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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타경-490화 (487/712)

490화. 복수자 (3)

푸른색 거인, 촉구, 주술사가 잇따라 공중으로 도약해 진북왕을 향해 돌진했다.

미광을 발하는 주문이 갑자기 흩어지더니 동시에 그들을 뒤덮었다. 그런 뒤 거의 초주성 전체를 비추는 빛이 탄생했다. 마치 작은 태양 같았다.

몇 초 후, 작은 태양은 서서히 사라지고 상상할 수 없이 강한 기운이 탄생했다.

이 기운은 마치 상위층 생물의 위압을 받은 천신이 강림한 듯했다. 심연인 듯 지옥인 듯했다.

열 장(丈) 높이의 거인이 공중에 떠올라 서 있었다. 그는 푸른 피부에 붉은색을 띠고 있었다. 가슴, 관절 등의 급소는 각질 갑옷으로 뒤덮여 있었고, 손발의 비율이 완벽했으며 근육 선에는 힘이 있었다.

전투를 위해 태어난 완벽한 몸이었다.

그의 얼굴은 진북왕이었다. 그의 머리 뒤로는 비현실적인 검은 그림자가 떠 있었다. 그건 주술사가 불러온 잔혼으로 전투력이 더해졌다.

성벽 위의 대봉 병사, 청안부 오랑캐, 요족 대군이 하나 같이 전전긍긍하여 두 다리를 끊임없이 떨었다. 고개를 숙인 채 무시무시한 ‘신령(神靈)’을 직시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다른 한편으로 성벽에 가까운 용마루 위. 대리사승과 어사 둘은 털썩 주저앉아 두려움에 얼굴이 창백해진 채 몸을 벌벌 떨었다.

양연은 그들을 보면서 전에 없던 엄숙한 목소리로 말했다.

“성을 나갈 준비가 다 되었으니 어서 이곳을 떠나게. 그러지 않으면 우리는 멸구당할 것이야.”

사절단 사람들은 가슴이 철렁했다. 그들은 양연의 말뜻을 아주 잘 알았다. 진북왕을 응징하겠다고 큰소리치던 그 고수는 곧 패할 것이었다.

“이게 어찌 된 일인가?”

몇몇 문관들은 갑작스러운 변화를 납득하지 못했다.

양연은 고개를 저었다.

“그들이 무슨 수법을 썼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이 힘은 그 신비로운 고수보다 훨씬 훨씬 강하네. 그는 승산이 없어.”

“가세, 얼른 가세.”

그는 문관 셋을 데리고 용마루를 뛰어 내려왔다. 진 포두와 백부장 진효는 재빠르게 행동하여 전방에서 길을 열었다.

류 어사 등은 무사의 긴장한 표정과 초조하게 도망치는 모습을 보고는 속으로 더 이상 요행수를 바라지 않았다. 그들은 좋지 않은 상황에 처한 이상 더는 초주성에 머무를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았다.

* * *

펑!

거칠기 짝이 없는 힘에 의해 거대한 종이 산산이 조각났고, 지종 도수의 분신이 소멸했다. 허칠안은 온몸에 마염이 휘감긴 채 순조롭게 곤경에서 벗어났다. 그가 손에 쥔 동검이 칠흑 같은 먹색으로 물들었다.

더는 총기가 없었다.

“당분간은 사용할 수 없겠군.”

‘허칠안’은 아무렇게나 동검을 내버리고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그런 뒤 그는 고개를 치켜들고 하늘에 있는 열 장(丈) 거인을 바라보면서 입을 벌리고 말했다.

“그렇게 커져서 뭘 하려고.”

그 거인은 고개를 숙이고 허칠안을 뚫어지게 바라보면서 엄숙하게 말했다.

“나는 이미 네 정혈을 삼키고 싶어 안달복달 났다. 틀림없이 아주 맛이 좋겠지.”

“진북왕, 너는 초주성 전체를 도살하였다. 허나 천벌을 받을 날이 올 거라는 생각은 해봤느냐?”

이번에는 허칠안의 목소리였다.

진북왕은 냉소를 지을 뿐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다음 순간 그가 입을 떼고 말하니 길리지고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진북왕, 자네는 버젓한 3품 무사다. 감히 일을 저질렀으면 용감하게 감당해야지. 어찌 백성을 대량 학살한 죄악을 우리 요족에게 떠넘기려 하는가?”

그런 뒤 촉구의 괴팍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백성을 대량 학살한 거면 학살한 거지, 인정하지 못할 게 뭐가 있는가. 얼마나 대단한 일이라고. 그저 비천한 개미들일 뿐인데. 우리 선조가 구주를 통치하던 시절에는 인족의 지위가 가축보다 그리 높지 않았다고. 죽이고 싶으면 죽이고 먹고 싶으면 먹고. 우리의 피와 살이 될 수 있고, 우리에게 생명의 정수를 제공하는 게 그들 개미의 복이네. 진북왕, 너 역시 이렇게 생각하는 것 아닌가? 그게 아니고서야 백성을 대량 학살하는 짓을 저지를수 있겠나?”

목소리가 길리지고로 바뀌더니 하하하 웃으며 말했다.

“진북왕, 사실 우리는 별 차이가 없네. 그저 우리가 더 적나라할 뿐이지. 너희 인족 강자는 자신에게 ‘허위’라고 불리는 면사를 씌우는 것이 습관이 되었더군. 오늘 전투 이후, 네가 성안의 백성을 도살한 죄악은 틀림없이 만천하에 알려지게 될 것이니 어떻게 뒷수습할지 생각해 보라고.”

거인이 다시 입을 떼니 진북왕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는 냉담한 어조로 말했다.

“모든 병사를 생매장하면 된다.”

그는 오만하고 시건방지고, 포악하고 냉혹하지만 동시에 문무를 겸비한 영웅이었다. 이런 사람은 언쟁을 하찮게 여겼다.

촉구의 말이 맞았다. 성안의 백성을 도살한 건 도살한 거지, 그는 결코 평범한 자의 생사를 개의치 않았다.

오늘 일은 본래 길리지고와 촉구를 사냥하기 위해 판 함정이었는데 지금 불문의 신비로운 고수가 나타남으로써 산통이 깨졌다. 심지어 그의 죄명이 만천하에 공개되기까지 했다.

진국검이 그를 버리면서 북경의 병사들은 이미 의심을 품기 시작했다. 똑똑한 자는 요족과 오랑캐 두 족속의 언행과 무신교 고품 주술사의 출현 등등 세부 사항을 결부하여 그가 백성을 대량 학살하여 단약을 만든 사실을 진작에 확실시했다.

따라서 진북왕의 눈에 초주성 내의 병사들은 이미 사전에 사형 선고를 받은 상태였다.

* * *

“진북왕, 정말 성안의 백성을 도살했는가…….”

성벽 위, 한 백부장이 고통스러워하며 중얼거렸다.

“하하하, 인족은 전부 어리석어!”

한 오랑캐가 몸을 앞뒤로 흔들며 크게 웃기 시작했다.

“한 달 전에 우리 오랑캐 밀정이 초주에 침입하여 백성을 대량 학살한 지점을 찾았지. 너희도 생각해 보지 않았는가? 오늘 우리 요족과 오랑캐 두 종족이 왜 성을 공격했을까? 초주성에는 상노와 화포가 있고, 성을 보호하는 진법이 있지만, 우리 오랑캐는 항상 인구가 제한적이라 아주 소중하지. 아무런 이유 없이 우리가 성을 공격해서 뭐 하겠는가? 우리는 진북왕이 초주에서 대량의 생명을 참살하고 혈단을 정제함으로써 2품 승직을 꾀한다는 걸 알았거든. 헤, 이는 우리 요족과 오랑캐 두 종족에게 치명적인 재난이라서 말이야.”

요족의 광기 어린 비웃음은 병사들의 창백한 얼굴과 선명한 대조를 이루었다.

사실 성을 지키는 병사들과 운 좋게 생존한 강호 인사들은 같았다. 그들은 도망칠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왜일까?

결과를 기다리고 싶었다.

그들은 진북왕이 실패하기를 기다린 게 아니라 진상을 기다렸다.

진북왕은 변방 병사들의 마음속에는 천지신명과도 같은 존재였다. 군대의 신념이자 병사들의 숭배 대상이었다.

그는 변방을 지켰으며 그의 수련 경지는 세상을 압도했다. 그리고 그는 북경을 안전하게 수호했다.

그동안 병사들은 진북왕 얘기를 시작하면 주먹을 쥐고 머리 위로 치켜올리곤 했다.

그들은 그를 천지신명처럼 존경했다.

그래서 허칠안이 진북왕이 성안의 백성을 도살했다고 책망했을 때 아무도 믿지 않았다. 허나 진국검이 그를 외면하자 병사들은 경악했고, 망연자실했고, 고통스러웠고, 믿지 않았다…….

진북왕이 인정하지만 않는다면, 그들은 마음속에 한 줄기 희망을 남기고 싶어 했다.

하지만 지금 마지막 요행심리도 깨져버렸다.

* * *

‘허칠안’은 머리를 젖힌 채 공중의 거인과 눈을 마주치더니 천천히 말했다.

“2단계.”

‘드디어 힘이 완전히 각성한 건가? 대사님, 기능을 전치하는 시간이 정말 기네요. 아니면 강한 무사일수록 소생하는 과정이 더 더딘 건가요…….’

허칠안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격렬한 기운이 하늘 높이 치솟더니 점차 높이 올라갔다.

진북왕에게서 비롯된 게 아니라 온몸에 마염을 휘감은 허칠안에게서 비롯되었다. 그의 몸이 팽창하기 시작했다. 두 장(丈), 다섯 장(丈), 일곱 장(丈), 열 장(丈)…….

이 과정 중에 그의 어깨 위치에서 살이 부풀어 오르더니 갑자기 피부를 뚫고 12개의 새카만 팔뚝이 뻗어 나왔다.

동시에 머리 뒤에 떠오른 고리에서는 칠흑 같은 마염이 타고 있었다.

이 거인은 마치, 마치…… 사도에 빠진 불문 법상 같았다.

거인은 전쟁의 신처럼 기운이 드높았다.

법상은 악마처럼 마염이 하늘에 차고 넘쳤다.

“너 역시 2품인가?”

진북왕은 엄숙한 표정으로 새까만 법상을 주시했다. 그는 드디어 방금 말한 ‘2단계’가 무슨 뜻인지 알았다.

눈앞에 이 2단계야말로 신비로운 강자의 최대치 힘이었다. 방금은 아니었다.

“2품?”

새까만 법상이 비웃었다.

“빈승은 그해 한 손만으로 2품이 고개를 들지 못하게 제압할 수 있었지. 어느 체계든 상관없이 말이야.”

진북왕은 콧방귀를 뀌었고, 여운이 가시기 전에 이미 새까만 법상 뒤에 번쩍 나타나 주먹으로 뒤통수를 강타했다.

이 주먹은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무시무시한 광경을 자아냈다.

새까만 법상의 머리 뒤 마염 고리가 그대로 부서졌고, 흑철로 주조한 듯한 몸뚱어리는 비틀거리더니 앞으로 내달렸다.

“겨우?”

마염 고리가 다시 응집했고, 새까만 법상은 입꼬리를 치켜올렸다.

“여러 해 동안 무엇이 고통인지 몰랐지. 아직 좀 부족하군. 진북왕, 네가 초주성 38만의 백성을 도살하였으니 나는 너를 주먹으로 38만 대 때리겠다.”

“덤비기나 해라!”

진북왕은 굽히지 않았다.

* * *

“갑시다, 갑시다, 빨리 갑시다…….”

진 포두는 크게 소리쳤다.

위엄과 공포의 기운이 하늘과 땅에 가득 찼다. 그는 심장이 곧 터져버릴 듯 숨이 막혔다. 평범한 사람이 무슨 수로 ‘신령’의 전쟁을 구경할 수 있단 말인가.

대리사승과 류 어사 등은 이미 두 다리를 쓸 수 없는 상태가 되었기에, 사절단 일행은 양연의 손에 들린 채로 가장 가까운 성문을 향해 달려갔다.

그들은 성문에 접근한 후, 병사와 오랑캐 그리고 요족이 잇따라 성벽 쪽으로 도망치는 모습을 발견했다. 그들은 뜻밖에도 유별나게 화합하여 도망치는 중에는 서로를 죽이지 않았다.

양연은 두려움이 그들의 마음을 가득 채웠음을 알았다.

“동성문으로 가세. 동성문이 가장 가까워 전투가 영향을 미치지 못하네.”

양연이 결정을 내린 뒤 사절단을 데리고 동성 성벽 위로 나아갔다.

그곳은 충분히 멀어서 그들이 안전하게 조망할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할 수 있었다.

사절단은 성벽 꼭대기에 올랐을 때 갑자기 아주 먼 곳에서 ‘쿵’하는 소리를 들었다. 그들이 황급히 고개를 돌려보자, 진북왕이 주먹에 맞아 비틀거리며 후퇴하더니 뒤쪽에 있는 성벽에 부딪혔고, 곧 성벽이 무너졌다.

순식간에 먼지가 일고 거대한 바위가 굴러떨어졌다.

무사의 전투력은 수수하고 질박했지만 충분히 폭력적이었다.

“우리가 신령 간의 격투를 지켜보고 있다니. 이는 불경죄야…….”

한 오랑캐가 전전긍긍하며 말했다.

새까만 법상이 진북왕 몸 위에 올라타더니 열두 쌍의 주먹을 폭우처럼 내리쳤다. 기기가 빈틈없이 터지고 먼지가 일며 지면이 함몰됐다.

“이 몸은 네가 대봉의 친왕이든 황제든 상관하지 않는다. 네가 감히 백성을 대량 학살하다니. 너를 죽여버리겠다!”

빽빽한 주먹이 진북왕의 가슴, 얼굴 각질 갑옷을 내리쳤다. 그는 가장 원시적인 폭력을 행사했다.

“힘에 의존하여 제멋대로 살육을 저지르는 자는 없다. 만약 네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면 오늘 내가 네가 썼던 방법으로 너를 다스려 주마!”

각질 갑옷이 파열되면서 선홍색의 선혈이 바닥으로 흘러 성벽 절반을 붉게 물들였다.

이는 당연히 허칠안이 한 말이었다.

철컥……. 새까만 두 팔뚝이 부러졌다. 진북왕은 새까만 법상에 머리를 내리꽂더니 천천히 일어났다.

“얼마나 가소로운가. 네가 나와 생사를 다투는 게 고작 성안의 백성들을 위함인가? 보아하니 강자의 마음이 무엇인지 전혀 모르는구나.”

비록 궁지에 몰렸어도 진북왕의 목소리는 여전히 포악스럽고 오만했으며 자신감에 차 있었다.

그가 천천히 토납하자 하늘에 흰 구름이 이끌려와 모이기 시작했고, 소용돌이 형태를 이루었다.

진북왕이 숨을 내쉼에 따라 부서졌던 각질이 복구되고 상처가 아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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