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절대타경-540화 (535/712)

540화. 퇴거 (2)

산장 십여 리 밖, 어느 작은 마을. 주루 한 집이 규모가 크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등급 낮은 기루와 객잔 두 곳에서 분점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주루 이름은 삼선방(三仙坊)으로, 닭 구이, 게 알주머니, 매실주를 삼선(三仙)이라고 일컬었다.

누구에게든 찌는 듯한 여름에 얼음으로 차게 한 매실주 한 단지와 닭 구이 한 접시를 시키는 것은 인생의 큰 기쁨이었다.

최근 많은 강호 인사들이 작은 마을에 벌떼처럼 붐벼 두 객잔과 기루가 모두 사람으로 가득 찬 참이었다. 때문에 이 가게들은 소식을 듣고 오는 강호 협객들을 여전히 수용할 수 없었다.

그래서 누군가는 민가에서 묵었다. 다른 지방의 백성들이라면, 감히 강호 인사를 받아들이지 못했을 것이다. 더욱이 집에 마누라가 있다면…….

하지만 검주 백성은 강호 인사들에 대한 허용도가 높았다.

왜냐하면 검주의 강호 패거리들은 어느 정도 치안 유지라는 책임을 맡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외지 강호인들이 이곳에 오면, 무림맹이라는 거물을 건드리지 않기 위해 호랑이든 용이든 모두 자신의 발톱과 이빨을 거두곤 했다.

개중에는 무림맹을 무서워하지 않는 고수도 있었다. 다만 이런 고수는 품성이 어떠하든지 간에 백성을 찾아가 성가시게 하는 일을 하찮게 여겼다.

이전에 월씨 산장에 알아보러 갔던 사내들이 돌아온 후부터 작은 마을 전체가 들끓기 시작했다.

허칠안이 왔다.

그렇다. 바로 그 대봉 은라 허칠안이었다. 채시구에서 국공 머리를 벤 허칠안이었다.

이 소식은 폭발적이었다. 경성과 초주는 2천 리나 떨어졌기에 초주성 백성 대량 학살 사건 소식은 며칠 전에 검주로 전해졌다. 또한 이 소식은 강호와 관아를 놀라게 했다.

겨우 며칠 되지 않았는데 소문 속의 정의감 높은 허 은라가 뜻밖에도 검주에 나타난 것이다.

“자네들 아는가? 허 은라가 월씨 산장에 왔다네. 뜻밖에도 그가 지종의 반역자와 안면이 있다더군. 묵각의 양 각주는 이 일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선포했네.”

“에이, 양 각주는 사람 됨됨이가 올바르잖나. 의협심이 많은 사람과 벗을 삼는 게 가장 좋으니 당연히 허 은라와 싸우지 않을 걸세.”

“나는 오히려 궁금하네. 우리 검주 문파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물러나겠는가? 만약 묵각뿐이라면, 헤헤, 그럼 양 각주는 웃음꽃이 피겠군.”

“그러게. 좋은 명성은 전부 묵각이 차지하겠군. 나 역시 개입하지 않겠네. 허 은라는 정의로운 사람인데 그가 지키고자 하는 물건을 내가 어찌 뻔뻔하게 빼앗겠는가.”

“술을 얼마 마시지도 않았는데 벌써 어리벙벙해진 겐가. 자네 같은 놈은 허 은라가 한 손가락으로 졸라 죽일 거야.”

세 사람이 마침 객잔을 지나가다가 방금 나눈 대화를 한 글자도 빼놓지 않고 귀에 담았다.

이 세 사람의 조합은 아주 이상했다. 중간에 걸어가는 사람은 흰 장포에 옥대를 한 멋스러운 부잣집 공자였다. 그는 미남형 얼굴에 몸이 아주 좋았지만, 미간 사이에 음침한 기운이 짙게 껴 있었다.

그의 뒤에는 구척장신의 ‘거인’ 둘이 있었다. 한 사람은 삿갓을 쓰고 온몸에는 검은 장포를 두른 채 왼쪽에서, 한 사람은 오른쪽에서 백의 부잣집 공자의 양쪽을 호위했다.

“허칠안도 검주에 왔다고?”

흰 장포의 부잣집 공자는 입가에 음침한 호도(弧度)를 그렸다.

“신발이 다 닳도록 찾아다녀도 찾을 수 없더니, 별로 힘들이지 않고 우연히 찾았군. 본래는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그를 찾아가 만나고 싶었는데 오늘 부딪칠 줄은 생각지도 못했군. 이번에는 헛수고하지 않았어.”

왼쪽에 있는 거대한 사내가 목소리를 낮추었다.

“공자님, 주인님께서 그를 건드리면 안 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오른쪽에 있는 거대한 사내는 말없이 잠자코 있었다.

흰 장포의 부잣집 공자는 빙그레 웃었다.

“그저 남의 지위를 강점한 잡놈일 뿐이다. 언제까지 제멋대로 굴 수 있겠는가? 내가 언젠가는 그의 경맥을 뽑고, 그의 피부를 벗겨 악랄하게 착취할 것이다.”

그는 마치 이미 정해진 일을 말하는 것처럼 자신감이 넘쳤다.

왼쪽에 있는 거대한 사내가 말했다.

“이 자가 비록 대세를 이루지는 못했지만, 지닌 능력은 결코 공자님의 밑이 아닙니다. 공자님께서는 교만하게 적을 얕보는 군대는 반드시 패한다는 이치를 깨달으셔야 합니다. 절대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시면 안 됩니다.”

오른쪽에 있는 거대한 사내는 말없이 잠자코 있었다.

흰 장포의 부잣집 공자가 짜증을 냈다.

“알겠어, 알겠어. 나는 지금껏 그를 얕본 적이 없다고. 너희 둘 중에 한 놈은 벙어리고, 한 놈은 훈계할 줄만 아니 참 재미없구나.”

좌사(左使)와 우사(右使)는 부친이 그에게 안배한 길잡이였다. 그들은 좀 짜증 나긴 해도 출중하고 용감한 무사들이었다. 흰 장포의 부잣집 공자는 지금껏 그들이 패한 걸 본 적이 없었다.

흰 장포의 부잣집 공자는 옥 가락지를 어루만지면서 여유롭게 말했다.

“내가 듣기로는 허칠안의 그 칼을 감정이 직접 정제했다더군. 음, 이번에 우선 그의 칼을 빼앗아 와서 이자로 치는 건 과하지 않겠지.”

왼쪽에 있는 거대한 사내가 평가했다.

“그 칼은 날카롭기 그지없지요. ‘월영(月影)’과 우열을 가릴 수 있으니 공자님께서 뺏어오는 것도 괜찮습니다.

오른쪽의 거대한 사내는 말없이 침묵했다.

흰 장포의 부잣집 공자가 우렁찬 목소리로 웃엇다.

“가세. 듣자 하니 삼선방 어디에서 모임이 있다고 하니 우리 가서 구경이나 하자고. 그 만화루의 루주(樓主)는 아주 드문 미인이거든.”

* * *

삼선방은 본래 사람이 너무 많아 탈이었지만 오늘은 텅 비었다.

능운은 짙은 색의 적삼을 입고, 철검을 찬 채 길가에 서 있었다. 그는 표준적이면서도 평범한 강호인 차림이었다.

사실 월씨 산장은 매일 제자를 작은 마을에 잠입시켜 정보를 알아냈다. 이곳에 떼 지어 모인 강호 인사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였다.

오늘 이 일은 본래 다른 제자가 해야 했지만, 능운이 일을 빼앗아 왔다. 그는 누군가 허 은라가 ‘직접 지정한’ 일을 감히 빼앗는다면 화를 낼 생각이었다.

능운이 마음속으로 가장 탄복하고 가장 숭배하는 인물이 바로 허 은라였다.

그는 예전에 종문에서 도를 닦을 때 마음속으로 도사와 장로들에 대한 존경이나 경외를 품고 있었다. 하지만 이 마음은 탄복과는 달랐다.

그는 마을을 한 바퀴 돌면서 중요한 정보를 알아냈다. 지종의 요도와 조정의 신비로운 패거리가 삼선방에서 무림맹을 초청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는 정보였다.

그들은 제멋대로 폐장하긴 했지만, 누군가 대화 내용을 몰래 엿듣는대도 그다지 개의치 않는 듯했다. 그래서 그들은 호사가들이 건물 앞 길가에 서서 구경하도록 내버려두었다.

‘그들은 틀림없이 산장을 어떻게 상대할지 암암리에 상의하는 걸 거야…….’

능운은 숨죽여 정신을 집중하고, 청력을 운행하여 2층의 대화 소리를 포착했다.

전망대가 세워진 2층에서는 세 무리의 손님이 뚜렷하게 경계를 나눈 채 앉아 있었다. 한 탁자에는 우의(羽衣) 도사들이 한 가닥의 흐트러짐 없이 머리를 빗어 넘긴 채 짙은 악의가 찬 눈을 빛냈다.

주위 사람들은 몹시 전정긍긍했다.

다른 탁자에는 검은 장포를 두르고, 검은 철 가면을 쓴 신비로운 사람들이 안장 있었다. 필두로 한 사람은 금색 가면을 쓰고 있었다. 바로 이들이 오늘 새벽에 화포를 이끌고 월씨 산장을 폭격했다.

또다른 탁자에는 꽃다운 얼굴의 여인이 가득 앉아 있었다. 그중 유달리 특출난 한 여인은 얇은 천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주위를 돌아보는 두 눈동자는 가을 호수의 맑은 물을 머금은 듯 반짝였다.

그녀의 몸매는 완벽하다고 할 만한 신체 비율 덕에 자리에 있는 다른 여인보다 우월했다.

“무림맹에는 남자가 없는가? 계집들을 보내 일을 논하다니.”

가슴에 남연화(藍蓮花)를 수 놓은 중년 도사가 냉소를 지었다.

남련(藍蓮) 도사의 시선은 시종일관 여인의 요염하고 풍만한 몸매를 훑어 댔다. 그는 군침을 흘려 대며, 자신의 악의를 전혀 숨기지 않았다.

지종 요도는 썩 질이 좋지 않았다.

만화루의 루주, 소월노(蕭月奴).

그녀는 희고 매끈한 손으로 은색 살 부채를 쥐고 눈을 가늘게 뜬 채 쌀쌀맞은 어조로 말했다.

“할 말 있으면 하지. 만약 다시 한번 나를 함부로 본다면, 본 루주가 네 눈알을 파서 매실주로 담가버리겠다.”

남련 도사는 ‘헤’하고 소리 내었다. 그는 그녀를 무서워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더 방자하고 제멋대로 굴었다. 그는 거의 도발을 안중에 두지 않는 듯했다.

“허, 이 미치광이들을 위협하는 건 일을 더 망칠 뿐이다.”

금색 가면을 쓴 검은 장포 사람이 허스키한 웃음소리를 냈다.

그가 손에 쥔 그릇 안에는 매실주가 담겨 있었다. 그는 제 그릇을 가지고 놀았다.

“기왕 동맹을 맺기로 약속했는데 묵각은 왜 중도에 물러났지? 우리는 무림맹의 설명이 필요하다.”

소월노가 담담하게 말했다.

“무림맹 휘하의 모든 문파는 독립적이다. 묵각 자신의 결정은 무림맹과 무관하다.”

남련 도사가 냉소를 지었다.

“이게 바로 무림맹의 설명인가?”

소혼수 용용은 화를 견디지 못했다.

“무림맹은 무림맹의 규칙이 있다. 너희가 말참견할 차례가 아니다.”

남련 도사가 악의가 충만한 눈빛으로 그녀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탁!

이때 소월노가 은색 살 부채를 갑자기 펼치더니 용용 앞을 가로막았다.

소월노는 이번에 아주 갑작스럽게 손을 썼다. 그녀는 마치 상대를 잘못 평가했다는 듯 공기를 막았다. 만화루의 몇몇 여장로는 보이지 않는 힘을 날카롭게 눈치챘고, 루주에게 가로막혔다.

소월노가 아름다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분노를 터뜨리려 했다.

“너희 지종이 만약 우리 무림맹과 사이가 틀어지고 싶으면 이 소월노가 끝까지 함께 하겠다.”

남련 도사는 콧방귀를 뀌더니 시선을 거두었다.

용용은 자신이 생사의 갈림길에서 한 바퀴 걸었는지 전혀 알지 못한 채 굳은 얼굴로 멍하니 앉아 있었다.

그녀는 몇 초 후 반응이 오자 등을 적실 정도로 식은땀을 흘렸다.

“묵각뿐만이 아니다. 만약 내가 잘못 예상한 게 아니라면 내일 문파 몇 개가 쟁탈전에서 물러날 것이다.”

소월노가 담담하게 말했다.

“너희는 알아야 한다. 허 은라가 월씨 산장에 들어갔다. 강호 인사와 백성들의 마음속에 그의 지위는 아주 높다. 묵각은 그를 적으로 삼고 싶지 않은 것이다.”

남련이 나지막이 말했다.

“아마 그를 적으로 삼고 싶지 않은 것에서 그치지 않을 것이네. 내가 듣자 하니 무림맹의 일부 사람들은 허칠안을 지킬 작정이라더군.”

이것이야말로 지종과 검은 장포 사람이 무림맹을 청한 진정한 이유였다.

금색 가면을 쓴 검은 장포 사람이 콧방귀를 뀌었다.

“소 루주는 돌아가서 조 맹주에게 수하를 잘 단속하라고 전하길 바란다. 절대로 사회에 악을 끼치는 몇몇을 위해 무림맹 전체에 누를 끼치면 안 된다.”

소월노가 냉소를 지었다.

“무림맹을 위협하는 건가?”

그녀는 상황이 좀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다. 지종 사람은 월씨 산장을 지나치게 꺼렸다. 이치대로 말하자면, 이묘진과 허칠안 등의 지원이 있기는 하지만 예전의 형세로는 상대방이 이길 가능성이 너무 적었다.

우선 뭉개는 듯한 4품 강자는 둘째 치고, 지종 도수만으로도 월씨 산장을 쓸어버릴 수 있었다. 비록 일개 분신이라도 말이다.

‘지종은 누군가 물러나는 걸 원치 않고, 자기편 역량을 키우길 갈망하는 듯하다. 이건 월씨 산장 안에 월등한 고수가 숨어 있기에 지종이 이렇게 꺼리면서도 무림맹과 연합할 방법을 짜낸다는 의미인가…….’

소월노는 상황을 속으로 헤아려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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