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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타경-450화 (447/712)

450화. 위풍당당한 허 은라 (2)

“개자식!”

대리사승이 발을 동동 구르며 욕설을 퍼부었다.

형부 진 포두는 이 광경을 보더니 눈을 부라렸다.

저상룡 일행이 아니었다면 사절단이 어찌 이런 위기를 맞닥뜨렸겠는가?

저상룡이 그들을 끌어들였다.

어젯밤 관선이 매복 공격을 당했어도 사절단은 결코 저상룡을 내쫓지 않았을뿐더러 앉아서 상황을 분석했다. 그들은 힘을 합해 이 일을 감당하고, 함께 고생할 작정이었다.

하지만 생각지 못하게도, 저상룡은 위험이 닥치자 아무런 망설임 없이 사람들을 버렸다.

그들을 방패막이로 삼고, 자신의 안위를 그들에게 부담하게 했다.

저상룡의 마음속에 백여 명의 사절단은 언제든지 버릴 수 있는 방패막이이자 바둑돌이었다.

그는 위급한 순간이 되자 주저하지 않고 그들을 버렸으며, 자기 대신 희생하게 했다.

“짐승 같은 놈!”

어사는 노발대발했다.

“죽었군, 죽었어. 어떡하지……!”

문관 셋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금군 백 명은 분개한 얼굴을 한 채 전사할 마음의 준비를 마쳤다. 그들은 군노를 내던지고 대검을 뽑았다.

이때, 허칠안이 나지막이 말했다.

“대장, 대장은 가서 그 여인을 해결하세요. 남은 둘은 제게 맡기십시오.”

“자네…….”

형부 진 포두는 방금 ‘일개 은라가 어떻게 4품 두 명과 홀로 싸운단 말인가?’라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다음 순간, 그는 갑자기 허칠안의 최근 전적이 떠올랐다. 그는 이미 양손으로 하늘과 사람을 제압했더랬다.

양연은 주저하지 않고 은색 창을 질질 끌며 미친 듯이 내달렸다. 그 과정 중에 몸을 회전하여 은색 창을 움직여 휙 쓸어버렸다.

휙…….

창자루가 약간 구부러지면서 처량하고 날카로운 소리를 냈다.

팅!

붉은 치마의 여인이 비수를 교차하여 휘몰아치는 은색 창을 막았다.

양연은 창을 놓고, 몇 걸음 질주한 다음 갑자기 뛰어올라 한쪽 무릎으로 급습했다.

붉은 치마의 여인은 거꾸로 날아갔다. 그녀는 날아가면서 독을 내뿜었으나 양연은 차례대로 피했다. 독이 땅에 떨어지자 흙조차도 부식되었다.

양연은 창끝을 잡고, 몸을 회전하면서 긴 창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아래부터 위로 후려쳤다.

땅……. 창자루가 붉은 치마 여인의 머리를 후려쳤고, 귀를 찌르는 굉음이 났다. 원신은 마치 넋이 나간 듯 눈동자가 순식간에 풀어졌다.

양연은 기회를 잡자 연이어 창을 수백 번 찔렀다. 창의(槍意)를 휘감은 공격은 마치 폭우 같았다. 붉은 치마 여인은 몸에 비늘을 뒤덮었고, 창끝에서는 눈을 자극하는 불꽃이 계속해서 튀었다.

그녀는 일시적으로 지장은 없었지만, 양연의 창에 찔려 견딜 수 없이 고통스러웠다.

“너희 뭐 해? 얼른 와서 나를 구해야지!”

붉은 치마의 여인은 날카롭게 비명을 지르며 내친김에 사절단 쪽을 쳐다봤다.

다음 순간, 그녀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녀는 자신이 환각을 보지는 않았나 의심했다.

다른 한편, 허칠안은 손을 떼고 재를 털어 낸 뒤 흑교를 향해 손바닥을 내밀고선 나지막이 말했다.

“혈도를 내려놓으면 개과천선할 수 있다.”

흑교가 사납게 적진으로 돌진하던 중 무지막지하게 급정거하고 제 자리에 멈췄다. 차디찬 세로 눈동자에는 망연함이 서려 있었다. 그는 마치 자신이 왜 이렇게 충동적이고 왜 이렇게 난폭했는지 후회하는 듯했다.

꽃과 풀도 생명이거늘, 하물며 그들은 인간이었다.

콰당……. 무기를 내던지는 소리가 끊임없이 울려 퍼졌다. 사절단 쪽, 금군들은 가지런하게 무기를 버리고 반성했다.

인간과 요괴는 서로 잘 지낼 수 없나?

‘불문의 법술에는 독이 있지…….’

허칠안은 비웃더니 두 무릎을 눌러 반쯤 주저앉아 고개를 들고 산꼭대기에서 달려드는 찰이목하를 쳐다보며 큰 소리로 말했다.

“나의 금강 헤딩슛 한 방 먹어라.”

그는 지면이 갈라지는 소리 사이로 마치 폭죽처럼 하늘로 솟구쳐 올랐다.

양미간에서 금칠 한 점이 떠오르더니 재빨리 온몸으로 옮겨갔다.

땅!

그는 ‘거인’의 품속으로 매섭게 돌진하였고, 그 바람에 상대의 두꺼운 지방이 떨렸다.

두 사람은 부딪히자마자 분리되었다.

이 순간 불문의 계율 법술이 지나갔다. 탕산군은 눈이 더 이상 흐리멍덩하지 않았지만, 공세를 취하지도 않은 채 세로 눈동자로 허칠안을 신중하게 주시했다.

찰이목하는 땅에 떨어지면서 지진 효과를 내고는 놀란 가슴으로 허칠안을 살폈다.

“금강불패, 불문의 무승?”

탕산군은 입에서 사람의 언어를 내뱉었고, 차디찬 눈동자 속에서 갑자기 증오의 불길이 치솟았다.

요족과 불문은 원수지간으로, 대대손손 피맺힌 깊은 원한을 지녔다.

“허, 허 은라가 방금 혼자서 4품 둘과 싸운다는 게…….”

대리사승은 확신을 구하는 어조로 물었다.

“그가 위수에서 4품 둘과 홀로 싸웠는데 이겼잖나…….”

어사 둘은 갑자기 허 은라의 전적이 떠올랐고, 놀라고 기쁜 마음에 소리쳤다.

그들은 순간, 막다른 길목에서 새로운 희망을 본 듯했다.

‘그에게 유가의 법술 서적도 있다고?!’

형부 진 포두의 시선이 허칠안이 입에 문 서적에 머물렀다.

진 포두는 7품 무사로, 위수의 전투가 어떤 상황인지 잘 알았다. 다만 그는 당시 이 일을 알고 속으로 질투했을 뿐이었다. 그는 허칠안이 유가의 법술 서적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에 질투가 났다.

그는 허칠안이 떨치는 명성에 질투가 났다.

유가 법술 서적이 없다고 생각하니 더욱 그랬다. 허칠안은 그저 6품 무사에 불과한데 고수가 넘쳐나는 경성에서 그자가 뭔데?

그의 수련 경지와 명성은 전혀 적합하지 않았다.

당연히 그는 질투가 났다.

하지만 지금 진 포두는 허칠안이 문 서적을 보자, 마음속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든든함이 솟구쳤다.

그가 이런 서적을 지니고 있어 다행이었다. 정말 좋다.

“허 은라!”

금군 백 명의 눈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상대를 ‘신처럼 떠받드는’ 눈빛으로 허칠안을 바라봤다.

이처럼 위급한 시기에 나서서 국면을 되돌릴 수 있는 지도자는 황제보다 더 우러러 모시고 훨씬 추종할 만한 가치가 있었다.

진효는 분발하여 무기를 주워 휘두르면서 다시금 투지를 불태우더니 흥분하여 소리쳤다.

“형제들이여, 그대들의 칼을 들고 허 대인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싸우자!”

“허 대인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싸운다!”

금군 백 명이 미친 듯이 아우성쳤고, 순식간에 기세가 드높아졌다.

그들의 얼굴에서 공포가 사라지고, 투지가 그들의 가슴을 가득 채웠다.

전쟁터에 출전하는 병사들에게 가장 영광스러운 일이 바로 그들이 우러러 모시는 지도자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싸우는 것이다. 그들은 전쟁터에서 전사해도 아깝지 않다.

대리사승과 어사들이 데려온 시위들은 금군들의 부르짖는 소리를 들으면서 뜨거운 피가 끓어올랐다. 뿐만 아니라 그들은 더 이상 두렵지도 않았다.

사람들이 뜨거운 피가 끓어오르는 사이, 허칠안이 갑자기 서적을 내려놓고 말했다.

“그대들은 대인들을 호송하여 떠난다. 전투에 끼어들면 안 돼!”

마치 냉수 한 통을 사람들의 정수리에 끼얹은 듯했다.

진효가 다급하게 말했다.

“허 대인, 소직은 대인과 함께 싸우길 원합니다.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금군들이 나지막이 울부짖었다.

“허 대인과 함께 싸우길 원합니다.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만약 너희한테 화포와 상노 장비가 있다면, 너희가 나를 도와 제압하는 걸 개의치 않겠지. 하지만 군노 같은 권총만으로 어떻게 근육질이랑 교전하겠니…….’

허칠안은 얼굴을 찡그리더니 화를 내며 말했다.

“이건 명령이다!”

금군들은 화가 나면서도 다급했다. 그들은 그가 왜 이런 지령을 하달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허칠안은 4품 둘의 갑작스러운 습격에 방비하느라 정신이 곤두섰다. 진효가 여전히 명령에 복종하지 않는 모습을 보자 그는 갑자기 분노가 솟구쳐 모질게 말했다.

“그대들이 남으면 죽음뿐이다. 계속 가지 않는다면 이 몸이 지금 먼저 그대들을 벨 것이다.”

진효는 깨달았다. 허 대인이 고집스럽게 그들에게 철수하라고 하는 이유는 그들을 보호하기 위함이었다. 형제들이 헛되이 희생하는 광경을 보고 싶지 않아서였다.

그는 뜨거운 눈물이 눈에 그렁그렁 맺힌 채 공수하며 말했다.

“허 대인, 대인께서는 몸조심하십시오.”

금군들 역시 허칠안의 말뜻을 깨달았고, 이내 눈시울을 붉혔다.

“허 대인, 크나큰 은혜에는 고맙다는 말을 하지 않는 법이지. 만약, 만약 본관이 이번 위기를 모면할 수 있다면 장차 반드시 보답하겠네.”

대리사승이 허칠안의 곁으로 걸어가 깊이 읍했다.

어사 둘도 몸을 굽히고 읍을 올렸다.

“허 대인, 몸조심하게.”

존칭까지 썼다. 어사 같은 고결한 선비에게서 좀처럼 보기 어려운 모습이었다.

진 포두는 공수하더니 말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눈빛에 비치는 감격과 존경은 결코 이전 두 사람에 뒤지지 않았다. 그의 뒤에 있던 몇몇 포졸 역시 진지한 표정으로 공수했다.

“꺼지십시오.”

허칠안은 그들을 보지 않고 다시 서적을 입에 물었다.

4품 고수인 탕산군과 찰이목하는 막지 않고, 사람들이 떠나는 모습을 싸늘한 눈으로 방관했다. 그들의 시선은 허칠안에게 꽂힌 채였다.

“기기 파동이 강하지 않아. 4품 무사가 아니지만, 금강신공을 잘 알고 있어.”

탕산군은 용 몸뚱어리를 비틀어 잠시 살피더니 의견을 내놓았다.

“입에 문 건 유가에서 법술을 기록한 서적이야. 그 자체 전투력은 4품에 못 미치는군. 허, 서적을 다 쓰는 그때 그를 죽이자고.”

온몸에 검은 털이 자라난 찰이목하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탕산군의 복부가 높이 솟아올라 ‘둥근 공’이 부각되었다. 둥근 공은 줄곧 목구멍까지 솟구치다가 갑자기 분출됐다.

삽시간에 걸쭉하고 비린 ‘비’가 천지를 뒤덮었다. 허칠안 주위로 수십 미터를 뒤덮어 그가 물러서지 못하게 했다.

찬란한 금단 한 조각이 솟아올라 빛을 발했다. 걸쭉하고 비린 액체가 그 빛에 닿았으나 전부 쳐내서 조금도 묻지 않았다.

쿵쿵쿵…….

이때, 찰이목하가 기회를 틈타 광분하며 돌진했다. 한 장(丈) 높이의 몸뚱어리가 허칠안을 들이받았고 내친김에 그의 입에 물린 서적을 빼앗으려 했다.

탁!

허칠안은 손가락을 튕겨 소리를 내더니 손가락 끝에 끼운 종이와 지면에 있던 검은 털 한 가닥에 불을 붙였다.

광분하던 찰이목하는 몸이 멈칫했다. 그는 나무 몽둥이에 머리를 맞은 듯 고통스러워하며 땅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주살술!

허칠안은 이 기회를 빌려 물에 빠진 개를 두들겨 패고 싶었던 차였다. 곧 귓가에 바람 소리가 들려오더니 탕산군의 용머리가 난폭하게 들이받았다.

천지간에 장엄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허칠안은 거꾸로 날아가 산에 꽂혔다. 낙석이 뒹굴었다.

다음 순간, 그는 조금도 다치지 않고 튀어나오더니 종이 몇 쪽을 찢어 손에 낀 채 차가운 눈으로 4품 강자 둘을 쳐다보았다.

마법서 외에 그의 가장 강한 공격은 《천지일도참》이었다. 하지만 그가 자신의 수련 경지에 비추어 봤을 때 4품 고수의 육신 방어를 베기란 불가능할 듯했다.

오히려 이는 자신을 허약한 상태로 접어들게 할 터였다.

이러한 이유로 그는 금강신공의 방어 외에도 《천지일도참》을 시전하지 않고 유가 마법서로 적을 견제할 작정이었다.

하지만 두 명의 4품이 말했듯이 마법서는 언젠가 다 써 버릴 것이다.

그리고 4품 무사, 요족은 질기기로 유명했다. 허칠안은 자신이 마법서에 의지해 사람을 죽일 수 있으리라고 여기지 않았다. 그가 유가의 최애 기술인 언출법수를 시전하지 않는 이상 말이다.

그러나 언출법수의 후유증이 너무 컸다. 그는 천지간의 전쟁 때 ‘원신이 열 배로 강해져’ 하마터면 혼비백산할 뻔했다. 이묘진이 그를 도와 영혼을 불러 주어 간신히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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