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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타경-510화 (507/712)

510화. 근심

사건이 발생한 후, 금군은 즉시 궐영수를 궁 안으로 데려갔다. 그는 황제와 단독으로 만났다.

얼마 지나지 않아 황제는 제공을 소집하여 어서방에서 소조회를 열었다.

원경제는 책상에 앉았다. 문관은 왼쪽에 훈귀, 종실은 오른쪽에 있었다. 탁자 앞에는 손에 혈서를 받친 궐영수가 무릎을 꿇고 있었다.

“여러 경들은 이 혈서를 좀 보게.”

원경제는 혈서를 늙은 태감에게 전달했다.

늙은 태감은 공손하게 받아 황실 종친에게 전달했다. 그런 뒤에야 문관 차례가 되었다.

조국공은 성큼성큼 대열에서 나와 분개했다.

“폐하, 정흥회가 요족 및 오랑캐와 결탁하여 진북왕을 죽였습니다. 극악무도하기 그지없는 그 자식은 구족을 멸해야 합니다.”

예부시랑이 미간을 찌푸리며 대열에서 나왔다.

“조국공의 말씀은 지나치게 독단적입니다. 정흥회가 요족과 오랑캐와 결탁한 뒤 자신의 온 가족을 죽였단 말입니까?”

한 군왕이 반박했다.

“정흥회의 온 가족이 초주에서 죽었다고 누가 확신할 수 있는 게지?”

동각대학사 조정방이 대노하며 격하게 말했다.

“만약 정흥회가 요족 및 오랑캐와 결탁했다면, 진북왕을 죽인 그 신비로운 고수는 또 어떻게 된 일입니까? 그는 진북왕이 성안의 백성을 도살했다고 똑똑히 말했습니다. 사절단이 직접 보고 직접 들었지요.”

조국공이 냉소를 지었다.

“그 신비로운 고수가 누구입니까? 그에게 나서서 정흥회의 증인이 되라고 하시지요. 내력이 불분명한 사도의 말을 어찌 믿을 수 있겠습니까?”

우도어사 유홍이 대노했다.

“바로 그 사도가 오랑캐 우두머리를 베었습니다. 조국공께서는 오랑캐 앞에서 순종적으로 굴면서 조당에서는 주먹 쥐고 공세를 취하신다니, 정말 위엄이 있으십니다.”

좌도어사 원웅은 조국공의 반박을 기다리지 않고, 앞장서서 뛰쳐나와 정적과 말다툼하기 시작했다.

“소위 우리 종족이 아니면, 그들의 마음이 반드시 우리와 같지는 않은 법이지요. 류 대인께서는 자신의 신분을 잊으면 안 됩니다.”

유홍은 냉소를 지었다.

“우리 종족이 아닌데 진국검을 움직일 수 있습니까?”

“충분하다!”

원경제는 갑자기 분노에 찬 얼굴로 탁자를 세차게 내리쳤다.

호국공 궐영수는 이 모습을 보더니 즉시 바닥에 엎드리고 울면서 말했다.

“폐하께서 저 대신, 진북왕 대신, 초주성 백성 대신 결정을 내려주십시오.”

원경제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 사건은 중대하니 짐이 당연히 명백하게 조사할 것이다. 이 일은 삼사가 공동으로 심사한다. 조국공, 자네도 참여해야 할 것이야.”

그는 말을 마치고, 곁에 있는 늙은 태감을 쳐다보았다.

“조국공에게 금패를 하사하니 즉시 역참에 가서 정흥회를 체포한다. 위반하는 자는 먼저 처결하고 나서 상부에 보고한다.”

조국공이 분발했다.

“네, 폐하께서 현명하십니다.”

* * *

위연은 궁을 나온 뒤 빠른 걸음으로 왕 재상을 쫓아갔다. 두 권신(權臣)은 마차를 타지 않은 채 서로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었다.

이 광경은 제공들의 눈에 경치라고 할 만했다. 이는 여러 해가 지나도 음미할 만한 풍경이었다.

“제가 정흥회를 말렸지만, 애석하게도 고집불통이더군요.”

위연은 평소와 다름없는 얼굴에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가 고집스럽지 않았다면, 그해에도 늙은 재상에게 변방으로 내쫓기지 않았겠지요.”

왕 재상은 냉소를 지었다.

“정말 어리석은 자입니다.”

그도 지금 정흥회를 욕하는 건지 자신을 욕하는 건지 알지 못했다.

위연이 담담하게 말했다.

“지난번에 까딱하면 궁 안에서 궐영수를 잡을 뻔했는데 도망쳤습니다. 이튿날 저희가 성 전체를 수색했으나 찾지 못했지요. 그때 저는 이 일을 거스를 수 없다는 걸 알았습니다.”

왕 재상은 차분하게 말했다.

“나쁜 일도 아닙니다. 제공들이 폐하의 의견에 동의할 수 있는 건 진북왕이 이미 죽었기 때문이지요. 지금 궐영수가 살아서 돌아왔으니 일부는 동의하지 않을 겁니다. 이건 저희의 기회입니다.”

위연이 고개를 저었다.

“바로 궐영수가 돌아왔기에 그들은 ‘사건을 뒤집을’ 희망을 보았습니다. 폐하께 협조하기만 한다면, 이 사건을 결론 내릴 수 있지요. 하지만 일단 결정되면 궐영수는 일등 공작이자 개국 공신이니 이후에 그를 상대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잠시 침묵하던 두 사람은 동시에 물었다.

“그가 그대를 위협했습니까?”

* * *

역참 방안에서 기침 소리가 들려왔다. 정흥회는 푸른색 평상복 차림으로 탁자에 앉아 오른손을 탁자 위에 폈다.

한 백의 술사가 그의 맥을 짚었다.

한참 뒤, 백의 술사가 손을 거두고 고개를 저었다.

“우울감이 가슴에 맺힌 것 말고 큰 문제는 없습니다. 약을 몇 첩 먹고, 며칠 수양하시면 됩니다. 허나 정 대인께서는 하루빨리 마음에 여유를 두십시오. 그러지 않으면 이 병이 다시 찾아올 겁니다.”

진현 부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또 탄식했다.

몸의 병은 그리 고치기 어렵지 않았다. 고치기 어려운 건 정 대인 마음의 병이었다.

정흥회는 백의 술사에게 대답하는 대신 공수했다.

“의원님, 감사합니다.”

“대수롭지 않게 여기지 마십시오.”

사천감의 백의 술사는 성격이 오만하였기에 폭력적인 압박을 받지 않는 이상 늘 직설적으로 얘기했다.

“아주 나이 드신 건 아니니 속 끓이지 않고 산다면 몇 년 더 살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4~5년 내로 큰 병을 앓게 될 겁니다. 기껏해야 10년이면 제가 정 포정사 무덤에 찾아가 향을 피울 수 있을 테고요.”

진현 부부는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정흥회는 백의 술사의 꼬락서니를 겪어본 적 있다는 듯 탓하거나 화내지 않고 오히려 질문했다.

“듣자 하니 허 은라와 사천감이 막역한 사이라고 하던데요.”

백의 술사는 피식 웃었다.

“저는 대인께서 뭘 생각하시는지 압니다. 허 공자는 저희 사천감의 귀인입니다. 허나 만약 그를 통해 감정을 만나 뵙길 원한다면 생각 접으십시오. 사천감은 조당의 일에 간섭하지 않습니다. 이는 규칙입니다.”

정흥회가 막 말을 이어가려던 차에 백의 술사가 덧붙여 말했다.

“허 은라가 일찍이 사천감에 부탁하러 갔었습니다. 이 길이 통할 수 있다면 대인이 필요하겠습니까?”

‘그, 그는 이미 사천감에 갔구나…….’

정흥회 표정이 복잡해졌다. 경성으로 돌아온 사절단 중에 허 은라만이 이 일로 줄곧 바쁘게 움직였다.

다른 이들은 형세에 눌려 침묵을 택했다.

그들이 말하는 사이, 다급한 발소리가 아래층에서 들려오더니 뒤이어 조진이 포효했다.

“너희는 어느 관아 사람이냐. 감히 정 대인이 머물고 계신 역참에 멋대로 난입하다니……!”

정흥회 등이 방문을 뛰쳐나가니 군복 차림의 조국공이 딱 보였다. 그는 칼집을 휘둘러 조진의 얼굴을 세차게 쳐 상대의 이 절반을 부러뜨렸다.

야경꾼 관아의 은라가 동라 몇몇을 데리고 방에서 뛰쳐나와 소리쳤다.

“멈추시오!”

그 은라는 동라들에게 분노에 찬 조진을 누르라고 분부한 뒤 눈을 부릅뜨고 경고했다.

“궁안의 금군입니다.”

조진은 얼굴이 굳어졌다.

은라는 숨을 깊이 들이쉬더니 공수했다.

“조국공, 이게…….”

조국공은 방을 뛰쳐나오는 정흥회를 바라보며 음침한 웃음을 지었다.

“폐하의 취지를 받들어 정흥회를 체포해 대리사로 돌아가 말을 물을 것이다. 만약 거역하는 자가 있다면, 때려 죽여도 무방하다.”

“뭐라고?”

야경꾼과 조진 등은 얼굴색이 변했다.

정흥회는 마음에 물어 부끄러운 바가 없었기에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본관이 무슨 죄를 지었습니까?”

조국공은 어리둥절하더니 비웃으면서도 곰곰이 생각하는 듯한 기색으로 웃음을 띠었다.

“정 대인께서는 오늘 외출하지 않았나 보오. 음, 초주 도지휘사, 호국공 궐영수가 경성으로 돌아왔소. 그가 폐하께 대인이 요족 및 오랑캐와 결탁하여 진북왕과 초주성 38만 백성을 죽였다고 고소했소.”

정흥회는 핏기 가신 얼굴로 휘청거렸다.

* * *

시위장이 회경부 회경공주의 서재 문을 열고 성큼성큼 걸어 들어가 손안의 종이를 받쳤다.

“마마, 원하시던 정보가 여기에 있습니다. 정 대인께서는 이미 하옥되셨습니다. 또한, 경성에 적잖은 사람이 ‘정 대인이야말로 요족 및 오랑캐와 결탁했다’라는 유언비어를 곳곳에 퍼뜨리고 있습니다. 조국공의 사람들이 배후에서 지시하는 것입니다…….”

회경은 들으면서 종이를 펼치고 말없이 다 읽었다.

“본 공주는 아바마마께 후수가 있다는 걸 알고 있네. 궐영수는 진작에 경성으로 돌아왔으나 은밀히 잠복하면서 기회를 기다렸던 게야. 아바마마께서 경성에 떠도는 유언비어를 아랑곳하지 않으시는 건 이 순간을 기다리기 위함이었어. 대단하시군.”

그녀는 손사래를 쳤다.

시위장은 물러갔다.

서재의 문이 닫히자 회경은 흰색의 긴 치마 차림을 한 채 창가로 걸어가 창밖의 봄 경치를 조용히 바라보았다.

그녀의 가벼운 탄식 소리가 서재에 울려 퍼졌다.

* * *

임안은 동궁에서 치맛자락을 들고 쏜살같이 달렸다. 치맛자락, 요옥, 명주 띠가 아름다운 불꽃처럼 바람에 휘날렸다.

궁녀 여섯 명은 그녀 뒤를 쫓으며 큰 소리로 외쳤다.

“마마, 좀 천천히 가세요, 좀 천천히요.”

“태자 오라버니, 태자 오라버니…….”

은방울 같은 듣기 좋은 목소리가 울려 퍼지며 바깥에서 동궁전 안으로 흘러 들어왔다.

태자는 마침 침전에서 아리따운 궁녀를 임행하던 중에 여동생이 외치는 소리가 들리자 안색이 크게 변했다. 그는 허겁지겁 침상에서 내려와 바닥에 있는 옷을 주워 재빠르게 입었다.

다행히 동궁의 환관들은 사리를 분별할 줄 알았다. 그들은 주인이 체면을 위해 노력하는 걸 알고선 임안이 침전에 들어가지 못하게 막은 뒤, 응접실로 모시고 갔다.

태자는 옷매무새를 가다듬으면서 응접실로 들어갔다. 그는 여동생을 마주하자 표정이 부드럽게 바뀌더니 온화한 목소리로 말했다.

“무슨 일로 이렇게 조급해하느냐?”

임안은 정교한 눈썹을 찌푸렸고, 고운 도화안에는 조급함과 근심이 스쳤다. 그녀는 연거푸 말했다.

“태자 오라버니, 듣자 하니 아바마마가 사람을 보내 정 포정사를 체포했대요.”

태자는 잠시 침묵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안다.”

그는 여러 해 동안 태자로 살아온 만큼 당연히 오래 축적한 식견이 있었다. 그는 조당의 일을 속속들이 알고 있었다.

임안이 은근슬쩍 말했다.

“아, 아바마마는 정 대인에게 죄를 뒤집어씌우고 싶으신 거죠? 맞죠?”

태자는 환관과 궁녀를 물리쳤다. 응접실 안에 남매 두 사람만 남자 그는 고개를 끄덕여 긍정적인 답을 주었다.

임안은 민첩한 도화안을 어둡게 뜨더니 목소리를 낮추고 말했다.

“회왕이 성안의 백성을 도살했어요. 무고한 백성 38만 명을 죽였는데 왜 아바마마께서는 그를 대신해 감추려 하시나요? 왜 정 대인에게 화를 전가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으신대요?”

‘이 일은 황실의 체면과 연관된 문제니까 절대 조금도 양보할 수가 없거든…….’

태자는 본래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기분이 가라앉은 여동생을 보고는 한숨을 쉬더니 그녀의 어깨를 툭툭 쳤다.

“너는 아녀자이니 이런 건 신경 쓰지 말거라. 회경을 좀 본받는 건 어떠니? 너는 궁에 돌아가면 안 되겠구나.”

임안은 고개를 떨구었다. 그녀는 마치 실의에 빠진 소녀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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