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5화. 주먹을 뻗다 (2)
“조 맹주님, 시간은 귀한데 허씨와 언제까지 뒤엉킬 겁니까?”
밀정 천추가 쌀쌀맞게 말했다.
“조 맹주님께 한 마디 일깨워드리지요. 이 자는 아주 괴상하니 사소한 부주의로 실패를 맛보지 않아야 합니다.”
조청양은 상대방의 세찬 공격을 감지할 수 있었고, 통증도 똑똑히 전해졌다. 비록 이번엔 통증에서 끝났지만, 아무튼 6품 무사가 이런 힘을 지닐 수 있다는 건 정말 드문 일이었다.
그는 돌아서서 한발로 허칠안을 걷어찼지만, 미리 눈치챈 상대방은 심지어 그의 발을 빌려 거리를 벌렸다.
“자네 나의 공격을 예측할 수 있는 듯하군? 이건 무슨 방법인가.”
조청양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궁금해하며 물었다.
“독보적인 비결입니다.”
허칠안이 말했다.
“그럼 나는 이걸 연신경의 직감 본능이라고 여기겠다.”
조청양은 목덜미를 움직이더니 담담하게 말했다.
“아는가? 무사의 본능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지. 그건 바로…….”
허칠안의 눈동자가 갑자기 수축하더니 그는 다시 웅크리고 앉아 앞으로 굴렀다.
펑!
조청양이 그의 앞에 나타나 한발로 그를 차버렸다. 그가 아주 착실하게 차버린 나머지 허칠안은 포탄처럼 날아가 석가산을 부쉈으며, 푸른 벽돌이 깔린 지면을 깨트린 뒤 담벼락에 깊이 박혔다.
조청양은 궁지에 빠진 젊은이를 보면서 웃으며 말했다.
“손을 쓰는 속도가 위험에 대한 예고보다 빠르기만 하면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없지.”
‘나도 알거든. 까놓고 말하면 cpu 과부하인 거잖아…….’
허칠안은 자신을 담벼락에서 뽑아낸 뒤 입을 벌리고 웃으며 말했다.
“준비 운동은 끝났습니다.”
이번에 그는 자발적으로 달려들었지만, 되레 조청양에게 한 방 먹었다. 폭우 같은 주먹세례가 즉시 그의 머리를 내리쳤다.
퍽! 퍽! 퍽!
폭발음이 허칠안의 귓가에서 계속 터졌다. 갈수록 묵직해지고, 갈수록 빨라지는 주먹이 끊임없이 그의 눈동자에 비치며 그의 얼굴을 내리쳤다.
몸을 보호하는 금신이 흔들리고, 지면에 균열이 생겼다.
그가 주먹을 날릴 때 힘이 직선으로 가해지고, 팔뚝 근육이 한 방향을 향해 힘을 분출했다…….
‘왜 나는 그처럼 할 수 없지? 왜 내 힘은 주먹을 날리는 과정에서 분산되는 거지……. 천지일도참의 집중은 한순간일 뿐이다. 나 역시 한순간만을 배웠기에 이런 상태를 장기적으로 지속할 수가 없다고…….’
허칠안은 맞으면서 상대방의 기기 변화를 관찰하였다. 그는 조청양의 모든 주먹의 힘이 일정하다는 걸 알아차렸다. 이는 마치 완벽하게 복제한 듯했다.
5품 이하의 무사 그리고 보통 사람은 근본적으로 자신의 주먹 하나하나가 힘을 똑같이 낸다고 보장할 수가 없었다.
허칠안은 모든 기혈을 무너뜨려 하나로 뭉친 뒤, 한발로 조청양의 배를 디디고 그를 걷어차서 날려 보냈다.
이 발에는 모든 힘이 뭉쳐져 있었기에 이미 5품에 달하는 수준이라 할 수 있었다.
‘화경? 아니, 아직 아니다. 그는 화경과의 거리가 한 발짝뿐이긴 하지만…….’
조청양은 문득 모든 걸 깨우친 듯 일정 거리를 물러나서 힘을 뺀 뒤 다시 달려들어 허칠안에게 숨 돌릴 틈을 주지 않았다.
모두가 보기에 이는 일방적인 구타였다. 조 맹주의 체술은 비할 상대가 없었고, 공격은 세찼다. 허 은라는 튀어 오르거나 구르면서 끊임없이 피했다.
이따금 갑자기 반격이 터져 나왔지만, 한두 수 후에 역으로 제압당한 뒤에 다시 일방적인 구타 차례가 왔다.
땅!
조청양은 주먹으로 허칠안의 엇갈린 양팔을 풀고 금빛 찬란한 가슴에 손바닥을 바짝 붙였다. 그가 갑자기 힘을 분출하자 허 은라는 통제하지 못하고 거꾸로 날아갔다. 하지만 조청양이 그의 복사뼈를 잡고 억지로 잡아당겼다.
다시 맹렬한 체술 공격이 가해졌다.
그의 주먹은 쉴새 없이 가슴, 배, 얼굴을 내리쳤다……. 허칠안은 제대로 서 있을 수 없었고,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그는 저항할 힘이 전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말해야겠군. 불문의 금강신공은 세상에서 가장 좋은 신체 보호 신공이야.”
“내가 보기에는 거북 껍데기 신공일세. 이렇게 얻어맞는 능력은 빈도가 다 부끄럽군.”
“쯧쯧, 빈도조차 조 맹주 대신 손이 아픈 느낌일세. 너무 아파.”
“허 은라가 일주향의 시간을 더 버티면 거북 껍데기 신공으로 무방에 오를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
“하하, 사형, 무방은 강호 고수만 받아들이지 않습니까? 허 은라는 조정에서 임명한 관리입니다. 아, 제가 잊었군요. 그는 이미 은라가 아니지요.”
이 차가운 조소와 신랄한 풍자는 당연히 지종의 연화 도사 및 지종 요도들의 입으로부터 비롯되었다.
지종의 요도들은 시시각각 내면의 어두움을 분출하고, 마음속의 악의를 발설했다.
천기와 천추는 서로 마주 보았다. 두 사람은 수년간의 호흡으로 서로의 의미를 이해했다.
일단 조청양이 허칠안의 금강신공을 깨부수면, 그들은 이 기회를 틈타 손을 써 이 자식의 천한 목숨을 거둘 작정이었다.
이묘진이 여러 차례 손을 쓰려 했지만, 전부 초원진에게 가로막혔다.
“충동적으로 굴지 마시오. 그는 생명이 위태롭지 않소. 하지만 만약 그대가 전투에 개입한다면, 조청양과 허칠안의 노름판이 더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고, 이로 인해 상황을 제어하지 못할 것이오.”
초원진이 나지막이 경고했다.
항원 대사는 양손을 합장하고, 탄식을 금치 못했다.
이렇게 무서운 상대는 절망감을 느끼게 했다. 그는 이미 최선을 다했고, 허 은라가 최선을 다하기를 바랐다.
리나는 오른손을 축 늘어뜨리고 있었다. 피부 표면은 고치실 같은 흰색 실로 감싸져 있었다. 상처를 치료하는 중이었다.
그녀는 이를 악물고 버럭 화를 냈다.
“우리 아버지가 계셨다면, 한 주먹에 그의 대가리를 터뜨릴 텐데!”
이묘진이 불쾌해하며 비웃었다.
“네 아버지?”
초원진이 기침 소리를 내더니 상기시켜주었다.
“역고부의 수장으로 20년 전부터 3품이었소.”
이묘진이 말했다.
“아, 그럼 문제없겠군.”
땅!
귀청이 떨어질 듯한 소리가 그들의 대화를 끊었다. 그들이 정신을 집중하여 보니 조청양이 한 주먹으로 허칠안을 때려 그가 양쪽 무릎을 바닥에 꿇고 있었고, 지면에는 깊은 구덩이가 두 개 패였다.
“내가 다섯 주먹을 날릴 테니 잘 느끼고 깨달아라. 다섯 주먹 이후에는 네 금신이 깨질 것이다.”
조청양은 말을 마치고 두 번째 주먹을 날려 그의 머리꼭지를 때렸다.
땅!
금강신공은 이렇게 무시무시한 공격을 방어하지 못하는 듯 약간 어두워졌다.
땅!
금강신공이 세 번째 주먹에 다시 어두워져서 오르락내리락하는 사이, 허칠안은 더는 버티지 못하고 피를 토했다.
추선의는 ‘와’하고 울음을 터뜨리더니 손으로 입을 가린 채 눈물방울을 뚝뚝 떨어뜨렸다.
다른 제자들 역시 눈가가 붉어졌다. 그들은 허 은라가 이미 모든 성의를 다했다는 생각만 했다. 지금 패배를 인정한다고 해도 그들은 어떠한 원망도 하지 않을 것이었다.
땅!
네 번째 주먹으로 금칠이 얼룩덜룩해졌다. 마치 오랜 세월 수리하지 않은 불상 같았다. 이는 금강신공이 산산이 부서질 거라는 조짐이었다.
허칠안은 눈·코·입·귓구멍에서 피가 흘러나왔고, 눈빛은 흐리멍덩했다. 그 권력(拳力)은 그의 몸속에서 끊임없이 메아리치고, 끊임없이 진동하여 그의 근골과 오장을 손상시켰다.
이 진동은 도화선 같았다. 세포 하나하나에 불을 붙여 함께 진동하게끔 자극하고 공명을 일으켰다.
그는 알았다.
그는 오품 화경의 심오한 뜻을 알았다.
조청양은 이렇게 거칠고 잔인한 방식으로 그에게 5품 화경의 심오한 뜻을 주입시켰다.
조청양은 주먹을 꽉 쥐고, 자세를 갖추고 다섯 번째 주먹을 날리려 했다.
이묘진과 초원진이 동시에 나섰고, 리나와 항원이 뒤따랐다. 다른 한편, 백련 도사 역시 더는 수수방관하지 못했다.
어느 누구라도 그가 이 주먹을 내리치면 허 은라가 위태롭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맹주님, 사정을 봐주십시오!”
소월노가 놀라 외쳤다.
“맹주님, 사정을 봐주시지요. 허 은라의 목숨을 다치게 하지 마세요!”
양최설이 소리쳤다.
천기와 천추는 동시에 칼을 뽑아 초원진 등에게 겨누어 그들을 막으려는 의도를 명확히 밝혔다.
연화 도사들이 흉물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허칠안의 눈동자에 주먹이 비치더니 점점 커졌고, 주먹을 내리쳐 발생한 충격파가 이마 앞의 앞머리를 흐트러뜨렸다. 무사의 직감이 그에게 위험 신호를 보냈다.
그의 얼굴은 다소 생기가 없었으며 표정은 굳어 있었다. 현기증 나는 상태에서 아직 회복하지 않은 듯했지만, 그는 본능적으로 주먹을 꽉 쥐었고, 몸속에 가라앉은 세포들이 이 순간 깨어났다.
지난날 지배하고 사용할 수 없었던 세포들이 이 순간 더할 나위 없이 활발해졌다.
금신의 힘이 하나로 뭉쳐 모든 세포가 한 방향으로 힘을 분출했다.
그는 전력을 다해 조청양의 주먹을 맞받아쳤다.
퍽!
두 주먹이 맞붙기 전에 조청양의 눈에는 찬사의 빛이 스쳤다.
허칠안은 주먹이 부딪치는 쟁쟁한 소리와 함께 몸을 뒤로 젖혔고, 즉시 땅으로 떨어졌다. 그러자 갑자기 복부 근육이 물결처럼 흔들리더니 불합리한 방식으로 힘을 내 그를 억지로 끌어당겼다.
조청양은 연신 뒷걸음질 치더니 힘을 빼면서 아픈 팔뚝을 흔들었다.
주위를 가득 메웠던 일촉즉발의 분위기가 갑자기 가라앉았다.
초원진과 이묘진은 칼끝을 피한 뒤 멈춰 섰다. 그들은 돕지도 반격하지도 않은 채 경악한 표정으로 허칠안을 쳐다보았다.
‘아니겠지…….’
천기와 천추는 놀라면서도 분노했다. 두 사람은 허칠안을 죽일 듯이 노려보더니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면서 사지의 미세한 움직임과 변화를 살폈다.
믿기 어려운 생각이 그들의 마음속에 떠올랐다.
지종의 요도들은 눈을 가늘게 뜨고 악의가 충만한 눈으로 허칠안을 노려보았다. 남련 도사는 흉악한 눈빛을 번쩍이면서 냉소를 지었다.
“조청양, 얼마나 더 즐길 셈인가?”
도문 체계를 수련하는 그들이 보기에 조청양이 사정을 봐주며 고의로 져준 것 같았다.
“방, 방금 그 주먹…….”
무림맹의 모든 고수들은 서로 얼굴만 쳐다볼 뿐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들은 고품 무사로서 지종의 요도보다 견식이 더 풍부했다.
그 주먹의 움직임으로 조 맹주가 갑자기 뒤로 물러났을 때, 그는 끊임없이 힘을 빼며 작게 움직였다. 이는 그가 연기하는 게 아니라 정말 허칠안의 주먹에 흔들려 물러났다는 점을 증명했다.
후…….
허칠안은 탁한 숨을 내쉬고, 마음속의 광희(狂喜)를 억눌렀다. 그는 희열을 얼굴에 드러낼 필요는 없었기에 여전히 냉정한 태도를 유지하면서 천천히 말했다.
“5품이 되었습니다!”
사실 그가 진정으로 말하고 싶은 대사는 ‘육지 신선에 들어섰군!’ 이었다.
하지만 이 말 역시 ‘관중들’ 사이에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역시나 5품이 되었군. 예전에 이 기회를 틈타 5품으로 승직하고 싶다고 말한 적 있었지…….’
이묘진은 감정이 아주 복잡했다. 그녀는 기쁘면서도 서운했다.
그녀는 천종 성녀였다. 왜 그녀가 성녀인가? 그녀는 천종 동년배 중에 타고난 자질이 가장 뛰어나고, 잠재력이 가장 컸기에 성녀가 될 수 있었다.
그리고 강호에서 천종은 아주 높은 지위를 점하고 있기에 사람들이 우러러보는 존재였다. 하여 강호에 내버려진 모든 천종 성녀는 행운아급이라 할 수 있었다.
이묘진은 바로 행운아 중에서도 행운아였다.
그녀는 20대 초반의 나이에 4품이 되었다. 그녀가 비옥한 해당화의 나이가 되면, 수련 경지가 또 어느 정도에 도달할까?
천종의 도사는 일찍이 이 시대의 성자·성녀가 3품으로 승직하여 속세인 계층에서 벗어나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었다.
이묘진은 20년을 교만하게 살다가 허칠안을 만나고 나서 변했다. 그녀는 갑자기 스스로 자부심을 가졌던, 자신의 타고난 자질이 그에 비하면 고작 괜찮은 편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거둘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