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화. 잘못을 인정하다 (3)
쿵!
바로 이때, 술잔 하나가 날아와 조이 머리 위를 내리쳤다.
그가 화를 내며 쳐다보니 평범한 자태의 부인이었다.
“못된 계집, 감히 내 머리를 쳐?”
조이는 화를 내며 소매를 걷고 그녀를 다그치러 갔다.
평범한 자태의 부인은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녀는 한 손을 허리춤에 얹은 채 한 손으로 조이에게 삿대질을 하며 소리쳤다.
“바로 너 말이다. 어제 주점에서 정흥회가 요족, 오랑캐와 결탁했다고 퍼뜨리더니 오늘은 또 허 은라가 간첩이라는 유언비어를 퍼뜨리러 왔구나.”
조이는 안색이 변해 표독스럽게 말했다.
“아니다! 다시 한번 쓸데없는 소리 하면 이 몸이 오늘 너를 때려죽이겠다.”
말이 끝나자마자 주루의 심부름꾼이 그를 한참 쳐다보더니 드디어 알아보고선 삿대질하며 큰 소리로 말했다.
“맞아요, 맞아요. 바로 저 사람이에요. 어제도 이곳에 와서 정 대인의 험담을 하더군요. 제가 보기에 그야말로 간첩입니다.”
“할매, 저자를 치시오!”
이번에는 가슴 속에 화를 참고 있던 손님들이 참지 못하고 소매를 걷어붙인 뒤 둘러싸서 조이를 붙잡고 흠씬 두들겨 팼다.
대청 안이 어지러워졌다. 십여 명이 조이를 둘러싼 채 주먹으로 치고 발로 걷어찼다.
“때, 때리지 말게. 사람 죽겠네, 살려주게, 살려줘…….”
조이는 머리를 감싸 안고 몸을 움츠린 뒤 용서를 구했다.
손님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힘껏 걷어찼다. 어떤 이는 나무 걸상을 들고 세차게 내리쳤다.
나이 많은 주루 주인이 옆에서 그들을 응원했다.
“세게 때리시오. 탁자를 망가뜨려도 배상할 필요 없소. 죽으면 거리로 내던져버리면 되오.”
평범한 자태의 부인은 두 손을 허리춤에 얹고 아래턱을 치켜올린 채 ‘흥’하고 콧방귀를 뀌었다. 그녀는 자신이 대단한 일을 했다고 생각하면서 씩씩하게 위층으로 올라가 방으로 돌아갔다.
이렇게 큰 경성이니, 비슷한 사건은 각 지역에서 끊임없이 발생했다.
* * *
해 질 무렵, 늙은 태감이 침전으로 다급히 들어와 외실을 가로질렀다. 그가 침전 깊은 곳으로 들어가 가부좌를 틀고 앉은 원경제 옆으로 왔다.
“폐하, 궁 밖에서 소식이 전해왔습니다. 유언비어를 퍼뜨릴 수 없다고 합니다…….”
원경제는 눈을 뜨고 어두운 눈빛으로 그를 주시했다.
“퍼뜨리지 못한다?”
늙은 태감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허칠안의 험담을 하기만 하면, 대부분이 백성들에게 맞았다고 합니다. 심, 심지어는 인명 피해가 생기기도 했다고 합니다.”
……원경제의 목소리가 갑자기 높아졌다.
“그가 언제부터 이렇게 명망이 높았는가?”
늙은 태감은 대답을 하지 못했다.
원경제가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
“땅강아지 한 마리가 어느새 짐을 물어뜯을 수 있는 수준이 되었군.”
* * *
허칠안은 이튿날 묘시 팔괘대에서 술 단지를 끌어안고 가장자리에 서서 바람을 맞으며 궁벽 방향을 묵묵히 바라보았다.
오문 북소리가 울리자 문무백관들은 질서정연하게 오문을 지나 금수교를 건넜다. 대부분의 관원은 금란전 밖에 남고, 제공들이 금란전으로 들어갔다.
그들이 일각을 기다리자 장포를 입은 원경제가 어슬렁어슬렁 걸어왔다. 무표정인 그는 위엄과 깊이를 드러냈다.
그는 용의 위에 단정하게 앉아 왕 재상을 쳐다보며 약간 냉소를 지었다.
“짐이 듣자 하니 왕 재상이 요즘 병이 들었다고 하니 조회에 참석할 필요 없네. 짐이 그대에게 석 달간 수양할 휴가를 줄 테니 내각 일은 동각 대학사 조정방이 잠시 대체하도록 하지.”
제공들은 표정이 약간 변했다.
폐하는 지금 재상을 바꾸려 했다. 그는 우선 공석을 만들고 사람을 바꾸려 했다.
‘시작하자마자 이렇게 한다고?’
왕 재상이 읍했다.
“감사합니다, 폐하.”
원경제는 더 이상 그를 쳐다보지 않았다. 이미 순순히 지기는 늦었으므로, 그는 돌아서서 신하들을 둘러보더니 또박또박 말했다.
“짐은 아주 화가 난다! 조정에 역신이 나타나 국공을 죽이고 황실과 조정을 모욕하였다. 이렇게 대역무도한 자는 구족을 멸해야 하느니라!”
금란전 안, 제공들은 고개를 떨구고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원경제는 위연을 쳐다보며 나지막이 말했다.
“위연, 허칠안은 자네 사람이니 이 일은 자네가 책임지게. 짐이 자네에게 사흘이라는 시간 제한을 줄 테니 이 도적과 그의 가족들을 체포하여 사건을 처리한다.”
위연은 대열에서 나와 읍했다.
“네.”
‘위연도 민간에서 전해지는 것처럼 그렇게 웅건하고 출중하지는 않지…….’
원경제는 비웃는 눈빛을 한 채 계속해서 물었다.
“반역자 허칠안의 처분에 관해 경들은 덧붙일 말이 있는가?”
이때 장항영이 성큼성큼 대열에서 나와 말했다.
“신이 아뢸 일이 있습니다.”
원경제가 그를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말하게.”
장항영은 읍하고 생각을 가다듬는 듯 몇 초 동안 침묵하더니 큰 소리로 말했다.
“진북왕이 무신교와 결탁하여 초주성 38만 백성을 도살하고, 호국공 궐영수는 직접 칼을 잡았습니다. 그런 뒤 조국공과 한패가 되어 초주 포정사 정흥회를 죽였는데…….”
그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원경제가 큰소리로 호통쳤다.
“개자식이! 장항영, 사건을 뒤집고 싶나? 허칠안의 간이 배 밖으로 튀어나왔다 했더니 자네와 결탁하였던 거군? 자네는 친왕과 국공을 헐뜯는 게 무슨 죄인 줄은 알고 있는가?”
원경제는 장항영을 매섭게 쏘아보았다. 마치 해조처럼 위엄이 넘쳐흘렀다.
장항영이 고개를 들었다. 그는 조금도 물러서지 않고 원경제와 시선을 맞추며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신은 결코 사건을 뒤집으려는 게 아닙니다.”
원경제는 그를 주시하며 말했다.
“그럼 너는 무얼 하고 싶은 것이냐.”
장항영이 황제의 질문을 마주하자 다시 한 걸음 앞으로 나갔다. 그는 마치 자신의 기세로 제왕과 맞서려는 듯 큰 소리로 말했다.
“폐하께는 죄가 있습니다. 그중에 하나는 진북왕이 성안의 백성을 도살하도록 종용했다는 것입니다. 둘째는 진북왕과 호국공을 두둔했다는 것입니다. 신은 폐하께서 죄기소(*罪己韶: 황제가 자신의 과실을 반성하는 문서)를 쓰시길 청하는 바입니다!”
여음이 메아리쳤다.
그가 이 말을 내뱉자 조당은 고요해졌다. 그는 또 우렁찬 천둥소리처럼 그들을 놀라게 했다.
원경제의 머릿속이 번쩍였다. 그가 무슨 말을 들은 건가?
죄기소를 써라?
일개 어사가 감히 그에게 죄기소를 쓰라고 했다.
“보아하니 네가 미쳤구나.”
원경제는 매우 화가 났다. 군왕의 위엄을 땅강아지가 도발했다. 일개 어사가 감히 그에게 죄기소를 쓰라고 요구했다.
“장항영, 짐은 네가 허칠안과 결탁하여 국공을 죽이고 친왕의 명예를 더럽혔다는 의심이 드는구나. 여봐라, 그를 감옥에 가두어라.”
그가 말을 마치자 청의가 대열에서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원경제는 콧방귀를 뀌었다.
“짐의 뜻은 이미 결정되었으니 누구도 용서를 구할 수 없다. 만일 나선다면 같은 죄로 처벌할 것이다.”
이 문관들은 욕망이 끝이 없어 코를 내주면 얼굴로 올라오는 데 가장 능했다. 보아하니 왕 재상을 내치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장항영을 보태야 했다.
이때 그 청의가 말했다.
“폐하께서 죄기소를 쓰시길 청하는 바입니다.”
원경제가 갑자기 굳었다. 그는 잇새 사이로 또박또박 내뱉었다.
“배짱이 아주 좋구나? 그래? 짐이 너를 이 위치에 앉혀주면 네가 짐을 견제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느냐?”
위연은 대답하지 않았다.
이때 왕 재상이 대역에서 나와 우렁찬 목소리로 말했다.
“폐하께서 죄기소를 쓰시길 청하는 바입니다.”
‘또 한 명…….’
황실 종친과 훈귀들은 소름이 끼쳤다. 만약 이때까지 그들이 아직 ‘음모’를 냄새 맡지 못했다면, 아무래도 너무 둔했다.
원경제는 수십 년간 권모술수를 부려왔기에 종실, 훈귀보다 더 날카로울 수밖에 없었다. 그는 연거푸 냉소를 지었다.
“어째 어제 그렇게 강경하더라니, 알고 보니 진작에 위연과 한패가 되어 오늘 아침에 대 불경죄를 저지르려 하는구나. 그래, 좋다. 훌륭한 왕 재상과 훌륭한 위연이구나. 너희 둘이 이렇게 여러 해 동안 다투더니 결국에는 연합하여 짐에게 맞서는구나!”
그는 탁자를 세게 치더니 분노에 차 소리쳤다.
“왕정문, 자네 같은 늙은이가 곤장 몇 대나 버틸 수 있는가, 어?!”
그는 군왕이기에 여전히 단정하게 앉아 있었다.
위연과 왕정문이 손을 잡으면 또 어떠한가. 그는 한 번에 두 사람을 제압할 수 있고, 두 번 제압할 수도 있었다.
“또 무슨 수가 있는가? 누구와 결탁했는가? 얼마든지 내보내거라. 오늘 감히 나선다면, 제왕을 속인 불경죄일 것이다. 전부 끌어내 곤장을 쳐라!”
원경제는 냉소를 지었다.
곤장은 황제가 관원들을 상대할 때 자주 쓰는 수단으로, 결코 가벼운 위협이 아니었다. 그들은 예로부터 얼마나 많은 관원이 곤장에 산 채로 맞아 죽었는지 알지 못했다.
원경제는 이때쯤이면 제공들이 마음속으로 분명히 깨달을 것이라 믿었다. 일단 곤장을 맞으면 죽음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문관들은 감정이 격앙되었다. 문관들이 통일된 양상일 보이면 황제는 두려워하고 인내할 테지만, 만약 산발적으로 네다섯 명만 있다면 산 채로 때려죽이는 게 오히려 백관을 두려움에 떨게 할 수 있었다.
형부 손 상서가 대열에서 나와 말했다.
“폐하께서는 사전에 진북왕을 종용하고, 사후에는 진북왕과 호국공을 두둔하셨습니다. 폐하께서 죄기소를 쓰시길 청하는 바입니다.”
우도어사 유홍이 대열에서 나왔다.
“폐하께서 죄기소를 쓰시길 청하는 바입니다.”
예부상서가 대열에서 나왔다.
“폐하께서 죄기소를 쓰시길 청하는 바입니다.”
호부상서가 대열에서 나왔다.
“폐하께서 죄기소를 쓰시길 청하는 바입니다.”
이부상서가 대열에서 나왔다.
“폐하께서 죄기소를 쓰시길 청하는 바입니다.”
육과 급사중들이 흥분한 나머지 빨개진 얼굴로 말했다.
“폐하께서 죄기소를 쓰시길 청하는 바입니다.”
“…….”
순식간에 조당의 문관들 삼분의 이가 대열에서 나왔다. 이 사람들 중에 일부는 위연의 도당이었고, 일부는 왕정문의 도당 그리고 일부는 전에 속으로 분노하면서도 아무런 말을 하지 못한 자들이었다.
대열에서 나오지 않은 문관과 훈귀들은 두피가 저렸다.
이백 년 전, 국본을 쟁탈했던 사건 외에 대봉 역사상 이런 일이 발생한 적이 없었다. 문관은 충군 사상이 마음속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데 어찌 감히 이렇게 황제와 정면으로 맞서겠는가.
하지만 오늘 기어코 그 일이 발생했다.
금란전은 무서울 정도로 조용했다.
“네놈들, 네놈들이…….”
용의 위에 앉은 원경제의 얼굴에 조금씩 핏기가 가셨다. 이 순간 존귀한 제왕은 거대한 모욕감을 느꼈다.
그는 한 나라의 제왕인데 죄기소를 쓰라면서 신하들에게 압박을 당했다.
버젓한 제왕의 위엄이 이렇게 짓밟히다니?
원경제는 청년에 재위하여 37년째로, 조당을 확실히 손에 장악했다. 매일 대신들이 아래에서 너 죽고 나 살자고 다투는 동안 그는 구경하는 듯 낚시터에 침착하게 앉아 있었다.
그는 까마득히 높은 곳에 있으니 신하의 비천함이 도드라졌다. 마치 원숭이를 부리는 사람이 원숭이 쇼를 보는 것처럼 말이다.
이때 이 원숭이들이 연합하여 반란을 일으키려 한다?
그는 부들부들 떨며 금란전 안 제공들을 삿대질하였다. 그는 입술을 와들와들 떨며 포효했다.
“네놈들, 정말 짐이 너희를 처분하지 못할 줄 아느냐? 여봐라, 여봐라. 이 역신들을 끌어내어 곤장 60대를 쳐라!”
그의 목소리가 금란전 안팎과 군신들의 귓가에 울려퍼졌다.
이는 군왕의 분노이자 천자의 격노였다. 그는 지금 많은 사람을 죽음으로 내몰려 했다.
마치 그와 대적하는 듯한 이런 위압적인 상황에서 더 믿기 어려운 장면이 펼쳐졌다. 금란전 밖, 단폐(丹陛)에서 관장(官場)까지 수백 명의 관원들이 동시에 무릎을 꿇고 소리 높여 외쳤다.
“폐하께서 죄기소를 쓰시길 청하는 바입니다.”
“폐하께서 죄기소를 쓰시길 청하는 바입니다.”
군중의 목소리가 황궁 상공에 울려 퍼졌다.
원경제는 자신의 귀를 믿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어느 순간, 그는 자신이 환각을 보았다고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는 천천히 일어나 금란전 밖, 단폐에서 관장까지 수백 명의 관원이 일제히 무릎을 꿇고 죄기소를 쓰라고 소리 높여 외치는 모습을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