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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타경-474화 (471/712)

474화. 충돌

지금 허칠안이 콕 찝어내자 그녀는 문득 모든 걸 깨달았다.

‘또 배웠다……. 내가 문제를 바라보는 각도는 역시나 그와 현저한 차이가 난다. 역시 허칠안다워.’

이묘진은 지식을 누적하고 계속해서 전서를 보냈다.

[이: 조진이 말하길 그 배후의 인물은 초주 포정사 정흥회이며, 진북왕이 초주성 전체 백성을 대량 학살했다고 하네.]

쿵…….

지서 파편이 떨어지면서 낭랑한 소리를 냈다.

허칠안은 마치 무거운 추에 머리를 맞은 듯 의식이 혼미해졌고, 머릿속으로 끊임없이 생각하며 제자리에 멍하니 있었다.

‘초주성?! 진북왕이 초주성 전체를 대량 학살했다니……. 어떻게 감히? 그는 미친 건가?’

초주성은 주(州) 전체의 주성(主城)으로 주 전체의 인재와 각 분야의 엘리트가 모여 있었다. 그가 성을 대량 학살했다면 초주의 기운은 완전히 사라질 것이다.

한참 후 허칠안은 숨을 깊게 들이쉬더니 허리를 굽혀 지서 파편을 주워 전서로 말했다.

[삼: 이건 불가능하오. 만약 초주성이라면 오랑캐를 속일 수가 없소. 초주 관리 사회와 시정 백성, 강호 협객이 모를 리가 없소. 이건 논리에 맞지 않소.]

이묘진 역시 생각에 잠긴 듯 그에게 대꾸하지 않았다.

이때 금련 도사가 전서로 말했다.

[구: 만약 초주성이라면 공교롭게도 예상 밖이지 않은가? 자네가 불가능하다고 여기고, 오랑캐 역시 불가능하다고 여기고, 어느 누구도 불가능하다고 여기지. 허, 빈도 역시 방금 그러했네. 묘진이 속았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불가능할수록 오히려 더 가능하지. 술사가 암암리에 오랑캐를 돕고 있다고 얼마 전에 자네가 말하지 않았는가? 진북왕이 위험한 수를 썼기에 암암리에 기만 행위를 할 수 있었던 걸세.]

허칠안은 얼굴을 비볐고, 들끓는 분노를 억지로 누르며 전서로 반박했다.

[삼: 하지만 그가 어떻게 각 세력을 속인 겁니까? 제가 여러분께 말씀드리지 않은 일이 있는데 만요국 잔당 역시 개입했습니다. 오랑캐, 신비로운 술사, 만요국 잔당 이들 모두 구주에서 손꼽는 대세력입니다. 그들을 속이려면 그 난도가 얼마나 높은지는 가히 짐작할 수 있지요.]

이묘진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이: 술사가 한 건 아닌가? 술사는 천기를 차단하여 어떤 일이나 어떤 사람을 소홀히 하게 할 수 있다고 자네가 말한 적 있네.]

허칠안은 생각하지도 않고, 이묘진의 짐작을 부정했다.

[우선 만약 천기를 차단한다면, 혈도 삼천리 사건은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오. 나아가 진북왕 자신조차도 이 일을 잊었을 테고. 그리고 천기 차단은 철저하게 흔적을 지우는 게 아니라 관련 기억을 잊게 만들거나 관련 사건을 등한시하게 만드오.

내가 예를 들겠소. 이묘진 그대가 금란전을 박살 냈고, 술사가 자네 대신 천기를 차단했다고 치겠소. 황제와 조당 제공은 그대가 박살 낸 금란전을 잊을 것이고, 금란전 파손과 관련하여 판단력을 잃을 것이오. 하지만 금란전이 파괴된 건 파괴된 것이지, 흔적을 지울 수는 없소.]

이묘진은 깨달았다. 술사가 사건을 차단한 게 아니다. 만약 감정이 나섰다면 조정은 지금도 혈도 삼천리 사건을 몰랐을 것이다.

하지만 초주는 폐허가 되었고, 귀신 성이 되었다.

지금은 모두가 혈도 삼천리 사건을 알지만 그 장소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딱 정반대였다.

생각이 분분한 사이, 그녀는 허칠안이 전서로 묻는 말을 보았다.

[삼: 그 포정사 정흥회는 어떻게 도망쳐 나온 것이오?]

이묘진은 즉시 대답했다.

[이: 조진이 하는 말에 따르면, 그날 백성을 대량 학살한 건 진북왕이 아니라 도지휘사 궐영수라고 하네. 그날 진북왕은 군대를 이끌고 오랑캐 유격병을 저지하느라 초주에 있지 않았네.]

‘……이거 전형적으로 알리바이를 만들면서 동시에 연막탄을 뿌리는 전략이잖아? 어쨌거나 진북왕 본인은 각 세력이 주시하는 초점이니까 그가 초주를 떠나면서 대부분의 이목을 가져간 거였어. 그 무슨 도지휘사가 이 기회를 틈타 성안의 백성을 대량 학살한 거고.’

허칠안은 전서로 말했다.

[삼: 언제 발생한 일이오?]

이묘진이 대답했다.

[이: 한 달 전쯤이네.]

‘한 달 전이라……. 삼황현 청루의 첩자 채아 낭자가 말한 적 있다. 대략 한 달 전쯤에 삼황현에서 갑자기 엄격한 출입 조사를 실시했다고. 맨 처음에는 나를 찾고 있는 줄 알았는데 지금 보아하니 찾고 있던 자가 초주 포정사였군.’

허칠안은 머리를 굴리면서 또 한 가지 질문을 했다.

[삼: 그 조진이라는 자는 이 일을 겪지 않았소?]

이묘진이 전서로 말했다.

[이: 조진의 형제가 정흥회 저택의 객경이라네. 일이 벌어진 후 정흥회는 시위의 호송을 받으며 도망쳤고, 숨어버렸네. 암암리에 정의로운 인사를 불러 모아 진북왕의 만행을 고발하려 했으나 감감무소식이라고 하네.]

허칠안은 묻고 싶은 세부 사항이 한 더미였지만, 지서를 사이에 두고는 제대로 말할 수가 없었기에 즉시 전서로 말했다.

[삼: 알겠소. 내가 바로 가겠소. 짧게는 반나절, 길게는 내일이면 도착할 수 있소.]

허칠안은 전서를 마치고 지서 파편을 거둔 뒤 뜰로 돌아왔다.

* * *

탁자에 앉은 왕비는 한 손으로 턱을 괴고, 다른 한 손으로는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중이었다. 그녀는 입으로 노랫가락을 흥얼거렸는데 그 목소리가 부드럽고 듣기 좋았다.

“왕비마마, 저 진북왕이 백성을 도살한 지점을 알았습니다.”

허칠안은 엄숙한 얼굴을 하고 탁자에 앉았다.

“서구군 아닌가?”

왕비가 반문했다.

허칠안은 고개를 저었고, 대봉 제일 미인의 평범한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면서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희 나온 지 이렇게 오랜데 늘 피하고 숨으면서 사람 만날 엄두도 내지 못했지요. 이제 드디어 마마의 남편과 만날 때가 되었습니다. 모든 은혜와 원한을 깨끗하게 청산하십시오.”

왕비는 웃음을 거두고 이상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자네의 말이 이상하게 들리는데…….”

그녀는 갑자기 눈을 부릅떴다. 맞은편의 거지 같은 남자가 손에 쥔 칼을 휘두르며 그녀의 목덜미를 베려 하던 모습이 보였다.

왕비는 목덜미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했기에 급소를 공격당하고 ‘쿵’하는 소리와 함께 탁자에 엎드려 의식을 잃었다.

허칠안은 왕비를 때려 기절시켰지만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아 미혼주 한잔을 타서 그녀의 입에 들이부었다.

“아마 이틀 동안 자기에는 충분할 거야.”

그때서야 그는 안심하고 지서 파편을 꺼내 그녀를 안에 담았다. 그런 뒤 그는 종이를 찢어 기기로 불을 붙였다.

“나에게는 하루에 천 리를 날 수 있는 투명 날개가 있다고.”

허칠안은 유유자적하게 말했다.

후……. 투명한 날개가 펼쳐지면서 기류가 뒤섞였다.

허칠안은 투명한 날개를 펄럭였다. 발밑에 먼지가 일면서 그는 하늘로 치솟았다. 그는 곧장 높은 하늘로 올라갔고, 일정한 고도에 도달한 후 갑자기 날개를 꺾어 동북 방향으로 날아갔다.

* * *

탁 트이는 천지, 산맥과 강물이 전부 몸 아래 있었다. 굽이치는 강물은 마치 은색 띠와 같았고, 높낮이가 다른 산봉우리는 또 다른 웅대함과 기이함을 드러냈다.

유가 법술은 그야말로 부정행위였다. 그는 고작 한 시진 반을 사용했는데 요원한 서남부에서 초주의 북부까지 날아왔다.

‘풍경이 빼어나군. 사실 그녀를 데리고 하늘로 올라와 놀 수도 있었지. 신기한 경험이기도 하니까. 하지만 나는 지금 공적인 일을 하러 가야 하니 더는 곁에 왕비를 데리고 다닐 수 없어. 엇? 내가 최근에 종종 그녀를 마음에 둔 것 같단 말이야. 하지만 나는 분명히 그녀의 몸을 탐하는 건 아니라고…….’

허칠안은 속으로 중얼거리면서 사람이 없는 산봉우리를 골라 낙하했다. 그런 뒤 그는 지도를 펼치고 봤다가 북산군과의 거리가 아직 80여 리나 남았다는 걸 알았다.

이번에 그는 유가 법술을 시전하지 않고, 앞으로 걸어갔다. 첫째로 종이가 너무 낭비되기도 했고, 둘째로 어깨가 지탱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유가 법술의 반서는 기능과 위력을 발휘하는 정도와 관련이 있었다.

이런 비행 법술은 기껏해야 사후에 목과 어깨에 통증이 오는 정도다. 목을 비스듬히 하면 된다.

* * *

황혼 전, 그는 북산군에 이르렀다. 그는 허신년의 준수한 얼굴을 대용하고, 담비 모피 모자를 쓴 채 목을 비스듬히 했다.

그는 사람에게 객잔 장소를 물어본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직접 찾아가 이묘진의 방문을 두드렸다.

끽…….

이묘진은 문을 열었고, 오랫동안 헤어져 있던 친구를 보았다. 본래는 아주 기뻐했을 텐데 이 친구는 고개를 기울인 채 눈을 흘기며 그녀를 냉랭하게 주시하고 있었다.

“자네 왜 그러는가?”

이묘진은 한 걸음 물러난 뒤 눈살을 찌푸렸다.

“베개를 잘못 벴소.”

허칠안이 고개를 기울인 채 말했다.

“??”

이묘진은 더 묻는 대신, 그를 데리고 들어온 뒤 입을 가린 채 웃음을 참고 있는 소소에게 차를 따르라고 분부했다.

“시간이 촉발하니 우리 요점만 얘기합시다.”

허칠안은 일부러 손을 놓쳐 찻잔을 엎어서 매우 뜨거운 찻물을 소소에게 뿌렸다.

종이 인형의 몸집이 움푹하게 오그라들었다.

소소는 발을 동동 구르며 화를 냈다.

“주인님, 그를 보세요, 그를 보세요. 만나자마자 저를 괴롭히잖아요.”

이묘진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허칠안을 노려보더니 쌀미음과 종이를 꺼냈다.

“네 스스로 메우렴. 사실 이런 모습도 아주 좋아. 네가 여기저기서 남자를 꼬시지 않을 수 있잖니.”

소소를 내쫓은 뒤 그녀는 물었다.

“자네의 생각은?”

허칠안은 여자 귀신을 응징한 뒤 손가락으로 탁자를 두드리며 망설이지 않고 말했다.

“당연히 그 포정사를 만나보러 가야하지 않겠소.”

이묘진은 미간을 찌푸렸다.

“함정이 두렵지 않은가?”

허칠안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확률이 높지 않소.”

그의 확실한 어조에 이묘진의 마음이 동요하였다. 그녀는 절박하게 캐물었다.

“어째서?”

그녀는 허칠안의 논리적인 분석을 듣는 걸 좋아했다. 이러면서 그녀는 그에게 조금씩 배울 수도 있었다.

“우선 우리는 범행 동기부터 분석해야 하오. 음,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상대방의 목표요.”

허칠안은 전문 분야 얘기를 하면서 당당하고 차분하게 말했다.

“자칭 초주 포정사라는 그 인물이 초주성에서 달아난 후 줄곧 은밀히 사람을 배치하여 이 일을 찔러 보려 시도했소. 정보 전달에 실패한 후에도 여전히 단념하지 않았지. 그대가 나타난 후엔 비연 여협객은 믿을 만한 인물이며, 인격이 높고 절개가 굳은 여협객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했소. 그리하여 사람을 보내 그대와 접촉한 것이오.”

이묘진이 투덜거렸다.

“얘기하면 얘기하는 것이지, 나를 치켜세워서 뭐 하는가.”

허칠안은 고개를 저었고, 더할 나위 없이 간절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그대를 치켜세우지 않았소. 비연 여협객은 내가 가장 탄복하는 협객이오.”

이묘진은 코웃음을 쳤다.

옆에 있던 소소는 허칠안을 쳐다보며 생각했다.

‘이 자식은 여자를 구슬리는데 아주 일가견이 있네. 주인님이 산에서 내려와 수련한 이래로 가장 의기양양해 하는 부분이 바로 자신에게 비연 여협객이라는 별칭이 붙었다는 점인데.’

비록 그녀는 일부러 경시하는 척했지만, 소소는 허칠안의 말이 주인님의 마음속 깊이 파고들었다는 걸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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