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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타경-473화 (470/712)

473화. 얽히고설키다

그녀는 생각의 흐름이 탁 트였다.

그녀는 지금 구주에 이런 능력을 지닌 술사라면 한 사람만 생각해낼 수 있었다. 감정.

이묘진은 이 추측으로 온몸에 전율이 일었다.

‘침착하자, 침착해. 허칠안이 말했다. 우선 대담하게 가정하고 조심스럽게 증거를 찾으라고……. 증거를 찾아 실증하기 전에는 전부 내 억측일 뿐, 진실이 아니다…….’

이묘진은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그녀는 지서 파편을 꺼내 허칠안에게 자신의 대담한 생각을 알릴 계획이었다.

이때 누군가 방문을 두드렸다.

이묘진은 담담하게 말했다.

“들어오게.”

그녀가 말을 하는 동시에, 문 뒤에 서 있던 귀신이 정성스럽게 방문을 열고 손님을 들어오게 했다.

방문자는 중년 남성으로 이묘진을 찾아온 강호 필부 중 하나였다. 초주 현지인으로 조진(趙晉)이라고 했다. 이 자의 수련 경지는 그런대로 괜찮았다. 매번 오랑캐를 죽일 때마다 앞장을 섰다.

명예와 이익을 위해서도 아니었다. 그는 그저 초주 사람이기에 오랑캐를 몰아내고 초주 사람들에게 행복을 가져다주고 싶을 뿐이었다.

평상복 차림의 이묘진이 경솔하게 웃지 않고 군인의 엄숙함과 침착함을 보이며 말했다.

“조 형, 나를 무슨 일로 찾아왔는가?”

조진은 시원시원하게 웃으며 말했다.

“저희가 이번에 또 물건을 가득 싣고 돌아왔습니다. 바꾼 식량은 성 밖의 유랑민이 3일 동안 죽을 먹기에 충분합니다. 형제들 모두 아주 기뻐하며 주루에 가서 축배를 들고 싶어 하더군요.”

그는 말하면서 탁자를 밀고, 이묘진의 찻잔에 손을 넣어 물을 묻힌 뒤 탁자에 썼다.

<저희 집 대인께서 진북왕이 백성을 도살한 그 일로 장군을 뵙고 싶어 합니다.>

“저는 그저 오늘 밤에 연회에 참석하실 건지 여쭤보러 왔습니다.”

조진의 목소리는 우렁찼고 그의 웃음 띤 얼굴은 호쾌했다.

이묘진은 탁자 위의 필적을 뚫어지게 바라보면서 한참을 침묵하더니 말했다.

“나 대신 형제들의 호의에 고맙다고 전해주게. 가지 않겠네.”

조진은 고개를 끄덕였고, 더는 머물지 않고 돌아서서 방을 나섰다.

* * *

그가 계단을 따라 대당으로 돌아가자, 탁자를 둘러싸고 먹고 마시던 강호 인사들이 즉시 캐물었다.

“어떻게 되었는가? 비연 여협객이 동의했는가?”

조진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모든 이들은 한바탕 실망하여 야유를 퍼부었다.

이묘진 같은 여협객은 강호 인사의 입맛에 딱 맞았다. 이런 무리에는 내심 그녀를 흠모하며 그녀에게 장가가고 싶은 자들이 비일비재했다.

이런 짝사랑은 십중팔구 자연적으로 소실되어 오랜 시간 후의 추억이 될 터였다.

조진은 술을 몇 잔 마시고, 주량을 이기지 못한다는 핑계를 댄 뒤 잠을 자러 방으로 돌아갔다.

그는 문을 닫고, 품속에서 이묘진이 방금 준 부적을 꺼내 기기로 불을 붙였다. 쉭, 부적이 타는 사이, 그는 졸음이 해수처럼 밀려왔고, 눈꺼풀이 무거워지더니 깊은 잠에 빠졌다.

* * *

그는 몽롱한 가운데 다시 눈을 떴다. 방 안에는 장포를 입은 아름다운 여인이 있었는데 바로 이묘진이었다.

“이건 꿈이고, 네가 보는 건 나의 원영이다. 허, 비록 너희가 제대로 말하지 않았지만, 나는 일부 사람들이 이미 나의 신분을 알고 있다는 걸 안다.”

천인 간의 전쟁의 발효된 지 한 달이 넘었다. 천종 성녀가 이묘진이자 비연 여협객의 본 모습이라는 걸 아는 자가 많지 않았으나 적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건 핵심이 아니었다. 이묘진은 조진을 주시한 채 나지막이 말했다.

“자네는 누구인가?”

“제 진짜 이름은 조진입이다. 초주의 협객이지요.”

조진이 말했다.

이묘진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마치 그녀에게는 꿈속에서라도 그가 거짓말을 했는지 아닌지 분별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듯했다. 그녀는 계속해서 물었다.

“너희 집 대인이 누구인가? 자네가 어찌 진북왕이 백성을 도살한 일을 알고 있단 말인가? 내가 알기로는 오랑캐 외에 초주에는 이 일을 아는 자가 거의 없는 듯한데.”

그녀의 말속에는 일개 강호 협객이 내막을 알 리가 없다는 뜻이 담겨 있었다.

“저희 집 대인께서는…….”

* * *

진 포두는 수일 동안 암암리에 조사하고 방문하여, 어쩔 수 없이 역참으로 돌아와 자신이 가치 있는 어떠한 단서도 얻지 못했다는 걸 알렸다.

류 어사는 침음하더니 말했다.

“저는 초주 포정사 정흥회로부터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자에 대해 평가가 아주 훌륭합니다. 초주에서 백성들의 추대를 받는 극히 드문 어진 신하지요. 그가 만약 이 일을 알고 있다면, 절대 숨기지 않을 겁니다. 어쩌면 진북왕과 도지휘사의 협박을 받았을지도 모르고요. 차라리 저희가 그를 찾아가서 의중을 떠보는 게 낫겠습니다. 정으로 마음을 움직이고, 이치로 일러 주는 법이지요.”

양연은 대리사승과 다른 어사를 보았고, 두 사람이 반대하지 않는 모습을 보자 생각하더니 말했다.

“그럼 포정사사 관아를 다녀오겠네.”

즉시 그는 정흥회와 친분이 있는 류 어사를 데리고 말을 타고 포정사사에 이르렀다.

* * *

통전한 뒤, 정흥회는 내당에서 두 사람을 접견했다.

융통성 없고 진지한 정흥회는 두 사람이 온 이유를 듣더니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반문했다.

“두 분, 저 가르침을 청하고 싶은 일이 있습니다.”

류 어사는 웃으며 대답했다.

“말씀하시게.”

정흥회는 양연과 류 어사를 훑어보았다.

“소위 혈도 삼천리는 그저 시체 한 구의 잔혼이 내뱉은 한 마디 말입니다. 이걸 근거로 회왕을 조사하려 하시다니. 여러 대인께서는 지나치게 경솔하다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류 어사는 미간을 찌푸렸다.

“자네의 뜻은…….”

정 포정사는 웃었다.

“본관은 초주 사무를 처리합니다. 어디서 분쟁이 나고 어디서 오랑캐가 약탈하는지 훤히 알고 있지요. 만약 정말 이런 일이 발생했다면, 저를 믿으십시오. 회왕께서는 많은 사람의 입을 막지 못하십니다. 그 이유는 아마 류 어사도 이해할 수 있겠지요.”

설령 황제라도 군신의 입을 막기란 불가능했다. 하물며 진북왕은 어떻겠는가.

류 어사는 더는 말을 하지 않았고, 미간을 찌푸린 채 그곳에 앉아 깊은 생각에 잠겼다.

이때 양연이 담담하게 말했다.

“기왕 그렇다면 왜 사절단의 사건 처리를 저지하고 방해하는 것인가?”

정 포정사는 계속해서 웃는 얼굴로 말했다.

“회왕께서는 어쨌거나 친왕이십니다. 조정에서 사절단을 파견해 그를 조사하면 장수와 병사들의 눈에는 거짓 모함으로 보일 것입니다. 그들은 회왕을 위해 불공평함을 호소하는 것이고, 이 역시 인지상정이지요. 하물며 회왕께서는 북방에 주재하며 통수권을 장악하고 계시니 조당에서 그의 통수권을 가로채고 싶어 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모르지요. 사절단이 초주성에서 맞닥뜨린 건 회왕의 압박 반응일 뿐입니다.”

류 어사와 양연은 서로 눈을 마주치더니 일어서서 작별을 고했다.

그들이 말 등위에 올라타고 어깨를 나란히 하여 가는 길에 류 어사가 옆으로 고개를 돌려 양연을 쳐다보면서 말했다.

“양 금라가 생각하기에 정 대인의 말이 일리가 있습니까?”

“모르겠네!”

양연의 대답은 간단명료하고 깔끔했다. 요 며칠 이렇게 노력했지만 허칠안에게 단서를 찾아주기만 했을 뿐, 쌍방이 회합한 후 사절단 일행은 어떠한 단서도 찾지 못했다. 그는 너무 창피했다.

하지만 그는 사건 조사에 서툴렀다. 이 사건은 영문을 알 수 없고, 얽히고설켰다는 생각만 들 뿐이었다.

* * *

“저희 집 대인이 유일한 산 증인입니다. 그는 회왕의 도살 검에서 운이 좋게 도망쳤고, 지금까지 계속해서 사방으로 도망 다니고 있습니다.”

조진이 말을 마치자마자 이묘진은 냉정하게 말을 끊었다.

“회왕은 3품 무사인데 너희 집 대인이 그의 칼날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니 그런 자가 누구란 말인가. 그리고 자네는 진작에 내 곁에 잠복해 놓고 왜 시종일관 드러내지 않다가 오늘 나타난 건가?”

“이 일은 말하자면 깁니다.”

“먼저 자네 집 대인이 누구인지 내게 말하게.”

이묘진은 눈살을 찌푸렸다.

“저희 집 대인은 초주 포정사 정흥회입니다.”

조진이 나지막이 말했다.

* * *

이묘진은 사건 경위를 진술한 조진의 말을 다 들은 뒤, 하마터면 자신을 통제하지 못하고 비검을 들고 진북왕과 호국공 궐영수를 베러 갈 뻔했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하산하여 경험을 쌓을 때의 풋내기 이묘진이 아니었다. 그녀는 일 년 반 동안 경험을 쌓으면서 더 냉정해지고 내공이 풍부해졌다.

“알겠네. 내가 자네를 도와주길 바라는 마음 이해하네. 하지만 나는 동료가 도착할 때까지 기다려야 하네. 그전까지 자네는 객잔에 머물며 아무 일도 발생하지 않았던 셈 치게.”

이묘진은 침상 옆에 앉아 있는 조진을 바라보았다.

“이해했는가?”

조진은 거짓말하지 않았지만, 그가 한 말이 반드시 사실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이건 전혀 모순되지 않았다.

그녀는 이미 4품에 들어섰다. 하지만 이 일은 더 높은 차원의 싸움과 연관되어 있었다. 이묘진은 자신의 수준이 한계가 있음을 알았기에 억지로 개입했다가 예기치 못한 일을 당할까 걱정되었다.

“네!”

조진은 고개를 끄덕여 이견이 없음을 알렸다.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그는 방 안에서 기이하게 사라지는 이묘진의 잔영을 보았다. 뒤이어 그는 다시 눈을 떴고, 침상 위에 누워 방금 잠에서 깬 자신을 발견하였다.

침상 옆 땅바닥에는 부적이 불에 탄 뒤의 잿더미가 남아 있었다.

‘천종의 수단은 정말 놀랍군…….’

조진은 무사라면 누구나 들 법한 감회에 잠겼다.

* * *

다른 한편, 이묘진은 방으로 돌아와 옥석경을 꺼내고 붓 대신 손으로 정보를 입력했다.

[이: 금련 도사님, 저 도사님께 단독으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금련 도사가 다른 구성원을 차단할 때까지 기다린 이묘진은 전서를 보냈다.

[이: 저 아주 급한 일로 허칠안과 연락해야 합니다.]

‘천지회 구성원 사이에 연락이 너무 잦은 게 결코 좋은 일은 아닌데…….’

금련 도사는 속으로 빈정대면서도 성실한 호구의 역할을 맡아 이묘진과 허칠안을 위해 비공개 채팅방을 열어 주었다.

[이: 허칠안, 자네 어디 있는가? 속히 산구군(山口郡)으로 오게. 진북왕이 백성을 도살했다는 단서를 찾았네.]

* * *

다른 한편, 허칠안은 왕비와 함께 소원(小院)에서 차를 마시며 잡담을 나누던 중, 지서 파편으로 인해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그는 용변을 본다는 이유로 잠깐 나갔다.

[삼: 무슨 단서를 찾았소?]

[이: 허칠안, 자네 방법이 아주 유효하더군. 오늘 내 휘하의 강호 인사 중에 조진이라고 하는 자가 갑자기 사적으로 나를 찾아오더니 진북왕이 백성을 대량 학살한 내막을 털어놓더군.]

‘잠깐, 너 언제 또 휘하에 부하가 생긴 거야? 타고난 리더 누나였어?’

허칠안은 대답했다.

[삼: 그자가 장군 옆에 오랫동안 잠입해 있었소?]

이묘진은 전서로 설명했다.

[이: 며칠 됐네. 시간을 계산해보면 대략 내가 명성을 떨친 지 오래 지나지 않아 찾아온 것 같네. 하지만 그는 전혀 자신을 드러내지 않았네. 그저 비연 여협객의 명성을 오래전부터 들었다고 말하며, 나를 따라 의로운 일을 행하고 싶다고 했지. 자네도 알다시피 나는 어디를 가든 언제나 호걸들이 서로 앞다투어 찾아오지 않는가. 나는 별일 아니라고 생각하고 그를 받아들였네.]

‘아니, 나는 전혀 모르거든. 상대적으로 비교했을 때 너야말로 주인공이잖아. 비연 여협객이 창을 흔들면 군주의 패기가 흘러넘치지. 그러면 모든 호걸이 잇따라 굴복하면서 머리를 숙이고 절하잖아…….’

[삼: 이는 논리에 부합하오. 그는 진북왕의 첩자가 비연 여협객을 사칭하여 낚고 있을까 봐 두려웠을 것이오. 그래서 근거리에서 그대를 관찰하기로 한 게지. 만약 내 추측이 틀리지 않았다면 그는 틀림없이 그대에 대한 지극한 존경심을 드러냈을 것이고, 사람들에게 그대의 근황을 끊임없이 물어봤을 것이오.]

이묘진은 입을 벌렸다. 그녀의 추측이 다 들어맞았다. 실제로 조진은 그녀를 향한 존경심을 숨기지 않았고, 그녀 앞에서 강렬한 열정을 드러냈다. 또한 그는 사절단 안에서 그녀의 정보를 적극적으로 알아냈다.

이묘진은 원래 조진이 그녀에게 마음이 있는 줄 알았다. 강호를 떠도는 남자 중에 비연 여협객을 흠모하지 않는 자가 어디 있는지 물어봐라! 그녀는 진작에 습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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