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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타경-437화 (437/712)

437화. 조정에서 위임하다

허칠안은 방으로 돌아와 《행맥론》에 기록된 방법에 따라 천천히 권법을 연마하였다. 그는 자신의 기기가 운행함을 깨닫고 혈액의 흐름을 느끼고, 힘을 끌어올리는 사이에 근육의 팽창과 수축을 체감했다.

허칠안은 반 시진 후 연마를 마친 다음 탁자에 앉아 종리가 건넨 따뜻한 차를 받고 혼잣말하며 중얼거렸다.

“너무 느려. 행맥론은 기껏해야 보조 역할이니까. 화경에 도달할 수 있는지 없는지는 나 자신에게 달렸고……. 이렇게 가다가는 연말에 4품은 고사하고, 5품도 어렵겠어. 나는 반드시 실력을 끌어올릴 방법을 생각해야 해. 기운이 점차 소생하면 배후의 검은손이 수수방관하지 않을 거야. 설령 감정과 신수 승려가 지키고 있다고 해도 내가 절대적으로 안전하진 않지. 상대는 적어도 3품 술사일 테고, 배후에는 아마 더 강한 세력이 있을 테니까.

일을 너무 서두르면 도리어 이루지 못한다는 말도 있잖아. 화경이 어렵지만 적어도 천천히 정진할 수 있어. 나한테는 작위의 격상, 권력의 상승이 가장 어렵다고.”

전에 그가 경성에 남기로 한 이유는 경성이 번화하고 물질적으로 후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는 마음속에 ‘까짓것 이 몸이 강호를 떠돌아다니지’하는 패기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 그는 조정에서 더 큰 권력을 가로채고 싶었다. 자신의 실력과 손에 장악한 권력이 상호보완하여 장차 ‘채권자’를 마주해도 싸울 힘이 있어야 했다.

그래서 그는 현재 기회가 부족했다. 공을 세울 기회가 부족했다.

“애석하구먼. 경찰 해는 이미 지나갔고, 지금의 경성은 고요하여 내가 공을 세울 기회가 많지 않다.”

허칠안은 탄식하더니 어떻게 수련 경지를 끌어올릴지로 생각의 흐름을 바꾸었다.

방금 그의 머릿속에 영감 하나가 떠올랐다.

“《천지일도참》은 전신의 기기를 모으는 비법이고, 화경 역시 힘을 하나로 뭉쳐 조금도 낭비하지 않는다. 가장 적은 대가로 가장 큰 힘을 야기하니 양자 모두 방법은 다르나 같은 효과를 낸다.”

그는 이 생각이 떠오르자 진심으로 놀랍고 기뻤다. 그리고 한시라도 빨리 검증하고 싶었다.

허칠안은 방 안에 똑바로 서서 깊게 호흡하고 모든 감정을 가라앉히고 기운을 몸속으로 무너뜨렸다…….

“아니야, 아니야. 천지일도참을 시전하는 게 아니잖아…….”

그는 황급히 힘 비축을 끝내고 기기를 흩뜨렸다. 그는 다시 천지일도참 법결(法訣)을 시전했다. 하지만 이번에 그는 기기를 호응하지 않고 순수한 신체의 힘만으로 시전했다.

퍽!

허칠안이 주먹으로 공격하자 공기가 낭랑한 파열음을 냈다.

기기가 섞이지 않아 큰 면적의 파괴를 초래하지 않았다.

“팔이 여전히 떨리지만, 주먹을 내미는 찰나 힘이 확실히 한곳에서 분출되는군. 물론 그 과정에서 많이 유실됐지만…….”

허칠안은 이 결과에 미친 듯이 놀랍고 기뻤다. 길을 제대로 갔다. 이 방식대로 연습하기만 하면, 그가 5품으로 승직하는 시간이 대폭 줄어들 것이다.

“《행맥론》보다 훨씬 훨씬 낫구먼. 헤헤. 나는 정말 천재야. 새로운 방법을 찾다니…….”

그는 얼굴에 희색이 돌았다가 갑자기 다시 굳어졌다.

왜냐하면 《천지일도참》은 사천감이 야경꾼에게 선물한 기능으로 감정의 은밀한 선물이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게 네 예상대로인가? JOJO.’

* * *

묘시가 막 지났을 때, 제공들은 황제가 파견한 환관에 의해 황궁 어서방에 불려 왔다.

제공들이 모두 모인 후, 장포를 입은, 청렴결백한 원경제가 가뿐한 발걸음으로 탁자까지 걸어온 뒤 그의 옥좌에 앉았다.

“여러 경들이 ‘혈도 삼천리’ 일을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고 연일 상소를 올렸고, 짐은 깊이 동감하네.”

원경제는 당 아래 제공들을 내려다보면서 여유로운 말투로 말했다.

“짐은 사절단을 변방으로 보내 이 일을 철저하게 조사하려 하네. 경들이 생각하기에 적임자가 있는가?”

왕 재상에 대열에서 나와 읍을 올리며 말했다.

“폐하, 이 사건은 중대하니 응당 삼사가 야경꾼과 협동하여 처리해야 합니다.”

이건 여러 해 동안 조정 내부에 형성된 좋은 묵계였다. 무릇 큰 사건을 맞닥뜨리면 대체로 삼사와 야경꾼 관아가 공통으로 처리했다. 협력이자 상호 감독이었다.

원경제는 잠시 기다리더니 나서서 반대하거나 덧붙이는 관원이 없는 걸 보자 내친김에 말했다.

“수석 수사관은? 여러 경들에게 적임자가 있는가?”

여러 측이 협동해서 사건을 처리하려면 각자 하거나 팀을 구성하는데 팀에는 당연히 리더가 있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단결력 없는 오합지졸일 뿐이다.

통상적으로 멀리 타지로 나가야 하는 사건은 각자 처리하지 않고 대체로 팀을 구성한다.

‘수석 수사관’이라는 말을 듣자 제공들의 머릿속에는 거의 본능적으로, 관성적으로 은라 차복을 입은 방자한 젊은이가 떠올랐다.

이는 허칠안의 능력에 따른 인정이기도 했다. 반년 남짓 동안 허칠안이 큰 사건, 중요한 사건을 한 건씩 해결하면서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기 때문이다.

왕 재상이 잠시 침음하더니 말했다.

“야경꾼 은라 허칠안에게 수석 수사관을 맡기시지요.”

그는 허칠안을 이러쿵저러쿵 칭찬하지 않았다. 그런 말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원경제는 고개를 끄덕였고, 제공들을 훑어보더니 말했다.

“여러 경들 생각은?”

“좋습니다!”

모든 관원이 하나 된 목소리로 말했다.

* * *

“뭐라고요? 혈도 삼천리 사건에 제가 수석 수사관을 맡으라고요?”

허칠안은 호기루의 다실에서 소식을 듣고는 깜짝 놀라 경악한 얼굴로 눈을 크게 떴다.

이건 지난번 운주 사건과 달랐다. 운주 사건에서는 장 순무가 수석 수사관이었고, 그는 수행 인원 중 하나였다. 하지만 이번에 그는 이론적으로 책임자였다.

장단점이 아주 명확했다. 만약 이 사건을 해결하면 그는 일등 공로를 차지한다. 혈도 삼천리 사건이 실제로 존재하고, 그가 진상을 밝혀낸다면 그 공로의 크기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다.

‘내가 마침 공을 세울 기회가 없어서 고민이었는데……. 누가 내 생각을 읽었나?’

허칠안은 기쁨과 근심이 반반이었다. 만약 사건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그는 문책당할 것이다.

이건 그래도 괜찮다. 허나 만약 혈도 삼천리 사건이 정말 진북왕의 과실이고, 진북왕이 군정을 허위 보고한 거라면 그는 위험해진다.

“위 공, 제공들이 저를 수석 수사관으로 추천한 게 좋은 마음을 품은 건 아니겠지요? 폐하께서는 왜 순무에게 맡기지 않고, 도리어 일개 은라인 제가 수석 수사관을 맡는 데 동의하셨을까요?”

허칠안은 맞은편의 위연을 쳐다보면서 말을 이어갔다.

“위 공께서 저를 보호할 금라 한 분을 보내 주시죠.”

위연은 찻잔을 어루만지면서 온화한 어조로 말했다.

“좋네. 전보다 훨씬 날카로워졌네. 예전의 자네라면 조당 제공의 의도와 폐하의 생각을 헤아리지 않았을 텐데.”

‘아니, 나는 그저 당신 같은 정치 다툼 끝판왕이 곁에 있으니 머리를 굴리기 귀찮을 뿐이야…….’

허칠안은 겸손하게 말했다.

“위 공께서 제게 가르쳐 주십시오.”

“두 가지 이유가 있네.”

위연은 손에 든 찻잔을 내려놓고, 심복 은라를 위해 분석했다.

“조정을 대표하는 순무는 권력이 세니 설령 진북왕이라도 최대한 동등한 자격으로 대해야 하네. 폐하께서는 순무를 통해 진북왕을 견제하고 싶지 않으신 게야. 사심이 섞이거나 전세를 고려할까 봐서겠지. 은라에게 수석 수사관을 맡기면 이런 문제가 사라지네.”

허칠안은 미간을 찌푸렸다.

“이렇게 보자니 사건 조사에 손발이 묶인 셈이 아닙니까?”

위연이 웃으며 말했다.

“좋은 임무는 모두가 뺏으려고 안달이지. 그렇지 않으면 조당 제공들이 왜 자네를 추천했겠는가? 혈도 삼천리……. 만약 진북왕이 군정을 허위로 보고하고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면, 수석 수사관이 밝혀내지 못하면 그나마 다행이네. 만일 밝혀낸다면.”

‘밝혀낸다면 사람을 죽여 멸구하려나?’

허칠안은 가슴이 철렁했다.

“이게 바로 제공들이 자네를 추천한 두 번째 이유네.”

위연이 여유롭게 말했다.

‘이 약삭빠른 인간들……. 위 공은 조금도 걱정하지 않는 듯한데?’

허칠안은 황급히 물었다.

“제가 어떻게 처리해야 합니까?”

그는 이 일에 관한 자신만의 생각이 있었지만, 윗사람의 의견을 너무나도 들어보고 싶었다. 능숙하게 ‘간언’을 받아들이는 건 좋은 습관이다.

“겉으로 적당히 대처하고, 암암리에 조사하게.”

위연은 진담을 내뱉더니 말을 이어나갔다.

“북쪽으로 간 후에는 충동적으로 일을 행하지 않아야 함을 기억하게. 가능한 한 진북왕 부하와 갈등을 빚으면 안 되네. 약한 적처럼 보여 그들의 경계를 풀 수 있어야 하네. 암암리에 조사할 수 있다면 절대 광명정대하면 안 되네.

만약 진북왕에게 불리한 증거를 찾았다면 잘 숨겨서 경성으로 돌아와 내보이게. 만약 암살당할 위기에 놓인다면 진북왕이 직접 움직일 리는 거의 없으니 내가 양연에게 자네를 따라 함께 가게 하겠네. 자네 자체 실력이 약하지 않고, 금강신강도 이미 소성이니 이 방면으로는 오히려 걱정되지 않는구먼.”

‘만약 진북왕이 직접 움직이면 파견한 금라가 아무리 많아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듯한데. 물론 3품 무사가 도대체 얼마나 강한지 모르지만, 조정 전체에 3품은 한 명뿐이고, 4품은 꽤나 많잖아…….’

허칠안은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소직 역시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사실 그는 암살당하는 일은 두렵지 않다. 그가 두려운 건 진북왕이 직접 등판하는 경우다. 그때 가면 그는 어쩔 수 없이 모든 걸 내걸고 신수 승려를 소환할 수밖에 없다. 3품 무사와 대전하려면 신수 승려는 반드시 미친 듯이 정혈을 흡수해야 하고, 무고한 사람의 학살은 불가피하다. 이건 허칠안이 보기를 원치 않는 모습이다.

게다가 이후에는 어쩔 수 없이 강호로 멀리 도망쳐 다시는 조정에 돌아올 수 없다.

‘그러면 배후의 검은손이 싱글벙글 웃겠지…….’

위연이 계속해서 말했다.

“그 가운데 자네 스스로 균형을 잘 잡게. 만약 형세가 잘못되면 이 사건에서 손을 떼도 되네. 경성에 돌아온 후에 기껏해야 문책당할 뿐이지.”

“저는…….”

허칠안은 말을 하려다 멈췄다. ‘혈도 삼천리’ 다섯 글자가 머릿속에서 불쑥 튀어나왔다.

“만약 이 일이 사실이라면, 저, 저는 손을 떼지 않겠습니다. 보고도 못 본 척하지는 않겠습니다.”

그는 목소리를 낮추고 말하더니 또 한마디 덧붙였다.

“하지만 경솔하게 굴지는 않을 것이니 위 공께서는 안심하십시오.”

위연은 그를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는 흐뭇함과 유감스러움이 공존했으나 결국에는 흐뭇함으로 변했다.

“3일 뒤에 출발하니 그동안 자네 준비하게.”

* * *

회왕부 뒤 화원. 온갖 꽃이 만발하고, 벌들이 윙윙 날개를 퍼덕이며 꽃밭 사이를 바쁘게 돌아다녔다. 채색 나비는 나풀나풀 춤을 추며 서로 쫓았다.

공기는 사람의 가슴을 파고드는 향기로 가득했다. 면사를 쓴 왕비는 손에 대바구니를 걸고 긴 치맛자락을 잡아당기며 꽃들 사이를 걸었다.

그녀는 허리를 굽히고 꽃 한 송이를 꺾어 코끝에 대고 가볍게 냄새를 맡더니 눈을 방긋하며 기뻐하는 기색을 드러냈다.

바야흐로 중춘, 금수(錦繡) 궁군을 입은 왕비는 등 곡선이 아름다웠으며 명주 띠로 손에 잡히는 가느다란 허리의 실루엣을 그려냈고, 어깨와 목덜미의 비율이 딱 좋았다.

그녀가 걷어 올린 검은 머리카락이 한 올 한 올 늘어져 길고 가는 목이 보일락말락하였다. 눈처럼 새하얗고 반짝반짝 빛났다.

그녀는 뒷모습과 자태만 보면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웠다. 이런 여인은 설령 이목구비가 훌륭하지 않다고 해도 남자들의 눈에는 뛰어난 미인으로 보일 수 있었다.

저상룡이 경갑 차림을 한 채 뒤 화원으로 들어왔다. 그가 걷자 비늘 갑옷이 낭랑한 소리를 냈다.

그는 발걸음을 멈추고,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거리를 유지하면서 읍을 올리고 말했다.

“폐하께서 명하셨습니다. 3일 뒤 왕비마마께서는 사건 조사 대오를 따라 북경(北境)으로 가셔야 합니다. 왕비마마께서는 준비해 주십시오.”

왕비의 방긋 웃는 눈매가 점점 본래 상태로 돌아가더니 차갑게 식었고, 손에 꽃가지를 꽉 움켜쥐자 손마디가 하얗게 변했다. 그녀는 냉담하게 말했다.

“또 용건 있는가? 없으면 꺼지게.”

저상룡은 공수하고 돌아서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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