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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타경-447화 (444/712)

447화. 누가 나를 좀 구해 줘

반 시진이 지났고, 사람들은 꿈나라에 빠졌다. 마치 개구리 울음소리처럼 코 고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허칠안은 잠을 자지 않았다. 그는 마른 나뭇가지를 쥐고 바닥에 그림을 그렸다. 그는 북경에 간 뒤에 어떻게 사건을 조사해야 할지 헤아렸다.

사건을 확실히 조사한 후에는 또 진북왕을 놀라게 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어떻게 증거를 가지고 경성에 돌아와야 하나.

이 일에서 가장 번거로운 점은 그가 진북왕을 어찌할 도리가 없다는 데에 있었다. 하지만 진북왕이 그에게 무언가를 하는 일은 아주 쉬웠다.

‘사건에 대한 대리사승 등의 태도가 소극적인 부분은 이해할 수 있다. 아마 건성건성 해치운 뒤에 경성으로 돌아가 보고하고 싶겠지……. 혈도 삼천리에 난민 하나가 없다. 이건 불합리하다……. 북상하는 길에 잘 관찰해야지. 머리 하나가 북쪽에 묶여 있다면 그건 멍청이나 하는 짓이지.

육로로 가자는 나의 말에 저상룡이 단호하게 반대했다고 해서 이 방면으로 고려하지 않았다는 말은 아니야. 그는 내가 바로 북경에 도착했으면 한 거다. 북경에 도착하면 나는 마음대로 못살게 굴 수 있는 꼭두각시가 될 테니까. 사적으로 사건을 조사하고 싶나? 꿈도 꾸지 마라.’

그는 생각을 펼치는 사이, 갑자기 먼 곳에서 전해진 기기의 파동을 포착했다.

허칠안은 벌떡 일어섰다. 오른손이 머리보다 빨랐다. 그는 흑금장도의 칼자루를 쥐었다.

다른 한편, 저상룡 역시 눈을 떴다. 눈빛이 날카로웠다.

두 사람은 눈빛을 교류하지 않고도 동시에 남쪽을 쳐다보았다. 어두운 밤, 은색 창을 멘 그림자가 천천히 걸어왔다. 바로 양연이었다.

허칠안과 저상룡은 그를 본 순간 각자의 긴장과 기대감을 드러냈다.

허칠안은 허리를 굽히고 물주머니를 주워 맞이하며 말했다.

“대장, 상황이 어떻습니까?”

양연은 물주머니를 받아 단숨에 들이키더니 나지막이 말했다.

“류석탄에 교룡이 매복하고 있었네. 선박이 침몰했어.”

‘역시 매복이 있었다. 정말 두려워한 대로 왔군. 머피의 법칙은 전 우주 통용인가…….’

허칠안은 가슴이 철렁했다. 그 알량한 요행수는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

‘정말 매복이 있다니?!’

저상룡은 칼자루를 꽉 움켜쥐었다. 모닥불에 수축된 눈동자가 비쳤다.

“대장, 우선 앉으세요. 제가 가서 삼사 사람들을 불러오겠습니다. 그들도 응당 같이 듣고 상황을 이해해야죠.”

허칠안은 양연을 불러 모닥불 옆에 앉힌 뒤, 건량을 담은 보따리를 건넸다.

그런 뒤 그는 차례대로 천막에 들어가 어사, 대리사승 그리고 형부 진 포두를 불러서 깨웠다.

진 포두는 천막을 뚫고 나와 양연을 보더니 생각하지도 않고 다급하게 물었다.

“양 금라, 매복을 마주했습니까?”

어사 둘과 대리사승은 양연을 뚫어지게 응시했다.

“류석탄에 매복이 있었고, 선박이 침몰했습니다. 만약 저희가 경로를 바꾸지 않았다면, 오늘 전군이 전멸했을 겁니다.”

양연은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

‘정말 매복이 있었다니, 정말 매복이 있었어…….’

대리사승의 마음은 아득한 밑바닥까지 가라앉았다.

‘전군 전멸?’

얼굴빛이 조금 변한 어사 둘이 갑자기 허칠안을 쳐다보더니 읍을 올리고 말했다.

“허 대인의 눈치 덕분이네. 미리 매복이 나올 것이라 판단한 덕에 우리가 급습을 피했군.”

형부의 진 포두가 허칠안을 바라보는 눈빛에 탄복이 더해졌다. 그는 직속상관의 적에게 진심으로 탄복했다.

“우리 천막으로 가서 얘기하지.”

대리사승이 제안했다.

허칠안은 고개를 끄덕이고 이미 깨어난 진효를 불러와 분부했다.

“오늘 밤에 자지 말고, 모두 정신 차리고 제대로 순찰하게.”

진효는 옆에서 모든 과정을 듣고, 일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그는 엄숙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대인, 안심하십시오.”

허칠안은 즉시 사람들을 따라 천막으로 들어갔다.

* * *

왕비는 마차 구석에 웅크리고 잠을 자던 중 시끌벅적한 발소리와 갑옷이 부딪치는 소리 그리고 의논하는 소리에 놀라서 깼다.

같은 마차에 있던 여종들은 이미 잠에서 깨 창가에 모여 관망하던 중이었다.

“한밤중에 이렇게 떠들썩하다니. 무슨 일이지?”

“방금까지 잘 자고 있지 않았어? 어째서 갑자기 순찰하러 나왔담…….”

왕비는 가슴이 철렁했다. 그녀는 얇은 담요를 젖히고 눈을 비비면서 마차 문을 밀더니 조심스럽게 마차에서 뛰어내렸다.

그녀는 순찰하러 나갈 준비 중인 금군 대오를 붙잡고 물었다.

“무슨 일이에요?”

가장 앞에 있던 병사가 그녀를 몇 번 훑어보더니 말했다.

“양 금라가 돌아왔소. 듣자 하니 류석탄에서 매복을 마주쳐 선박이 침몰했다지.”

뒤에 있던 병사 하나가 덧붙이며 말했다.

“만약 허 대인이 경로를 바꾸지 않았다면 우리는 오늘 전부 망했을 게요.”

왕비는 깜짝 놀라 소름이 끼쳤고, 강렬한 두려움이 솟구쳤다.

‘정말 매복이 있었다니. 나를 겨냥한 거야……. 다, 다행히 그가 있었어. 그가 일찌감치 반응해서 다행이야…….’

그녀는 가슴을 툭툭 쳤고, 이 순간 강한 안정감이 솟구쳤다.

평범하기 그지없는 왕비는 깊이 숨을 들이쉬더니 돌아서서 마차로 돌아갔다.

“가서 물어봤지? 그들 전부 왜 그래?”

여종들이 얼른 캐물었다.

“수로에 매복이 있어서 선박이 침몰했대.”

왕비가 담담하게 말했다.

마차 안, 사방에서 작은 비명이 터져 나왔다. 여종들은 두려운 기색을 보였다.

“왜, 왜 매복이 있지? 왜 우리를 매복하려는 거지…….”

“후……. 허 대인이 눈치채고 일찌감치 우리를 육로로 데려가서 다행이야.”

중얼거리는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왔다. 여종들은 의견이 분분했다.

왕비는 얇은 담요로 몸을 휘감고 구석에 웅크린 채 어깨를 감싸 안고 부들부들 떨었다.

그녀는 칠흑 같은 밤에 한기를 느꼈다. 마음속에서 비롯된 한기였다.

‘누가 나를 좀 구해 줘…….’

* * *

천막 안에서 양연은 부드러운 방석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대리사승이 건넨 차를 받더니 말했다.

“관선을 습격한 건 검은 교룡이었습니다. 아마 북방 요족의 교부(蛟部)인 듯합니다. 4품으로 실력이 나쁘지 않더군요. 물속에서 저는 못 당합니다.”

그는 말이 많은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간결하게 요점을 말하고 자신과 상대방의 실력을 비교한 뒤, 한 마디도 내뱉지 않고 침묵했다.

저상룡의 낯빛이 크게 변했다.

대리사승 등은 4품 교부의 존재를 듣자 표정이 괴이해졌다. 놀랍고 두렵고 애간장이 탔다.

진 포두가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말했다.

“저 장군은 그 교룡의 내막을 아십니까?”

그는 말을 하면서 눈을 가늘게 뜨고 저상룡을 살폈다.

사람들이 잇따라 쳐다봤고, 무형의 압박에 저상룡은 계속해서 침묵을 유지할 수 없었다. 그는 잠시 망설이더니 나지막이 말했다.

“흑교(黑蛟), 4품. 내 추측이 틀리지 않았다면 아마 탕산군(湯山君)일 걸세.”

‘역시 그는 흑교를 알았어…….’

허칠안의 눈빛이 반짝였다. 류석탄에 매복한 적이 북방 요족이었다. 북방 요족이 출동했다면, 줄곧 형제자매 사이였던 북방 오랑캐는?

그리고 왕비가 북경으로 가는 이 일은 비밀에 부치고 공개하지 않았다. 관선이 북상하는 속도는 아주 빨랐다. 이치대로라면, 북방 요족이 사전에 매복할 가능성이 전혀 없었다.

왕비가 북행하려 한다는 정보를 미리 알지 않은 이상 말이다.

‘역시나 우리 대봉 제일 미인은 단순하지 않아. 오랑캐가 이렇게 대대적으로 적의 중앙에 깊숙이 들어와 매복할 가치가 있다니……. 방금 저상룡의 표정을 보니 극도로 놀란 것 같던데. 북방 요족이 나선 일에 몹시 놀란 티가 난다…….’

허칠안의 머릿속에 수많은 생각이 스쳤다.

진 포부가 목소리를 낮추고 말했다.

“양 금라. 흑교 외에 다른 적이 있었습니까?”

양연이 고개를 저었다.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사람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대리사승은 무거운 짐을 벗어버린 듯 마음이 훨씬 안정되어 말했다.

“만약 4품 하나만 있다면, 우리가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지…….”

그가 말을 마치자, 허칠안이 비웃더니 말했다.

“북방 오랑캐와 북방 요족은 한통속입니다. 요족이 나선 이상, 오랑캐라도 멀리 있겠습니까? 만약 제 추측이 틀리지 않았다면, 북경으로 가는 각 요충지에 전부 고수가 매복하고 있을 겁니다. 저를 믿으십시오. 저희가 마차와 물자를 버리고 산 넘고 재 넘지 않는다면 조만간 다시 매복 당할 겁니다.”

이 시대에 관도는 몇 갈래뿐이고, 꼬불꼬불한 산길은 무수히 많았다. 하지만 사람들이 밟아서 생긴 좁은 길에서는 말을 타기도 어려웠다. 마차와 물자를 운송하는 삼륜차는 말할 것도 없었다.

고대의 도적은 관도 한 갈래만 차지하면 되었다. 그 길을 오가는 상대, 행인의 재물을 약탈하면 떼돈을 벌 수 있었다.

그가 이렇게 말하자 어사 둘과 대리사승은 황급히 진 포두를 쳐다보았다. 지금 그들은 이미 저상룡에 관한 믿음이 사라졌다.

진 포두는 관직이 낮지만 경험이 풍부한 무사였고, 자기 사람이었다. 그의 태도 표명은 가장 믿을 만한 가치가 있었다.

진 포두는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곤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허 대인의 분석은 아주 일리 있고 나아가 사실입니다. 수로에 4품이 있는 이상, 다른 매복 지점은요? 역시 4품이 있거나 더 많은 4품이 있지 않겠습니까? 북방 오랑캐와 요족이 연합하면, 일정한 수의 4품을 동원하는 건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4품 고수는 강호에서 아주 쟁쟁한 거물이자 그 일대의 패권자다. 하지만 조정에서 4품은 많을 뿐만 아니라 절대로 부족하지 않았다.

이는 아주 간단한 이치다. 만약 강호에 4품이 조정보다 많다면, 조정은 천하를 통치할 수 없었을 것이다.

북방 오랑캐와 요족은 북방 연합 조정에 해당한다.

“이, 이걸 어찌하면 좋겠나?”

문관 셋은 약간 초조해졌다.

적군에 4품이 두 명이라도 있으면 그들의 대오는 위험해진다. 만약 세 명이라면 틀림없이 전군이 전멸하고 말 것이다.

분위기가 엄숙해지고 말이 없어졌다.

문관 셋 그리고 진 포두는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설령 바깥에 금군 백 명과 각자 인솔한 호위병이 있다고 해도 그들에게 아무런 안정감을 가져다줄 수 없었다.

사실 사절단의 수비력은 이미 아주 충분했다. 금군 백 명에 호위병 수십 명, 더욱이 은라 넷과 동라 여덟 및 4품인 금라가 하나 있었다.

이런 대오는 거대한 세력이 눈독 들이지 않는 이상 대봉 각지를 횡행하기에 충분했다. 심지어는 북쪽와 동북을 가도 헤어 나올 수 있었다.

애당초 장 순무가 대오를 이끌고 운주에 갔을 때도 이런 규모였기에 여정이 순조로웠더랬다.

하지만 눈앞의 상황은 이러했다. 그들은 북방 요족과 오랑캐의 연합 매복과 겨냥을 마주할 가능성이 농후하고, 배후에는 북방에 군림하는 거대한 세력이 있었다.

“북방 오랑캐와 요족이 왜 왕비마마를 죽이려 한답니까? 그들은 또 어떻게 사전에 매복을 심어 놓았을까요?”

진 포두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저상룡을 주시했다.

“이건 자네가 알 바가 아니네.”

저상룡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분노한 진 포두가 말했다.

“만약 적이 북방 요족과 오랑캐임을 진작에 알았다면 왜 호송하는 금군을 파견하지 않고 굳이 사절단에 숨었답니까?”

그는 최악의 상황에 분노를 통제하지 못했고, 저상룡의 신분을 더는 고려하지 않은 채 첨예하게 대립했다.

‘맞아. 만약 매복에 관해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했다면, 호송하는 금군을 바로 배치하는 편이 더 안전하지 않나……. 여기는 어쨌거나 대봉 관내다. 규모가 방대한 금군을 파견하여 왕비를 호송하면 북방 오랑캐와 요족이 4품 고수를 동원한다고 해도 한을 품는 결말뿐이다.

어쨌거나 금군은 틀림없이 대형 살상 무기를 지닐 것이고, 군대 자체적으로도 고수가 아주 많지 않은가……. 하지만 원경제가 왕비를 몰래 사절단에 잠입시켰고 아무도 모르는 상태에서 암암리에 경성을 떠났다…….’

허칠안은 이런 해괴한 생각을 했다.

‘그들이 방비하는 건 조정 내부의 적이다! 조정 내부의 누군가가 왕비가 북경에 가 회왕을 만나는 일을 원치 않는다……. 왕비가 북쪽으로 가면 도대체 뭘 야기하는 거지? 이 배후에는 역시나 더 깊은 내막이 있다. 그리고 요족과 오랑캐가 어떻게 사전에 알고 매복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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