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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타경-497화 (494/712)

497화. 삼기(三氣) 원경제 (1)

이묘진이 말했다.

[이: 할 말 있으면 하게. 좌선하는 나를 방해하지 말고.]

‘아직 화가 가라앉지 않은 게 분명한데. 그래도 내가 그녀를 달래줘야지…….’

허칠안은 전서로 말했다.

[삼: 나는 그대가 이렇게 애쓸 필요 없다고 생각하오. 우리 비연 여협객의 타고난 자질로는 수련하는 데 정력의 일부만 할애해도 동년배를 경시할 수 있소.]

이묘진이 전서로 말했다.

[이: 흥, 나는 자네가 나를 속이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녀는 기분이 은근슬쩍 나아졌다.

허칠안이 말했다.

[삼: 금련 도사님의 생각은요?]

금련 도사가 말했다.

[구: 나는 자네 둘이 나를 전혀 존중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네.]

마치 떠들썩한 교실에 담임이 온 것만 같았다. 허칠안과 이묘진은 계속 한담을 이어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 허칠안은 화제를 되돌려 와 전서로 상황을 설명했다.

[삼: 이렇습니다. 진북왕이 초주성 백성으로 제사를 올릴 때, 백성들의 영혼이 땅으로 모이는 걸 양연이 직접 봤다고 합니다. 그 후에는 아무리 찾아도 단서를 찾을 수가 없었다고 하더군요.]

이묘진이 대답했다.

[이: 잔류한 진법이 있는가?]

‘양연이 말하지 않았으니까 없는 거겠지…….’

허칠안이 대답했다.

[삼: 없소.]

이묘진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침묵 속에 금련 도사가 전서로 말했다.

[구: 묘진이 며칠 전에 얘기한 상황을 들어보니 그중에 개입한 고수에는 지종 도수와 무신교도 있다더군. 허, 전부 원신 영역의 강자이니 진법은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네. 음, 도문과 무신교는 귀신을 갈고 닦고 키우지만, 대체로 그렇게 많은 영혼을 수집하지는 않지. 혼단(魂丹)을 정제하려고 하지 않는 이상.]

‘집안에 노인이 있는 건 보물이 있는 것과 같다더니, 역시 금련 도사는 경험이 풍부해…….’

허칠안은 전서로 말했다.

[삼: 혼단? 혼단이 뭡니까? 무슨 작용을 하지요?]

금련 도사는 전서로 말했다.

[구: 역할은 많네. 예를 들면 원신을 강화하고, 단약 정제 재료로 쓰이고, 법보를 정제하고, 온전하지 않은 영혼을 보완하고, 기령(器靈)을 기르는 것 등이지. 아마도 지종 도수는 혼단이 필요할 게야. 그리고 백성을 대량 학살하면서 생긴 원기와 악기 같은 이런 세상의 대악(大惡)은 그에게 자양제거든.]

‘그래서 지종 도수는 혼단을 위해 진북왕과 협력했다고?’

허칠안은 문득 모든 걸 깨닫고 고개를 끄덕였다.

[삼: 이렇다면 그는 계속해서 백성을 대량 학살할까요? 지종 도수는 2품이잖습니까.]

허칠안은 걱정했다.

[구: 허, 못할 걸세. 왜냐하면 그는 천겁과 겨우 선 하나 차이거든. 그의…… 상태로 봐서는 절대 도겁할 엄두가 나지 않을 거야. 따라서 자네는 그가 백성을 도살할까 봐 걱정할 필요 없네. 그가 살고 싶은 이상 말이야.]

허칠안은 문득 마음이 놓였다.

* * *

그는 전서를 마치고 다시 성벽 꼭대기로 돌아왔다.

양연이 즉시 다가왔다.

허칠안이 침음했다.

“제가 방금 갑자기 생각났는데 그 원혼들은 아마 혼단으로 정제되었을 겁니다. 지종 도수와 진북왕이 협력한 대가일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혼단이 바로 지종 도수가 말한 가장 큰 악인가?’

양연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그 당시에 현장에 있었기에, 비록 멀리 떨어져 있기는 했어도 아주 똑똑하게 들었다.

‘그다음은 초주성 백성 대량 학살 사건을 규명하여 진북왕과 궐영수가 합당한 죄명을 쓰게 해야 한다. 분명히 저항에 부딪히겠지…….’

양연이 말했다.

“무슨 일이 있으면 위 공을 찾아가 그의 의견에 여러모로 귀를 기울이게. 더는 무모하게 충동적으로 굴지 말고. 알겠나?”

그는 잠시 멈칫하더니 목소리를 낮추고 덧붙였다.

“만약 위 공께서 이 일을 거스를 수 없다고 생각하신다면 자네 절대 위세를 부리면 안 되네.”

허칠안은 그를 쳐다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 *

5월 초, 초여름이 되어 초주에서 온 관선이 파도를 가르며 천천히 경성 관내로 진입하더니 마침내 경성 부두에 정박했다.

사절단 사람들은 갑판 위에 서서 인파로 북적거리는 열정적이고 비범한 부두를 바라보았다. 그들은 내심 감개무량했다.

그들이 초주로 갈 때는 늦봄이었건만, 경성으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초여름이었다.

그동안 발생한 일은 보통 사람한테 있어서는 한평생 허풍을 떨 수 있을 정도의 사건이었다.

사절단 사람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동시에 눈에 신념이 불태웠다.

그들은 경성에 엄청난 소식을 가져갈 것이다.

대봉에 진북왕은 더는 없었다.

* * *

규칙에 따르면, 관원이 지방을 순시하고 사건을 조사한 다음 경성에 돌아온 뒤에 첫 번째로 하는 일은 궁에 들어가 황제를 알현하고 업무를 보고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전에 관원은 긴급하거나 긴급하지 않은 공문서는 한발 앞서 경성으로 보내야 했다.

조회할 때 상소를 올리든 비슷한 대사(大事)든 사전에 반드시 경성으로 공문서를 보내야 했다. 급한 일은 긴급으로 분류해 육백 리, 팔백 리 등급으로 나누어 논했다.

급하지 않은 일 역시 공문서는 한발 앞서 경성으로 보내야 했다.

이는 큰일을 맞닥뜨려도 감정에 사로잡히지 않는 황제의 엄숙한 용모와 태도를 위해서였다. 또한 황제가 더 많은 시간 동안 생각하고, 심복 대신과 의논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한 가지 예외 상황은 바로 반란이었다.

초주성을 통째로 도살해 성이 무너지고 사람이 죽었다. 진북왕은 성안에서 처형당했고, 대봉에는 이제 진국 신장(神將)이 없었다. 이렇게 큰일은 본래 팔백 리 긴급이어야 했다. 만약 말에 날개가 생길 수 있다면 일천 리 긴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터였다.

하지만 사절단은 굳이 사전에 공문서를 보내지 않았고, 조정에 통지하지 않았다. 물론 사절단은 반란을 위함이 아니었다.

“우리는 조정과 폐하께 미처 손을 쓸 새가 없었네!”

이는 정흥회 포정사가 한 말이었다.

그는 조정에서 이 일로 대란이 일어나야만 비로소 사태를 중재하고 조작할 수 있었다. 그해 전우와 왕 재상에게 유세하여 문관 집단 전체가 연합하게끔 말이다.

사절단은 관선을 떠났다. 금군이 얇은 관 한 짝을 어깨에 멨는데 그 안에는 진북왕의 시체가 진열되어 있었다. 그들이 긁어모은 시체는 아주 완전무결했다.

부두 위에서 경험이 풍부한 작업반장이 즉시 하층 노동자들에게 뒤로 물러나라고 큰 소리로 꾸짖었다. 그는 이 관리 나리들의 길을 막아서는 안 되고 심지어는 둘러싸서 구경하는 일도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런 상황은 종종 관리 나리 중에 누군가가 희생했다는 걸 의미하기 때문이었다. 만약 당신이 구경거리를 보는 듯한 눈빛과 태도를 드러낸다면, 죽은 전우의 노여움을 살 가능성이 컸다.

몇몇 작업반장은 작년에 비슷한 일을 겪었다. 봄이 됐을 때 운하에 아직 성엣장이 둥둥 떠 있었는데 듣자 하니 운주에서 온 관선이 부두에 도착했다고 했다.

야경꾼 무리가 관 몇 짝을 어깨에 메고 내려왔다. 몇몇 작업반장은 멀리 떨어져 있다고 여겼다. 그들은 소곤소곤 속삭이고 손가락질하면서 이야깃거리로 삼아 시간을 떼웠더랬다.

그런데 결국 앞장서 있던 은라가 그들의 두 다리를 부러뜨린 다음 입안 가득한 치아를 박살 내서 운하에 던져버려 목숨을 잃을 뻔했다.

사람들은 관을 메고 부두에서 성으로 들어가 내성을 지나쳐 황성으로 들어갔는데 궁성 밖에서 저지당했다.

허칠안은 앞에 서 있었고, 왼쪽에는 어사 둘, 오른쪽에는 대리사승과 진 포두가 있었다.

“가서 폐하께 아뢰거라. 초주에 사건을 조사하러 다녀온 사절단이 경성으로 돌아와 복명(復命)한다고 말이다.”

허칠안이 명령했다.

“대인 어르신들,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성을 지키는 우림위가 허리를 굽히고 말한 뒤 종종걸음으로 궁에 들어갔다.

* * *

원경제는 침전 안에서 가부좌를 틀고 앉아 눈을 감고 토납했다.

환관 하나가 빠른 걸음으로 문턱 옆까지 걸어왔다. 그는 고개를 숙인 채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원경제 옆에 서 있던 망포를 입은 늙은 태감이 입구를 쳐다보고 다시 늙은 황제를 쳐다본 뒤, 느린 걸음으로 맞이하러 가서 목소리를 낮추고 물었다.

“무슨 일인가?”

환관은 목소리를 낮추고 몇 마디 귓속말을 했다.

망포 차림의 늙은 태감은 귓속말을 듣더니 미간을 찌푸리고 손을 내저어 환관을 내보냈다.

그는 살금살금 원경제 곁으로 돌아와 조심스럽게 목소리를 낮추었다.

“폐하…….”

원경제는 좌선하며 도를 닦을 때는 아주 급한 일이 아니고선 방해를 허락하지 않았다.

원경제를 여러 해 동안 모신 늙은 태감에게 이 정도 센스는 있었다.

원경제가 눈을 뜨고 천천히 말했다.

“무슨 일인가?”

늙은 태감이 허리를 굽히고 말했다.

“초주에 사건을 조사하러 간 사절단이 돌아왔습니다. 지금 궁 밖에 있는데 폐하를 소견을 기다리고 있다고 합니다.”

원경제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늙은 태감을 쳐다보면서 물었다.

“짐은 어찌하여 내각에서 보내온 초주 공문을 보지 못했는가?”

그는 사절단이 경성에 돌아오고 나서야 이 일을 알았다.

원경제는 눈을 가늘게 뜬 채 잠시 침음하더니 천천히 말했다.

“그들에게 어서방으로 오라고 이르게.”

늙은 태감은 돌아서서 나갔다.

원경제의 무표정한 얼굴은 마치 중후하고 무서운 조각상 같았다.

* * *

사절단 사람들은 통전을 받고, 청의 환관의 안내를 받아 궁으로 들어갔다. 관을 포함한 나머지 사람들은 당연히 궁에 들어갈 수 없었다.

설령 안에 진북왕이 누워 있다고 해도 황제의 소견을 받은 자만이 궁에 들어갈 수 있었다. 하물며 사절단을 제외하면, 황궁에는 관 속의 시체가 대봉 제일의 무사이자 원경제의 친동생임을 아는 자는 지금까지 없었다.

사람들은 널찍하고 호화로운 어서방에 들어간 뒤 묵묵히 기다렸고, 원경제는 일각 후 환관 몇 명을 데리고 왔다.

장포를 입고 윤기 나는 흑발을 한 늙은 황제는 긴 소매를 펄럭거렸다. 그는 탁자에 앉는 대신 사절단 사람들 앞에 멈추어서 위엄 있는 눈빛으로 그들의 얼굴을 훑어보더니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

“짐이 사람을 파견해 내각에 물었는데 사전에 그대들의 공문서를 받지 못했다더군.”

늙은 황제는 허칠안을 쳐다보더니, 이 자식은 저속한 무사라 상대하기 귀찮다는 듯 돌아서서 어사 둘과 대리사승을 쳐다보았다.

“그대들도 규칙을 모르는가?”

어사 둘과 대리사승은 고개를 숙였다. 그들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정흥회가 앞으로 나서서 읍을 올렸다.

“폐하, 초주성은 이미 무너졌는데 어찌 공문을 전하겠습니까?”

원경제는 그제야 그를 인식한 듯 잠시 주시하더니 물었다.

“정 경, 자네는 명색이 초주 포정사로 조정의 허가 없이 감히 제멋대로 경성에 돌아왔는가?”

이는 제멋대로 직무를 이탈한 죄였다.

정흥회는 쓴웃음을 짓더니 지려 하지 않고 원경제와 눈을 마주쳤다.

“초주성이 사라졌으니 제 포정사 관직도 유명무실합니다.”

‘신이 아니라 저라고 자칭하다니. 정 대인의 심리 상태가 좀 이상한데……. 마음이 사그라진 재와 같으면 본래 두려울 게 없나?’

허칠안은 미간을 찌푸렸다.

“무슨 뜻인가?”

원경제는 양쪽 눈썹을 잔뜩 찌푸렸다.

정흥회는 숨을 깊이 들이쉬더니 우렁차게 말했다.

“초주 총병 진북왕이 2품으로 승직하기 위해 무신교 및 지종 도수와 결탁하고 초주성의 38만 백성을 도살했습니다. 신은 진북왕을 탄핵하기를 상소합니다. 폐하께서는 참혹하게 죽은 무고한 백성들을 위해 책임지고 진북왕을 엄벌하시길 바랍니다.”

그는 말을 마치고 소매 속에서 상소문을 꺼내 두 손으로 바쳤다.

“신은 진북왕을 탄핵하기를 상소합니다. 폐하께서는 참혹하게 죽은 무고한 백성들을 위해 책임지고 진북왕을 엄벌하시길 바랍니다.”

사절단 사람들은 따라서 상소문을 꺼내 두 손으로 바쳤다. 그중에 허칠안의 접본은 류 어사가 대필한 것이었다.

물론 허칠안은 자신이 저속하다는 말을 줄곧 인정하지 않으며, 9년간의 의무 교육을 받았기에 학식이 풍부하다고 자부했다. 하지만 그도 팔고문(*八股文: 형식적이고 무미건조한 문장) 앞에서는 어쩔 수 없이 공수하며 무능력함을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

서법이 확실히 난잡하기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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