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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타경-464화 (461/712)

464화. 전부 거짓말 (1)

자리를 잡은 뒤, 양연 등은 정 포정사와 대청 안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정 대인, 폐하와 제공들께서 초주에서 ‘혈도 삼천리’ 사건이 발생했다는 걸 듣고는 놀라면서도 분노하여 모여들었고, 우리를 파견하여 이 일을 조사하여 밝히라 하셨네. 정 대인이 적극적으로 협조해 주길 바라네.”

류 어사가 공수하며 말했다.

정흥회는 진작에 이 일을 알고 있던 터라 고개를 살짝 끄덕이더니 물었다.

“대인들께서는 본관이 어떻게 협조하길 바라시는지요?”

양연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나는 초주 변군(邊軍)의 출영 기록과 초주 각지 관아에서 주고받은 공문서가 필요하네.”

정 포정사는 대답하지 않고, 사람들을 둘러보면서 무심코 말했다.

“수석 수사관 허 은라가 부상을 입어 경성으로 돌아갔다고 들었습니다만?”

류 어사가 탄식했다.

“도중에 매복 당했네…….”

정 포정사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사무적인 어조로 말했다.

“수석 수사관이 없으면 일 처리 권한이 애매한데요……. 물론, 각지 관아에서 주고받은 공문서는 본관이 대인들께 보여드릴 수 있습니다. 다만, 변군의 출영 기록은 수석 수사관만이 물을 권력이 있지요. 본관이 회왕께 설명해드릴 테지만, 회왕께서 꼭 편의를 봐주실 거라고는 장담하지 못합니다.”

류 어사 등도 화를 내지 않고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정 대인, 고맙네. 정 대인, 고마워.”

정 포정사는 대화를 마친 후 공무가 바쁘다는 이유로 먼저 작별을 고하고 떠났다.

대리사승이 류 어사를 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안타깝네. 두 어사는 그래도 어사구먼. 만약 순무였다면 쯧쯧…….”

어사는 경성에 있을 때 어사지만, 황명을 받들어 지방에 시찰 가기만 하면 순무가 됐다.

순무는 권력이 크기 때문에 가장 높은 지도자인 도지휘사, 포정사, 제형안찰사를 바로 제압했다.

하지만 이렇듯 순무의 권력이 막강하기 때문에 허칠안을 수석 수사관으로 임명한 것이다. 원경제의 태도는 분명했다. 사절단에게 회왕을 상호 제어하라고 할 수는 없었다.

양연이 담담하게 말했다.

“정 포정사는 벼슬아치로서 어떠한가?”

류 어사가 황급히 말했다.

“제가 그와 친분이 좀 있는데 이 자는 청렴한 벼슬아치로 명성이 자자합니다.”

* * *

삼황현.

성 밖, 관도 가장자리 차양막 안에 평범한 자태의 왕비와 그림같이 준수한 허칠안이 탁자에 앉아 질 낮은 차를 마셨다.

이곳은 성문 입구와 거리가 멀지 않았고, 차 한 주전자가 두 문전(文錢)으로 아주 저렴했다. 게다가 위치도 잘 선택했다. 큰 용수 아래 바람이 불어오면 서늘하고 상쾌했다. 거리 주변에서 성을 들어가거나 나가는 백성들이 끊이지 않았고, 다들 이곳에 잠시 머물며 차를 마셨다.

허칠안은 찻잔을 쥔 채 그의 ‘살인’ 계획에 관해 고민하고 있었다.

진북왕의 밀정한테 정보를 얻고 싶으면 확실히 성안에 있으면 안 됐다. 무고한 백성에게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보복당할 가능성이 있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상대가 성을 나가길 기다리는 것이었다.

사람을 찾는다면 작은 현성에 너무 오래 머무를 리가 없었다. 북경에는 군과 현이 무수하기에 모든 도시, 지방 도시마다 사람을 심기란 불가능했다.

이러한 이유로 밀정은 틀림없이 옮겨 다닐 것이다.

그는 수주대토하기만 하면 됐다.

이때, 그는 옆에 있는 사내 몇몇의 행동이 좀 이상하다는 걸 알아차렸다.

맨 처음에 허칠안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심력(心力)의 절반을 자신의 생각에 잠기게 한 채 나머지 절반으로는 주변 상황을 유심히 관찰했다.

서서히 그는 옆 탁자의 사내 셋이 이상하다는 걸 알아차렸다. 그들은 결코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

우선 그들의 건장한 체격은 보통 사람과 판이했다. 기운은 감출 수 있지만, 무사의 체격은 속일 수 없었다.

그다음으로 이 자들의 눈빛은 목적성이 뚜렷했다. 그들은 삼황현 성 방향으로만 관망했고 주변의 모든 것들에 무관심했다. 마치 무언가를 기다리는 듯했다.

마지막으로 이 사내 셋에게는 역용의 흔적이 있었다.

‘강호의 살수인가…….’

허칠안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 사내 셋은 그와 같은 생각으로 성 밖의 관도에서 수주대토했다.

그리고 그들의 원수는 이 관도를 지나갈 것이다.

‘이래서 강호는 위험하다고 하는 거야. 그쪽이 나를 베거나 내가 그쪽을 쑤시거나, 이단자에게 아름다운 결말은 없다고…….’

허칠안은 전생에 경찰이었던 만큼 이 추측에 묵묵히 감탄했지만 마음에 담아 두지는 않았다.

이 세계에는 그만의 규칙이 있다. 예를 들면 강호의 일은 강호에서 끝내고, 강호의 아들딸은 강호에서 늙는 것처럼 말이다.

그들이 평민을 해치고 치안을 어지럽히지 않는 이상, 관아는 일반적으로 강호 인사의 사활을 관리하지 않는다.

“나한테 은자 한 전(錢)만 줘…….”

왕비는 목소리를 낮추고 말했다.

“아니, 열 문전(文錢)이면 좋겠네.”

그녀는 말을 바꾸었다.

허칠안은 그녀를 쳐다보더니 공을기(*孔乙己: 중국 소설의 주인공)가 동전을 놓는 것처럼 하나씩 탁자 위에 놓았다.

왕비는 작은 손을 뻗더니 서둘러 동전을 챙기고 슬그머니 좌우를 살폈다. 그러다가 그에게 눈을 부라리고 욕을 내뱉었다.

“돈이 있으면서도 꽁꽁 싸매고 있으니.”

그녀는 그런 뒤 허리춤에 있는 띠에 넣었다.

허칠안은 웃었다. 그가 교화한 결과 왕비는 자발적으로 공부하고, 강호의 경험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배우기 좋아하는 여인이었다. 다만, 그녀는 새장에서 기르는 금사조 같은 존재라 하층 백성들과 사회 현상에 관해서는 하나도 알지 못했다.

서투른 솜씨로 흉내 내려다 웃음거리가 되는 상황을 피할 수는 없었다.

열 문전일 뿐이었다. 재화로 사람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경지에 다다르기에는 아직 멀었다.

왕비는 동전을 잘 챙겼다. 그녀는 주인장에게 그릇 두 개와 찻주전자 하나를 달라고 한 뒤 조심스럽게 품속에 감싸 안고 보따리를 챙긴 채 차양막을 나섰다.

* * *

그녀는 길을 따라 걷다가 이내 멈춰 섰다. 그녀는 거지 둘 앞에 멈췄다.

늙은 거지가 어린 거지를 데리고 있었다.

허칠안의 시선은 줄곧 대봉의 제일 미인을 쫓았기에 그녀가 거지 둘 앞에 웅크리고 앉아 그릇 두 개를 펼쳐놓고 차를 따르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뒤이어 평범한 자태의 왕비는 자신의 식량과 허칠안이 선심 쓰며 산 최고급 간식을 어린 거지와 늙은 거지에게 나누어 주었다.

그녀는 두 사람이 간식을 게 눈 감추듯 다 먹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경계하는 눈빛으로 좌우를 두리번거렸고, 띠에서 동전 열 닢을 꺼내더니 살그머니 늙은 거지에게 건넸다. 남이 볼까 봐 아주 두려워하는 듯했다.

허칠안은 다소 멍하니 풀린 눈동자로 이 광경을 차분하게 바라보았다.

* * *

얼마 지난 뒤, 왕비는 찻주전자와 찻잔을 감싸 안고 경쾌한 발걸음으로 돌아왔다.

“이렇게 되면 내가 자네에게 은자 한 전(錢)에다가…… 열 문전(文錢)을 빚졌군.”

왕비는 은자 한 전(錢)이 몇 문(文)과 같은지 전혀 알지 못했다.

‘그럴 필요가 있나? 여정 내내 먹고 입고 자는 거 전부 내가 부담했잖아…….’

허칠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이례적으로 그녀를 비웃지 않고 물었다.

“그들에게 뭐라고 하셨나요?”

“그들은 변방에서 도망쳐 왔다네. 마을이 오랑캐에게 함락당하고 가족이 전부 죽었다더군. 늙은 거지는 손자를 데리고 여기까지 도망쳐 왔대.”

왕비는 눈꼬리를 잔뜩 찌푸렸다.

허칠안은 ‘응’하고 소리 내더니 한참 침묵하다가 그녀를 놀렸다.

“마마, 오늘 예쁘시네요.”

왕비는 코웃음을 치더니 거만하게 아래턱을 치켜올렸다.

쓸데없는 말을 하자면, 세상에 그녀보다 더 아름다운 여인이 있을까?

갑자기 그녀는 고민스러운 듯 자신의 얼굴을 두 손으로 받치고 힘껏 문지르더니 우거지상을 하고 말했다.

“설사 내가 지금의 이 모습이 되었어도 자네는 여전히 내 미색에 매혹될 게야.”

“…….”

마침 이때, 다급한 말발굽 소리가 들려왔다. 기마병 부대가 삼황현 방향에서 내달려 왔는데, 우두머리는 검은 장포에 모자를 쓰고 얼굴은 아래턱과 입술만 드러나는 가면으로 가린 채였다.

이 자는 진북왕의 밀정으로, 바로 오늘 아침 허칠안과 길거리에서 마주쳤던 그자였다.

‘허, 나는 적어도 관도에서 며칠은 기다릴 줄 알았는데…….’

허칠안은 속으로 기뻐했고 아주 힘이 났다. 그는 오늘 아침의 실패를 교훈으로 삼아 상대방의 주의를 끌지 않도록 많이 쳐다보지 않았고, 동시에 자신의 악의를 거두어 상대 무사의 직감을 건드리지 않도록 했다.

이 지역은 삼황현과 아주 가까운 거리에 있었다. 행인이 아주 많아 싸우기에 적절하지 않았다.

다그닥다그닥…….

기마병 부대는 차양막 옆을 지나쳐 재빠르게 멀어져갔다.

허칠안이 왕비를 데리고 뒤따라가려고 할 때, 옆 탁자의 사내 셋이 앞장서서 움직였다. 그들은 부스러기 은자 한 알을 내던지고 탁자 옆에 비스듬히 기대어 둔 헝겊으로 감싼 무기를 쥐고, 기마병이 멀어져가는 방향을 향해 미친 듯이 내달렸다.

‘세 사람 역시 진북왕 밀정을 노리고 가는 건가?’

허칠안은 고개를 숙이고 차를 마시면서 아무런 내색을 하지 않았다.

그는 반주향의 시간이 지나자 일어서서 말했다.

“가시지요. 좋은 구경을 시켜드릴게요.”

왕비는 즉시 탁자를 받치고 일어나더니, 그의 뒤를 따랐다.

그녀는 천으로 된 치마를 입고 목잠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차양막의 남자들은 그녀의 매혹적인 몸매를 곁눈질하고 있었다.

허칠안은 몇 걸음 걸어간 뒤 멈추었고, 돌아서서 왕비를 바라보며 말했다.

“제가 업을게요.”

이렇게 가다간 날 샐 것만 같았다.

그러나 왕비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남성과 친밀하게 접촉하는 어떠한 행위도 단호하게 거절했다.

“안 되나요?”

“안 되네!”

허칠안은 늘 여성을 존중하는 신사였기에 왕비의 뒤 옷깃을 잡고 폭주 모드를 켰다.

쿵쿵쿵……. 땅을 밟는 소리가 마치 천둥소리 같았다. 그가 발을 내디딜 때마다 수십 장(丈) 밖으로 도약했고, 관도에 깊은 발자국을 남겼다.

“살려줘……. 아파 죽겠어……!”

왕비는 그녀 같은 급한테 있어서는 안 되는 압력을 견뎌냈다.

허칠안이 고개를 돌려 보니 그녀의 이목구비가 휘몰아치는 강풍에 마구 일그러졌으며, 눈가에서는 미친 듯이 눈물이 흘렀다. 대봉 제일 미인의 이런 못생긴 모습을 볼 수 있다니, 허칠안은 아주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각 후, 허칠안은 갑자기 멈춰섰고, 왕비의 뒤쪽 옷깃을 잡은 손을 풀었다.

콰당……! 엉덩방아를 찧은 왕비는 얼굴이 창백해지고 눈동자가 풀렸다. 방금의 속도와 격정으로부터 잠시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개자식!”

그녀는 곧 울 듯한 표정으로 덤벼들어 꼬집고 물면서 허칠안과 필사적으로 싸우려 했다.

가련하게도 어여쁜 왕비는 여태껏 이런 대우를 받은 적이 없었고, 이렇게 크게 망신당한 적이 없었다.

허칠안은 나지막이 말했다.

“시끄럽게 굴지 마시고, 앞을 보세요.”

왕비는 입을 오므리고 억울함을 참은 채 눈물을 뚝뚝 흘리며 전방을 보았다.

아주 먼 곳에서 격렬한 싸움이 벌어졌다. 험상궂게 생긴 오랑캐 세 명이 검은 장포를 덮고 가면을 한 남자를 포위 공격했다.

그리고 상대 옆 먼 곳에는 시체와 말 시체가 수십 구 가로놓여 있었다.

왕비는 가슴이 철렁해서 천천히 허칠안에게 다가가 그의 곁에서 안정감을 찾고자 했다.

“저자는 회왕의 밀정이야.”

그녀가 목소리를 낮추고 말했다.

‘저자가 회왕 밀정인 건 나도 알아. 그를 포위 공격하는 오랑캐 셋은 청안부 족인인 듯하군…….’

허칠안은 눈을 가늘게 뜬 채 정신을 집중하여 관망했다.

드러난 정보에 따르면, 청안부의 오랑캐는 피부가 푸른색을 띠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 오랑캐 셋은 온몸이 푸른색을 띨 뿐만 아니라 볼 위에도 두꺼운 각질이 있었다. 마치 선천적인 갑옷 같았다.

이는 오랑캐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으로, 원시 상태로 되돌아가는 현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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