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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타경-546화 (540/712)

546화. 비장의 카드 (1)

“어서, 어서. 그들이 바로 앞에 있다.”

군사 무리가 손에 횃불을 들고 밀림 사이를 누볐다. 그들은 손에 무기를 들고 바람처럼 날뛰었다.

그들 중에는 회왕 밀정과 지종의 요도, 혼란한 틈을 타 법기를 갈망하는 강호 인사도 있었다.

물론 류 공자, 용용 등 무림맹 사람들도 있었다.

그리고 일부는 겉으로는 구경하면서 실질적으로는 허 은라를 지원할 계획인 의협심 강한 인사들이었다.

이묘진 등은 4품 고수를 꼼짝 못 하게 했지만, 그들의 부하와 제자들을 모조리 막을 수는 없었다.

작은 마을에 전투가 발발하자, 각 측은 상황을 파악한 뒤 무의식적으로 작은 마을을 떠나 허칠안과 그 신비로운 부잣집 공자의 ‘행방’을 수소문했다.

“서둘러 따라잡자고. 늦으면 그자가 직접 허칠안을 베어 죽일 것 아닌가. 법기를 갖고 싶지 않은가?”

“허 은라를 죽이면 금기를 범하는 셈 아닌가?”

“뭐가 두려운가. 이 몸은 이미 역용했는걸. 사람이 횡재를 얻지 못하면 부자가 될 수 없네. 두각을 나타내고 싶으면 늘 관습을 어기는 행동을 취해야 하는 법.”

“맞네. 지금 유일한 문제는 허 은라가 이미 죽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이네. 쯧, 그 공자 곁에 있는 두 고수가 아주 뛰어나더군.”

* * *

“루주, 신권문(神拳門)의 문주 그리고 묵각의 각주가 모두 용감히 나섰습니다. 루주께서도 조금 뒤에 나서서 허 은라에게 협조하셔야 합니다.”

용용은 힘을 다해 자신의 루주를 따라다니며 뒤처지지 않았다. 물론 루주는 속도를 늦출 수 있었지만 좀 귀찮았다.

소월노가 사뿐사뿐한 몸짓으로 끊임없이 도약하면서 쓸쓸한 목소리로 말했다.

“구색연화는 우리 무림맹이 원하는 것으로, 보물은 본래 재능 있는 자가 차지하는 법이지. 하지만 천재지보(天材地寶)를 얻는다면 내 운이고, 잃는다면 내 운명이겠지. 그리고 허 은라는…….”

‘응?’

용용은 루주를 쳐다보았다.

소월노가 아름답게 웃었다.

“그리고 허 은라는 단 한 명뿐이다. 대봉에서 몇 년 만에 허칠안이 나왔는데 여기에서 꺾인다면 너무 재미없지. 그러니 얼른 따라가자꾸나. 늦으면 허 은라가 위험해진다.”

한쪽은 4품 전봉 수행원 둘을 거느리고 있으면서 내실이 견고한 법기도 갖춘 신비로운 젊은이였다. 반면 다른 한쪽은 동료가 모조리 마을에 남은 탓에 늦게 오고 있어 당장은 기껏해야 조력자 한 명밖에 없는 허칠안이었다.

승패의 저울이 어느 쪽으로 기우는지는 가히 짐작할 수 있었다.

용용은 웃으며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

군사 무리는 기기 파동과 요동치는 폭발 소리, 상노가 발사하는 활시위 소리를 따라 아주 빠르게 전장에 도착했다.

용용은 문득 앞에 있던 소 루주가 멈추는 모습을 보았다. 특출나게 아름다운 이 연약한 몸은 눈에 띄게 굳더니 제자리에 멍하니 있었다. 용용은 마치 무슨 불가사의한 장면을 본 듯했다.

기이한 점은 용용의 스승을 포함한 만화루의 몇몇 장로가 판에 박은 듯한 반응을 보였다는 사실이었다.

용용의 시선이 그들을 지나쳐 장내로 향했다.

그녀는 문득 왜 그런지 깨달았다. 검은색 경장을 입고 말총머리를 한 젊은이가 무거운 밤의 장막 아래에서 약간 구부러진 착구도(窄口刀)를 든 채, 다른 손으로는 피가 뚝뚝 떨어지는 머리를 쥐고 있었다.

그 머리의 주인은 방자하고 오만하며 씀씀이가 헤픈, 낮의 그 젊은이였다.

‘그가 죽었다고?!’

용용은 눈동자가 수축하더니 볼그스름한 입이 살짝 벌어졌다. 이는 그녀와 루주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의 생각과는 다른 결과였다.

어떤 이가 숲에 뛰어들었다가 산비탈에 이른 뒤 사실 전투는 이미 막을 내렸다는 걸 알아차렸다.

신비롭고 그럴싸했으나 배경은 튼튼하기 그지없는 게 확실한 그 젊은이의 머리가 허 은라의 손에 들려 있었다. 이는 모든 이에게 엄청난 충격을 안겨 주었다.

허칠안은 밀림을 뚫고 나온 무리들을 보았다. 대략 백여 명 정도였는데 각기 다른 세력에 속해 있었다.

그는 그 방향을 향해 사람 머리를 치켜들더니 칼같이 날카로운 눈빛을 하고 말했다.

“누가 또 나를 죽이려는가?”

군중들은 침묵했다. 감히 응답하는 자가 없었다.

여기에는 지종 도사와 회왕의 밀정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들은 허칠안에게 짙은 살기를 품고 있었지만 죽음을 자초하러 나설 엄두는 내지 못했다.

허칠안은 피식 비웃더니 그들을 더는 상대하지 않고 눈을 가늘게 뜬 채 양쪽의 전투를 살폈다.

* * *

“그, 그가 허 은라의 손에 죽었다니…….”

“나는 그가 아주 강해서 이렇게 과시 부리며 현상 수배를 내린 줄 알았지 뭔가. 나는 금기를 무릅쓰고 허 은라를 죽이겠다는 결정을 내렸단 말일세!”

“퉤, 쓸데없는 자식.”

강호 산인들은 위험을 무릅쓰기로 마음먹었지만 지금은 표정이 아주 복잡했다.

하지만 허칠안을 걱정하던 강호 산인, 무림맹 사람들은 몸과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이어 그들에게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잘 죽였군. 우리가 허 은라를 얕잡아봤네. 그가 자발적으로 찾아가 죽였다는 건 틀림없이 믿는 구석이 있는 거야.”

한 사내가 큰 소리로 웃었다.

“본래는 그의 동료가 모두 작은 마을에 남겨진 줄 알았는데……. 역시 허 은라답군. 쓸데없이 걱정했어. 응? 그 백의 술사는 누구지? 그 미인은 누구고? 4품 무사와 비등비등하게 싸울 수 있다니.”

“자네들 너무 일찍 기뻐하지 말라고. 4품 전봉인 고수 둘이 계속 질질 끌면서 우리 지종 장로들이 도착할 때까지 기다리기만 한다면, 누가 승자가 될지는 아직 모르는 일일세.”

한 젊은 지종 제자가 나지막이 말했다.

그의 눈빛은 음침했고, 악의가 충만했다.

검은 장포를 두른 밀정이 천천히 말했다.

“사실 그가 죽어도 좋네. 대세에는 전혀 지장이 없어. 오히려 그 고수 둘이 모든 걸 내걸고 복수할 게야.”

허칠안은 냉정한 태도로 관전하였는데 생각이 급히 바뀌었다.

‘일각이 지나고, 또 일각이 지나면 천지일도참의 피로감은 유가 법술의 반격 때문에 내게 배로 보복할 것이다. 그리고 작은 마을 쪽은 4품 전투력을 보유한 이묘진과 초원진뿐이다. 리나와 항원 대사는 좀 부족하다. 너무 오래 끌면 안 된다. 반드시 속전속결 해야 한다……. 하지만 4품 전봉급의 무사는 너무 죽이기 힘들다. 아마 날이 밝을 때까지 싸워도 승패를 가릴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일…….’

허칠안은 눈을 빛내더니 이내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그는 구겸의 머리를 높이 들고 큰 소리로 비웃었다.

“소위 주군이 욕봤으면 신하는 죽어야 하는 법. 너희 둘, 너희 주인의 머리가 내 손에 잘렸는데 아직도 세상을 살아갈 염치가 있는가? 어서 스스로 목을 베어 사죄하지 그래. 아니면 복수라도 하고 싶나? 나를 죽일 능력이 있다면! 그렇다면 오거라.”

그는 가장 좋은 자극 요법으로 그들의 아픈 곳을 밟고 매섭게 비난했다.

그는 효과를 높이고, 원한을 충분히 끌어올리기 위해 일부러 득의양양한 소인의 태도를 취했다.

아니나 다를까, 두 명의 거대한 사내는 격노하였다. 그들 역시 금라와 4품 술사를 격파하는 일은 난이도가 매우 높다는 점을 충분히 이해했다. 상대적으로 허칠안을 죽이는 일이 훨씬 더 수월해 보였다.

또 그들은 공자님의 원수를 갚고 싶었다.

한 놈은 화포 폭격에도 아랑곳하지 않았고, 한 놈은 금라 남궁천유의 실성한 반격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들은 심지어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로 약속이나 한 듯 좌우에서 허칠안을 협공하였다.

‘나 두 남자 사이에 끼었네…….’

허칠안은 진지하면서도 냉정한 표정을 지었다. 두 고품 무사가 보통 사람의 육안으로는 포착할 수 없는 속도로 그의 앞뒤로 한 장(丈)이 채 되지 않는 거리까지 돌격했을 때, 그는 가벼운 목소리로 읊조렸다.

“나는 좌사 뒤에 있다. 속박한다…….”

그는 재빨리 합리적으로 두 차례 허풍을 떨더니 모습을 감추었다. 두 건장한 사내의 몸이 약간 굳었으나 그저 굳었을 뿐이지, 속박 효과는 미미했다.

하지만 허칠안에게 이 찰나는 평소라면 절대 주어지지 않는 기회로, 그가 반드시 잡아야 하는 승리의 기회였다.

허칠안은 좌사와 우사의 몸이 굳은 틈에 바로 좌사 뒤에 나타나 손에 쥔 노란 검부(劍符)를 내던졌다.

하늘과 땅 사이, 빛이 반짝이더니 사라졌다.

좌사와 우사의 신체가 갑자기 분리되었다. 하반신은 여전히 폭주했으나 상반신은 넘어지면서 장기가 바닥으로 흘렀다.

두 사람의 하반신이 서로 부딪치더니 일제히 바닥에 쓰러졌다. 두 발이 힘없이 허우적댔다.

또 몇 초가 지나자 아주 먼 곳에서 신체가 무너지는 굉음이 들려왔다. 인종 도사의 검의 위력은 이토록 무서웠다.

“너, 너…….”

좌사는 설령 허리가 잘렸어도 아직 죽지 않았다. 그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증오 가득한 눈빛으로 허칠안을 주시했다.

허칠안은 눈치껏 뒤로 물러나 두 사람에게 반격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4품 무사는 생명력이 아주 강했기에, 완벽히 죽지 않았다면 여전히 반격할 가능성이 있었다. 허칠안은 자만에 취해 자신의 처지를 잊는 저급한 실수는 저지르지 않을 작정이었다.

‘나에게는 믿고 의지할 감정이 있고, 몸속에는 대빵이 있고, 손에는 선량한 이모가 선물한 부검도 있다고. 빽이 있는데 내가 누굴 두려워하겠니…….’

허칠안은 조롱하며 좌사를 쳐다보더니 그의 앞에서 구겸의 머리를 손바닥으로 내리쳐 묵사발을 만들었다.

‘이 멍청한 놈, 네가 대봉 태자라도 내 앞에서는 볼품없거든.’

좌사는 노려보느라 눈이 찢어질 듯했다.

남궁천유가 좌사 앞에 나타나 한 발로 그의 머리를 걷어차 그의 마지막 생기를 끊어버렸다. 그런 뒤 그는 몸을 돌리고 다리를 번쩍 들어 우사의 머리 역시 세차게 밟아 터뜨렸다.

‘후, 사람 머리 잘 갈았네…….’

허칠안은 철저하게 안심하고 그를 향해 헤헤 웃었다.

남궁천유는 그를 여전히 곱게 보지 않았기에 냉소로 답했다.

양천환의 개입이 그저 절묘한 우연이었다면, 남궁천유는 바로 허칠안의 비장의 카드 중 하나였다. 또한, 그는 오늘 밤 전체적인 계획의 핵심 인물이기도 했다.

3:2의 상황에서는 구겸이 틀림없이 승리를 손에 쥐었다고 확신할 터였다.

구겸이 1:1 배틀을 제시했다는 점이 바로 가장 명확한 증거라 할 수 있었다.

물론 만약 구겸이 1:1 배틀을 선택하지 않았다면, 허칠안은 남궁천유에게 우사를 습격하게 했을 것이다. 그와 양천환이 협조하면 세 사람이 힘을 합쳐 우선 우사를 죽일 수 있었다.

손에 비장의 카드를 쥐고 있으면, 전술은 유연하게 바꿀 수 있었다.

“법기가 적지 않구먼.”

남궁천유는 좌·우사의 허리에 걸린 가죽 주머니를 떼어내 펼쳐 살펴보더니 눈이 빛났다.

“한 사람당 하나씩이네. 자네 욕심부리지 말고 양천환에게 하나 주게.”

허칠안 역시 허리를 굽혀 구겸의 가죽 주머니와 월영검을 주웠다.

세 사람은 장물 분배를 마쳤다. 양천환은 현장에 있는 모든 화포와 상노를 거둔 다음, 양손으로 각각 두 사람의 어깨를 누르더니 발을 가볍게 동동 굴렀다.

그는 사람들 앞에서 사라졌다.

또 한참 지난 뒤, 횡포한 기운이 달려들었다. 각각 밀정 천기, 천추 그리고 ‘적·등·황·녹·청·남’의 도사 여섯 명이었다.

그들은 시체가 잘리고 머리가 효수된 세 사람을 본 순간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천기는 분노를 억누르며 질문했다.

“왜 지종 도사는 나서지 않았지?”

나이가 가장 많은 적련 도사가 목소리를 낮추었다.

“초주에서 나타난 그 신비로운 강자를 잊었는가? 만약 도사가 나선다면 그 신비로운 강자가 따라나서지 않겠는가? 도사의 분신은 연밥을 쟁취하는 데 쓰여야 하네.”

천기의 안색이 굳었다.

천추는 벌컥 화를 냈다.

“자네 세 사람은 뭐 하러 간 건가.”

적련 도사는 이 말을 듣더니 더욱이 분노하며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

“묵각의 각주 그리고 신권방의 방주가 우리를 저지했네. 저속한 무사는 껍질이 거칠고 육질이 두꺼워 아주 까다롭더군.”

천추는 조용히 밀림 가장자리의 사람들을 훑어보다 탄식했다.

“오늘 밤이 지나면 이 강호 산인들은 더 이상 허칠안을 적으로 삼지 못할 것이야.”

“무림맹의 여러 파벌 역시 이로 인해 균열이 생기면서 상당수가 물러났네. 형세가 심상치 않아.”

지종의 연화 도사들은 가슴이 철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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