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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타경-522화 (519/712)

522화. 《구주 기이한 짐승 편》

“다른 일이 있는가?”

이묘진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어째 나를 쫓아내려는 것 같지? 내가 너희 셋이 사랑을 나누는 데 영향을 끼쳤니?’

허칠안은 속으로 비아냥거리곤 웃음 지었다.

“혼단, 나는 혼단이 무슨 용도로 쓰이는지 알고 싶소.”

이묘진은 이 말을 듣더니 마치 ‘금련 도사가 너한테 알려주지 않았니?’라는 말을 하는 듯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허칠안이 목소리를 낮추었다.

“내가 방금 궐영수의 영혼과 통하여 혼단이 필요한 자가 지종 도수가 아니라 원경제라는 걸 알아냈소.”

이묘진의 눈동자가 수축하는 듯했다.

허칠안은 계속해서 말했다.

“금련 도사가 한 말에 따르면, 혼단은 그가 이렇게 이성을 잃고 미쳐 날뛸 만한 일을 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했소. 하지만 사실이 그렇기에 나는 혼단에 알려지지 않은 다른 용도가 있을 것으로 짐작하오.”

이묘진이 한참을 침음하더니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때 저채미가 궁금해하며 물었다.

“영혼으로 정제한 그런 혼단인가?”

허칠안이 돌아서서 그녀를 쳐다보더니 의심스러운 눈빛과 말투로 물었다.

“알고 있어요?”

이 질문은 전혀 저채미답지 않았다. 왕눈이 애교쟁이 여동생은 의술 외에 다른 영역의 서적을 보는 학구열 높은 사람은 아닌 것 같았다.

저채미가 말했다.

“송 사형이 며칠 전에 연구할 때 혼단이 어쩌면 그가 정제한 육신과 영혼을 융합하게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했어. 하지만 그저 추측일 뿐, 혼단은 아주 진귀하니 정제 조건이 까다롭지. 그가 사람을 죽여 단약을 정제할 수는 없잖아. 그러면 감정 스승님이 가장 먼저 그를 해치울 거야. 음, 내가 송 사형한테 듣기로는 관성루 8층 장서각(藏書閣)에 혼단에 관한 기록이 있다고 했어.”

허칠안과 이묘진이 바로 말했다.

“우리를 데리고 가시죠.”

“그건…….”

저채미가 곤란한 기색을 보였다.

“장서각은 사천감의 금지라 문중 제자만 들어갈 수 있어. 게다가 우선 감정 스승님이나 양 사형의 동의를 얻어야 하니 나는 둘을 데리고 들어갈 수 없어. 그랬다간 벌을 받을 거야.”

이묘진은 갑자기 좀 맥이 빠졌다.

허칠안이 앞으로 나가 채미의 어깨를 툭툭 쳤다.

“요 며칠 뭐 먹고 싶은 거 있으면, 오라버니에게 얼마든지 얘기하세요. 낭자를 만족시켜주죠.”

저채미는 싱글벙글 웃었다.

“내가 지금 바로 둘을 데리고 갈게.”

이묘진이 놀라서 물었다.

“벌 받을까 봐 무섭지 않나?”

“아이고, 별일 아니야.”

“…….”

* * *

세 사람과 귀신 하나가 장서각에 들어갔다. 저채미는 혼단이 기록된 그 서적 명이 뭔지, 어디에 두었는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쭉 늘어선 책꽂이는 아주 큰 공간으로 가득 차 있어 안에서부터 관련 기록을 찾으려면 해변에서 바늘을 줍는 것과 다름없었다.

“내, 내가 송 사형한테 물어보러 갈게…….”

저채미는 혀를 내밀더니 깡충깡충 뛰며 갔다.

이묘진과 허칠안은 정색하고, 무작정 찾았다.

갑자기 허칠안은 한 고적에 시선이 이끌렸다.

《구주 기이한 짐승 편, 상권》.

기이한 짐승은 아득한 옛날 신마의 후예로, 고대 신마에는 여러 종류가 있었는데 후대의 기이한 짐승에 근거해서 대략 엿볼 수 있다고 책에 기록되어 있었다.

수가 가장 많고, 가장 광범위하게 번식한 존재는 ‘교(蛟)’였다. 책에서는 교의 먼 조상이 ‘용(龍)’이라고 불리는 신마라고 언급되어 있었다.

또 예컨대 운주 전설 속에 나타나는 그 기이한 짐승은 해외에서 왔는데 숨 쉬는 사이에 광풍이 불고 천둥이 치며 폭우가 기승을 부린다고 했다. 먼 조상이 아마 ‘기린(麒麟)’이라고 불리는 신마였을 것이다.

허칠안은 한 편씩 들추다가 ‘오랜 친구’인 영룡을 발견하여 깜짝 놀랐다.

영룡의 먼 조상이 무엇인지 조사할 근거는 없었다. 영룡은 맨 처음 사서에 상고 인황 시대에 인황이 전국 각지로 출전할 때 타던 짐승이라고 기재되어 있었다.

영룡은 위험을 무릅쓰고 용감하게 나아가는 수중 패왕 중 하나였다.

‘이건 아닌데. 그 첨구룡(舔狗龍)에게 나타나는 모습은 전혀 수중 패왕 같지 않던데…….’

허칠안이 속으로 비아냥거렸다.

그는 의심을 품고 계속 보다가 다른 정보들을 발견했다.

회경이 그에게 영룡은 상서로운 기운을 좋아하기 때문에 황실을 좇아 황실이 동반하는 기이한 짐승이 되었다고 말한 적 있었다. 황실에게는 인간 세상 정통의 상징이기도 했다.

하지만 책에서는 영룡에게 또 다른 능력이 있다고 했다. 바로 황조의 기운을 삼키고 내뱉어 황조의 국운을 더욱 길게 하는 능력이었다.

만물이 차면 넘치는 게 하늘의 이치였다. 한 황조의 기운이 왕성하면, 장차 반드시 쇠약해지기 마련이지만 영룡은 기운을 삼키고 뱉을 수 있었다. 기운이 지나치게 넘치면 삼키고, 기운이 쇠약하면 뱉었다.

때문에 황조의 기운은 늘 평탄한 정도를 유지할 수 있었다.

‘기운 평형기?!’

허칠안의 머릿속에 이 단어가 스쳤다.

‘내가 막 타임슬립해서 왔을 때, 이 세계의 황조 기운이 내가 노점 문학에서 연구해낸 삼백 년 법칙과 서로 일치하지 않는다고 의심한 적 있었다. 나는 그때 비범한 힘이 존재하는 요소라고 여겼는데 지금 보아하니 설마 영룡의 존재란 말인가?’

그가 막 생각하는데 저채미가 팔짝팔짝 뛰며 돌아와서는 낭랑한 목소리로 말했다.

“《기단록(奇丹錄)》이라고 하는 그 책은 을(乙) 위치, 세 번째 책꽂이, 두 번째 칸에 있대. 내가 대신 꺼내줄게.”

허칠안은 생각을 거두고 저채미 뒤를 따라가 그녀가 을 위치 세 번째 책꽂이의 두 번째 칸에서 《기단록》이라는 서적을 한 권 꺼내는 모습을 보았다.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혼단의 역할은 금련 도사가 누락 없이 이미 대략 개괄했다.

‘명색이 도문 대선배인 금련 도사인데, 혼단의 역할을 빠뜨릴 리가 없지. 그럼 다시 말해서 혼단은 그저 허울이거나 혼단이 갖춘 그 작용들 중에 어느 하나가 아주 중요한데 우리가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거야…….’

허칠안은 은밀히 생각했다.

그는 기회가 되면 낙옥형을 찾아가 가르침을 청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적어도 이 일을 낙옥형에게 알려서 그녀가 원경제를 주시하게 해야 했다.

물론, 그전에 그는 먼저 금련 도사에게 물을 것이다.

‘착한 이모는 나랑 친하지 않으니까 그녀를 믿을 수 있는지 없는지는 금련 도사에게 달렸거든…….’

허칠안은 속으로 말했다.

‘음, 내일 우선 조국공 사택에 다녀와야겠다. 모레는 숙부와 숙모를 데리러 운록서원에 간 다음에 금련 도사한테 연락해서 이모를 믿을 수 있는지 없는지 좀 물어봐야겠다. 그리고 유부녀 왕비도 데리고 돌아와야 해. 그녀를 계속 밖에 둘 수는 없어. 쩝, 자질구레한 일이 정말 많네…….’

* * *

밤이 되자 달무리가 서리처럼 호수 위에 얕고 부드러운 빛을 입혔다.

영룡은 풀이 죽어 물가에 엎드린 채, 때로는 킁킁거렸으며 때로는 꼬리를 흔들어 들쭉날쭉 물결을 일으켰다.

사람 그림자 하나가 어둠 속에서 걸어 나와 영룡 앞에서 멈췄다.

그는 몸을 숙여 영룡의 거칠고 딱딱한 갈기를 어루만지더니 탄식했다.

“회왕의 백성 대량 학살 사건이 결국 공개되었구나. 나는 결말을 바꿀 수 없고, 황실의 체면을 만회할 수 없단다.”

영룡은 나른하게 콧방귀를 뀌어 그 사람에게 대답했다.

그는 계속해서 말했다.

“황실 체면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건 인심을 잃었다는 걸 의미하고, 인심을 잃은 건 기운이 일부 흩어졌다는 걸 의미한다. 나는 정말 기운을 분산하고 싶지만, 이건 내가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선다. 짐은 너처럼 균형을 유지하기 노력한단다. 조금도 많아서는 안 되고, 조금도 적어서는 안 되지. 하지만 밖의 그자들은 너무 철이 없구나. 위연은 더욱 사리를 분별하지 못해 건건이 짐을 거스르잖니.”

그는 쓰다듬는 걸 멈추고, 영룡의 미간을 손바닥으로 누르며 부드러우면서도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짐이 네게 맡긴 기운을 일부 돌려줘야겠구나.”

영룡의 흑단추 같은 귀엽고 큰 눈에 증오와 거부가 스쳤다. 하지만 영룡은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그가 기운을 앗아가도록 내버려 두었다.

* * *

이튿날, 새벽녘.

끼익…….

허칠안은 돌문이 천천히 열리는 소리와 함께 어두컴컴한 지하를 향해 소리쳤다.

“종 사저, 제가 데리러 왔어요.”

얼마 지나지 않아 무명으로 된 긴 장포를 두르고, 머리를 산발한 종리가 천천히 돌계단을 올라왔다.

그녀가 고개를 들자 어수선한 머리카락 사이로 함초롬한 두 눈동자에 희열의 감정이 요동쳤다.

허칠안이 북상한 지 이미 한 달 반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자네 수련 경지가 또 정진되었군.”

종리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사저는 그대로네요.”

허칠안은 손바닥으로 그녀 머리 위를 눌렀다.

종리는 툭 쳐냈다.

그는 다시 눌렀다.

종리는 다시 툭 쳐냈다.

“그럼 돌아가세요.”

허칠안이 괜히 화를 냈다.

종리는 순순히 양보했다. 그녀는 자신을 사저라고 부르는 이 남자가 제 머리를 쓰다듬도록 내버려 두었다.

그는 종리와 이묘진, 종이 인형 마누라와 초원진을 데리고 두 팀으로 나누어 비검을 밟은 채 ‘슉’하는 소리와 함께 팔괘대에서 솟구쳐 올라 운록서원으로 날아갔다.

“왜 장원랑께서도 개입하시려는 겁니까?”

허칠안은 마음이 편치 않아 초원진에게 전음했다.

“네 사람에 검 하나, 얼마나 비좁은가. 내가 자네를 태워주는 게 좋지 않은가?”

초원진은 허물없이 설명하며 언짢아했다. 이 사람은 양심이 없는가? 자신은 상처가 아직 완쾌되지도 않았는데 ‘마부’ 노릇을 하며 그를 데리고 운록서원으로 향했다.

그런데 그는 고맙다고 생각하지 않은 채 오히려 자신을 질책했다.

허칠안은 초원진의 불편한 심기를 눈치챘다. 그는 탄식하면서도 자신의 쩨쩨한 속내를 너무 적나라하게 드러내기 어려워 어쩔 수 없이 말했다.

“저는 그저 지하철이 붐비는 느낌을 회상하고 싶었습니다. 아주 그립거든요.”

“무슨 제철(弟鐵)?”

“이건 장원랑이 알 필요 없어요…….”

* * *

운록서원의 선생들은 요 며칠 사는 게 아주 즐겁지 않았다. 심지어 그들은 마음이 조급해지기까지 했다.

왜냐하면 은혜를 모르는 부부 한 쌍이 늘 그들을 잡고 아이를 좀 가르쳐달라고 말했기 때문이었다.

‘네 애비를 가르치고 말지!!!’

선생들은 마음속으로 판에 박은 듯 포효했다.

그들은 그 아이를 알았다. 허씨 집안의 꼬마 낭자는 허칠안과 허신년의 어린 여동생으로 사람을 화나게 하는 데 아주 일가견이 있었다.

그들은 그녀가 다시 서원에 공부하러 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서원에서는 학식이 풍부한 십여 명의 선생이 병법, 경의(經義) 등을 가르쳤다. 이치대로 말하자면, 한 아이의 계몽을 지도하는 게 어찌 손 가는 대로 하는 일이 아니겠는가?

하지만 어떤 아이들은 타고난 재능이 남달랐다. 그들은 보통 사람과 생각하는 게 달랐으므로, 일반인에게 적용되는 방식을 그들에게 사용하면 결코 적합하지 않았다.

허영음이 바로 그렇게 타고난 재능이 남다른 아이였다.

허칠안은 발밑의 초목이 무성한 푸른 산 위, 아득한 관도 위에서 바람을 몰아 30분 만에 청운산에 이르렀다.

그는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서원 근처 정자 옆, 마른풀 속, 고기만두같이 머리를 묶은 한 아이가 누워 있었다.

“저 허영음을 봤어요. 내려가요, 내려가요.”

초원진은 그의 말대로 비검을 내려 정자 옆으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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