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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타경-511화 (508/712)

511화. 집으로

태자는 그래도 여동생을 몹시 아끼는 마음이 있었기에 그녀의 어깨를 누르고 나지막이 말했다.

“아바마마께서 너를 좋아하는 건 네가 말을 예쁘게 하기 때문이란다. 너는 여태껏 조당의 일에 간섭한 적이 없거든. 그런데 왜 지금은 달라졌니?”

임안이 유약하게 말했다.

“허칠안의 위치가 점점 높아지니까요……”

태자는 표정이 변했다. 그는 화난 기색이 역력했다.

“그가 네게 입궁하라고 종용했느냐?”

“아니요…….”

임안은 작은 입을 오므리더니 억울하다는 듯 말했다.

“저, 저 그를 볼 엄두가 나지 않아요. 그를 볼 면목이 없어요.”

회왕은 그녀의 친숙부였다. 초주에서 이런 만행을 저질렀는데 같은 황실 사람으로서 그녀가 어떻게 완전히 선을 그을 수 있겠는가?

그녀는 30만 원혼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라도 허칠안을 만날 면목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심지어 영원히 보지 않는 게 좋겠다고 자포자기식으로 생각했더랬다.

“그래서 네가 오늘 나를 찾아온 이유도, 내가 아바마마께 가서 사정하길 바라서구나?”

태자는 그녀에게 다시 앉으라고 한 뒤 여동생이 고개를 끄덕이는 걸 보고는 고개를 저으며 실소를 터뜨렸다.

“아바마마께서 너조차도 만나지 않는데 어찌 나를 만나시겠니? 임안, 관리 사회에는 옳고 그름이 없단다. 이해득실만 있을 뿐이지. 게다가 내가 나선다고 소용이 있을지 없을지는 고사하고, 나는 태자란다. 나는 반드시 종실, 훈귀와 같은 편에 서야 하는 사람이라고. 너는 아녀자이니 네가 무엇을 하는지 아무도 개의치 않는다. 만약 네가 황자라면, 며칠 전 행동으로 이미 황위와 인연이 끊겼을 것이야.”

임안은 괴로운 표정으로 말했다.

“하지만 그렇게 많은 사람을 죽였으니 어쨌든 대가를 치러야 하는 거 아니에요? 그렇지 않으면, 누가 우리 대봉의 왕법을 믿겠어요? 제가 회경한테 들으니 회왕을 대신해 사람을 죽인 게 바로 호국공이래요. 그가 그렇게 많은 사람을 죽였는데 아바마마께서는 도리어 그를 보호하려 하니 저는 아주 기분이 나쁘다고요.”

‘어리석은 여동생아, 아바마마의 그 용의(龍椅) 아래는 시체로 뒤덮인 산과 피바다란다. 이런 일은 예전에도 많았고, 지금도 적지 않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아무도 바꿀 수 없단다. 네가 마음에 들어 하는 그 허칠안도 포함해서 말이다.’

태자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저었다.

* * *

초여름, 대리사 감옥 안 공기에는 썩은 냄새가 진동했다. 죄인이 제멋대로 본 대소변 냄새와 음식이 썩는 냄새가 섞여 있었다.

혼탁한 공기는 사람을 구역질 나게 했다.

대리사승은 술 두 주전자와 소고기 한 봉지를 들고 감옥에 들어갔다. 그는 정흥회가 수감된 감방 앞까지 천천히 걸어가 더러운 바닥을 꺼리지 않고 털썩 주저앉았다.

“정 대인, 본관이 대인과 술을 마시러 왔습니다.”

대리사승이 웃었다.

정흥회가 손발에 족쇄를 찬 채 철책 옆으로 걸어와 대리사승을 살폈다.

“안색이 좋지 않습니다.”

“어디가 좋지 않습니까? 분명히 혈색이 좋고, 온몸이 가뿐한데요.”

대리사승은 육포를 찢어서 정흥회와 나눠 먹었다. 그가 먹다가 갑자기 말했다.

“이 일이 끝나면 저는 관직을 내려놓고 고향에 돌아갈 겁니다.”

정흥회가 그를 쳐다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아주 좋습니다.”

대리사승은 고기를 다 먹고 술을 다 마신 뒤, 일어서서 정흥회에게 크게 읍했다.

“정 대인, 감사합니다.”

그는 설명하지 않고 망설임 없이 갔다.

‘제가 양심을 되찾을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 *

대리사승은 막 지하 감옥을 걸어나온 뒤 한 무리 사람이 맞은편에서 걸어오는 모습을 보았다. 가장 앞에 어깨를 나란히 한 두 사람은 각각 조국공과 호국공 궐영수였다.

‘그들이 여기에 뭐하러 왔지? 호국공은 명색이 사건의 주요 인물이니 마찬가지로 가두려고?’

대리사승의 눈빛이 그들을 스치고 두 사람 뒤의 수행원에게 향했다.

‘……구금되는데 수행원을 데리고 간다고?’

“대리사승, 우리 또 만나는군요.”

궐영수가 빙그레 웃으며 맞이하며 위아래로 훑더니 혀를 내둘렀다.

“알고 보니 고작 6품 관리였군. 본공이 초주에 있을 때 대인께서 버젓한 1품이라 위풍당당한 줄 알았는데 말입니다. 감히 본공조차 추궁하지 않았습니까?”

대리사승은 분노를 억누르며 나지막이 말했다.

“그대들이 대리사에는 뭐하러 왔습니까?”

“당연히 범인을 심문하러 왔지.”

궐영수가 비웃음을 내보였다.

“폐하의 명령을 받들어 범인 정흥회를 심문한다. 그동안 어느 누구도 지하 감옥에 들어와서는 안 된다. 거역하는 자는 같은 죄로 처벌할 것이다.”

두 공작은 말을 마친 뒤 어깨를 나란히 한 채 지하 감옥으로 들어갔다. 수행원이 지하 감옥 문을 닫고 안에서 잠갔다.

‘그들이 사람을 죽여 멸구하려 한다…….’

대리사승은 벼락을 맞은 것처럼 머릿속에 이 생각이 스쳤다.

그는 본능적으로 대리사경을 찾아가 도움을 청하려 했다. 하지만 두 공작이 감히 이곳에 왔다는 말은, 대리사경이 이 일을 알고도 묵인했다는 의미였다.

두 공작은 폐하의 지시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들이 사람을 죽여 멸구하려 한다. 그런 뒤 형벌이 두려워 자살했다고 위장하여 천하에 알릴 것이다. 이렇게 되면, 회왕에 대한 분노가 정흥회에게 전가될 것이다. 이는 예전의 견해를 뒤집어 억지로 회왕의 죄를 씻는 것보다 훨씬 간단하고, 백성들이 받아들이기에 훨씬 수월하다. 폐하께서는, 그는 근본적으로 사건을 조사할 계획이 아니었다. 그는 제공들이 미처 손 쓸 새 없이 선택지를 없애려는 것이다…….”

대리사승은 빠른 걸음으로 갔다. 그는 걷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더니 결국에는 미친 듯이 내달리기 시작했다. 그는 관아의 마구간을 향해 돌진했다.

그의 마음속에는 한 가지 생각뿐이었다.

‘허칠안을 찾아간다.’

이 똥통의 썩은 내 나는 돌멩이야말로 호국공과 조국공을 저지할 수 있었다. 오직 그만이 마음속의 신념을 위해 화를 분출할 수 있었다.

* * *

조국공은 코와 입을 가린 채 미간을 찌푸리며 지하 감옥 내부의 복도를 걸어갔다.

“이 썩은 내는 무엇인가. 조국공, 너무 오랫동안 군사를 거느리지 않았군.”

애꾸눈의 궐영수가 과묵하게 말했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얼른 일을 마치고 가지. 늦으면 변고가 생긴다고.”

조국공이 손사래를 쳤다.

두 사람은 정흥회 감방 앞에 멈췄다. 궐영수는 바닥의 술 주전자와 육포를 보더니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정 대인, 단촐한 생활도 아주 잘 하시는구먼.”

정흥회는 두 눈이 순간 빨개지더니 족쇄를 끌고 달려 나와 사자처럼 포효했다.

“궐영수, 짐승 같은 놈!”

궐영수는 화를 내지 않고 빙그레 웃었다.

“내가 바로 짐승이지, 네 온 가족을 몽땅 죽인 짐승. 정흥회, 그날 운 좋게 탈출하게 하여 결국 이렇게 많은 일을 초래하게 했구나. 오늘, 내가 온 건 너를 가족들 품에 돌려보내기 위함이다.”

정흥회는 크게 소리치며 포효하였다. 그는 긴 창에 꿰인 손자와 바닥에 꽂혀서 죽은 아들 그리고 무자비한 칼에 죽은 아내와 며느리를 떠올렸다.

초주성 백성들은 화살을 맞고 땅에 쓰러졌다. 사람 목숨이 마치 지푸라기 같았다.

모든 광경은 선명하고 뚜렷해 그의 영혼이 몸서리치고 슬피 울부짖게 했다.

반면 궐영수는 통쾌하게 웃기 시작했다. 그는 몸을 앞뒤로 흔들며 웃었다.

조국공은 옆에서 냉소를 지었다.

“요 며칠 네가 여기저기서 날뛰는 바람에 폐하께서도 더는 참지 못하시겠다더군. 만약 네가 좀 쓸모 있던 게 아니라면, 진작에 소리소문없이 죽었을 것이다. 정흥회, 기지가 부족했다. 만약 네가 초주에서 발생한 모든 일을 잘 생각해 볼 수 있었다면, 본인이 마주한 게 도대체 누구인지 알았을 텐데 말이야.”

정흥회는 뜻밖의 봉변을 당한 듯 갑자기 굳었다.

몇 초 후, 이 지식인은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그는 끊임없이 쉴 새 없이 떨기 시작했다.

“그가 왜 이렇게 해야 하는가, 그가 왜 이렇게 해야 하는가……. 그들, 그들은 모두 그의 백성인데…….”

그는 고개를 숙였고, 다시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이 지식인의 등이 부러졌다.

궐영수가 콧방귀를 뀌었다.

“조국공께 감사하다고 해라. 죽어도 명확히 알고 죽지 않겠는가.”

그는 손을 뻗더니 험상궂게 웃으며 말했다.

“내게 흰색 비단을 주면 본공이 직접 그를 올려보내지.”

수행원 하나가 흰색 비단을 건넸고, 다른 수행원 하나는 옥문을 열었다.

궐영수는 성큼성큼 발을 들여놓았다. 그는 손목을 돌려 흰색 비단으로 정흥회의 목을 감아 세차게 끌어당기고는 웃었다.

“초주 포정사 정흥회, 요족 및 오랑캐와 결탁하여 성안의 38만 백성을 도살하였다. 호국공 궐영수가 죄상을 폭로하니, 옥에서 목을 매달아 자살하였다. 이런 결말인데 정 대인께서는 만족하십니까?”

정흥회는 이미 말을 할 수 없었다. 그는 두 눈이 튀어나왔고, 낯빛이 붉게 달아올랐으며 혀를 조금씩 내밀기 시작했다.

그는 격렬하게 발악하다 차차 움직임이 원만해지더니 이따금 발을 굴렀다. 그의 생명은 마치 풍전등화처럼 빠른 속도로 사라져갔다.

이 순간, 그의 생명은 종점을 향해 다가갔다. 지난 인생이 정흥회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어려웠던 어린 시절, 분발했던 소년기, 낙담했던 청년기, 사심 없던 중년기……. 생명의 마지막 순간 그는 마치 작은 산골 마을로 돌아온 듯했다.

그는 마을의 흙탕길을 뛰어 집 방향으로 달려갔다. 그는 이 길을 수도 없이 갔었는데 오늘은 웬일인지 유달리 급했다.

쿵쿵쿵!

그는 초조하게 마당 문을 두드렸다.

마당 문이 천천히 열렸다. 문 안에는 온갖 시련을 다 겪은 평범한 부인이 서 있었다. 미소가 온화하고 따스했다.

그는 마치 인생의 항구를 찾은 듯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모든 고단함을 내려놓고 기쁘게 웃었다.

“어머니, 저 돌아왔습니다…….”

* * *

얼마나 지났는지 모르겠다. 거대한 소리가 지하 감옥의 정적을 깼다.

지하 감옥으로 통하는 철문이 폭력적인 발길질에 열리면서 맞은편 벽에 묵직하게 부딪혔다. 거대한 소리가 지하 감옥 복도에 울려 퍼졌다.

허칠안은 칼을 들고 지하 감옥으로 뛰어들었다.

대리사승은 숨을 헐떡이며 그의 뒤를 따랐다. 그 나이가 되면 평소에 건강 관리에 아주 신경 쓴다고 해도 한계가 있었다. 격렬한 뜀박질은 여전히 그의 폐를 뜨겁게 달궜다.

대리사승은 허칠안을 뒤쫓아 복도로 돌진했다가, 그가 갑자기 어느 감방 앞에서 굳어져 있는 모습을 보았다.

그는 마치 조각상처럼 그곳에서 경직되었다.

대리사승은 가슴이 철렁했다. 그는 어디서 나왔는지 모를 힘을 짜내어 비틀대며 달려갔다.

음침한 감방 철책 위에 시체 한 구가 매달려 있었다.

대리사승은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얼굴을 가린 채 눈물을 마구 흘렸다.

햇빛이 어두운 지하 감옥의 공기 구멍 사이로 비쳐 들어왔고, 빛 사이로 먼지가 떠다녔다.

허칠안은 한참을 서 있었다가, 문득 정 대인을 계속 이렇게 두면 안 된다는 생각에 감방에 들어가 그를 내려주었다.

시체에 온기가 한 가닥만 남아 있는 걸로 보아 죽은 지 좀 된 듯했다.

대리사승은 감방 밖에 앉아 목 놓아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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