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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타경-446화 (588/712)

446화. 매복 (2)

노선 변경 계획이 정해지자 삼사 관원 및 달갑지 않은 저상룡은 즉시 배를 떠날 준비를 하고, 배에 탄 시위와 부녀자 등 수행 인원에게 통지하러 갔다.

허칠안은 가지 않고 탁자에 앉아 차를 한 모금 마시더니 분석했다.

“만약 내일 매복을 만나지 않는다면 소위 적군이 존재하지 않거나 미처 매복할 겨를이 없었다는 의미입니다. 이러면 저희 역시 한시름 놓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만약 적군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사절단에서 저상룡 말대로 해도 그렇게 문제가 되지는 않습니다. 기껏해야 며칠 참으면 되니까요.”

내기는 결코 감정적으로 해서는 안 된다. 설령 이번에 노름돈이 없다고 해도 허칠안은 사적으로 양연에게 내일 배를 조종하여 탐색해달라고 요청했을 것이다.

양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만약 매복이 있다면…….”

“그럼 저희는 성가셔지겠지요. 아직 북경에 도착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그 왕비 때문에 뒤집어쓰다니요.”

허칠안이 한숨을 내쉬더니 목소리를 낮추고 말했다.

“만약 상황이 그렇게 재수 없으면 제게 계획이 하나 더 있습니다. 대장, 대장하고만 상의하겠습니다…….”

* * *

이튿날 새벽녘, 이백 명의 대오가 황유군을 떠났다. 마차 네 대와 물자를 실은 삼륜차 열여덟 대 그리고 말 사십 마리였다.

금군과 저상룡이 데리고 온 병사들은 구보로 나아갔다.

이 대오는 자욱한 먼지 사이로 관도를 따라 북쪽으로 향했다.

“만약 양연 쪽에서 매복을 마주치지 않는다면 이틀 동안 육로로 가다가 다시 수로로 변경해야 해. 육로는 확실히 사람을 지치게 하고, 여로에 지치니까…….”

허칠안은 말 등 위에 앉아 속으로 중얼거렸다.

가랑이 밑의 말은 보통 갈색 말이었다. 암말과 비교가 안 될 정도였다.

이때 뒤를 따라오던 마차의 발이 젖혀지더니 안에 탄 사람이 평범하기 그지없는 얼굴을 내밀고 그를 향해 손짓했다.

허칠안은 말머리를 돌려 천천히 마차 곁을 걸으면서 웃으며 말했다.

“아주머니, 무슨 일입니까.”

“왜 육로로 바꾸려 하지?”

그녀는 다소 흔들려 보이는 마차에 앉아 있었다.

“왕비마마의 안전을 위해서요.”

허칠안이 말했다.

그녀는 생각하더니 뜻밖에도 무의식적으로 입씨름하지 않고, 오히려 신중하게 고개를 끄덕여 이 이유에 수긍한다는 의사를 표했다.

* * *

저녁 무렵이 되었다. 류석탄(流石灘), 물살이 급해 돌조차도 떠내려갈 수 있다는 이유로 붙여진 이름이다.

양쪽에 푸른 산이 둘러싼 탓에 하류의 폭이 마치 여인이 갑자기 가다듬은 가는 허리 같았다. 물살이 출렁이며 소리를 내고 거품이 사방으로 튀었다.

거대한 삼대선이 천천히 와 물을 거슬러 올라갔다. 류석탄 중턱까지 오자 물살이 세찬 수면에서 갑작스럽게 물결이 일었다. 굵고 단단하며 검은색 비닐로 온몸이 뒤덮인 물체가 튀어나왔다가 다시 물속으로 가라앉았다.

몇 초간 평온한 뒤, 쿵쾅거리는 소리와 함께 거대한 삼대선이 높이 솟구쳤다.

물보라가 용솟음치는 가운데 검은 비늘의 교룡이 파도를 가르며 나왔고, 뿔을 배의 밑바닥에 박은 다음 허공으로 떠받쳤다.

처컥처컥…….

순식간에 선체에 균열이 퍼져 나갔다. 이백여 명을 태울 수 있는 대형 관선이 여러 갈래로 부서지고, 산산조각이 난 파편이 와르르 떨어졌다.

배가 젖혀지는 찰나, 양연이 기기를 시전하여 뱃사공 여섯 명을 휩쓸어 공중으로 골라냈다. 강성한 기기가 발밑에서 폭발하면서 그를 밀어내 끊임없이 높이 올라 공중으로 솟구쳤다.

교룡이 머리를 물밑에 밀어 넣자 하늘을 찌르는 거품이 튀어 올랐다. 찰나에 검은 장포를 입은 남자가 수면 위로 떠올라 물을 밟고 섰다.

그는 이목구비가 유순했다. 매부리코에 두 눈은 가늘고 길며 여기저기 바라보는 눈빛은 차고 무감정했다. 뺨 양쪽에는 세밀한 비늘이 촘촘하게 자라 있었다.

검은 장포의 남자는 물살에 떠내려간 부러진 나무 조각을 힐끗 보고 비웃더니 음침한 목소리로 말했다.

“당했군.”

“그들은 도망칠 수 없네.”

강가 밀림에서 젊은 남자가 걸어 나왔다. 그는 백의 차림으로 뒷짐을 진 채 서 있었다.

백의 남자는 매복 실패에 분노하고 실망한 게 아니었다. 그는 아주 차분하게 말했다.

“우리는 이번에 충분히 많은 인원을 동원했네. 4품 양연만으로는 당해내기 어려워. 왕비는 우리가 잡은 물고기네.”

검은 장포의 남자가 미간을 찌푸리더니 말했다.

“사절단에 다른 4품이 없는 게 확실한가?”

백의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고, 자신의 두 눈을 가리키더니 말했다.

“내 눈을 믿게. 게다가 설령 4품이 한 명 더 있다고 해도 우리 배치로는 만에 하나의 실수가 있을 수 없어.”

* * *

태양이 서산으로 진 뒤, 하늘빛이 상당히 오랫동안 푸른 어둠을 유지하다가 비로소 밤의 장막으로 대체되었다.

지형이 비교적 높은 산비탈, 사절단 대오는 이곳에 모닥불을 지피고 천막을 쳤다.

부녀자는 마차에서 내리는 대신 얇은 담요로 싸맨 채 마차에서 잤다. 허칠안 등의 고관은 천막 안에서 묵었고 아래층 시위는 모닥불을 둘러싼 채 잤다.

다행히 지금은 중춘의 계절이라 밤에 춥지도 덥지도 않았고, 바람이 불어와 아주 쾌적했다. 다만 모기가 좀 많아졌는데 이놈들은 신체와 정신이 건장한 ‘호구’들을 특히 좋아했다.

‘탁탁’ 소리가 끊임없이 울려 퍼졌고, 병사들은 계속해서 상스러운 욕을 퍼부으며 모기를 내쫓았다.

허칠안은 순시에서 돌아온 뒤 이 모습을 보고, 사절단 대오가 모기를 쫓는 약초를 준비하지 않았음을 알았다. 그들은 기껏해야 부상을 치료하는 금창약(金滄藥)과 자주 사용하는 해독환을 비축했을 뿐이었다.

모기를 쫓는 약초는 그렇게 세심하게 준비하지 못했다.

“왜 모기가 이렇게나 많은가?”

대리사승은 흰색 홑옷 차림으로 천막을 뚫고 나와 불평했다.

“귓가에 윙윙윙대는 게 전부 벌레 울음소리인데 어떻게 잘 수 있지? 어떻게 잘 수 있냐고.”

유복한 생활은 문관들의 공통적인 병폐다. 전에 배 위에서 흔들흔들 요동쳤지만, 전부 사소한 문제라 좀 참으면 지나갔다.

육로로 가는 일이 훨씬 더 고생스럽다. 거기엔 큰 침상도 없고, 찻상도 없고, 맛있는 음식도 없는 데다가 모기의 물림도 참고 견뎌야 한다.

어사 둘은 대리사승의 불평을 듣더니 대뜸 나서서 맞장구쳤고, 우거지상을 한 채 말했다.

“어렵구나, 어려워.”

이 순간에 그들은 허칠안의 제안이 아주 미련해 보였다. 만약 육로로 바꾸지 않았다면, 그들은 지금쯤 물 위에 뜬 채로 푹신푹신한 큰 침상에서 잠을 자고 단독 방에서 휴식했을 것이다.

저상룡은 동피철골을 소유한 터라 모기가 두렵지 않기에 태연하게 비웃었다.

“육로로 가는 걸 선택했으니 당연히 상응하는 결과를 감당해야지. 우리 이제 막 하루 걸었네. 지금이라도 길을 바꿔 수로로 간대도 아직 늦지 않았어.”

허칠안은 특별 제작한 향료를 한 줌 꺼내 큰 소리로 말했다.

“저한테 모기를 쫓는 향료가 있습니다. 모닥불에 한 덩이 넣으면 모기를 쫓을 수 있습니다.”

병사들은 뜻밖의 소식에 아주 기뻐했고, 요구대로 허칠안한테서 향료를 받아 모닥불에 집어넣었다.

향료가 뜨거운 불길 속에서 천천히 연소되었고, 코를 찌르는 짙은 향기가 퍼져 나갔다. 잠시 뒤, 아니나 다를까 주변에 모기가 사라졌다.

“하하, 정말 모기가 없어졌습니다. 편안하군요.”

“이번에는 안심하고 잘 수 있겠습니다. 허 대인 덕분이에요.”

병사들은 모닥불 더미 옆에 앉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허 은라의 향료가 그들 눈앞의 어려움을 해결했다. 모기가 없어진 후에 모든 사람이 편안해졌다.

행복감은 바로 이런 작은 대우에서 비롯된다. 만약 관원의 지도자가 바뀌면 틀림없이 이런 하층 병사들의 작은 고민은 개의치 않을 것이다.

더욱이 그들이 밤에 제대로 자지 못했으니 내일 피곤할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저 길을 재촉하기나 하겠지……. 악순환이 반복되면 대오 전체의 전투력 저하로 이어질 것이다.

하지만 병사들의 행복감이 높아지면, 그 이득은 지도자에게로 돌아갈 것이다. 그들은 지도자에게 점점 더 공손해지고 지도자를 친밀하게 여길 것이다.

예컨대 허칠안이 노선을 변경하며 더 고달픈 육로로 가자고 제안했다. 대오 전체는 사석에서 원성이 자자했지만, 금군 백 명은 포함되지 않았다. 그들은 조금의 불평도 없었다.

이게 바로 인정이다.

어사 둘과 대리사승은 향료 한 덩이를 달라고 한 뒤, 천막으로 돌아가 향로로 불을 붙였다. 모기 퇴치 효과가 즉각 나타났다. 역시나 ‘윙윙윙’ 우는 소리를 더는 듣지 않았다.

“허 대인은 여기까지 다 준비했구먼. 역시 사건 해결 고수다워. 생각이 섬세해.”

도찰원의 어사는 천막을 뚫고 나와 큰 소리로 칭찬했다.

여종들은 멀지 않은 곳의 마차 안에서 은은한 향기를 맡고 즐거워하며 말했다.

“이 냄새 아주 좋다. 우리도 가지러 가서 피워 보자. 모기를 내쫓아 보자고.”

“뭘 가지러 가. 허 은라와 저 장군은 지금 갈등 중이야. 지금 같은 시기에 망신을 자초하지 마.”

다른 여종이 말했다.

“그럴 리가. 허 은라는 성격이 아주 좋다고. 더욱이 우리 여인들에게 상냥하던데.”

그 여종이 말했다.

“풉……. 내가 말한 사람은 저 장군이야. 우리는 왕부 사람이니 생각을 깊게 해야 해. 허 은라가 아무리 괜찮다고 해도 우리는 자신의 신분을 잊으면 안 된다고. 이해했어?”

“그래. 게다가 내가 듣기로 허 은라가 육로로 바꾸자고 해서 우리가 이렇게 고생하는 거야. 정말이지.”

그녀가 이 말을 내뱉자 다른 여종들이 잇따라 허 은라를 비난하며 그가 얄밉다고 끊임없이 말했다.

왕비는 구석에 웅크린 채 하찮다는 듯 비웃었다.

이 생각 없는 여종들은 시야가 두꺼비처럼 짧고 얕았기에 눈앞에 날아다니는 모기밖에 보지 못했다.

그녀 역시 힘들었다. 그녀도 수로가 정말 위험한지 의심했고, 허칠안의 판단에 좀 의구심이 들었다. 하지만 그녀는 허칠안의 결정을 단호하게 옹호했다.

좀 고생하고 애를 먹더라도 위험을 마주하는 것보다 나았다.

* * *

대리사승은 천막의 발을 젖히고, 병사들과 같이 앉은 허칠안을 쳐다보면서 물었다.

“허 대인은 얼마나 자신 있는가?”

그가 가리킨 건 수로 매복에 관한 일이었다. 그는 내기한 일을 고려해야 한다고 완곡하게 허칠안을 일깨웠다.

어쨌거나 대리사승은 마음이 무른 데다 허칠안과 원한도 없었다. 그가 허칠안을 좋아하지 않는 주된 이유는, 허칠안이 대리사경과 원한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대리사경 수하에서 겨우 밥벌이하는 관원으로서 노선을 바로 해야 했다.

‘내가 무슨 확신이 있겠어. 양연한테 함정을 밟으러 가라고 하는 일 자체가 떠보는 격이지…….’

허칠안은 고개를 살짝 젓더니 말을 하지 않았다.

어사 하나가 말했다.

“시간을 따져 보니 양 금라도 류석탄에 도착했겠구먼. 매복이 있는지 없는지 이미 알 게야. 그는 언제 우리와 만나는가?”

허칠안이 말했다.

“제가 오는 길에 암호를 남겼으니 그가 따라 올 겁니다.”

금라의 발걸음으로 암호를 따라 쫒아 오면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늦어도 내일 새벽, 이르면 아마 오늘 밤에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다.

저상룡과 몇몇 문관들은 침묵하였고, 각자 생각에 잠겨 양연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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