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5화. 생명 연금술
주변이 사람들로 붐비면서 이묘진은 밀쳐져 계속해서 뒤로 물러났고, 어쩔 수 없이 자리를 양보해야 했다.
‘이건…….’
이묘진은 망연한 표정으로 연금술사들을 자세히 살폈다. 백의들의 얼굴에 오만한 표정은 사라지고 기쁨과 흥분이 넘쳐흘렀다. 그들은 허칠안을 빼곡하게 둘러싼 채 쉴 새 없이 제각기 떠들어 댔다.
이묘진은 그들의 눈빛에서 알아차릴 수 있었다. 여기서 허칠안의 지위는 아주 높고 그들은 저마다 진심으로 그를 숭배하고 존경하는 듯했다. 더욱이 그들은 그가 무슨 청서를 언급할 때는 자세를 아주 낮추었다.
착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묘진은 그들이 구제를 기다린다는 착각이 들었다.
‘너무나 황당무계하다, 너무나 황당무계해.’
천지회의 나머지 구성원들은 이묘진 못지않게 놀랐다. 일찍이 지식인이었던 초원진도 이 광경을 보자 경악한 기색을 보였고, 표정이 다소 굳었다.
‘허칠안은 감정의 바둑돌이지만 이건 비공개적인 일이고, 사천감의 술사들은 이런 비밀을 알면 안 된다. 다시 말해서 연금술사들이 이렇게 허칠안을 존경하는 건 그 자신에게 이유가 있다는 뜻? 청서는 뭐지? 그들 말속에 내포된 뜻은 허칠안의 연금술이 송경보다 뛰어나다는 건가? 적어도 연금술사들은 송경에게 이렇게 자기를 낮추고 배우기 좋아한다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는데…….’
초원진은 조금씩 핵심을 파악했지만, 이 이유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육호 항원은 허칠안과 사천감의 친분이 두텁다는 걸 이미 잘 알았다. 그는 심지어 양천환을 움직여 그 불쌍한 아이를 치료하게끔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허칠안이 이렇게 체면이 설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이는 친분이 두텁다기보다는 연금술사들이 고분고분 시키는 대로 하는 것과 같았다.
소소는 어리둥절해서 백의 중앙에 둘러싸인 허칠안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그녀는 방금 종리로부터 송경이 자신의 작품을 소중히 여긴다는 얘기를 듣고, 매우 낙담했더랬다. 그녀는 이번 사천감행이 아무 성과 없는 헛수고 같았다.
허칠안이 비록 사천감과 밀접한 관계라지만 송경은 동문 사형, 사제조차도 사정을 봐주지 않는데 꼭 그의 체면을 세워 주리란 보장이 없었다.
하지만 사실은 이러했다. 송경과 연금술사들은 뜻밖에도 허칠안에게 아주 열정적이었다. 심지어 소소는 이렇게까지 생각했다.
‘이게 바로 별 볼일 없는 남자들이 자신을 봤을 때의 반응 아니야?’
허칠안이 손을 아래로 누르자 연금술사들이 갑자기 조용해졌다. 그는 기침 소리를 내더니 말했다.
“청서는 당분간 없습니다. 하지만 제가 여러분께 약속하지요. 연말 전에 꼭 여러분께 보내드리겠습니다. 앞으로 시간 있으면 저 역시 연단실을 둘러보러 자주 와서 여러분과 연금술에 대해 논하겠습니다.”
“잘됐네.”
백의 술사들은 환호와 기쁨으로 얼굴 가득 미소를 지었다.
사람들이 조용해지자 허칠안은 송경을 쳐다보며 말했다.
“송 사형, 사형의 작품은…….”
소소는 바로 송경을 쳐다보았다. 그녀는 입을 오므리고 저도 모르게 두 손으로 주먹을 꽉 쥐었다.
이묘진도 기대를 안고 쳐다보았다.
송경은 가슴을 툭툭 치더니 시원시원하게 웃었다.
“이 작품을 정련해낸 후에 가장 큰 아쉬움이 바로 허 공자의 평가와 가르침을 받지 못했다는 점일세. 지금 드디어 소원을 이루겠군.”
‘뜻밖에도…… 이렇게 겸손하게 자기를 낮춘다고?!’
소소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동시에 다시 한번 믿기 어려운 감정이 떠올랐다. 그녀는 거듭해서 허칠안을 몇 번이나 쳐다보았다.
‘앞으로 누군가 또 사천감의 술사가 오만하고, 안하무인이라고 말한다면 나는 첫 번째로 믿지 않을 거야…….’
초원진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 * *
사람들은 송경의 인솔하에 연단실을 나서서 구불구불한 통로를 지나 밀실로 들어왔다.
밀실의 문은 순수 철로 만들어져 있었다. 송경은 철문을 두드리더니 소개했다.
“이 문은 5품 무사라고 해도 부수겠다고 생각하면 안 되네. 내가 열흘이라는 시간을 투자해 백련(百煉) 강철로 주조했지. 가장 큰 특징이 바로 견고하여 도난 방지가 일품이라는 점일세.”
초원진은 이 말을 듣자 참지 못하고 물었다.
“하지만 여러분 관성루의 담벼락은 일반 담벼락 아니오? 도둑놈은 근본적으로 문으로 다닐 필요가 없소.”
이묘진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덧붙여 말했다.
“게다가 누가 감히 관성루에서 물건을 훔칠 수 있겠소? 역사적으로 그런 사례는 없지요. 그렇지 않소?”
‘그리고 네가 방범문 하나 주조한다고 무슨 의미가 있겠니?’
……송경이 어두운 표정으로 담담하게 말했다.
“또 일 있소? 없다면 두 분은 돌아가시오.”
초원진과 이묘진은 순간 말을 하지 않았다.
이묘진은 초원진에게 전음했다.
“나는 어째 감정의 제자가 전부 좀 이상해 보입니다? 리나와 피차일반인 저채미, 액운이 몸에 달라붙은 종리 그리고 눈앞의 이 송경. 양천환만이 비교적 정상인 듯해요.”
초원진이 ‘허’하고 소리 내더니 전음으로 답했다.
“앞에 말들은 전부 맞지만, 마지막 한마디는 지나치게 경솔하오. 경성의 모든 사람이 그대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오.”
‘그대가 그저 양천환을 잘 알지 못할 뿐이지. 그와 송경이 가장 괴상한 둘이고, 저채미는 자신의 천부적인 자질에 얽매여 그다지 지혜롭지 않아. 종리는 오랜 세월 동안 액운이 몸에 달라붙어 위축되고 열등감을 가진 성격이 된 거고……. 유독 송경과 양천환이 머리에 문제가 있지…….’
초원진은 속으로 비아냥거렸다.
이묘진은 반박하지 않고 화제를 돌리며 물었다.
“감정의 이제자는요?”
초원진이 고개를 저었다.
“나는 이제자를 본 적이 없소. 마치 사천감에 없는 듯하지. 그 사람은 틀림없이 정상일 겁니다.”
그는 말을 마치고 자신 역시 너무 경솔했다는 생각이 들어 두 글자를 덧붙였다.
“아마…….”
* * *
송경은 열쇠를 꺼내 방범문을 열고 사람들을 데리고 밀실로 들어갔다.
이곳은 아주 널찍하면서도 매우 난잡한 밀실이었다. 송경은 왼쪽으로 걸어갔는데 그쪽 벽에는 법기가 잔뜩 걸려 있었다. 쇠뇌, 검, 화통 등 각양각색의 무기가 있었다.
아직 단조하지 않은 철배(鐵胚)도 있었다.
송경은 거만한 말투로 사람들에게 소개했다.
“여기에 있는 모든 무기의 재질은 어디서도 구할 수 없네. 세상에서 보기 드물지. 진법사가 진법을 새겨줘야만 세상 사람들이 우러르는 법기가 되네. 하지만 나는 양천환 그 멍청한 자식을 좋아하지 않아. 그는 내 작품에 손댈 자격이 없지. 그래서 그것들은 끝내 법기가 되지 못했네.”
현장에서 소소와 종리를 제외한 허칠안, 항원, 이묘진 그리고 초원진 모두 군침을 줄줄 흘렸다.
“이것들은 전부 평범한 무기라 연금 분야에서 내 성과를 드러내기에는 부족하지. 여러분 저를 따라오시죠…….”
송경은 사람들을 이끌고 밀실 깊숙이 들어가더니 삼척 높이의 유리 항아리 앞에 이르러 기뻐하며 말했다.
“보게. 이게 내 생명 연금술 분야에서 최초의 작품이네.”
사람들이 시선을 집중하여 보니 이름 모를 액체가 가득한 유리 항아리 안에 고양이 형태의 이상한 생물이 담겨 있었다. 그 생물은 몸에는 나무의 나이테와 무늬가 널리 퍼져 있었지만 고양이 몸과 머리를 지녔다. 마치 숨을 쉬는 듯 가슴이 살짝 오르락내리락했다.
그리고 꼬리는 섬세한 나뭇가지로 이루어졌으며 거기엔 푸르고 싱싱한 잎이 자라나 있었다.
“그것의 이름은 수묘(樹猫)네. 글자 그대로 고양이와 나무의 결합체지. 나는 그것을 기르는 데 성공했지만, 물속에서 지낼 수 있을 뿐, 외부 세계에서 생존할 수는 없네.”
송경은 모두에게 그의 생명 연금술을 적극적으로 소개했다.
“이 배아는 인류와 말이 교배하여 만들어진 것이네. 나는 일찍이 성인 남성과 말의 신체를 결합하고 싶었지만 실패했지. 그래서 생각의 흐름을 바꿔 이 배아를 제작했네. 아주 운 좋게도 나는 인류와 말의 혈통을 지닌 배아를 연구 제조하는 데 성공했지만, 안타깝게도 3일밖에 살지 못하네. 내가 그걸 술 속에 담가 보존하였지……. 이 기관은 내가 세포부터 배양하기 시작해서 조금씩 발육시킨 걸세. ‘세포’라는 호칭을 들어본 적 없겠지. 이건 허 공자가 만든 단어일세…….”
초원진, 이묘진 등은 원래 새로운 사물을 접하고, 시야를 넓힌다는 마음가짐을 품고 흥미진진하게 들었다. 하지만 점점 그들도 얼굴에 웃음기가 갈수록 적어지고, 표정이 점점 굳어졌다.
그들은 마치 괴물을 관찰하는 듯, 송경을 바라보는 눈빛에 이류(異類)를 대하는 경계가 자꾸만 충만하게 차올랐다.
‘초원진의 말이 맞았어. 송경의 머리는 그다지 정상적이지 않아. 이 자는 아주 위험하군. 만약 여기가 사천감이 아니라면 나는 지금 바로 하늘을 대신에 정의를 실행할 거라고…….’
물론 이 일로 오긴 했지만, 이묘진은 갑자기 자신이 이 일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내가 틀렸어. 송경이야말로 감정 제자 중에 가장 비정상적이야. 비교해 보니 양천환은 그저 좀, 조금 우쭐댈 뿐이었어…….’
초원진은 속으로 생각했다.
‘그 당시 그 아이를 사천감으로 데려와 응급 처치하지 않아서 다행이야. 그랬으면 그는 아마 항아리 안에서 키워졌겠지…….’
항원은 이단을 보는 눈빛으로 송경을 쳐다보았다.
소소의 마음은 아주 복잡했다. 그녀는 좀 독특해서 이런 일을 꺼려하면서도 지향했다.
송경은 사람들의 눈빛에 아주 만족해했다. 그들이 경탄하며 탄복한다고 생각했다. 마치 촌놈이 황성에 들어온 것처럼 눈앞의 광경에 깊이 감동했다고 여겼다.
그는 공로를 독차지하지 않고 기침 소리를 내더니 선포했다.
“내가 생명 연금술 분야에서 이렇게 멀리 갈 수 있었던 건 모두 허 공자의 공로네. 그가 내게 이 지식을 가르쳐주고 사고의 흐름을 틔워 주었어.”
천지회 구성원들은 멍하니 고개를 돌려 허칠안을 바라보았다. 눈빛에는 불신이 가득했다.
‘알고 보니 원흉이 너라고?! 설마, 설마 허칠안 역시 감춰진 미치광이?’
‘제기랄……. 이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 나는 그저 너한테 생물학 지식을 좀 가르쳐 줬을 뿐이라고…….’
허칠안은 입가에 경련을 일으켰다.
하지만 그는 반박할 수 없었다. 확실히 그가 송경의 사고를 틔워 주고 방향을 명확하게 지시해 줬기 때문이다. 마치 대승불법처럼 제삼자가 들으면 일리 있다고 생각할 만했다.
하지만 도액 나한 같은 인물이 듣기에는 마치 청천벽력과도 같았다.
“콜록콜록!”
허칠안은 기침 소리를 내더니 말했다.
“송 사형, 저희 사형의 대변신을 감상하려고 기다렸어요.”
그는 아주 유머러스하게 말했다.
하지만 사람들의 표정이 순간 심각해졌다. 왜냐하면 그들은 전방의 단순한 지지대 위에 누운 사람 형체를 보았기 때문이다. 흰 천으로 덮여 있었다.
송경은 걸어가서 흰 천을 들추었다. 사람들은 지지대에 누운 한 남자를 보았다. ‘그’의 가슴은 가늘게 뛰고 있었고, 신체는 바싹 말라 쪼글쪼글하고, 이목구비는 평범하기 그지없었다.
후……. 사람들은 일제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 작품은 그런대로 정상인 편이었다. 그들은 무슨 괴물을 볼 줄 알았다.
“그가 정련됐을 때는 몸 상태가 보통 사람과 다르지 않았네. 하지만 매일 쇠약해지고 있지. 3일 더 지나면 죽을 것 같네. 약이 듣지 않는 건 피할 수 없어.”
‘약이 듣지 않는다니?’
허칠안은 이 사람 형체를 봤을 때 가슴이 대단히 혼란스러웠다. 송경이 정말 한 생명체를 정련해냈을 거라곤 생각지 못했다. 이건 그야말로 조물주만이 가진 권력 아닌가!
허칠안은 송경의 말을 듣더니 참지 못하고 연상을 펼쳤다.
‘몸이 약효를 흡수할 수 없다는 말인가, 아니면 이 세계의 약재를 배척하는 걸까? 또 아니면, 이 신체에 어떠한 결함이 존재하는 걸까? 유전자적 결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