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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타경-556화 (547/712)

556화. 연밥이 여물다

“귀재다, 타고난 귀재야…….”

양최설은 흥분한 기색을 띤 채 탄식하는 듯한 어조로 말했다.

“이 몸은 청년 준걸을 아주 많이 만나보았네. 허 은라는 그중에서도 애당초 특출났지. 이 천부적인 자질이 정말 놀랍군.”

“전투에 가담하여 돌파구를 열었군. 5품으로 승직했어. 허 은라는 확실히 훌륭해. 강호에 전해지는 말에 의하면 그의 자질이 진북왕이 못지않다고 하던데 결코 과장이 아니었네.”

소월노가 개탄했다.

그녀는 면사로 얼굴을 가렸기에 표정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다. 그저 가을 호수의 맑은 물 같은 눈동자 속에 문득 담긴 별빛이 보일 뿐이었다.

‘경찰 연말에 야경꾼에 들어왔을 때는 고작 연정 전봉이었는데 일 년도 채 되지 않아 9품 전봉의 쾌수에서 5품 화경으로 승직하다니…….’

천기와 천추 두 밀정은 머릿속에 허칠안의 정보를 저도 모르게 떠올렸다.

이 자질은 초원진보다도 한 수 위였다.

초원진은 그해 관직에서 물러나 무예를 연마했다. 무예를 연마하기에 가장 적합한 나이를 진작에 넘겼기에 그가 무도에서 실적을 쌓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이가 없었다.

하지만 그는 기어코 궐기하여 모든 이의 따귀를 세차게 후렸다.

그는 고작 몇 년 사이에 공공연히 4품 금라에게 도전하였다. 이 천부적인 자질은 그 당시 경성에 큰 파문을 일으켰고, 위연은 그를 경성 제일 검객이라고 치켜세웠다.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었다.

허칠안의 천부적인 자질이 초원진보다도 강했다.

그들이 이런 사람을 죽이지 않으면, 장차 큰 화가 될 게 틀림없었다.

추선의는 코끝이 빨개지더니 눈시울이 붉어졌으며, 뺨에는 눈물 자국이 마르지 않았다. 이 순간 그녀는 작은 입을 살짝 벌리고 아주 거대한 충격에 휩싸였다.

“조 맹주님,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허칠안은 진지하게 감사를 표했다.

조청양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네 금신은 이미 막다른 골목에 들어섰다. 이 신체 보호 신공이 없어지면 설령 네가 5품 화경에 들어선대도 나한테는 한주먹감이다. 패배를 인정해라.”

육신 방어는 무사가 근접전을 하는 근간이다. 동피철골이 없어지면 상대의 공격을 어떻게 막는단 말인가.

허칠안은 패배를 인정하지 않았다.

“해 보지도 않고 어떻게 압니까?”

조청양이 나지막이 말했다.

“이번에는 더 이상 사정을 봐주지 않을 것이다.”

여음(餘音) 사이로 그의 몸이 바람에 찢겼지만 그건 그저 잔영일 뿐이었다. 자색 옷의 맹주는 허칠안 앞에 번쩍 나타나더니 얼굴을 스트레이트로 공격했다.

허칠안의 형체가 사라졌고, 그가 조청양의 왼쪽에 나타났다.

“조 맹주께서는 설마 제 독보적인 절기를 잊으셨나요?”

허칠안은 몸을 가까이하고 빠르게 때렸다. 그의 주먹이 조청양의 몸에 닿아 쩌렁쩌렁한 굉음을 냈다.

허칠안은 다시 사라져서 조청양의 등을 피해 그의 오른쪽에서 나타났다. 그는 마침 새롭게 몸을 가까이하고 허칠안을 빠르게 때리려고 대기하는 중이었다.

하지만 조청양의 무사 직감 역시 날카로웠다. 그는 손을 뒤집어 허칠안의 손목을 잡은 동시에 몸을 기울여서 자신을 무너지는 돌기둥으로 만들었다.

허칠안은 한발 앞서 손을 거두고, 두 주먹으로 번갈아 가며 타격하여 무너지는 돌기둥을 돌려보냈다.

펑펑펑! 탁탁탁!

두 사람은 체술에 한껏 의지해 맞붙었다. 둘러싸고 구경하는 군중들이 보기만 해도 몸서리를 칠 정도로, 그들의 끝없는 동작은 어떠한 결점 없이 사납고 맹렬했다.

같은 경지의 다른 체계라면 이렇게 격렬하게 육탄전을 벌이다가 진작에 열 번은 맞아 죽었을 것이다.

장외의 군중들은 의아한 발견을 했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으나 허 은라가 조 맹주를 제압했다.

허 은라는 마치 선견지명이라도 지닌 듯 매번 먼저 피하거나 조 맹주의 공격을 막은 뒤 거친 공격을 퍼부었다.

비록 조 맹주는 난공불락의 신체와 정신을 등에 업고 있어 허 은라의 공격을 어느 정도 무시할 수 있었지만, 그가 열세에 처한 건 사실이었다.

‘허 은라의 금강신공이 붕괴될 지경에 이르렀기에 망정이지. 만약 왕성한 상태였다면 아마 조 맹주는 제압당해 반격할 힘이 전혀 없었을지도 모른다…….’

많은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생각했다.

이때 허칠안이 갑자기 얼굴에 홍조를 띠더니 동작이 굳어졌다. 조청양이 이렇게 엄청난 틈을 놓칠 리가 없었다. 그는 바로 기회를 잡았다. 조청양이 주먹으로 허칠안의 가슴을 내리치더니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그런 뒤 바로 틈 없는 공격이 이어졌다. 그는 주먹으로 때린 뒤 발차기를 날리고 다시 잡아끌어서 아주 촘촘하게 연달아 공격했다. 그런 뒤 팔꿈치로 치고 발차기를 날린 후 다시 잡아 끌어와 강력하게 공격했다.

펑!

금빛이 갑자기 일더니 완벽하게 흩어졌다.

금강신공이 깨졌다.

허칠안은 손바닥으로 조청양의 가슴을 쳤다. 그는 손목을 꺾어 손바닥을 위로 향한 뒤 상대방의 단단한 가슴을 따라 위로 에돌다가 조청양의 아래턱을 쳤다.

텅텅텅……. 조청양이 뒤로 몇 걸음 물러났다. 그는 아래턱이 빠질 것 같았다.

허칠안이 이 대결을 끝내고선 공수하고 읍하였다.

“제가 졌습니다.”

‘보아 하니 그래도 조 맹주가 한 수 높군…….’

사람들이 마음속으로 이렇게 생각하는데 조청양이 하는 말이 들렸다.

“몸에 상처가 있잖나. 왕성한 상태였다면 나는 네 상대가 아닐 수도 있다.”

‘조 맹주의 말은 체술만 놓고 보자면 그가 허칠안을 이길 수 없다는 건가?’

사람들은 기이한 눈빛으로 허칠안을 주시했다.

마침 이때, 차가운 연못에서 구색연화가 유달리 아름다운 노을빛을 하늘을 향해 내뿜었다.

잠시 후, 노을빛이 흩어지고 연못 수면에 떠 있던 구색연화의 꽃잎이 하나하나 서서히 피어나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시선이 허칠안에게서 연화로 옮겨갔다. 순식간에 얼마나 많은 사람의 숨소리가 가빠졌는지 알 수 없을 정도였다.

남련 도사의 미간에 갑자기 폭포 같은 대량의 검은 안개가 솟아올랐다.

검은 안개는 생김새가 모호한 사람 형태로 응집되었다. 그것은 사람들이 반응하기 전에 느린 듯하나 사실은 빠르게 차가운 연못의 구색연화로 달려들었다.

뜻밖에도 지종 도사의 분신이 줄곧 남련 도사의 몸속에 숨어서 모든 사람을 속였다.

그는 아주 신속하게 연화를 빼앗아, 초주에 나타난 적 있는 그 고수가 반응하기 전에 재빨리 달아나고 싶었다.

지종 요도는 끝까지 그 신비로운 강자가 근처에 숨어있을 거라고 여겼다.

조청양은 손바닥을 칼로 삼아 도의(刀意)를 내리쳐 아주 손쉽게 검은 안개를 베어냈다. 하지만 검은 안개는 실질적인 피해를 전혀 입지 않은 채 다시 재빠르게 한데 모였다.

연못가. 눈을 감고 가부좌를 틀던 금련 도사가 마침내 눈을 떴다.

“흑련, 너를 오랫동안 기다렸다.”

금련 도사가 말한 바로 그때, 그의 미간이 블랙홀처럼 내려앉더니 세찬 회오리바람이 터무니없이 생겨나 흑련 도사의 분신을 빨아들였다.

금련 도사는 바로 눈을 감고 돌조각처럼 꼼짝하지 않았다.

그는 다른 전장에서 지종 도사의 분신과 전투하고자 했다.

금련 도사는 위협을 해결했지만, 연화 역시 무림맹에게 순순히 내어주었다.

지종의 연화 도사, 회왕 밀정 각 세력이 함께 나서서 연밥을 쟁취했다.

조청양은 이런 ‘졸개’의 위협에, 뒤집은 손바닥을 칼로 삼았다. 도의가 종횡무진하더니 장내를 휩쓸었다.

푹…….

4품을 제외한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은 조청양이 휘두른 도의에 미친 듯이 피를 내뿜었다.

오직 한 사람만이 감히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조청양은 눈을 가늘게 뜨고 욕심이 한도 끝도 없는 젊은이를 주시하면서 차갑게 말했다.

“허 은라, 우리의 내기 다툼은 이미 끝났다. 이번에는 나는 절대 사정을 봐주지 않을 것이다. 네 체면은 세워줄 만큼 이미 세워줬다. 지금부터 내가 설령 너를 한 손바닥으로 때려죽여도 강호에서 나를 나무랄 수 있는 자는 없다.”

천기와 천추는 한창 놀라움과 분노를 금치 못하던 중 이 광경을 보더니 갑자기 사건의 흐름이 더할 나위 없이 마음에 쏙 든다고 생각했다.

두 사람은 마침 허칠안을 죽이기가 쉽지 않아 고민하고 있던 참이었다. 월씨 산장, 그리고 의협심이 강하다고 허풍을 떠는 무림맹의 몇몇 인간이 그를 보호했다.

그런데 갑자기 일이 새로운 전개를 맞이하였다.

조청양은 구색연화를 반드시 얻고자 했다. 그는 방금 양보함으로써 허칠안의 체면을 충분히 세워주었다. 그러나 현재, 허칠안은 체면을 봐주지 않고 그를 백방으로 방해했다. 설령 조청양이 손을 써 부상을 입히거나 심지어 죽인다고 해도 외부에서는 그를 뭐라고 할 도리가 없었다.

천지회 제자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허 공자님, 이미 최선을 다하셨습니다. 더는 연밥을 지킬 필요 없어요!”

“허 공자님, 어서 물러나세요. 어서 물러나세요.”

그들은 정말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허 은라는 이미 최선을 다했고, 모든 힘을 다했다. 심지어 천지회 제자들은 허 은라의 안위에 비교했을 때 연밥은 이미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허칠안은 아랑곳하지 않고, 조청양을 바라보며 웃었다.

“내가 맹주를 막으려는 게 아닙니다. 중요한 건 다른 사람입니다.”

그는 품속에 손가락을 집어넣어 노란 부적인 호신부를 집어서 얼마 남지 않은 기기로 불을 붙였다.

그는 소리 높여 외쳤다.

“국사, 저를 도와주십시오. 저는 허칠안입니다!”

평범한 호신부가 불에 타면서 맑고 아름다운 화염이 일더니 이내 재로 변했다.

관중들의 귓가에는 ‘국사, 저를 도와주십시오’라는 외침이 여전히 메아리쳤다. 이미 불에 타 재가 되고 화염은 사라졌지만 말이다.

‘국사? 그가 말하는 국사는 인종 도사 낙옥형이겠지? 조정의 국사…….’

‘뭐라고? 허칠안이 인종 도사를 모셔올 수 있다고?’

‘이 호신부는 낙옥형을 소환하는 법기인가?’

‘그럴 리가. 인종 도사 낙옥형은 경성에서 도를 닦는 데 전념하고 있기에 세상사에 관여하지 않는데 어떻게 허칠안이 소환하여 올 수 있단 말인가…….’

사람들은 재로 변한 호신부를 주시했다. 생각 하나하나가 마음속에 스치면서, 그들은 꿍꿍이속이 지극히 풍부해졌다.

그런 뒤…… 소란스러워진 바람을 제외하고는 장내에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그들은 잠시 더 기다렸다. 바람은 더 소란스러워졌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호신부의 잿더미가 바람에 휩쓸려 멀리 날아갔다.

‘아주 민망한데. 내가 별로라고 말했잖아. 금련 도사가 급해서 막 덤빈 거라고…….’

허칠안은 입꼬리를 씰룩였다. 그는 영명함을 완전히 상실할 정도로 수치스러웠다.

낙옥형은 그의 눈에는 아주 높은 곳에 있는 국사이자 2품 강자였다. 그녀는 그와 아무런 연고가 없었고, 그의 진짜 이모도 아니었다.

그런데 그녀가 어떻게 그의 체면을 살려주러 천 리 먼 길을 달려와 도와주겠는가.

‘금련 도사가 호신부를 그에게 준 게 고작 이러려고?’

초원진은 실망하면서도 본래 이래야 했다고 생각했다.

호신부는 법기가 아닌데 어떻게 국사를 소환할 수 있겠는가. 한 발짝 양보해서 얘기해보자. 설령 호신부로 국사와 연락할 수 있다고 해도 어찌 허칠안이 감히 국사를 불러올 수 있겠는가.

그는 명색이 인종이 기명한 제자로서 인종을 대표해 이묘진의 도전에 응했다. 설령 이렇다고 해도 국사가 그를 대하는 태도는 여전히 냉담했다. 국사는 그를 기껏해야 약간 마음에 들어할 뿐이었다.

지종과 천종 그리고 다른 세력과 문파였다면, 그처럼 우수한 인물은 진작에 중점 배양 대상으로 삼았을 터였다. 심지어 그들은 그를 미래 후계자로 양성했을 수도 있었다.

낙옥형은 성정이 담박해 일부분만 봐도 전체를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허칠안은 그녀와 그다지 큰 관련이 있지 않았다. 그는 기껏해야 그녀를 몇 번 만난 게 전부라 낯설지 않은 정도였다.

이묘진과 초원진의 생각은 비슷했다. 그들은 낙옥형을 인종 도사로 여기며 그녀의 지위가 천종 도사의 지위와 같다고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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