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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타경-541화 (607/712)

541화. 한 팔에 법기 하나

이때 갑자기 누군가 쯧쯧댔다.

“고작 허칠안 한 놈인데 여러분이 이렇게 입만 뻥긋댈 가치가 있습니까?”

흰 장포에 옥대를 차고 품위 있는 자태의 부잣집 공자가 계단을 밟는 발소리와 함께 계단 입구에 먼저 올라왔다.

남련 도사가 고개를 돌려 보더니 흉악하게 말했다.

“어디서 온 잡어인데 감히 공무를 논의하는 본좌를 방해하는가.”

흰 장포의 부잣집 공자가 눈을 가늘게 뜨고 담담하게 말했다.

“좌사, 뺨을 때려라!”

그가 말을 마치자마자 왼쪽의 철탑 같은 거대한 사내가 갑자기 사라지더니 이내 2층 대청에서 우렁찬 따귀 소리가 들려왔다.

‘우지끈…….’

바닥에 깔린 널빤지가 갈라졌다. 남련 도사의 얼굴 반쪽이 갈라진 나무 바닥에 끼어 여기저기서 피가 흘러나왔다.

소월노와 황금 가면을 쓴 남자의 눈동자가 약간 움츠러들었다. 전자는 은색 살 부채를 불끈 쥐었으며 후자는 칼자루를 눌렀다.

지종의 제자들은 와르르 일어나 악의가 충만한 눈빛으로 흰 장포의 부잣집 공자 일행 세 사람을 주시했다.

“죽지 않았어, 죽지 않았어…….”

흰 장포의 부잣집 공자는 연거푸 손사래를 치며 미소를 지었다.

“그저 그에게 벌을 준 것뿐입니다. 우리 집 노비는 정도를 지켜서 손을 대니까 여러분 안심하셔도 됩니다.”

그는 말을 할 때 시종일관 빙그레 웃었다. 그에게는 안하무인에 가까울 정도의 자만심이 있었다.

이런 자는 머리가 텅텅 빈 귀족이거나 배짱이 충분한 사람이었다.

흰 장포 남자의 시선이 소월노에게 향했다. 그는 눈을 갑자기 반짝이더니 손으로 옥가락지를 어루만지면서 발걸음이 내키는 대로 걸어갔다.

그는 걸어가는 도중에 금색 가면을 쓴 검은 장포의 남자를 스쳐 지나갔다. 검은 장포 남자는 검을 뽑아 급습하고 싶은 듯 손가락을 몇 번 움직였으나 결국에는 포기했다.

흰 장포 남자는 입꼬리를 치켜올리더니 냉소를 짓는 듯 비웃음을 흘리는 듯 탁자를 넘어 여인들이 가득한 탁자에 다가갔다.

“검주에 왔을 때 제가 사람을 보내 검주의 풍토와 인심을 알아보았습니다. 이 검주 강호는 못 가득히 고인 물처럼 참으로 재미없더군요. 하지만 이 검주 강호는 또 만화루가 있기 때문에 아주 재밌더군요. 모두가 만화루의 루주 소월노가 경국지색으로 보기 어려운 미인이라고 말하더군요. 과연, 명불허전입니다, 명불허전이에요.”

흰 장포 남자의 일장 연설이 이어지자 만화루의 모든 여인은 분노가 들끓어 미간을 찌푸렸다.

“이번에 강호 유람을 마치면 소 주루를 데리고 돌아가겠습니다. 집에 마침 잠자리 시중을 들 첩이 부족하거든요.”

용용의 사부는 어두운 얼굴로 벌떡 일어나 기기를 뒤흔들어 흰 장포 부잣집 공자의 가슴을 쳤다.

흰 장포의 부잣집 공자는 손을 들었다. 그가 마침 그녀의 손목을 치는 바람에 단단한 기기를 머금은 손바닥이 대들보와 기와 조각에 맞았다.

부러진 나무와 깨진 기와가 사방으로 흩날리는 가운데, 그는 손을 뻗어 아름다운 부인을 품속으로 끌어안고 쯧쯧댔다.

“나이가 좀 많기는 하지만, 우아한 자태는 변함없구려. 공자는 그대 같은 부인을 좋아하오.”

그는 소월노가 손을 쓰기 전에 그녀의 움직임을 캐치하여 과감하게 물러나 수치와 분노로 일그러진 아름다운 부인만 남겼다.

“저는 동맹을 맺으러 온 것입니다.”

그가 허풍 떨던 웃음을 거두니 명문 세가에서 배어 나오는 위엄과 침착함이 드러났다.

“동맹을 맺는다?”

황금 가면을 쓴 검은 장포 남자가 반문했다.

“저는 연밥을 원하고, 허칠안의 목숨도 원합니다.”

흰 장포의 부잣집 공자가 웃음 지었다.

“여러분은 그의 미움을 살 엄두를 내지 못하지만, 저는 합니다!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자는 꺼리는 게 없는 법. 저는 지금 아무것도 가진 게 없으니 백성들의 마음속의 그의 형상이 얼마나 높고 큰지 상관하지 않습니다.”

“자네는 어떻게 할 셈이지?”

검은 장포 남자가 몹시 흥미를 보였다.

흰 장포의 부잣집 공자는 조용히 조망대 옆으로 성큼성큼 걸어가더니, 두 손으로 난간을 받친 채 기운을 단전으로 보내 말했다.

“모두 들으십시오…….”

목소리가 끊임없이 울려 퍼지면서 주위에 떼를 지어 모인 호사가와 마을 거주민을 즉시 끌어모았다.

흰 장포의 부잣집 공자는 왼손을 뻗었다.

“검합(劍盒)!”

좌사가 묵묵히 작고 정교하며 칠흑 같은 네모난 상자를 건넸다.

“공자님, 그자의 원신 파동은 보통 무사보다 몇 배나 강합니다. 월씨 산장 안의 지종 제자입니다.”

좌사는 목소리를 낮추었다.

흰 장포의 부잣집 공자는 그의 시선을 따라 변장한 차림새의 능운을 힐끗 보더니, 아랑곳하지 않고 상자를 열어 가느다란 바늘 같은 소검을 비틀어 손끝으로 한 번 튕겼다.

소검은 엎치락뒤치락하며 점점 커지더니 삼 척(尺) 길이의 청봉(靑鋒)으로 변했고, 푸른 돌이 깔린 거리에 띵 박혔다.

넘쳐흐르는 싸늘한 검의는 그것의 신분을 널리 알렸다. 법기였다.

흰 장포의 부잣집 공자가 선포했다.

“허칠안의 팔을 벨 수 있는 사람에게 이 법기를 상으로 드리겠습니다. 두 팔을 베면 두 자루를 수여하고, 사지를 베면 네 자루를 수여하지요.”

그는 말을 하는 도중에 손끝으로 장검을 튕겨 길거리 중앙에 하나씩 박았다. 모든 사람의 시선이 엇갈린 네 개의 법기 위에 머물렀다. 마치 자석이 강철못을 만난 듯 아무리 해도 옮길 수 없었다.

흰 장포의 부잣집 공자는 결정적인 한 마디를 내뱉었다.

“허칠안의 머리를 벨 수 있는 자는 이 상자 전체가 그의 것입니다.”

거리가 갑자기 들끓었다.

흰 장포의 부잣집 공자는 돌아서서 탁자로 돌아가 빙그레 웃으며 사방을 둘러보았다. 그는 만화루 여인들의 경악한 표정을 보자 입꼬리에 웃음이 끊임없이 번졌다.

그는 검은 장포 남자를 주시하면서 또 고개를 들어 이미 의식을 회복한 남련 도사를 쳐다본 뒤 담담하게 말했다.

“강호 산인이 가장 중시하는 건 자원에 지나지 않습니다. 저는 지금 자원을 그들 앞에 선물했고요. 말씀해보시지요. 그자들이 여전히 허칠안을 존중할까요? 여전히 그를 꺼릴까요? 여전히 그에게 미움받을 엄두가 나지 않을까요? 법기의 유혹을 물리칠 수 있는 산수는 없습니다. 저도 알고 여러분도 알지요.”

소월노가 싸늘하게 말했다.

“이렇게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지?”

강호 산인은 금강신공을 수련해낸 고수를 죽일 수 없었다.

흰 장포의 부잣집 공자가 어깨를 으쓱하더니 가벼운 어조로 말했다.

“허칠안이 시 한 구절 읊은 적 있지 않습니까? ‘내가 어찌 심부름꾼이 신임 관리가 되는 걸 참을 수 있겠는가. 분노한 심정으로 연무대에 올라 다시 싸우자.’ 이게 바로 제 답입니다.”

‘저자는 허칠안과 원한이 있나?’

소월노는 문득 깨닫고선 지종의 남련 도사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놀랍게도 상대가 악의를 참고 보복하지 않는다는 걸 알아차렸다.

보아 하니 지종은 월씨 산장을 정말 꺼리는 모양이었다.

검은 장포 남자가 웃음을 짓는 모습을 보니 모두의 목표가 일치한 듯했다.

‘허 공자님의 원수가 왔나? 그의 수행원이 4품인 남련 도사에게 가볍게 상처를 입혔다. 그는 법기를 하찮게 보고 있어…….’

능운은 갑자기 작은 마을에 나타난 흰 장포의 부잣집 공자님이 무서운 강적이란 걸 깨달았다.

그는 쥐 죽은 듯이 십여 걸음 뒤로 물러나 돌아서서 떠날 작정이었다.

능운이 첫걸음을 내디딜 때 뒤에 있는 조망대에서 흰 장포의 부잣집 공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잊었군. 아직 하지 않은 일이 있었네. 자네는 월씨 산장의 도사인가?”

“…….”

능운은 눈동자가 갑자기 수축했다. 그는 온몸의 솜털이 전부 곤두선 듯한 감각이 밀려오면서 순식간에 감정이 폭발할 것만 같았다.

그런 뒤 그는 자신의 두 발이 땅에 달라붙은 것처럼 걸을 수 없다는 걸 알아차렸다.

‘아니, 아니. 빨리 움직이자. 소식을 전해야 해. 허 은라에게 알려야 해. 그가 내게 정보를 캐내라고 했으니 나는 그의 신임을 저버리면 안 돼…….’

능운은 뺨에 경련이 일었고 몸에서는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으며, 이마에서는 콩알만 한 땀방울이 굴러떨어졌다.

흰 장포의 부잣집 공자는 그의 앞에 나타나 빙그레 웃었다.

“돌아가서 소식을 알릴 셈인가?”

“나, 나는 그쪽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나는 그저 산인일 뿐이다.”

능운은 겨우 버텼다.

흰 장포의 부잣집 공자가 손짓하더니 길가에 꽂혀 있는 장검을 불러왔다. 그는 여전히 빙그레 웃는 얼굴로 말했다.

“나는 자네에게 소식을 알리지 말라고 한 적이 없는데…….”

그는 잠시 멈칫하더니 섬뜩한 웃음을 지었다.

“미안하지만, 기어서 돌아가야겠어.”

그가 냉철하게 검을 휘두르자 빛이 번쩍이더니 능운의 무릎이 갑자기 묵직해지면서 두 다리가 주인을 떠났다.

“아악……!”

그는 고통스럽게 외쳤으며, 너무 아파 바닥을 뒹굴었다.

흰 장포의 부잣집 공자가 그를 쳐다보더니 말했다.

“좋은 마음으로 일깨우는 것이니 얼른 기어서 돌아가라. 선혈이 마르기 전에 응급 처치를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 않나.”

그는 말을 마치고 손에 쥔 검을 치켜올리더니 말했다.

“여러분, 보셨습니까? 품질이 믿을 만한 법기입니다. 내일 연밥이 여물 때 여러분 모두가 허칠안을 베어 죽일 기회가 있습니다.”

“공자님, 만약 주인님께서 아신다면 처벌당할 것입니다. 주인님께서 그를 함부로 건드리지 말라고 말씀하셨잖아요.”

좌사가 전음으로 타일렀다.

“그를 건드리지 않으면, 내가 이번에 나와서 유람하는 의의가 어디 있겠는가?”

흰 장포의 부잣집 공자가 냉소를 지었다.

“내가 만약 그 자식을 데리고 돌아간다면 굉장한 이 공로 덕에 장차 내 지위가 끄떡없지 않겠는가?”

그가 이번에 유람하는 주 목적은 무도 연마였다. 하지만 본래 경찰 말년에 죽었어야 하는 그 자식과 만나는 일 역시 그의 목적 중 하나였다.

경찰 이래로, 그는 끊임없이 허칠안과 관련된 사적을 들었고 분노로 발광하였다.

그는 허씨가 체면이 설수록 더욱 분노하였다

그런 영광과 그런 기이한 경험은 본래 그의 것이어야 했다.

무엇보다…… 기운 역시 그의 것이어야 했다!

* * *

허칠안은 점심 식사를 마친 후, 홀로 외지고 조용한 마당 안에서 《천지일도참》의 앞 과정을 수련하여 기운과 기혈을 안으로 무너뜨려 한 가닥으로 응결시켰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그는 이로써 신체 힘에 대한 장악을 강화하고 화경 수련을 가속화했다.

그는 자신이 알게 모르게 슬럼프에 빠진 듯했다. 그는 여기서 마지막 중요한 고비만 넘으면 5품이라는 대문을 열 수 있었다.

‘항상 뭔가 부족한 듯하단 말이야. 내일 전투를 치르고 나면 내 뜻대로 승직할 수 있길 바란다…….’

허칠안은 귓바퀴를 움직여, 가볍게 이쪽을 향해 달려오는 발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가 즉시 수련을 멈추고 고개를 돌리니, 하얗게 질린 얼굴에 눈에는 눈물을 가득 머금은 월씨 산장의 미인 추선의가 보였다.

그녀는 허칠안과 눈이 마주치자 줄이 끊긴 진주처럼 눈물을 뚝뚝 떨어트렸다.

추선의가 소리를 낮추고 흐느꼈다.

“허 공자님, 능운, 능운이 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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