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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타경-443화 (587/712)

443화. 다른 목적

아주머니는 난간 위에 엎드려 잔잔하게 물결치는 강물을 바라보았다. 이 자세 때문에 그녀의 엉덩이가 어쩔 수 없이 살짝 치켜 올라갔다. 얇은 봄옷 아래로 아주 동그란 엉덩이 두 짝이 드러났다.

“듣자 하니 북경에 혈도 삼천리 사건을 조사하러 간다고?”

그녀가 갑자기 물었다.

“네.”

허칠안이 고개를 끄덕이고, 간단명료하게 대답했다.

“무슨 사건인가?”

그녀가 또 물었다.

“당분간은 확실치 않습니다. 허나 짐작건대 아마 오랑캐가 변방에 침입하여 마구 태우고 수탈하고 천 리를 도살하였으나 진북왕이 성을 지키지 못한 듯합니다.”

“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만약 그렇다면, 자네는 진북왕에게 미움을 살까 봐 두렵지 않은가?”

“두렵지요.”

허칠안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만약 사건이 제게 넘어오지 않았다면, 저 역시 눈 감고 주변 일이나 잘 관리했겠지요. 하지만 하필 제게 넘어왔네요. 어쩌면 하늘의 뜻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왕 하늘의 뜻이라면 가 봐야지요.”

그녀는 말을 하지 않고 눈을 가늘게 뜬 채로 강물의 서늘한 바람을 느꼈다.

허칠안은 눈을 굴리더니 웃으면서 말했다.

“제가 작년에 운주에 가는 배에 올랐을 때 길에서 이상한 일들을 겪었습니다.”

그녀는 갑자기 흥미가 생겨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도중에 병사 하나가 밤에 갑판 위로 올라와 아주머니와 같은 자세로 난간에 엎드려 수면을 주시했는데…….”

허칠안은 강물 위를 주시하면서 겁에 질린 표정을 지었다.

그녀 역시 긴장하여 온 정신을 집중하여 강물을 주시했다.

“그러다가 강 속에서 물귀신 한 마리가 튀어나왔지요!”

허칠안이 나지막이 말했다.

“말, 말도 안 되는 소리…….”

아주머니는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녀는 좀 겁이 났지만 억지로 버티며 말했다.

“나를 놀래주고 싶은 거지.”

풍덩!

그런데 갑자기 수면에서 기척이 들리더니 물보라가 튀었다.

그녀는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며 깜짝 놀라 엉덩방아를 찧었고, 머리를 감싸 안은 채 덜덜덜 떨었다.

“하하하하!”

허칠안은 배꼽을 움켜쥐고 박장대소했다. 그는 아주머니의 처참한 모습을 가리키며 비웃었다.

“술주전자 하나로 아주머니를 이렇게 놀라게 하다니요.”

그런데 아주머니는 묵묵히 일어나 서리를 맞은 듯한 표정으로 한 마디도 하지 않고 갔다.

‘화났나?’

허칠안은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저기, 저기요. 다시 와서 몇 마디 더 나누시죠, 아주머니!”

* * *

동틀 무렵, 관선은 황유군(黃油郡) 부두에 서서히 정박했다. 강주에서 드물게 부두가 있는 군(郡)으로서 황유군의 경제 발전은 그런대로 괜찮은 편이었다.

이 지역에서는 누르스름하면서도 맑고 투명한 옥이 많이 생산된다. 빛깔과 광택이 마치 황유(黃油) 같아서 황유옥(黃油玉)이라고 이름을 지었다.

관선은 부두에 하루 정박할 예정이었다. 허칠안은 사람들에게 준비 물자를 배에서 내리게 하는 동시에 금군을 두 무리로 나누었다. 한 무리는 관선을 지키고 다른 한 무리는 성으로 들어간다. 반나절 후에는 서로 위치를 바꾼다.

“시간 있을 때 점심 먹고 성에 가서 기루를 찾아봐야지. 야경꾼 동료들을 데리고 놀러 갈래. 양연한테는 배에 남아서 지키라고 해야겠어…….”

아침 햇살 사이, 허칠안은 속으로 생각하다가 갑자기 갑판 구석에서 들려오는 구토 소리를 들었다.

그가 고개를 돌려 보니 아주머니가 뱃전에 엎드려 끊임없이 토하는 중이었다.

“아주머니, 임신했어요?”

허칠안은 빈정대며 말했고, 수건을 꺼내 건넸다.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고 손수건을 꺼내 입을 닦았다. 초췌한 얼굴에 핏발이 가득 선 눈을 보니 한숨도 자지 못한 듯했다.

“어제부터 안색이 좋아 보이지 않던데 어찌 된 일입니까?”

허칠안이 물었다.

아주머니는 그를 노려보더니 선실로 돌아갔다.

* * *

그녀는 어젯밤에 무서워서 한숨도 자지 못했다. 펄럭이는 침상 휘장 밖에 뚫어지게 쳐다보는 무서운 눈이 있거나 침상 밑에서 손이 나오거나 혹은 종이창 밖에 머리가 매달려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계속해서 들었다…….

그녀는 이불로 둘둘 말고, 머리를 감싸도 잠을 잘 수가 없었고 시시때때로 머리를 내밀어 방 안을 살펴야 했다.

그녀는 한숨도 자지 못한 데다가 선체가 흔들리자 연일 쌓인 피로가 갑자기 폭발하면서 두통과 구토로 너무 괴로웠다.

모든 게 이 자식 때문이다.

‘상대하지 않을 생각이면 하지 말라지. 나는 저 아주머니가 내가 기루에서 노래 듣는 일을 그르칠까 봐 걱정이었다고…….’

허칠안은 중얼거리면서 동료들과 의기투합하여 배에서 내렸다.

* * *

자고로 항구를 맞댄 도시는 보편적으로 번화했다. 황유군의 군성 규모는 큰 편이 아니지만, 거리가 넓고 곧게 뻗어 있으며 사람들로 북적였다.

허칠안은 부두에 서서 멀리 내다보았다. 짐꾼과 쿨리(cooly)가 땀을 뻘뻘 흘리며 오고 갔다.

그는 쓱 훑더니 손에 장부를 들고 차양막 안에 앉아 차를 마시는 작업반장에게 시선을 굳혔다. 그는 발길 가는 대로 걸어가 한 손에는 칼을 쥐고 그 작업반장을 내려다보았다.

그 작업반장은 허칠안 및 그의 뒤에 있는 야경꾼들 가슴에 수놓아진 은라, 동라 상징을 쳐다보았다. 설령 야경꾼 차복을 몰라도 야경꾼의 명성은 시정 백성들 사이에서도 자자했다.

‘이, 이 자는 전설 속 야경꾼?’

작업반장은 의아해하면서 일어나서 고개를 끄덕여 가볍게 인사했다.

“대인 어르신들, 무슨 분부라도 있으신지요?”

그는 말을 하는 동안 주머니에서 부스러기 은전을 한 줌 꺼내 양손으로 받들었다.

허칠안은 은전을 보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자네가 작업반장인가?”

작업반장은 연이어 고개를 끄덕여 예를 갖췄다.

“그렇습니다.”

허칠안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더니 바쁜 짐꾼들을 쳐다보며 물었다.

“최근에 북방에서 온 난민이 있는가?”

“난민이요?”

작업반장은 생각하더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없습니다. 허나 소인도 들은 적이 있습니다. 북경이 지금 전쟁 중이라 오랑캐가 여기저기서 불을 태우고 약탈하고 살인을 저지른다고 합니다. 진북왕께서 지키셔서 다행이지, 그러지 않았으면 초주는 아마 진작에 잃었을 겁니다.”

“자네는 진북왕을 숭배하고 존경하는가?”

허칠안은 감정의 기복 없는 말투로 말했다.

“그야 당연하지요. 진북왕은 대봉의 군신이자 대봉의 제일 고수이십니다. 바로 그가 있기에 북쪽이 평온할 수 있는 거지요.”

작업반장은 우러러보는 기색을 보였다.

‘진북왕이 언제 군신이 되었지. 대봉의 군신은 분명히 위 공인데…….’

허칠안은 은라와 동라들을 데리고 떠났다.

차양막 안, 작업반장은 떠나는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갑갑해하며 말했다.

“은자를 줘도 안 받네? 머리에 문제 있는 거 아니야?”

* * *

그들은 성안에서 한 시진을 돌아다녔다. 허칠안은 주루에도 앉았다가 기루에도 앉았다가 심지어 자진해서 거지에게 작업을 걸기도 했다. 그를 수행하는 야경꾼들은 허칠안의 이번 외출에 다른 목적이 있음을 알아차렸다.

소위 기루에서 노래를 듣는 행동은 눈속임일 뿐이었다.

“허 대인, 뭘 살피십니까?”

한 동라가 물었다.

“난민을 알아보는 중이네.”

허칠안은 길가에 서서 한 손에는 칼을 쥐고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이상한 일이 있어. 자네들이 알아차렸는지 아닌지 모르겠네.”

경험이 풍부한 은라가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난민이 없는 거요? 이건 전혀 이상할 이유가 없습니다. 저희는 이제 막 강주에 도착했고, 초주까지는 적어도 열흘은 더 가야 하지요. 그래도 수로로 가지 않습니까. 육로로 간다면 적게 잡아도 보름입니다. 난민이 초주부터 여기까지 피난할 수 있으리란 보장이 없어요.”

허칠안이 고개를 저으며 그를 쳐다보더니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우리가 조사하는 게 무슨 사건인지 잊었나?”

은라 넷은 깜짝 놀라 소름이 돋았고, 즉시 허칠안의 말뜻을 깨달았다.

혈도 삼천리와 비슷한 행위는 통상적으로 시간을 질질 끌고 상당한 수의 병력을 투입하는 대형 전쟁터에서 발생한다.

그리고 만약 이런 규모의 전쟁이 발생한다면 반드시 이재민이 넘쳐 날 것이다. 설령 강주와 초주의 거리가 요원하다고 해도 난민 중에서 운 좋게 성공적으로 도망쳐 온 난민이 없으리란 보장은 없다.

하지만 없다…….

‘이 사건은 내가 상상한 것보다 더 복잡해…….’

허칠안은 마음이 무거워지고, 심각해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는 곁에 있는 동료들이 깊은 시름에 빠진 모습을 보자 바로 ‘허’하고 소리 내곤 용감하기 이를 데 없는 말투로 천천히 말했다.

“재미있어. 이거야말로 내가 처리하고 싶은 사건이야. 너무 간단하면 오히려 재미없네.”

‘허 대인은 경력이 풍부해. 비록 야경꾼에 합류한 기간은 짧지만, 그가 겪은 질풍노도는 제삼자가 평생 경험할 수 없는 수준이지…….’

야경꾼들은 허 은라가 겪었던 사건 하나하나를 떠올렸고, 문득 불안한 마음이 사라지면서 많이 안정되었다.

* * *

점심 식사 전, 허칠안은 찬합과 아직 조각을 거치지 않은 황유옥 몇 개를 들고 관선으로 돌아갔다.

그는 먼저 황유옥을 방에 두고 찬합을 든 채 3층으로 올라갔다. 그러고는 구석에 있는 한 방 앞에 이르러 문을 두드렸다.

“누구세요?”

방 안에서 아주머니의 거칠고 급하지만, 풀이 죽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접니다.”

허칠안이 웃으며 말했다.

그가 말했지만 안에서는 인기척이 없었고, 문을 열지도 않았다. 냉대할 심산인 듯했다.

“부문패(*傅文佩: 중국 드라마 《안개비연가》에 나왔던 인물), 문 열어요. 집에 있는 거 알거든요. 남자를 꼬실 능력이 있으면 문을 열 재주도 있잖아요.”

허칠안은 쌍놈이다.

쾅……!

문이 열렸다. 푸른색 여종 치마를 입은 아주머니가 버들눈썹을 치켜올리고 화를 내며 말했다.

“무슨 헛소리야?”

이 호색가가 그녀 방문 앞에서 무슨 남자를 꼬신다는 둥 말하다니, 너무 심했다. 비록 그녀는 지금 평범하기 그지없는 여종이지만, 여종에게도 지조가 있는 법이다.

‘들은 사람도 없는데…….’

허칠안은 헤헤 웃으며 말했다.

“아주머니는 부문패도 아니면서 무슨 화를 내요.”

허칠안은 눈을 희번덕이며 다시 문을 닫고 싶어 하는 아주머니를 보자 서둘러 말했다.

“점심 식사 가져왔어요.”

아주머니가 비웃으며 말했다.

“자네가 선의로?”

“오늘 아침에 안색을 보니 어젯밤에 잘 자지 못했다는 걸 알았죠. 배멀미 하셨죠? 틀림없이 점심밥도 안 드셨을 것 같아서 제가 음식을 좀 사 왔어요.”

허칠안은 아무런 망설임 없이 방으로 들어와 한번 훑어보았다. 방은 깨끗하고 말끔했다. 매일 청소하는 듯 보였다.

그는 찬합을 탁자 위에 놓고 뚜껑을 열어 반찬을 하나하나 펼쳐 놓았다.

아주머니는 쳐다보더니 전부 자신이 먹어본 적 없는 음식임을 발견하고는 참다못해 물었다.

“이건 무슨 요리지?”

“*유리폐(琉璃肺: 옛날, 숫양의 폐로 만든 음식으로 주로 귀빈을 대접할 때 내놓는 요리)예요. 아주 맛있어요. 황유군에서 가장 맛있는 주루의 대표 요리 중 하나래요. 다른 대표 요리도 사 왔어요.”

허칠안이 말했다.

“먹고 싶지 않네.”

아주머니는 태연하게 말했다.

그녀는 몸이 편치 않았으며 입맛이 없었다. 게다가 요 그녀는 몇 년 동안 왕부에서 호강하며 생활했는데 어떤 맛있는 음식이라고 안 먹어봤겠는가? 백성들이 바라보기만 하는 산해진미도 그녀에게는 평범한 음식이었다.

“하지만 이 음식은 분명히 좋아하실걸요.”

허칠안은 탕 한 그릇을 탁자 위에 두었다.

아주머니는 쓱 보았다. 시커멓고 생김새가 너무 못나서 순간 싫은 마음에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아무 일 없이 아첨한다라……. 자네 목적이 뭔가. 바로 얘기하게.”

‘이 말을 기다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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