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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타경-460화 (457/712)

460화. 삼황현 (1)

[이: 나는 혈도 삼천리를 조사하고 있네. 곰곰이 생각해봐도 이렇게 큰일을 숨기기란 불가능해. 하지만 허칠안, 내가 말하건대 이 사건은 아주 괴상한 일이네. 내가 초주 국경에서 3일 밤낮을 날았는데 혈도 삼천리의 위치를 찾지 못했네. 하지만 아주 괴이한 일을 발견했어. 음, 내가 국경에서 오랑캐 기마병을 마주쳐서 그들을 베었고 영혼을 불러 물었더니 그들은 ‘혈도 삼천리’라는 일에 대해 전혀 모른다더군.]

이묘진은 직접 비검을 밟고 북상하였기에 허칠안보다 훨씬 빨랐다. 굳이 비유하자면 한 명은 비행기를 탄 셈이었고, 다른 한 명은 유람선+마차+보행으로 이동한 격이었다.

허칠안이 메시지를 입력했다.

[삼: 이 일은 나도 이미 알고 있소. 이 사건은 겉으로 드러난 것만큼 그렇게 간단하지 않소.]

‘그리고 혈도 삼천리의 고사가 정말 삼천리를 도살했다는 게 아니야. 누나, 하여튼 책을 좀 많이 읽어야겠어…….’

그는 속으로 비아냥거렸다.

이묘진이 극도로 깜짝 놀라 대답했다.

[이: 엇? 자네도 다 아는가? 역시.]

‘네가 생각하는 것만큼 내가 그렇게까지 신적 존재인 건 아니야. 나도 너와 같다고. 사람을 죽이고 영혼을 불렀을 뿐이야. 다만 네가 죽인 건 오랑캐 기마병이고 내가 죽인 건 오랑캐 우두머리인 거지…….’

허칠안은 계속해서 물었다.

[삼: 다른 건 발견하지 못했소?]

이묘진은 전서로 대답했다.

[이: 있지. 나는 초주의 물건들이 아주 싸다는 걸 알았네. 객잔에 머물든 음식을 사든 혹은 다른 물건을 사든 은자 다섯 냥이면 아주 오랫동안 쓸 수 있지. 하지만 대봉 경성에서는 은자 다섯 냥이면 눈 깜짝하는 사이에 사라지잖나.]

‘무슨 얘기를 하는 거야…….’

허칠안은 눈이 둥그레졌고, 몇 초 만에 반응이 왔다. 이묘진이 한 말을 간단하게 요약하면 이러했다.

<이곳의 옥수수빵은 1원에 네 개다.>

‘그래서 이 말을 하는 의미가 뭐야? 초주의 싼 물가에 감탄하자고? 아니면 여인으로서 구매욕을 발산하겠다고?’

허칠안은 미간을 찌푸리며 문자를 보냈다.

[삼: 묘진, 나는 그대의 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소.]

이묘진이 대답했다.

[이: 일반적으로 한 지역에 전란이 일어나면 현지 식량 등 가격이 급등하네. 하지만 내가 초주 여러 군현의 식량 가격을 조사했는데 기복이 있긴 하나 차이가 크지 않았네.]

허칠안은 이해했다. 그녀의 말뜻은 초주의 물가가 비교적 안정적이라는 소리였다. 이는 오랑캐가 변방을 침략하여 불태우고 죽이고 약탈했으나, 초주 가로세로 팔천 리 지역에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작은 범위라는 의미였다.

[삼: 성지가 점령당하지는 않았소?]

[이: 나는 보지 못했네. 게다가 변방 성지가 점령당했다면 오랑캐가 변방을 약탈만 하지 않았겠지. 하지만 초주 중심부로 깊이 들어갈 엄두를 내지 못했네.]

“성을 공격하여 땅 위에 우뚝 솟지 않은 상황에서 변방의 백성들만 약탈하면 절대 적의 중심부에 깊이 들어가지 못하지. 음, 이건 포위당할까 봐 두려워서이다. 왜 고대 전쟁 시, 반드시 성지에 죽기 살기로 덤벼야 하는지 대충은 알 것 같다. 성지를 빼앗지 않으면 절대 우회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이는 적에게 등을 내어주는 셈이기 때문이다.”

허칠안은 어릴 적에 TV를 보면서 항상 고대 사람들은 머리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왜 굳이 성지 하나에 죽기 살기로 덤벼들까. 그냥 돌아가서 성지를 공격하고 나아가 경성까지 치고 가지 않는지 생각했다.

‘아이의 세계는 늘 이렇게 단순하구나…….’

그는 속으로 개탄하면서 이묘진의 전서를 보았다.

[이: 허칠안, 나는 지금 혈도 삼천리가 정말 있는 일인지 약간 의심이 가네. 이제는 어떻게 조사해야 할지 모르겠네.]

그는 지서를 사이에 두고도 이묘진의 어쩔 수 없음과 조바심을 알 수 있었다.

그녀가 이번에 허칠안과 사적으로 이야기하는 이유는, 앞으로 어떻게 사건을 조사해야 할지 그에게 가르침을 청하기 위해서였다.

이묘진이 의심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혈도 삼천리 사건의 발단은 잔혼이었다. 신분이 확실치 않고 내력이 불분명한 잔혼 말이다.

‘악. 이렇게 생각하니 위 공, 조당의 제공 그리고 원경제의 결정이 너무 경솔한 건 아니었나?’

물론 이 사건은 반드시 조사해야 하지만, 직접 사절단을 파견한 건 솔직히 말해서 좀 과한 처사였다. 정상적으로 처리한다면 적은 인원의 병마를 파견해 상황을 살피고 밀정을 보내 은밀히 조사했을 터였다…….

하지만 혈도 삼천리 사건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잔혼은 또 어떻게 설명하는가?

이 시체는 이묘진이 길에서 우연히 마주친 것이다. 만약 그녀가 마침 영혼을 소환할 줄 아는 도문의 제자가 아니었다면, 며칠 뒤에 죽은 자의 영혼은 흔적 없이 사라졌을 것이다.

따라서 인위적으로 안배했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죽은 자는 북방 사람으로 혈도 삼천리 일 때문에 어전에 고발하기 위해 천 리 길을 달려 경성으로 갔다. 하지만 경성 팔십 리 밖에서 누군가에게 살해당해 비명횡사하였다.

‘사실 나 역시 유달리 좋은 생각은 없다고……. 이렇게 대답하면 이묘진의 마음속에 위용 있고 위대한 나의 이미지가 깎이는 거 아니야?’

허칠안은 한참을 침음한 후 생각이 들어 전서를 보냈다.

[삼: 묘진, 그대가 길에서 주운 그 시체는 강호 인사요. 맞지요.]

[이: 응, 이건 자네가 분석해낸 것이잖나.]

[삼: 만약 북경에서 정말 이런 큰일이 벌어졌다면 누가 가장 먼저 진북왕을 탄핵할지 생각해본 적 있소?]

[이: 그야 북경의 관원이지. 음, 혈도 삼천리를 겪은 지역의 관원들 말일세.]

[삼: 짱이오. 그렇다면 그대가 발견한 건 왜 강호 인사의 시체겠소?]

[이: 짱이라고?]

[삼: 이건 중요하지 않소. 요점은 왜 강호 인사의 시체였는가요.]

이묘진은 이 방면으로 경험이 풍부하기에 전서로 대답했다.

[이: 정의를 좇아 행동하며 사사로움이 없는 자들은 대개 사회 하층민이네. 참상을 보고 분노에 차 상경하여 어전에 고발하는 강호 인사가 있는 게 정상적이지 않는가.]

허칠안은 가볍게 웃음을 짓더니 전서를 보냈다.

[삼: 만약 그렇다면 그는 절대로 살해당한 게 아닐 것이오. 평범한 강호 인사나 상응하는 자에 주의를 기울이는 사람은 없소. 그가 설령 경상에 도착했다고 해도 증거가 없으면 어전에 고발할 수 없지 않소. 그대가 말하는 어전 고발의 어두운 내막을 모르나 있는 그대로만 논하겠소. 평범한 자가 증거도 없이 친왕에게 고발할 수 있겠소? 나를 믿으시오. 조정에서는 상대도 하지 않을 것이오.]

허칠안은 여기까지 말을 마치자 마음속에 다시금 의혹이 들었다. 따라서 원경제든 위 공이든 또는 조당 제공이든 사절단을 파견하여 북상하는 이 일이 다소 경솔하게 보였다…….

이묘진은 역시나 아주 똑똑했다. 그녀는 그의 힌트를 듣더니 바로 깨닫고 문자를 보내 말했다.

[이: 자네 의미는 현지 관원이 사실 상소문을 올려 탄핵했는데 뜻밖의 사고를 겪었기에 경성에 가서 고해바칠 그 사내를 파견했고, 그는 아마도 몸에 어떠한 증표를 지니고 있었기에 살해당했다는 말인가.]

이묘진은 여기까지 분석하자 갑자기 생각이 막힘없이 확 트이는 듯했다.

‘사실 나 역시 생각이 좀 있었다. 그저 탁 트이지 않았을 뿐이었지. 그가 일깨워주었기에 비로소 납득했다…….’

이묘진은 속으로 말한 뒤 무의식적으로 전서를 보냈다.

[이: 그럼 내가 어떻게 조사해야 하는가?]

그녀는 문자를 보낸 직후 바로 후회했고, 속으로 말했다.

‘이묘진아, 이묘진아. 너 주관이 지나치게 없잖아. 무능한 사람으로 보이고, 그의 의지가 필요한 사람처럼 보인다고!’

그녀는 화를 내며 반성하면서 거울면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삼: 간단하오. 본인의 천종 성녀 신분을 숨긴 채 비연 여협객 신분으로 초주 강호를 다니시오. 최대한 의협심을 발휘하여 정의로운 일을 많이 하시오.]

이묘진은 마음이 동요했다.

[이: 자네의 말뜻은…….]

허칠안이 전서를 보냈다.

[삼: 우리는 줄곧 ‘길에서 죽은 자’의 배후자를 소홀히 했소. 배후의 그자는 분명 성가신 일을 맞닥뜨렸기 때문에 강호 인사에게 정보를 전하게 했을 것이오. 만약 그가 아직 살아있다면 틀림없이 어딘가에 숨어서 잠자코 정보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오. 그가 꼭 사절단을 찾아가지 않을 수도 있소.

허허, 사절단이 북경에 들어가기만 하면 아마 겹겹이 감시당할 것이오. 심지어 회왕 쪽도 사절단을 이용해 인도하고 있잖소. 사절단과 비교했을 때, 내 생각에는 그가 명성이 자자한 강호 협객들을 찾아갈 가능성이 더 많은 듯하오. 이 점은 죽은 그 사내를 통해 검증할 수 있소. 물론, 이 모든 것의 전제는 어전에 고발하려는 그자가 아직 살아 있다는 것이오.]

‘맞네. 이렇게 할 수도 있다는 걸 나는 왜 생각하지 못했을까……. 역시 너답군!’

이묘진은 반짝반짝 빛나는 눈으로 전서를 보냈다.

[이: 이해했네. 단서가 생기면 다시 연락하겠네.]

허칠안은 즉시 문자를 보냈다.

[삼: 좋소. 묻고 싶은 일이 한 가지 더 있는데, 음, 사람이 죽기 전에 정신적으로 무너지고 이성을 잃었고, 영혼을 부른 후에도 소통할 수가 없는데 이를 회복할 수 있소? 얼마나 걸리오?]

이묘진은 몇 초간 침묵하더니 대답했다.

[이: 영혼이 온전한가?]

허칠안이 말했다.

[삼: 영혼 셋 다 온전하오.]

그는 그날 왜 시체를 함께 가져갔을까? 바로 백의 술사의 영혼을 7일 뒤에 다시 모이게 하기 위함이었다. 7일 후면 인혼이 시체에서 발산돼 밖에서 흩날리던 천혼·지혼과 어우러질 것이다.

이때 영혼은 모호한 상태에서 벗어나 생전과 다름없어질 것이다.

이묘진이 길에서 발견한 그 죽은 자는 죽기 전에 원신이 아마 큰 상처를 입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불완전해졌고, 또 죽인 자가 영혼 소멸에 서툰 무사였기 때문에 잔혼이 남았던 것이리라.

[이: 처리하기 쉽군. 이삼일 정도면 되네.]

[삼: 이 일은 급하지 않으니 합류한 후에 다시 얘기하겠소.]

허칠안은 전서를 마친 뒤 아직 온기가 남은 죽을 다 먹고, 지서 파편을 잘 숨긴 뒤에 절벽 동굴을 걸어 나왔다.

* * *

“나 다 먹었네.”

왕비가 닭 구이를 몰래 버리고는 큰 소리로 말했다.

허칠안은 ‘응’하고 대답하였다. 그는 그녀가 몰래 한 행동을 보지 못한 척하고, 나란히 산속 오솔길을 걸었다.

새가 지저귀고 꽃향기가 아름다운 녹음의 계절이었다. 이따금 양쪽 풀숲에서 들려오는 ‘슉슉’ 움직이는 소리가 왕비를 깜짝 놀라게 하긴 했지만, 그 점만 제외하면 그녀는 자연에 가까운 이런 환경을 무척 좋아했다.

‘왕비는 도대체 어떤 사람인데 몸에 그런 영혼을 지니고 있을까……. 대봉 버전 당승육(*唐僧肉: 먹으면 불로장생할 수 있는 고기)인가? 허, 이렇다면 내가 바로 손오공이지. 사부, 이 늙은 손씨를 때리십시오! 하하하…….’

허칠안은 참지 못하고 입꼬리를 치켜올렸다.

삼황현에 점점 가까워지자 주변에 촌락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허칠안과 왕비는 농가에서 점심을 먹었다. 한 사람당 죽 한 그릇에 나물 무침 한 접시였다.

이 농가는 다섯 식구였다. 노인 둘과 부부 한 쌍, 아이 하나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들은 흙벽돌집에 살았으며 여러 번 기운 낡은 옷을 입고 있었다. 노인은 뼈가 보일 정도로 쇠약하고 아이는 얼굴빛이 누랬다.

그들이 정원에 앉아 점심을 먹는데 방에 있는 아이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어머니, 저 너무 배고파요.”

“이미 먹지 않았니?”

부인이 목소리를 낮추고 말했다.

“예전에는 한 그릇이었는데 오늘은 왜 반 그릇뿐이에요?”

아이는 억울해하며 말했다.

“오늘은 손님이 오셨잖니. 한 끼 적게 먹는다고 굶어 죽지 않는다.”

집주인 남편이 꾸짖으며 말했다.

아이는 아버지를 무서워했기에 고개를 숙인 채 말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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