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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타경-485화 (482/712)

485화. 신비로운 고수

갑자기 나타난 이 남자는 초주성에서 오랫동안 잠복한 듯했다. 그는 진국검을 빼앗을 이 순간만을 기다렸다.

그는 푸른 장포를 입었으며 새까만 긴 머리는 조잡한 옥잠으로 묶었다.

그는 비록 평범하기 그지없는 얼굴을 지녔지만, 진국검을 쥐고 현장에 있는 여섯 명의 정상급 고수와 홀로 마주했을 때 침착하고 여유 있는 자태와 거침없는 눈빛을 내보임으로써 자신을 주시하는 모든 사람이 자연스레 실력을 인정하게 했다.

이 자는 정상급 고수 여섯명과 교전할 수 있는 인물이었다.

‘빌어먹을, 진북왕이 혈단 정제뿐만 아니라 이렇게 많은 후수를 두었다니. 이렇게 정상급 강자를 불러모아 나와 촉구를 매복하려는 거야…….’

청안부 우두머리는 안색이 변한 채 쿵쿵쿵 뒤로 물러난 뒤 손바닥을 내밀었다.

그가 손바닥에서 ‘펑’하고 회오리바람을 일으키자 먼 곳에 있는 성벽 위에서 부서지거나 완전한 무기가 마치 헤엄치는 물고기 떼처럼 길리지고를 향해 모여들었다.

슉슉……. 무기로 이뤄진 강철 물고기 떼가 회오리바람에 닿는 순간 붉은빛의 쇳물로 융해되었다.

쇳물은 끊임없이 응집했다. 불순물을 제거하고, 보통 사람이 사용할 수 없는 문짝 크기만 한 거대한 검으로 다시 응집되었다.

“대봉 황실에 고품 무사가 또 있다니? 산해관전역 이후에 승직한 고품인가? 불가능하다. 대봉 황실에는 이런 인물이 없어. 하지만 황실 사람이 아니라면 어떻게 진국검을 사용할 수 있지?”

거대한 구렁이 촉구가 뱀의 몸뚱이를 이리저리 움직여 민가를 덮쳤다. 촉구는 성벽 가장자리에 몸뚱어리를 받친 채 두려워하는 눈빛으로 청의 남자를 관찰하고 있었다.

촉구는 사람들의 마음의 소리를 물었다. 그들은 청의를 입은 젊은이에게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그들에게 돌아온 대답은 침묵이었다.

온몸에 혈기가 충만하고, 머리 위에는 비현실적인 전혼(戰魂)을 띄운 주술사는 현장에서 점을 쳤다. 그런 뒤 그는 진북왕, 길리지고, 촉구 그리고 지종 도수 모두 자신을 쳐다보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고품 주술사는 입을 벌리고 천천히 말했다.

“점괘가 나오지 않는군. 그의 몸에 천기를 차단하는 법기가 있어.”

‘천기를 차단하는 법기?’

모든 강자가 청의 남자를 살펴보았다. 그들은 꺼림칙해하면서도 그의 신분을 점점 더 궁금해했다.

‘그의 몸에 지서 파편의 기운이 있다. 그는 지서 파편의 주인이야…….’

검은색 연꽃 중앙에 있는 걸쭉한 고름의 검은 사람 형체는 갑자기 익숙한 기운을 감지했다. 석유 같은 액체가 연꽃에서 벗어나도록 그를 밀어내자, 그는 고공에 서서 악의 가득한 눈빛으로 허칠안을 주시하며 포효했다.

“너는 누구냐, 너는 누구냐……!”

자리에 있던 모든 고수는 어리둥절했고, 지종 도수의 태도에 다소 경악했다. 그가 하는 말을 들으니 이 자를 모르는 것 같기도 하고, 아는 것 같기도 했다.

고품 주술사가 미간을 찌푸렸다.

“그를 아는가? 이 자는 어디 출신인가?”

칠흑 같은 사람 형체는 대꾸하지 않고, 타락과 악의를 머금은 눈빛을 허칠안에게 고정했다. 그는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며 포효했다.

“금련은 어디 있는가, 금련은 어디 있는가.”

‘금련?! 그가 금련 아니야? 사도에 빠진 금련이잖아…….’

고품 주술사는 미간을 찌푸렸다.

‘이 자는 진국검을 들 뿐만 아니라 지종과 막대한 관계인 듯하군. 지종 도수의 태도를 보니 벗이 아니라 적인 듯한데…….’

길리지고와 촉구는 지종의 은밀한 비밀을 알지 못했다. 그저 이 불청객의 신분이 점점 더 신비스러워 보인다고 생각할 뿐이었다.

흰 치마의 여인은 정신을 집중하여 그를 눈여겨보다 보니 이 일에 흥미가 생겼다. 그녀는 결코 허칠안과 지종 도수가 무슨 관계인지 알지 못했다.

이때 허칠안이 천천히 말했다.

“금련이 일찍이 제게 간청했습니다. 그를 도와 당파를 깨끗이 청산하고 사도에 빠진 도수를 베자고요. 저는 거절하지 않았고, 단지 앞으로 한가할 때 알아서 그를 돕겠다고만 했습니다. 금련은 흔쾌히 응했습니다.”

“!”

칠흑 같은 사람 형제가 갑자기 수십 장(丈) 밖으로 물러나더니 그를 독살스럽게 주시했다. 마치 사람을 씹어 먹는 맹수 같으면서도 사냥꾼의 강함을 꺼리는 듯했다.

‘흑련은 지종 도수로, 2품 전봉 강자다. 이 자가 이렇게 가볍게 당파를 깨끗이 청산한다는 말을 입 밖으로 내뱉다니…….’

촉구와 길리지고는 가슴이 철렁했다. 상대는 그들만큼 강하므로 조금도 방심할 수 없었다.

이는 비단 상대방이 손에 진국검을 쥐고 있기 때문만이 아니었다. 그 자체의 신비로움과 강대함 때문에 북방 강자 둘은 그가 상당히 까다로운 상대라고 생각했다.

‘정말 큰 소리 치는 게 아니라고? 음, 흑련의 태도를 보니 금련이 완전히 사도에 빠진 건 아닌 듯한데. 비록 구체적으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모르겠지만 흑련이 말한 그 금련이 이 신비로운 강자에게 간청한 이상, 그에게 정말 그러한 실력이 있다는 의미다…….’

고품 주술사는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가슴속에 위기감이 솟구쳤다.

점괘에 능한 모든 주술사가 사건 발전이 점괘가 보여준 것 이상임을 안 후에는 안정감조차 사라졌다.

* * *

격렬한 전투가 멈췄다. 이쪽의 움직임은 성안에 생존한 강호 인사와 성을 지키는 병사들의 관심을 끌었다.

초주성은 한 주(洲)의 주성(主城)으로, 한 달 동안 이곳에 몰려든 강호 인사가 셀 수 없을 정도였다. 방금 전투에서 대부분이 죽었다고 해도 여전히 일부분의 사람들은 살아남았다.

초주성의 면적은 광활했기에 그들은 전투 현장을 볼 수 없었다. 하지만 무시무시한 충격파가 갑자기 멈추고 평온을 되찾으면서, 적잖은 생존자는 추측을 하기 시작했다.

“다, 다 싸운 거야? 누가 이겼지? 오랑캐야 아니면 진북왕이야?”

“틀림없이 진북왕이지. 무조건 진북왕이야. 만약 진북왕이 졌다면 우리는 전부 살아남지 못할 거라고.”

“가서 볼까?”

“목숨 필요 없는가? 참, 초주성의 백성들은 도대체 어찌 된 일이지?”

오랑캐 기마병과 요족 군대는 대봉 군대를 붙들었지만, 전투 상황이 격렬한 편은 아니었다. 성벽이 이미 무너진 데다, 각자의 우두머리와 친왕이 성안에서 격렬한 전투를 벌여 댔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이미 생사를 걸 필요가 없었으므로 서로의 견제에 더욱 힘을 썼다.

많은 전투를 치른 늙은 병사나 광기 어린 오랑캐나 모두 생명을 소중하게 여겼으므로 두려움 없는 희생을 하지 않았다.

이러한 이유로 각측 장수는 성안의 움직임을 틈틈이 방관할 수 있었다.

궐영수는 성벽 위에 서서 갑자기 나타난 청의 남자를 다소 불안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위연의 스타일과 아주 비슷한 상대방의 옷차림 때문에 그가 본능적으로 꺼리는 건지 확실히 분간할 수 없었다.

이는 단순히 고품 강자의 개입이 불안정한 요소를 많이 가져다주기 때문일 수도 있었다.

아마 둘 다 영향을 있을 것이다.

“초주성은 반드시 폐허가 되어야 한다. 사절단을 포함한 성안에 운 좋게 살아남은 자들도 반드시 죽어야 한다. 이렇게 해야 나는 비로소 백성 대량 학살의 진상을 덮을 수 있다. 증거가 없고 나를 보호하는 진북왕, 거기에 버젓한 일등 공작의 작위와 개국 군관인 아들 및 요 몇 년간 북경을 지킨 공만 있으면 된다. 설령 위연과 왕정문이라 해도 나를 어떻게 하지는 못한다.

모든 게 정해진 계획에 따라 흘러가길 바란다. 이 자는 도대체 누구이며 어째서 진국검을 들 수 있는 것인가. 황실에 이런 고수가 또 있었나? 그의 태도가 어떤지 모르겠군. 음, 회왕은 대봉의 친왕이다. 그가 2품으로 승직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자가 진국검을 들 수 있다는 건 대봉 진영이라는 걸 의미한다. 틀림없이 그도 진북왕의 돌파를 기뻐하며 지지할 것이다.”

궐영수는 머리를 굴리면서 이해득실을 끊임없이 분석했다.

* * *

다른 한편, 양연은 용마루로 뛰어올라 먼 곳의 전쟁터를 바라보았다.

그의 시력으로는 아주 멀리 떨어져 있어도 장중의 변화를 똑똑히 볼 수 있었다. 이름 모를 청의 남자가 진국검을 쥔 모습이 보였다.

그 형체를 보던 양연의 눈빛에 뚜렷한 황홀함이 비쳤다.

“양 금라, 무슨 일이 발생한 건가? 왜 전투가 멈췄지? 뭘 보았는가?”

대리사승이 용마루 밑에서 목청을 돋우며 소리쳤다.

사절단의 호위와 병사들이 사방을 경계하며 요족, 오랑캐 심지어 진북왕의 병사들을 저지했다.

양연은 시선을 거두고 담담하게 말했다.

“신비로운 고수가 한 명 나타났네. 그가 진국검을 잡았어.”

“뭐라고요?”

어사 둘과 대리사승은 깜짝 놀랐다.

‘진국검이 언제 초주에 나타났지? 줄곧 영진산하 사당 밑에서 기운을 억누르고 있지 않았나? 그리고 신비로운 술사가 진국검을 잡았다고? 그럴 리가.’

원경제가 진국검을 직접 진북왕에게 맡긴 그해에는, 당시 이미 전투력이 둘도 없는 강자거나 황실 사람이 아닌 이상에는 진국검의 인정을 받을 수 없었다.

진국검은 대봉 개국 황제의 패검으로, 그를 따라 곳곳에 출정하면서 대봉 기운을 조금씩 응집했더랬다.

신검에는 영혼이 있었다.

“그, 그자가 누구인가?”

대리사승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양연은 고개를 저으며 목소리를 낮추었다.

“그자를 보니 그해 위 공이 떠오르더군. 산해관전역 때의 위 공 말이네.”

말을 마친 그는 침묵에 잠겼고, 더 이상 설명하지 않았다.

“그 신비로운 고수는 적입니까, 벗입니까?”

류 어사가 물었다.

“모르겠네.”

양연은 고개를 젓더니 덧붙였다.

“하지만 진국검을 들 수 있다는 건 어쩌면, 어쩌면 진북왕의 후계자 중 하나일지도 모르지.”

대리사승은 눈빛이 어두워졌다.

류 어사는 이를 갈았다.

“따라서 백성 대량 학살은 일찍이 계획된 일입니다. 회왕이 2품으로 승직하게끔 밀어주기 위함이었습니다. 이로써 진국검을 동원할 수 있었고, 38만의 백성을 희생할 수 있었습니다. 38만 명이라니. 그들에게는 부양하는 자식과 어린아이가 있습니다. 아내, 남편, 자녀, 노인이 이렇게 죽었다니, 전부 죽었다니……. 어찌 이럴 수가 있단 말입니까, 어찌. 본관은 달갑지 않습니다.”

그는 성안의 백성들이 희생당하는 광경을 직접 목격하니 공문으로 보는 것보다 그 충격이 훨씬 컸다.

이 사건은 거의 류 어사의 트라우마가 되어버렸다.

* * *

진북왕은 눈을 가늘게 뜨고 눈알을 굴리더니 웃으며 말했다.

“마침 잘 왔군. 우리의 대치 상태를 타파했네. 북방 요족과 오랑캐 두 족속이 우리 대봉 변방을 수차례 침범하여 불태우고 죽이고 약탈하였네. 지금이 바로 한 번 올까 말까 하는 기회네. 그들을 죽이면 대봉 북경은 영원히 태평할 걸세.”

그는 우선 상대가 누구인지는 고려하지 않았다. 하지만 진국검의 인정을 받을 수 있으니 요족과 오랑캐 두 족속 사람일 리는 없었다.

어그로를 끌자. 대봉과 요족, 오랑캐 두 족속의 오랜 원한으로 이 신비로운 고수를 설득하여 그와 손을 잡고 우선 길리지고와 촉구를 죽인다.

백성을 대량 학살한 일에 관해서라면, 진국검을 되찾아올 방법을 생각한 뒤에 다시 얘기한다.

길리지고와 촉구는 진북왕의 말을 듣더니, 마치 강한 적과 맞닥뜨린 듯 대부분의 정신을 허칠안에게로 옮겨 날아오는 진국검을 조심스레 경계했다.

“나는 널 죽이러 온 것이다!”

청의 남자가 뒤이어 내뱉은 한 마디에, 자리에 있던 전봉 고수들은 어리둥절해하며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진북왕 얼굴에 웃음기가 서서히 걷혔고, 그는 날카롭게 그를 주시했다.

“뭐라고 했는가.”

허칠안은 그를 상대하지 않고 천천히 허공으로 높이 떠올랐다. 그의 양미간에 칠흑같이 까맣고 마치 화염 같은 부문(符文)이 떠올랐다.

그의 몸이 팽창하기 시작하더니 옷이 터졌다. 겉으로 드러난 피부는 마치 철로 단련한 듯 비인간적인 까만색이었는데 폭발적인 힘을 자랑했다.

이 순간 허칠안은 지종 도수보다도 더 사악했다. 온몸에 검은 마염(魔焰)이 타오른 게 신 같기도 악마 같기도 했다.

“이, 이 자는…… 도대체 어느 쪽 제왕인가?”

고품 주술사의 표정은 놀라움으로 가득했다.

‘구주에 언제 이런 전봉 무사가 나타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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