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절대타경-434화 (434/712)

434화. 사천감 견학

“주인님, 저 곧 육신을 얻을 수 있어요?”

소소는 흥분하여 종이 얼굴이 새빨개졌다.

이묘진은 대답하지 않았지만 눈 속에 기대감이 서렸다. 만약 소소에게 육신을 다시 빚어 줄 수 있다면 이 여종의 해 묵은 숙원을 매듭짓는 셈이다.

초원진 등은 오히려 순수하게 송경의 작품에 관심이 있었다.

사천감 송경은 감정 수하의 연금술 일인자라고 불리며 명성을 떨쳤다. 그들이 부러워한 지 오래였다.

그리고 그가 감정 수하에 있는 이유는 감정이 1품 술사를 믿고 억지로 억압했기 때문이다. 감정은 겉만 번지르르하고 실속 없을 뿐만 아니라 연금술 개발에 관해서도 아마 송경만 못할 것이다.

예전에 그들은 사천감에 들어갈 자격이 없었는데 오늘은 길을 안내하는 허칠안이 있다. 드문 기회니 당연히 그들은 견학하여 송경의 연금술과 관성루에 대한 견문을 넓히려 했다.

그들이 관성루에 근접하자 1층 대당에서 갑자기 노란색 치마가 뛰쳐나왔다. 저채미가 왕눈이 달걀형 얼굴에 달콤하고 감동적인 웃음을 띤 채 나와서 환영했다.

리나는 즐거워하며 맞이했다.

“내가 계월루에서 요리 한 상 사 왔어. 너 오기를 기다렸어!”

저채미가 깡충깡충 뛰었다.

“내가 좋아하는 돼지 족발, 송화단, 생선 알탕 있어……?”

리나가 기뻐하며 팔짝팔짝 뛰었다.

“있지, 있지. 잉? 영음이는 안 왔어?”

“걔 어머니한테 붙잡혀서 저택에 남아서 엉엉 울고 있어.”

“정말 가엽다. 영음이 오지 않았으니 먹을 건 다 우리 몫이네. 하하하!”

“나도 그렇게 생각해. 히히히!”

두 계집애는 손을 맞잡고 사람들을 내팽개쳐 놓고 성큼성큼 가 버렸다.

……허칠안은 입을 벌리고 돌아서서 사람들에게 말했다.

“제가 사천감은 잘 아는 편이니 제가 여러분을 데리고 견학해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는 이미 양천환에게 돌아가서 소식을 전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송경에게 자신이 친구들을 데리고 사천감에 견학하러 갈 예정이라고 알렸다.

* * *

그가 대당에서 들어서자 약재 냄새가 코를 찔렀다. 백의를 입은 의사들은 고개를 숙인 채 바빴다. 약재를 자르거나 약즙을 달이거나 의서를 뒤적였다…….

이때, 모든 의사들이 약속이나 한 듯 하던 일을 멈추고 대당 입구를 쳐다보며 낭랑한 목소리로 인사했다.

“허 공자님!”

사람들도 9품 의사들의 공손한 태도에도 뜻밖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옛날에 일호가 지서 파편에서 동라 허칠안의 자료를 읊을 때 이 자가 연금술에 정통하여 사천감의 송경과 관계가 각별하다고 언급한 적이 있었다.

게다가 술사가 비록 자부심이 강하여 은근히 유가의 후계자마냥 도도하게 굴지만, 9품은 어쨌거나 9품이다. 품계의 차이는 체계의 격차로 보완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허칠안은 감정의 바둑돌이다. 어쩌면 그는 연금술에 전혀 능하지 않을지도 모르고, 모든 건 감정이 꾸며 낸 거짓 형상일지도 모른다. 그가 세상 사람의 이목을 가린 채 합리적으로 사천감과 가까워지게끔 하기 위해서 말이다…….’

초원진은 한층 더 깊이 생각했다.

허칠안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사제 여러분, 수고 많으십니다. 계속 일하시죠.”

그는 인사를 건넨 뒤 초원진 등을 데리고 계단을 올랐고, 당당하면서도 차분하게 말했다.

“사천감에는 아홉 개 층이 있는데 1층 대당은 9품 의사가 활동하는 구역이고, 2층은 8품 망기사가 활동하는 구역입니다. 이렇게 유추했을 때 팔괘대라고도 불리는 9층이 감정의 근거지죠.”

“내가 듣기로 감정은 거의 팔괘대에 수년간 앉아 있었다던데.”

이묘진이 말했다.

‘네 뜻 이해했어. 나도 감정이 대변을 보지 않는지 알고 싶다고…….’

허칠안이 속으로 비아냥거리면서 겉으로는 정중한 태도를 내비쳤다.

“듣자 하니 감정은 인간 세상을 보는 데 전념해야 한다고 합니다.”

‘인간 세상을 보는 데 전념한다라…….’

사람들은 고개가 수그러졌다. 그들은 감정의 이미지가 어느새 더없이 높아졌다고 생각했다.

단숨에 격조가 올라갔다.

‘감정이 아마 내가 그를 추켜세우는 말을 들을 수 있겠지…….’

허칠안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들은 계속 위로 올라갔다. 가는 길에 허칠안과 마주치는 백의 술사마다 모두 공손하게 인사했다. 마치 후배들이 선생님을 만난 것 같았다.

초원진 등은 서서히 이상하다는 점을 깨달았다. 만약 그들이 그저 관계가 좋다면 왜 이렇게까지 하겠는가?

게다가 백의 술사들은 지금껏 종리의 안부를 묻지 않았다. 하지만 종리는 감정의 오제자니 본래 지위가 아주 높아야 했다.

‘……음, 어쩌면 그녀는 액운이 몸에 달라붙어서 옆 사람이 전염될 용기가 없는 걸지도’

초원진은 남몰래 짐작했다.

‘나는 허 대인과 사천감 술사의 관계가 좋은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이 술사들이 보이는 공손함은 결코 관계가 좋다는 걸로 설명할 수 있는 게 아니야…….’

육호 항원은 어리둥절했다.

‘이 자식 사천감에서 위신이 대단하네?’

이묘진은 의아하게 생각했다.

‘와, 허칠안 이 망나니가 정말 속이지 않았네. 그가 사천감에서 이렇게 체면이 선다고? 하지만 내가 듣기로 6품 연금술사는 사천감에서 가장 거만한 단체라던데 그들이 허칠안의 체면을 세워 줄까?’

소소는 흥분되면서도 걱정됐다.

“연단실은 7층에 있고, 연금술사들의 본거지이기도 합니다. 평소에 연금술을 연구하고 먹고 자는 것 모두 여기서 이뤄집니다.”

허칠안이 말했다.

기지가 넘치는 소소가 의문을 제기하며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각층이 품계에 따라 정해진다고 하지 않았나요? 연금술은 6품이니 4층에 있어야 맞잖아요.”

“이론상으로는 그렇지만 사실 언제나 차이는 있는 법이지. 이 문제는 종 사저가 네게 답변을 줄 수 있을 것 같은데.”

허칠안은 얌전히 곁을 따라다니며 한 마디도 하지 않는 머리가 산발인 종리를 쳐다보았다.

종리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사천감에 5품은 나뿐이고, 4품은 양 사형뿐이고, 3품은 이사형뿐입니다.”

그녀는 사람들이 뚫어지게 바라보니 목소리가 기어들어 갔다. 그녀는 감히 큰 소리로 말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이해했다. 고품 술사는 아주 드물기에 한 사람이 한 층을 차지했다. 무의미하고 불필요한 질문이었다.

항원이 개탄하며 말했다.

“술사 체계는 승직이 정말 어렵지요.”

그와 초원진은 여기까지 말한 다음 함께 종리를 쳐다보았다. 이 낭자의 비참한 액운에 관한 기억이 선명했다.

종리는 괴로움에 고개를 숙였다.

소소가 더할 나위 없이 긴장한 어조로 물었다.

“송경의 인체연성(人體煉成)은 정말 성공했나요? 그, 그가 정말 제게 선물하길 원하나요?”

사람들은 문득 허칠안을 쳐다보았다.

‘그건……. 나처럼 이렇게 바쁜 사람이 송경의 미친 실험에 관심을 기울일 시간이 어디 있어.’

허칠안은 난감해하며 말했다.

“나도 잘 몰라.”

종리가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송 사제가 실제로 사람 하나를 정련해냈습니다. 듣자 하니 그날 6품 사제들 모두 격앙되었다고 하더군요. 가장 의외인 점은 감정 스승님조차 그를 벌하지 않았다는 부분이에요. 그동안 송 사제는 아주 우쭐했지요. 하지만 당시 정련에 참여했던 사제들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그의 제품을 본 적은 없어요. 송 사제에게 있어 이건 그의 연금술 생애 중 의의가 어마어마한 도약입니다. 보배로 여겨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겠죠.

설령 저라고 해도, 설령 양 사형이라고 해도 송 사제는 보여주지 않을 겁니다. 그는 좋은 건 서로 뜻이 맞는 친구에게 감상하라고 줄 뿐, 평범한 사람은 그의 작품을 볼 자격이 없다고 했어요. 물론, 양 사형 역시 보러 갈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지만요. 양 사형의 눈에 송 사제 역시 저속하기 짝이 없는 평범한 자거든요.”

즉시 허칠안을 쳐다보는 사람들의 눈빛에 불신이 가득 찼다.

그들이 보기에 송경은 연금술에 집착하는 편집광이었다. 이런 사람이 작품을 중시하는 정도는 가히 짐작할 수 있었다.

동문 사제, 사형에게조차도 보여주지 않는데 하물며 외부인인 허칠안에게? 허칠안과 사천감의 관계가 아무리 각별하다고 해도 동문 사형, 사제보다 좋을 수 있을까?

밝게 빛나던 소소의 눈이 갑자기 어두워졌다.

이묘진은 그녀에게 위로의 눈빛을 보내며 전음했다.

“때가 되면 다 해결되는 법이야. 내가 송경의 작품을 볼 수 있게 방법을 생각해볼게.”

소소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전음으로 대답했다.

“역시 주인님은 믿을 만해요.”

* * *

사람들은 말하면서 걷다가 연단실로 들어갔다. 연금술사 한 무리가 널찍한 공간에 고개를 떨구고 실험하는 중이었다. 한 사람당 탁자 하나씩이었고, 탁자 위에는 잡다한 일용 용기와 식기 재료 등이 놓여 있었다.

“송 사형, 이 신형 화약은 안 돼요. 매번 터지는데 저는 종 사저가 저희를 저주하고 있지는 않나 의심된다고요.”

누군가 말했다.

“제 쥐엄나무의 새로운 배합 방법도 좀 부족해요. 만약 현재를 뛰어넘는 쥐엄나무를 연구 제조하지 못한다면 이 배합 방법은 아무런 의의가 없어요.”

“제 연단도 약간 모자라요. 이번에 또 실패하면 제가 손해 보는 은자가 총 일천 냥을 넘는다고요…….”

이때 송경이 탁자에서 고개를 들고 연단실로 걸어 들어 온 사람들을 보았다.

그는 처음에 어리둥절하다가 표정이 점점 일그러지고 흉악해지더니 고함을 질렀다.

“종 사저가 왔다!”

이에 따라 연단실 전체가 조용해지더니 이내 혼란이 빚어졌다.

“불 꺼, 어서 불 끄게…….”

“내 이 노단(爐丹)은 또 실패군……. 세상에나!”

“빨리, 모두 멈춰, 모두 멈추라고. 연단실이 폭발하면 안 되네. 여기는 전부 폐기할 화약이라고……!”

연금술사들은 표정이 일그러졌다. 전쟁하듯 하던 일을 재빠르게 처리했다.

순식간에 모든 게 잠잠해졌다.

곧이어 그들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폭발하지 않았네?”

“정말 오사저인가? 다른 사람이 사칭하는 거 아닌가?”

종리는 연금술사들의 환호성 사이로 고개를 숙인 채 묵묵히 지나갔다. 뒷모습은 쓸쓸하면서도 가여웠다.

갑자기 누군가 그녀의 팔을 잡아끌었다. 종리가 고개를 돌리자 허칠안의 불쾌한 표정이 보였다. 그는 불평하며 말했다.

“어디 가려고요? 제 범위를 벗어나면 아무 데도 못 가잖아요. 얌전히 제 곁에 있어요. 제가 있으니 괜찮아요.”

종리는 한참 동안 그를 뚫어지게 쳐다보았고, 머리카락에 감춰진 눈동자가 반짝이는 듯했다. 그녀는 힘껏 고개를 끄덕이더니 순순히 말했다.

“응.”

다른 한편, 연금술사들은 잡동사니를 챙기고 실험을 중단했다. 그런 뒤 아래턱을 치켜든 채 살피는 눈빛으로 사람들을 쳐다보았다.

이묘진은 마음이 무거워졌다. 이번 사천감행은 아무래도 문전박대를 당할 것 같았다. 하지만 허칠안과 종리가 있으니 얼마든지 얘기할 수 있었다.

‘사천감 술사들은 역시나 건방져…….’

사람들이 막 이렇게 생각하던 참에 허칠안이 미간을 찌푸린 채 기고만장한 어조로 말했다.

“송 사형, 듣자 하니 사람을 하나 정련해내셨다고요? 제 친구가 감상하고 싶어 합니다.”

‘멍청한 자식! 이게 부탁하는 말투냐…….’

이묘진은 속으로 욕을 퍼부었다.

소소는 소리 없이 발을 동동 구르며 초조한 마음에 눈살을 찌푸렸다.

그런데 갑자기, 큰 웃음소리가 연단실 안에 울려 퍼지면서 메아리쳤다. 송경이 두 팔을 벌리고 맞이하였다. 그는 헤어진 지 수 년이 된 친형제를 만난 것처럼 반가워했다.

“허 공자, 드디어 왔는가. 경성에 돌아온 지 수개월이고 사천감에 여러 번 왔으면서 종 사저와 빈둥거릴 줄만 알고, 위대한 연금술 사업은 깡그리 잊었구먼.”

다른 연금술사들도 기뻐하며 둘러싸더니 흥분하여 외쳐 댔다.

“허 공자, 자네 드디어 왔는가!”

“요즘 우리가 연구 개발한 많은 연금술이 난관에 봉착했네. 사형, 사제들이 밤낮으로 토론했으나 갈피를 잡지 못해 머리를 들고 허 공자가 오기만을 기다렸네.”

“허 공자, 부탁 좀 하세. 시간을 좀 많이 내서 사천감에 올 수 없는가? 연금술은 자네가 필요하네.”

“허 공자, 청서 다음 권은 나왔는가? 우리는 꼬박 반년을 기다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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