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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타경-482화 (479/712)

482화. 성을 공격하다 (2)

‘2품으로 승직한다라…….’

대리사승, 어사 둘 그리고 진 포두는 깜짝 놀랐다.

만약, 만약 회왕이 정말 이로써 2품으로 승직한다면, 그, 그럼 그들이 이 일을 폭로하고 상소문을 올려 탄핵한다고 해도 황제가 죄를 물을까?

제공들이 회왕을 처리할 수 있는가?

2품 무사가 무슨 개념인가. 대봉은 이미 삼백 년 동안 2품 무사를 배출한 적이 없었다.

구주로 시야를 넓혀도 2품 무사는 이미 자취를 감추었다. 적어도 북방 오랑캐, 요족에는 2품이 없다.

회왕이 만약 2품으로 승직할 수 있다면, 백성을 대량 학살한 것 정도가 죄가 되기나 하나? 설령 죄라고 해도 누가 그를 벌할 능력이 있단 말인가?

아마 폐하와 제공들은 마지못해 인정할 수밖에 없을 터였다. 하지만 일단 폐하와 제공이 타협하면, 감정이라고 해도 어쩔 수 없이 대세를 중시할 수밖에 없었다.

38만 백성의 목숨과 2품을 맞바꾸는 것이 그만한 가치가 있겠는가?

매우 가치 있었다.

류 어사는 숨을 깊게 들이쉬더니 말했다.

“회왕이 만약 2품으로 승직하면, 저는 금란전에 피를 튀기고 죽음으로써 뜻을 밝히겠습니다.”

진 포두가 나지막이 말했다.

“그를 저지할 수 있는 자가 아무도 없습니까? 북경에서 누가 진북왕을 저지할 수 있을까요…….”

양연은 고개를 저었다.

“북경에서 누가 진북왕보다 더 강할 수 있단 말인가?”

없다.

아무도 진북왕을 저지할 수 없었다. 초주에는 진북왕 승직의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자가 아무도 없었다.

어느 누구도, 사절단도 강호 무사도 안 되었다. 그들은 어쩔 수 없이 눈 뜬 채로 진북왕의 승직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진 포두가 느닷없이 말했다.

“갑자기 허칠안의 실력이 부족한 것이 안타깝군요…….”

사람들이 쳐다보자 그는 자조적으로 말했다.

“예전에 저는 그가 불문 두법에서 천하에 명성을 떨쳐 질투했습니다. 그가 천인 간 전쟁에서 도문의 걸출한 제자를 제압하고 과시하는 모습을 질투했지요. 하지만 지금 저는 그의 수련 경지가 부족하다는 사실이 미울 뿐입니다. 만약 그였다면 절대 모른 척 좌시하지 않았을 겁니다. 심지어 지금도 이미 회왕에게 칼을 뽑아들었지요. 그렇죠? 양 금라.”

사람들은 일제히 양연을 쳐다봤다.

양연은 좀 어리둥절했다. 무슨 생각이 떠올랐는지 모르겠으나 그는 탄식하는 어조로 말했다.

“위 공께서 그의 가장 큰 단점이 바로 혈기 왕성한 용감함이라고 말씀하신 적 있지. 상급자를 칼로 베든 운주에서 홀로 반란군을 막아서든 말일세.”

그랬다. 그 남자는 구제불능이었다. 못되고 고집스러웠다.

그를 미워하는 문관들은 자주 말하곤 했다.

‘이 자는 조만간 그의 성격 때문에 대가를 치르게 될 게야.’

하지만 때로는 바로 이런 사람이 그들 마음속의 ‘구세주’가 되기도 했다. 그들이 어떠한 시기에 분기탱천해주길 바라는 그 사람이 되기도 했다.

류 어사는 중얼거렸다.

“선황께서 틀리셨습니다. 만약 대봉에 진짜 호국 신장이 있다면, 저는 회왕이 아니라 허칠안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그는 아직 미숙했다. 아직 성장하지 않았다.

대리사승은 표독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본관의 지금 유일한 바람은 오랑캐가 성을 부수고 진북왕을 베는 것이네. 만약 대봉에 저지할 수 있는 자가 없다면, 오랑캐에게 맡겨 보자고.”

* * *

“혈단!”

성 안의 하늘, 푸른색 거인이 거대한 핏덩어리를 바라보는 눈에 연연해하는 기색이 스쳤다.

수십만 인구의 생명 정수를 정제한 혈단은 자신을 강화하는 무사에게 있어 관문을 깨는 자양제다. 설령 관문을 깰 수 없다고 해도 최소한 실력을 최고의 경지까지 끌어올리는 일은 가능하다.

그가 만일 이 혈단을 손에 넣으면 60년 안에 2품으로 승직한다는 확신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만약 진북왕이 혈단을 손에 넣으면 오랑캐에게는 변방에 2품 무사가 하나 더 늘어난다는 의미가 된다.

그러면 그는 한낱 눈엣가시가 아니라 치명적인 위협이 된다.

산해관전역 후, 오랑캐의 2품 고수는 추락하였고 중·고층 강자 역시 막심한 손해를 입었다. 북방 요족도 마찬가지로 원래는 3품이 둘 있었지만 현재는 촉구 하나만이 남았다.

북방 요족과 오랑캐의 동맹에 2품 고수의 탄생이 시급했다.

“마침 잘 왔네, 진북왕. 자네 이 혈단은 오로지 나 좋으라고 한 일인가 보군.”

길리지고가 크게 웃으며 말했다.

“자네는 그럴 팔자가 아니네.”

진북왕이 코웃음을 쳤다.

두 사람은 말하는 동시에 쉴 새 없이 칼날을 부딪쳤다. 매번 날카롭게 맞설 때마다 허공에 천둥이 치는 듯 충격파가 끊이지 않았고, 성벽 위의 병사들과 성 밑의 기마병들은 해일 속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그들은 자칫하면 3품 강자의 교전 여파로 죽을 수도 있었다.

“성을 함락해라!”

길리지고가 포효하더니 두 장(丈) 높이의 푸른색 몸뚱어리가 도약했다. 지면은 ‘쾅’하는 소리와 함께 직경 수십 미터의 깊은 구덩이로 무너져내렸다.

공중의 푸른색 거인은 문짝에 버금가는 거대한 검을 머리 위로 높이 치켜들었다. 슉! 거대한 검에서 수십 장(丈) 길이의 도검이 세차게 발사되어 단숨에 앞을 베어버렸다.

그가 마치 천지개벽처럼 하늘을 찌를 듯이 검을 내리치는 순간, 성벽 위의 병사들과 성벽 아래의 오랑캐 기마병들은 두 다리를 전전긍긍하며 전투력을 잃었다. 똑바로 서 있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이미 호걸이라 할 수 있었다.

이는 힘에 대한, 가장 원초적인 두려움이었다.

자갈이 벽체에서 ‘쿵’하는 소리를 내며 쪼개지더니, 성벽 위에서부터 퍼져나가 끝내 성 밑까지 이를 정도로 큰 균열을 야기했다.

“부숴라!”

길리지고는 크게 소리쳤다.

검의 기운이 좀 더 강해졌다.

우르르 쾅쾅……. 성벽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소규모로 무너져 내렸다. 불행히도 그 부근에 있던 병사들은 처참한 비명을 지르며 떨어지고 자갈에 묻혔다.

“돌진하여 혈단을 쟁취하라!”

오랑캐 기마병들의 사기가 고조되었다.

성벽 위의 병사들은 미리 준비한 뇌목, 바위, 화살을 운반하였고, 높은 곳에서 공격하여 오랑캐의 충돌과 균열을 막았다.

다른 한편, 적색의 거대한 구렁이는 허공에 응집한 혈단을 보더니 순간 발광하기 시작했다. 구렁이는 외눈에서 금빛을 내뿜으며 성벽의 진법에 충격을 가했고, 벽체는 계속해서 붕괴되었다. 요족 대군은 곤경에 빠졌다. 그들은 성벽으로부터 오는 공격뿐만 아니라 죽은 동료가 갑자기 뻣뻣한 시체가 되어 동료를 공격하는 행위를 마주해야 했다.

“참으로 지독하군. 이 혈단을 위해 초주성 전체를 살육하다니. 진북왕이 나보다 훨씬 독하다. 나는 감히 이렇게 하지 못하지. 우리 북방 요족의 수는 한계가 있어 아쉽다고.”

거대한 구렁이는 입에서 사람의 언어를 내뱉으며 윙윙 냉소를 터뜨렸다. 그는 전혀 조급하지 않은 듯 전투력을 아끼면서 계속해서 성벽 진법에 충격을 주는 동시에 암암리에 주술사와 뒤엉켰다.

* * *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공중에 있는 그 핏덩어리는 더 커지지 않고 오히려 농축되어 갔다. 부피는 점점 작아졌고 핏빛은 더욱 짙어졌다.

횡포한 원기가 그 속에서 넘쳐흘렀다.

“꼴깍…….”

양연은 침을 삼키고 고개를 젖힌 채 저건 세상에서 가장 매혹적인 물건이라고 생각했다.

진 포두 등 무예를 연마한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다들 고개를 들고 눈이 빠지게 쳐다보았다.

오히려 보통 사람인 대리사승과 어사 둘은 어떠한 차이도 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경계하며 몇 걸음 뒤로 물러났다. 왜냐하면 이 순간, 그들의 표정이 마치 찬바람 속에 굶주린 늑대처럼 군침을 흘리는 표정이었기 때문이다. 그 표정에는 흉악함과 갈망이 서렸다…….

양연은 마음속에 주체할 수 없는 갈망이 들끓었다. 그는 혈단을 손에 넣어 삼킬 수 있길 간절히 바랐다.

그가 막 행동으로 옮기려는데 갑자기 몇 사람의 형체가 하늘로 올라가더니 아무것도 고려하지 않은 채 혈단으로 달려들었다.

그들 형체가 막 다가가자 재빠르게 백골이 되었고, 정혈은 혈단에게 삼켜졌다.

……양연은 꿈에서 막 깬 듯 온몸을 떨었고, 이건 자신이 쟁취할 수 있는 게 아님을 깨달았다. 섣불리 다가갔다가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었다.

“보지 말게. 고개를 숙여.”

양연이 소리쳤다.

사람 형체는 마치 격렬한 천둥처럼 사절단 무사들의 귓가에서 폭발했다.

진 포두 등은 깜짝 놀라 정신을 차렸고, 고개를 숙인 채 다시 볼 엄두를 내지 못했다.

바로 이때, 은방울 같은 웃음소리가 들리더니 초주성 구석구석에 메아리쳤다. 목소리에는 강렬한 유혹이 감돌았다.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애정 어린 마음을 품었고, 그 목소리의 근원을 찾고자 갈망하였다.

성을 지키는 병사든 성을 공격하는 오랑캐든 또는 성안에 사는 강호 인사든 무릇 남성이라면 전부 고개를 들고 하늘을 쳐다봤다.

희미한 그림자가 천계에서 속세로 걸어왔다. 그녀는 아름답고도 아름다웠지만 매력은 한 수 위였다. 바람이 그녀의 머리칼을 어루만지고 옷자락을 들추니 신선놀음이 따로 없었다.

구천 위의 선녀 같은 그녀가 한 걸음씩 속세에 발을 들였다.

‘세상에 이렇게 아름답고 재능이 출중한 여인이 있다니…….’

남자들은 약속이나 한 듯 마음속에 이런 생각을 떠올렸다.

흰옷을 펄럭이는 선녀가 허공을 밟으며 걸어왔다. 요염하면서도 부드럽고 매혹적인 목소리가 마치 애인이 귓가에 속삭이는 것처럼 달콤하게, 모든 이의 귓가에 퍼졌다.

“진북왕이 본 국주를 위해 애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잘 뺏었군, 하하하. 진북왕, 자네는 내가 성을 함락하려는 줄 알았는가? 나는 그저 자네와 놀고 있을 뿐이네.”

길리지고는 마치 파리를 잡는 듯 거대한 검을 휘두르며 진북왕을 공격했고, 진북왕 역시 조금도 양보하지 않았다. 분명히 아주 보잘것없어 보였지만, 그도 무서운 괴력을 분출하여 정면으로 맞서면 푸른색 거인에게 조금도 뒤지지 않았다.

“정말 미인이야. 부락으로 데리고 가 부인으로 삼을 수 있으면 좋겠구먼.”

길리지고는 진북왕과 격투를 벌이며 그에게 엉기면서, 한편으로는 눈을 가늘게 뜨고 선녀처럼 아름다운 성안의 여인을 바라보았다. 그는 어부지리로 거저먹는 그녀를 보면서 소리 없이 말했다.

“자네 같은 일개 무사가 어떻게 우리를 속인 거지? 자네에게 조력자가 있다는 걸 진작 알았지. 만에 하나의 실수도 없기 위해 우리가 만요국의 국주를 초청했다고. 헤, 이 성벽으로는 구미천호를 막을 수 없어. 자네의 혈단을 빼앗아 나, 그녀 그리고 촉구가 혈단을 공평하게 나눌 것이야.”

“그래?”

진북왕이 비웃었다.

“그럼 자네는 왜 생각해 보지 않는가? 성안의 대진을 누가 그렸겠나?”

* * *

북성 방향, 주술사의 조종을 받아 두 눈이 시뻘건 상태였던 대봉 병사와 요병이 갑자기 굳어 버렸다. 마치 꼭두각시가 주인을 잃은 듯했다.

“가고 싶나?”

촉구는 이 광경을 보더니 이마의 세로 눈에서 갑자기 오광(烏光)을 내뿜었다. 이 오광은 실질적인 살상력은 없었기에 성벽 진법을 뚫고 성안의 어느 허공으로 돌진했다.

그곳에서 한 형체가 몸을 숨긴 채로 뛰쳐나왔다. 그 형체는 검은 장포를 두르고 모자를 쓰고 있었다.

그는 상처를 입지 않았지만, 오광에 닿아 온몸이 경직되었다. 마치 추락하는 것처럼 사고와 행동이 더뎌졌다.

검은 장포의 주술사는 승리의 열매를 따려는 흰 치마의 여인을 미처 막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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