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절대타경-445화 (443/712)

445화. 매복 (1)

“불가능하네!”

저상룡이 단호한 어조로 앞장서서 반대했다.

그는 지난번 일을 교훈으로 여기며, 허칠안과 계속해서 씨름하지 않겠다 결심했다. 그는 뒷짐 지고 서서 절대 타협하지 않겠다는 자세를 취했다.

“허 대인, 소란피우지 말게. 열흘만 더 있으면 우리는 초주에 도착할 수 있네. 육로로 가야 한다면 보름이 되어도 도착할 수 있을 거란 보장이 없다고.”

대리사승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자네가 수석 수사관이지만, 제멋대로 자기 뜻대로 할 수는 없네.”

정상적인 지령이었다면 그들은 타협하거나 허칠안에게 양보할 수 있었고, 수석 수사관의 지위와 위신을 인정했을 것이다. 하지만 마음대로 노선을 바꾸는 행동은 이에 포함되지 않았다.

수로를 육로로 바꾸는 일은 정말 너무 번거롭다. 말, 마차 그리고 운송차를 배치해야 한다. 어쨌거나 200명 남짓한 사람들이 먹고 말이 음미하는 데 홀가분한 무장으로 전쟁터에 나갈 수는 없었기에 애당초 사절단은 더 빠르고 편한 수로를 선택했다.

그리고 행군 전투에서는 최고 장수만이 노선을 변경할 수 있다. 물론 사절단이 군대는 아니지만 노선을 변경하는 일은 여전히 금물이었다.

형부의 진 포두가 양연을 쳐다보며 나지막이 말했다.

“양 금라, 어떻게 생각하나?”

양연은 무표정으로 말했다.

“확실히 적절치 않지요.”

같은 야경꾼인 금라조차 허칠안의 결정에 찬성하지 않았다. 가히 짐작할 수 있었다. 만약 그가 남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고 자기 고집대로만 하면 망신을 자초하는 셈이다. 설령 다른 야경꾼이라도 그를 지지하지 않을 것이다.

“흥!”

저상룡이 콧방귀를 뀌더니 말했다.

“별일 없으니 본 장군은 먼저 돌아가겠소. 앞으로 이런 개념 없는 생각은 적게 하는 편이 낫겠소.”

형부 포두는 허칠안을 살펴보더니 말했다.

“저 장군께서는 잠깐 기다리시지요. 허 대인이 어떻게 말하는지 들어봐도 무방하지 않습니까.”

저상룡은 돌아서서 의아해하며 그를 쳐다보았다.

형부의 포두를 할 수 있다면 당연히 경험이 풍부한 사람이란 뜻이다. 그는 요 며칠 생각할수록 이상했다. 처음에는 저상룡이 사절단과 함께 북경으로 돌아간다고만 여겼다. 그편이 일을 처리하기에 편하기 때문인 줄로만, 그리고 진북왕을 대신해 사절단을 ‘감시’하기 위함인 줄로만 알았다.

어쨌거나 이번 사절단이 북경에 가서 조사하는 사건은 진북왕을 겨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생각할수록 이상했다.

‘만약 수행하는 자가 저상룡뿐이고 왕비 역시 동행한다면, 금군을 파견해 북경까지 호송해야 하지 않나? 왜 그들이 한데 섞여 있을까? 배에는 전부 남정네들인데 친왕의 정실이 그들과 동행하다니 얼마나 불합리한 일인가.’

대리사승은 참다못해 진 포두를 쳐다보았다. 그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더니 다시 허칠안과 저상룡을 쳐다보곤 생각에 잠겼다.

‘오, 역시 형부 포두다워. 문관들보다 훨씬 날카로운걸…….’

허칠안은 손에 쥔 지도를 펼치더니 저상룡을 쳐다보며 물었다.

“저 장군, 왕비마마께서 어째서 수행 사절단에 계신 겁니까?”

형부의 진 포두, 도찰원의 어사 둘, 대리사승은 일제히 저상룡을 쳐다보았다.

허칠안의 이 질문은 그들 마음속의 의혹 혹은 궁금증을 끌어내었다.

“왕비마마께서는 북경으로 가서 회왕과 만나실 텐데 무슨 문제라도 있는가?”

저상룡이 눈을 가늘게 뜬 채로 허칠안을 날카롭게 응시했다.

그는 같은 배로 가는 사람들을 속일 수 없다는 점을 잘 알았다. 달리 숨길 필요도 없었다. 그저 슬그머니 경성을 떠나는 일을 아는 사람이 없다면 목적은 달성한 셈이다.

“본관은 사절단의 수석 수사관인데 왜 이전에 통지를 받지 못했지요?”

허칠안이 다시 물었다.

저상룡이 담담하게 말했다.

“사소한 일일 뿐이네. 왕비마마께서 길을 빌려 북행하시고, 또 신분이 존귀하니 자연스레 드러내지 않는 편이 좋잖나.”

“왕비마마의 신분이 존귀한데 왜 호송하는 금군 대오를 파견하지 않습니까?”

이때, 진 포두가 갑자기 물었다.

“맞습니다. 관선은 복잡하지요. 만약 왕비마마께서 행차하신다는 걸 알았다면 아무리 그래도 배 한 척을 더 준비했어야 합니다.”

대리사승이 허허허 웃으며 말했다.

“아……. 확실히 적절치 않군요.”

어사 하나가 미간을 찌푸렸다.

‘이 교활한 인간들…….’

저상룡은 삼사의 관원을 훑어보자니 속에서 울화가 치밀었다.

며칠 전, 그들은 허칠안에게 적개심을 드러내면서 암암리에 자신에게 호의를 보였더랬다. 그런데 자신에게 불리할 수도 있는 일이 생기자마자 태도가 바로 애매해졌다.

허칠안은 저상룡이 말을 하지 않자 냉소를 짓더니 사람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마침 진 포두가 말씀하셨듯이 만약 왕비마마께서 북경에 가 회왕과 만나려 한다면 폐하께서 직접 금군을 파견해 호송하면 됩니다. 몰래 사절단에 섞일 필요는 없지요. 게다가 저희들한테 비밀로 했지요. 대인 여러분, 사전에 왕비마마께서 배에 타셨다는 사실을 알았습니까?”

대리사승과 어사 둘은 고개를 저었다.

허칠안이 또 말했다.

“그럼 대인들께서는 이게 뭘 의미하는지 아십니까?”

대리사승이 얼른 다그쳤다.

“허 대인, 할 말 있으면 직접 하게.”

허칠안은 박력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는 위험할지도 모른다는 의미입니다. 예를 들면 매복 공격이지요. 왕비마마를 겨냥한 매복 공격 말입니다.”

어사 둘과 대리사승은 눈썹이 치켜 올라가고, 낯빛이 심각하게 변했다.

형부의 진 포두는 표정이 변하지 않았다. 그는 아마 진작에 이를 예상한 듯했다.

저상룡은 이 모습을 보더니 덮어놓고 또 부인하면 사람들이 등을 돌릴 거라는 생각에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이번에 왕비마마께서 북행하는 이유는 다른 목적이 있어서네. 하지만 허칠안 자네가 고의로 사실을 과장하여 사람들을 놀라게 할 필요는 없네. 왕비마마께서 경성을 떠난 일을 자네들조차도 모르는데 하물며 제삼자는? 매복 공격 역시 사전에 준비했네. 우리가 북행으로 가는 길은 가장 빠른 수로네. 왕비마마께서 동행하는 일은 비밀로 하고 공개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매복을 맞닥뜨린단 말인가?”

대리사승 등은 저상룡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여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 역시 출발한 후에야 배에 신분이 존귀한 부녀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고, 그 후에 부녀자 중에 회왕비가 있다는 점을 차츰 눈치챘다. 그들조차도 출발한 후에야 이 일을 알았는데, 생각해 봐라. 왕비의 존재도 모르는 적이 어떻게 매복 공격하겠는가?

어림도 없다.

“괜히 놀랐구먼, 괜히 놀랐어…….”

대리사승은 한숨을 내쉬었고, 안색이 약간은 좋아졌다.

허칠안은 허허 웃으며 말했다.

“대인 여러분, 조급하게 생각하지 마시죠. 제 말을 다 듣고 다시 고려해 보십시오.”

그는 그떄서야 펼쳐 놓은 지도로 시선을 옮기고, 그 위의 어느 곳을 가리키며 말했다.

“배가 항해하는 속도로는 늦어도 내일 저녁에는 이곳을 통과할 겁니다.”

사람들은 탁자 옆으로 걸어와 보았다. 그곳은 물살이 센 유역으로 협소하고 양쪽으로 높은 산이 둘러싼 상태였다.

“여기서 만약 정말 누군가 양안에 매복하려 한다면 물살이 세서 저희는 재빨리 배를 돌리지 못할 겁니다. 그러지 않으면 전복될 위험이 있습니다. 그리고 양쪽의 높은 산은 저희가 뭍에 올라 도망치는데 장애물이 될 겁니다. 그들이 산속에 사람을 매복하기만 하면 저희가 스스로 그물에 걸려들기를 기다릴 수 있지요. 쉽게 말해서 만약 이 길에 매복이 있다면 틀림없이 이곳일 겁니다.”

방금 느슨해졌던 사람들의 감정이 허칠안의 말에 다시금 팽팽해졌다.

저상룡은 지도를 주시하며 잠시 보더니 반박했다.

“이 모든 전제는 매복한 적군이 있다는 것이네. 하지만 방금 내가 얘기했듯이 적군이 사전에 복병을 배치할 시간이 전혀 없었다고. 이곳을 지나가기만 하면 우리는 열흘 안에 검주에 도착할 수 있네. 그때 가면 왕야의 군대가 맞이하여 큰 임무를 완수할 테지. 하지만 육로로 간다면 보름이나 늦춰지고 그렇게 되면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야.”

쌍방이 각자 자기의 의견을 주장하면서 양보하지 않았다.

대리사승 등은 주저주저했다. 쌍방 모두 일리가 있었고 단점 또한 있었다. 어느 걸 선택하든지 안전하고 확실하지 않아 보였다.

‘그럼 내가 너희들에게 불을 붙여 주지…….’

허칠안이 비웃으며 말했다.

“육로로 가면 물론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지만 그럼에도 되돌릴 여지가 있습니다. 만약 저희가 내일 여기서 매복을 맞닥뜨리면 전군이 전멸하여 어떠한 기회도 사라집니다.”

어사 둘과 대리사승은 표정이 즉시 변했다.

“나는 허 대인의 결정에 동의하네. 노선을 바꾸지.”

형부 진 포두가 앞장서서 말했다.

“본관 역시 허 대인의 결정에 찬성하네. 속히 준비하여 노선을 변경하자고.”

대리사승이 즉시 덧붙였다.

어사 둘 역시 허칠안을 지지했다. 왜냐하면 그의 말이 문관들의 허를 찔렀기 때문이다. 더 까다롭고, 사람을 더 지치게 하는 육로보다 단체로 전멸할지도 모르는 수로가 더 두려웠다.

이 중에는 자신의 생명을 가지고 감히 도박할 자가 없었다.

저상룡의 볼 근육이 실룩였다. 그는 속으로 격분하면서 허칠안을 매섭게 노려보며 말했다.

“허칠안, 본관이 자네와 한판 내기를 해야겠네. 만약 내일 이 유역에서 매복을 맞닥뜨리지 않는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허칠안은 두 손으로 탁자를 누른 채 털끝만큼도 양보하지 않고 시선을 맞추며 말했다.

“앞으로 사절단의 모든 일은 장군 뜻대로 하지요. 하지만 만약 매복을 맞닥뜨리면 또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저상룡이 말했다.

“나는 절대 두말하지 않네.”

허칠안은 입을 삐죽이더니 하찮게 여기며 말했다.

“지금 제 말에 두말하지 않겠다고요? 수작 부리지 마십시오. 실속 있는 걸 제시하시죠.”

“뭘 원하는가.”

“백은 삼천 냥 그리고 북경 수비병의 출영 기록입니다.”

“좋네.”

저상룡은 일언지하에 응했으나, 속으로는 그때 가서 번복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북경에 도착하면 그의 마음대로 하면 된다. 거기엔 수하의 병사가 있고 장수가 있으며 진북왕이 버티고 있지 않은가.

허칠안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증서를 쓰시지요.”

저상룡은 뻔뻔하게 말했다.

“좋네. 하지만 만약 자네가 지면 역시 내게 백은 삼천 냥을 줘야 하네.”

쌍방이 증서를 다 작성했지만 아무도 서명하지는 않았다. 그들은 내일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허칠안은 고개를 돌려 양연을 쳐다보더니 의논하는 어조로 말했다.

“대장, 내일 뱃사공을 데리고 가서 한번 탐색해 주십시오. 최대 몇 명 데리고 갈 수 있습니까?”

양연은 생각하더니 말했다.

“여섯이네.”

‘여섯 명으로는 확실히 이 배를 조종할 수 없는데……. 하지만 양연이 여섯 명만 데려갈 수 있다고 하니 만약 내일 정말 매복을 맞닥뜨리면 나머지 뱃사공은 죽을 거야…….’

허칠안이 난처해하는 사이, 양연이 말했다.

“내일 기기를 사용해 돛단배를 밀고 나가 선박을 조종할 수 있으니 뱃사공이 노를 저을 필요 없네. 몇 명만 남아서 방향을 잡으면 돼.”

‘대장의 능력으로 잠깐 선박을 조종하는 건 문제가 되지 않을 거야…….’

그는 속으로 탁한 기운을 내뱉더니 말했다.

“좋습니다. 그렇게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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