소를 머금고 옆에 있는 늙은 태감을 쳐다보더니 여유롭게 말했다.

“듣자 하니 지종의 연밥으로 만물을 점화할 수 있다고 하더군. 돌이라도 생각이 트일 수 있다고 말이야. 태감, 짐이 만약 연밥을 먹는다면, 부족한 천부적인 자질을 메울 수 있지 않겠는가?”

늙은 태감이 얼굴 가득 웃음을 머금었다.

“폐하의 천부적인 자질은 세상에 둘도 없는데 굳이 연밥이라니요. 허나 노비는 그래도 축하드리옵니다. 연밥을 드시면, 범이 날개를 얻은 격이지요.”

원경제는 통쾌하게 웃었다.

그는 감정을 억누르고 일각 좀 넘게 기다렸다가 비로소 늙은 태감을 데리고 어슬렁어슬렁 어서방으로 걸어갔다.

* * *

어서방 안, 검은 장포를 입고 순금 가면을 쓴 천기와 천추가 고개를 숙인 채 조용히 서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원경제는 두 사람을 훑더니 여전히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

“연밥은? 얼른 짐에게 내보이거라.”

천기와 천주는 서로 눈을 마주치더니 일제히 무릎을 꿇었다.

“폐하, 용서해주십시오. 저희는 연밥을 뺏어오지 못했습니다.”

원경제는 미소가 점점 사라지더니 안색이 어둡게 변한 채 천천히 말했다.

“화포 20대, 고수 26명 그리고 4품인 너희 둘, 거기에 지종 도사가 너희와 협력하였다. 짐이 해명할 기회를 주겠다. 만약 정말 이유가 있다면, 짐은 그대들을 너그러이 용서할 수 있다.”

천기는 고개를 돌려 동료를 쳐다보더니 나지막이 말했다.

“폐하, 이번에 검주에 거센 변화가 일었습니다. 저희와 지종 말고도 무림맹의 고수가 거의 총출동하여 연밥을 두고 싸웠습니다.”

원경제가 무표정으로 말했다.

“그래서 무림맹에게 패했다?”

천기는 한기를 느껴 황급히 말했다.

“무림맹이 아닙니다. 구색연화를 은닉한 그 지종 도사들이 조력자 몇몇을 불렀습니다. 그들은 각각 천종 성녀 이묘진, 전 은라 허칠안, 인종의 기명 제자 초원진, 사천감 양천환 그리고 한 승려와 남강 역고부의 꼬마 소저였습니다…….”

밀정 천추는 침묵을 유지하다, 그녀는 폐하가 ‘허칠안’이라는 세 글자를 들었을 때 좀 다급해한다는 걸 예리하게 눈치챘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용안을 몰래 살피지는 않았지만, 폐하의 지금 표정이 매우 보기 좋지 않으리라 짐작할 수 있었다.

원경제의 표정이 어찌 보기 좋지 않을 뿐이겠는가. 그는 축 가라앉은 얼굴을 한 데다 이마에는 핏줄이 약간 튀어나왔다. 그는 있는 힘을 다해 분노를 참으려는 듯했다.

“생각지 못했군. 처음에는 보잘것없는 인물이었는데 지금은 이미 사람을 무는 개가 되어버렸어.”

원경제의 냉소적인 웃음소리가 잇새 사이를 비집고 나왔다.

“짐이 막 죄기소를 내리고 나서, 본래는 풍파가 지나면 그를 찾아 확실하게 가리고 싶었다. 허씨 집안 온 가족이 전부 경성에 있으니 짐이 그를 어떻게 처리하는지 보거라.”

그가 잠시 멈칫하더니 말했다.

“계속 얘기하거라.”

천기는 자신이 보고 들은 정보를 있는 그대로 한 차례 구술했다. 그중에는 배경이 신비로운 부잣집 공자와 허칠안의 갈등도 포함되어 있었다. 물론, 이 부분에 대한 그의 관점은 그 신비로운 부잣집 공자는 어떤 세력의 직계인데 허칠안의 명성을 질투하여 허칠안의 출세를 짓밟고 싶어 공들여 저격했다는 것이었다.

이쪽이 논리에 맞았다.

“허칠안이 어떻게 지종의 도사와 함께 섞여 있는 거지?”

원경제가 갑자기 질문했다.

“아직 거기까지는 미처 조사할 겨를이 없었습니다.”

천기가 보고했는데 원경제는 다시 침묵했다. 그는 이 주제를 건너뛰고 계속해서 말했다.

원경제는 잠자코 듣던 중 허칠안이 호신부를 내던지면서 ‘국사, 저를 도와주십시오’라고 외치니 국사가 정말로 금빛을 몰고 왔다는 천기의 말이 나오자…… 안색이 갑자기 변했다.

“어찌 국사도 끼어들었단 말인가. 그가 어떻게 국사를 부를 수 있단 말인가. 그가 무슨 근거로 국사를 부른단 말인가…….”

원경제는 어서방에서 이리저리 어슬렁거렸다. 그는 때로는 흉악하다가 때로는 침울한 표정을 지었다.

국사 그녀는 왜 허칠안의 도움 요청에 응한 것인가. 두 사람이 언제 친분이 생겼는가?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이 가슴속에 솟구친 원경제의 표정이 갑자기 사나워졌다. 그는 즉시 허칠안이라는, 사람을 물지도 모르는 이 악랄한 개를 때려죽여야겠다고 생각했다.

죄기소, 군신들의 의견, 세상 사람들의 생각 전부 상관하지 않는다…….

그의 성장 속도를 두려워해서가 아니었다. 원경제는 타고난 자질이 뛰어난 인물을 많이 보았다. 초원진도 그러하지 않은가? 하지만 원경제는 상대하기 귀찮았다.

하지만 허칠안이 국사에게 도움을 청했는데 국사가 그에게 응했다!

“가마를 대령해라. 영보관에 갈 것이다!”

원경제는 한 글자 또박또박 말했다.

* * *

허칠안은 호기루에서 옅은 남색의 회운(回云) 무늬가 수 놓인 청색 비단옷을 입고 있었다. 그는 딸랑딸랑 소리 내는 패옥, 머리를 묶은 투조 금관, 발에는 구름이 덮인 신발을 신고 있었다.

언뜻 보면, 그는 황자보다 더 고귀했다. 게다가 빼어난 몸매, 준수한 외모, 깊이가 있고 생기가 넘치는 두 눈동자, 미간 사이의 유연함은…… 명문세가의 귀공자와 시정의 경박한 소년랑이 한데 뒤섞인 독특한 기질을 형성했다.

위연은 맞은편에 앉아 있는 젊은이를 보면서 문득 깨달은 듯 웃었다.

“자네가 야경꾼 차복을 입은 모습에 익숙했는데 옷을 갈아입으니 눈에 띄는구먼.”

“제 여동생이 한 땀 한 땀 바느질하여 만들어 줬습니다.”

허칠안은 찻잔을 받치고 그 당시 허영월의 얼빠진 눈빛을 돌이켜 생각하더니 웃으며 말했다.

“위 공, 제가 이 모습으로 회경 마마를 꼬시러 가면 희망이 있을 것 같습니까?”

위연은 세월에 씻긴 온갖 풍파를 머금은 두 눈으로 차분하게 그를 바라보았다.

“이건 평소 자네가 말하는 풍격이 아니잖나. 할 말 있으면 바로 하게.”

“복비 사건을 조사할 때 저는 국구에게 위 공과 황후마마께서 소꿉친구이기에 회경을 친자식처럼 생각하신다고 들었습니다. 만약 부마가 될 수 있다면, 위 공께서는 틀림없이 저를 사위로 대하실 테지요.”

허칠안은 웃더니 말했다.

“위 공께서는 저한테 지극히 잘해주심에 그 은혜가 하늘보다도 높습니다. 연고가 없음에도 마음을 다해 저를 도와주시지요. 그 세 번의 문심관 때문에…….”

위연이 온화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번 검주행에서 자네 다른 수확이 있는 듯하구먼.”

허칠안은 찻잔을 내려놓고 소매 속에서 주사위 세 개를 꺼내 차례대로 탁자 위에 올려놓더니 목소리를 낮추었다.

“제 고향에서…… 음, 예전에 장락현에서 쾌수로 있을 때 제가 시정잡배들로부터 주령을 하나 배웠습니다. 진실놀이라고 합니다. 주사위의 숫자를 기준으로 합니다. 숫자가 작으면 질문에 대답하거나 술을 한잔 마시는 겁니다. 제가 위 공과 이 놀이를 하면서 술을 마시지 않으려면 진실만을 말해야하지요.”

그는 침착한 표정으로 위연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만약 위 공께서 원치 않으신다면, 소직은 가보겠습니다. 이후로 더는 위 공께 폐를 끼치지 않을 겁니다.”

이번에 위연은 얼굴에 웃음기가 사라지더니 그를 아주 한참 응시하였다.

“다 생각하셨습니까?”

“그렇네.”

위연은 고개를 끄덕이고 소매 안에 모아 놓은 손을 들어 청하는 손짓을 하였다.

“후…….”

허칠안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도 또 어쩔 수 없이 긴장했다.

그는 찻잔을 쥐고 가볍게 문지르더니 주사위 세 개 위에 씌웠다. 탕탕탕! 찻잔에서 주사위끼리 부딪치고 왔다 갔다 했다. 그러다 허칠안이 잔을 아래로 엎어 놓자 조용해졌다.

그가 찻잔을 열었다. 6, 6, 6!

‘나는 알고 있었지. 내 기운에 기대면, 주사위 놀이는 천하무적이라고. 더욱이 감정이 선물한 옥패가 갈라져 기운이 새어 나오는 상태에서는…….’

허칠안이 속으로 말했다.

위연은 찻잔을 들고 한번 문지르고 잠시 흔든 뒤에 찻잔을 탁자 위에 엎어 놓았다. 그는 뜸을 들이지 않고 바로 들추었다.

2, 5, 6.

그가 온화하게 웃었다.

“무얼 묻고 싶은가?”

허칠안은 침음하더니 말했다.

“황후마마와 무슨 관계이십니까?”

그가 이 질문을 선택한 건 결코 단순한 사생활 염탐이 아니었다. 우선, 위연과 황후의 관계가 위연과 원경제의 틀어진 정도를 결정했다.

그리고 임안의 생모 진비는 신비로운 술사의 첩자였다. 황후와 위연의 관계가 신비로운 술사가 낡은 수법을 되풀이할지 아닐지를 결정했다. 황후를 통해 판을 짜 위연을 음해할지 아닐지 말이었다.

마지막으로 허칠안은 색마의 직감으로 봤을 때, 황후와 위연의 관계가 단순하지 않다고 여겼다.

“자네 적잖이 아는구먼.”

위연은 온화한 표정을 거두더니, 세상의 온갖 풍파를 머금은 다소 날카로운 눈동자로 그를 잠시 뚫어지게 응시했다.

“나와 황후의 일은 나중에 자네에게 말할 것이네. 하지만 지금은 아닐세. 허, 자네도 지금 말해야 한다고 말하지는 않았잖나.”

‘이렇게 빈틈을 파고들면 재미없지요…….’

허칠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위연의 말은 사실 그와 황후의 관계가 보통이 아니라고 다른 형태로 인정한 셈이었다. 일종의 대답이기도 했다.

두 번째에도 허칠안은 또 6, 6, 6이고 위연은 5, 5, 1이었다.

허칠안은 눈을 내리깔고 위연 앞의 주사위를 바라보면서 잠시 멈추었다가 시선을 천천히 위로 옮겨 그를 응시하였다.

“위 공, 그해 산해관전역의 배후에 무슨 비밀이 숨겨져 있는지 알고 계십니까?”

위연은 태연하게 말했다.

“만약 자네가 가리키는 것이 대봉 기운 수탈이라면 안다네.”

‘그는 역시 대봉 국운이 도둑맞았다는 이 비밀을 알고 있군…….’

허칠안 마음속에 놀라움과 의아함이 막 솟아오르자 억지로 누르고 담담한 얼굴을 하였다.

위연은 시선을 약간 늘어뜨렸다.

“전쟁이 터질 때마다 국운이 요동치네. 이기면 국운이 약간 오르고, 패배하면 국운이 약간 깎이지. 규모가 방대한 전역일수록, 국운은 더 크게 요동치네. 대주 중엽, 번왕(藩王)이 반란을 일으켜서 반란군이 대주 수도를 쳤네. 사서에 기재되기로는 당시 인심이 동요하고, 문관층이 불안에 떨었다더군. 비록 나중에 반란이 평정되었지만, 대주가 몰락하는 전환점이 되었네. 산해관전역으로 각국이 혼전을 벌여 투입한 병력이 총 백만이 넘네. 규모의 크기가 사서에는 보기 드물지. 국운이 격렬하게 요동쳤는데 생각해 보니 그해 무종 황제의 청군측을 넘어섰네. 기운을 훔치려면 산해관전역이 바로 가장 좋은 기회였거든.애석하게도 나는 나중에야 이 일을 깨달았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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