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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타경-451화 (448/712)

451화. 허칠안의 계획 (1)

‘양연 이 야비한 무사 같으니라고. 이렇게 최첨단에 기품 있고 고급스러운 기능인 영혼 소환을 갖추지 않은 게 뻔해. 그에게 되돌아오라고 외쳐야 그럭저럭 버티겠어…….’

허칠안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러한 이유로 이번 전투의 승패 핵심은 그가 적을 죽일 수 있는지 없는지가 아니라 양연이 언제 적을 죽일 수 있는지에 달렸다.

그가 고개를 돌려 보니 붉은 치마의 여인은 불리한 처지에 처해 있었다. 그녀는 양연의 창을 가까스로 버티고 있으면서도 그가 아무리 쑤셔도 소리 지르지 않고 온 힘을 다해 맞서고 있었다.

‘4품 무사 간에도 강자와 약자가 있지만, 한순간에 승패를 가르기는 어렵군. 이 여인은 소란스러울 뿐만 아니라 상상한 것보다 더 질기네…….’

허칠안은 어쩔 수 없이 개탄했다.

그는 초조한 표정을 짓지 않고, 서적을 뱉어 손에 움켜쥔 채 몇 번 흔들더니 웃으며 말했다.

“책 속의 법술은 확실히 한계가 있지만, 너희 둘을 상대하는 데는 충분하지.”

그는 말을 하면서 다시 종이 한 쪽을 찢어 다 태웠고, 재를 흑금장도에 발랐다.

순식간에 흑금장도는 생명을 부여받은 듯 ‘쉭’하고 허공을 뚫고 갔다. 흑금장도는 민첩하게 춤추듯이 공중에서 감돌다가 다른 각도에서 탕산군을 공격했다.

도술 7품 식기(食氣). 이 경지의 도사는 법기를 조종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의 간판 철학은 바로 비검이었다.

거대한 체구는 힘 방면으로 우세하다는 의미였지만, 이에 상응하는 단점 역시 분명하게 드러났다. 탕산군은 기기를 흔들어 충격을 가하는 ‘비도(飛刀)’ 외에 다른 효과적인 수법이 부족했다.

만약 보통 무기라면 끝장이다. 이도저도 아니지만 하필 이 칼은 날카롭기 그지없어 비늘을 찌르면 더할 나위 없이 쿡쿡 쑤셨다.

후…….

찰이목하는 커다란 바위를 들어 허칠안을 향해 투척했다.

커다란 바위가 한 덩어리씩 내리치자 허칠안은 산 위를 미친 듯이 질주하며 유성 같은 큰 돌을 피했다.

탕산군은 ‘비도’로 인한 통증으로 분노에 차 포악함이 폭발했다. 그는 산림 사이를 끊임없이 돌아다니며 허칠안을 쫓았다. 나무가 한 그루씩 부러지고 거대한 바위가 굴러떨어졌다. 바위는 형태를 바꾸어 찰이목하의 무기가 되었다.

쿵!

거대한 바위로 길을 막은 뒤, 탕산군은 허칠안을 쫓아가서 가로막았다. 매우 큰 용머리가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며 귀청이 떨어질 만큼 큰 음파를 냈다.

“잡았다.”

백 장(丈)의 몸뚱어리가 극도로 수축되어 두 장(丈) 길이로 변했다. 몸뚱어리만큼 굵은 팔뚝으로 허칠안을 빈틈없이 속박했다.

탕산군은 상대의 손발이 속박된 틈을 타 입을 벌리고 허칠안의 얼굴을 물어뜯은 뒤, 서적을 빼앗아 가거나 못쓰게 하려 했다.

탕산군은 허공을 깨물었다. 허칠안의 형체가 갑자기 사라져 백 미터 떨어진 곳에 나타났다. 그는 손을 들어 손바닥의 재를 가볍게 불어 날렸다.

술사의 전송 법진이었다.

“어떤 체계의 능력이 다 있다고?”

탕산군은 포효하며 말했다.

익은 오리는 이렇게 날아가 버렸다. 탕산군은 하마터면 자신의 분노를 억제하지 못하고 제멋대로 파괴할 뻔했다.

너무 성가셨다.

이 은라가 가진 서적에 소장한 법술은 아주 많고 포괄적이라, 탕산군과 찰이목하의 상상을 훨씬 뛰어넘었다.

이런 서적 한 권은 대부분의 법기보다도 진귀했다.

그가 어떠한 인물이길래 이런 지보를 소유했단 말인가?

허칠안은 무사이기 때문에 두 사람은 그를 유가 서원 서생의 신분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대신 그들은 그에게 또 다른 진짜 신분이 있으리라고 추측했다.

붉은 치마의 여인이 먼 곳에서 싸우던 중 갑자기 날카롭게 울부짖더니 양연을 내팽개치고 북쪽으로 도망갔다.

이는 철수하라는 신호였다.

탕산군과 찰이목하는 달갑지 않게 허칠안을 쳐다보더니 붉은 치마의 여인을 따라 함께 철수했다.

‘후, 드디어 갔다…….’

허칠안은 무거운 짐을 벗어버린 듯 탁한 숨을 내뱉었다.

이러다간 원장 조위가 그에게 준 ‘마법서’를 정말 다 써 버리게 생겼다. 그래도 그 역시 무려 4분의 1을 사용했기에 호흡하기 힘들 정도로 마음이 아팠다.

‘무사는 확실히 성가셔. 품계 격차가 크지 않고서는 근본적으로 단기간 내에 승패를 가릴 수 없겠어……. 음, 만약 내가 4품이라면 아마도 고결하면서도 범상치 않은 무사가 될 수 있을 텐데. 언제나 단칼에 네가 죽거나 내가 죽는…….’

그는 옆으로 고개를 돌려 양연을 쳐다보았고,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

“대장, 계획대로 처리하시죠. 대장은 사절단을 찾아가고 저는 왕비마마를 구하러 가겠습니다.”

양연은 고개를 끄덕였고, 잠시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괜찮겠나?”

허칠안은 입을 벌리고 웃으며 말했다.

“저 유가 언출법서의 법술은 아직 사용하지도 않았습니다. 방금은 그저 몸 풀기였을 뿐이니 안심하세요, 대장. 제 걱정은 하지 마십시오. 제 현재의 수준이라면 4품 무사가 저를 잡아 두지 못할 겁니다.”

그의 금강신공은 방어력이 보통 4품 무사를 뛰어넘었다.

* * *

양연과 제각기 갈 길을 떠난 후, 허칠안은 마음속으로 신수 승려와 소통했다.

“대사님, 사람을 죽일 때 원신을 훼손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기억하세요.”

머릿속에서 신수 승려의 온화한 목소리가 메아리쳤다.

“빈승, 알겠네.”

어젯밤에 북방 요족에게 반격하기로 한 후, 허칠안은 줄곧 신수와 소통했다. 허칠안은 그를 깨우려고 여러 차례 시도했으나 효과가 없자 화를 내며 속으로 소리쳤다.

‘신수, XX새끼.’

그런데 신수가 깨어났다…….

신수 승려는 허칠안의 제안에 관해 어떠한 망설임도 없이 한 마디로 승낙했다. 4품 고수의 정혈은 신수 승려에게 자양제나 다름없었다.

평소에 이런 먹잇감이 없으니 지금의 기회는 좀처럼 얻기 힘들었다.

심지어 허칠안보다 신수 승려가 더 다급했다. 방금 양연이 자리에 있지 않았다면 탕산군과 찰이목하는 이미 시체였을 것이다.

“어쩌면 4품이 세 명에서 그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들에게 조력자가 더 있음이 틀림없습니다. 그렇지 않았으면 방금 저상룡이 도망가게 내버려 뒀을 리가 없지요.”

허칠안은 말하면서 망기술이 기록된 종이를 찢었다.

그는 어떤 때는 기운 정탐을 추적 수단으로 삼을 수도 있었다.

“빈승에게는 다다익선이네.”

신수 승려의 온화한 목소리에 웃음기가 배어 있었다.

* * *

저상룡은 가짜 왕비를 등에 업은 채, 산을 넘고 고개를 넘어 목숨을 내걸고 질주했다.

그는 5품 화경의 고수였다. 진북왕 수하의 장수 중에 중상 수준일 수밖에 없었다. 물론 병사를 거느리고 싸우는 일은 개인의 무력만으로 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저상룡의 통솔 능력은 뭇 장수보다 뛰어났고, 전쟁터의 경험이 풍부했다. 진북왕은 오만 군대를 그에게 맡겼다. 4품 무사에게 맡기는 것보다 훨씬 더 마음이 놓였다.

“내가 ‘왕비’를 데리고 도망갔으니 분명 사람들의 공격 대상이 되고, 그들이 쫓아가 죽여야 하는 첫 번째 목표가 되겠지. 그들이 쫓아오면 나는 업은 여인을 다시 내버려야지. 그들이 가짜임을 발견한 후에는 기껏해야 한 사람을 떼어내 나를 쫓아오거나, 아니면 나를 쫓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인력을 한곳에 모아 나머지 사람들을 차단하겠지. 무예를 연마하다가 착오가 생기지 않았다면, 더 빨리 달릴 수 있었을 텐데…….

양연이 좀 더 버틸 수 있길 바라야지. 허칠안의 금강신공은 방어를 논하자면 4품에 뒤지지 않으니 그를 죽이고 싶어도 쉽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양연이 4품 강자 세 명을 상대하며 반 시진을 버티는 일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만약 허칠안의 손에 유가 법술 서적이 있다면, 시간을 더 끌 수 있을 텐데. 헤, 이 물건이 어찌 그리 많겠나. 분명히 없어졌을 것이다. 이건 중요하지 않다. 시간을 끌 수 있기만 하면 나는 도망칠 수 있다. 사절단 사람들은 아마 절망적이겠지. 죽더라도 상관없다. 어쨌든 그저 보잘것없는 인물들인데 어떻게 왕비마마와 내 목숨과 한데 섞어 논할 수 있겠는가? 게다가 허칠안은 사사건건 나와 대립하니 백 번 죽어 마땅하다.”

저상룡은 미친 듯이 내달리면서 중얼거리던 중 갑자기 허공을 가르는 세찬 소리를 들었다.

무사의 본능적인 직감이 그를 생각할 필요도 없게 했다. 그는 5품 화경의 괴이함으로 질주의 관성을 무시한 채 날카롭게 왼쪽을 향해 도약하여 허공에서 날아온 습격을 스쳐 갔다.

그가 원래 선 자리에 흰색 실 형태의 물체가 나타났다. 마치 거미가 내뱉은 실타래 같았다.

저상룡은 고개를 들고 하늘을 바라보았고, 이내 표정이 갑자기 돌변했다.

쪽빛 하늘에서 거미 형태이지만 옆구리에 날개가 있는 괴물이 날개를 퍼덕이며 허공에 떠 있었다.

괴물의 등에는 호피를 입은 남자가 서 있었다. 풍채가 좋고, 이목구비가 굵고 거친 모습이 전형적인 북방 사람의 외형이었다. 하지만 보통 오랑캐와 다른 부분은 그의 이마에 세로 눈이 하나 자라나 있었다는 점이었다.

천랑(天狼)이라고 불리는 이 자는 오랑캐 12부 중, 금목부(金木部)의 우두머리였다.

금목부는 오랑캐 12부 중 준마로, 성년 족인마다 우주(羽蛛)를 한 마리씩 키웠다. 선천적인 척후병이었다.

금목부는 오랑캐와 교전 중에 줄곧 북방 주둔군이 가장 골치 아파하는 존재였다. 모두가 알다시피 4품 이전의 무사는 공중을 날 수 없었다.

그리고 설령 4품이라고 해도 공중전은 잠시 동안만 가능했으며, 비행 고도도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저상룡의 표정이 돌변한 진정한 원인은 적군 중에 4품이 하나 더 있어서가 아니었다. 우주의 돌출된 긴 이빨 위에 가는 실이 걸려 있었고, 가는 실의 끝부분마다 실에 묶인 여종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진짜 왕비도 그중에 있었다.

저상룡은 스스로 어부지리인 줄 알았지만, 사실 상대방이야말로 후방에서 그를 노리던 중이었다.

천랑이 등 위의 강궁(強弓)을 떼어 내고, 날개 화살을 하나 뽑아 활시위를 당기자 거대한 강궁이 순식간에 보름달처럼 휘어졌다.

뻥……. 활시위가 진동하는 소리가 나며 화살이 휘황찬란한 빛으로 바뀌었다. 저상룡은 이를 악물고 결심한 뒤 어깨 위에 맨 여인을 번쩍 들어 올려 방패막이로 삼았다.

푹!

화살이 갑자기 돌아서서 옆의 흙에 꽂혔다. 왕비를 피했다.

뻥뻥뻥…….

미간이 세로 눈이 난 천랑은 끊임없이 활을 쏘았다. 화살은 직사하거나 회전하여 여러 각도에서 저상룡을 공격했다. 하지만 그가 모질게 마음먹고 왕비로 막으면 화살이 저절로 피했다.

저상룡은 고개를 숙이고 미친 듯이 내달았다. 그는 눈으로 볼 필요가 없었다. 그는 오직 위기를 대하는 무사의 본능으로만 화살을 잡았다.

지면이 끊임없이 폭발하면서 깊은 구덩이가 생겼다. 그건 화살이 몸 옆에 떨어지면서 생겼다. 이따금 날아오는 화살이 방패막이 왕비를 뚫고 그의 옆에 발사됐지만, 그저 저상룡의 몸을 약간 비틀거리게 할 뿐이었다.

하지만 저상룡의 마음속에는 강렬한 초조함이 용솟음쳤다.

‘천랑은 4품이고, 화살에는 의(意)가 서려 있다. 많아도 화살 10개면 내 동피철골은 부서질 것이다. 만약 조심하지 않아 화살 두 자루가 동시에 같은 위치에 발사되면 세 개째에는 내 방어를 뚫을 수 있다……. 어떡하지, 어떡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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