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절대타경-433화 (433/712)

433화. 그가 곧 된다고?

지난번에는 중상을 입고 의식을 잃어 좀처럼 깨어나지 못했기에 리나는 초원진과 항원을 처음 만났다.

“와, 일호만 빼고 우리 천지회 구성원들이 다 모였네요.”

리나가 기분 좋게 말했다.

사람들은 이 말을 전혀 이상하게 듣지 않았다. 이곳은 허부라 삼호 허신년 역시 저택에 있었기 때문이다.

“참, 삼호는?”

초원진이 물었다.

이묘진은 즉시 허 색마를 곁눈질했고, 리나 역시 그를 쳐다봤다. 하지만 그녀는 두 사람의 약속이 곧바로 떠오르면서 신분을 폭로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아이고, 내가 방금 실수로 입을 잘못 놀렸네. 어떡하지, 어떡하지…….’

리나는 당황했다.

허칠안은 평소와 같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왕씨 집안 소저와 데이트하러 갔습니다.”

초원진은 어리둥절했다.

“데이트?”

“사랑을 속삭이러요.”

“아아, 역시 풍류가답구먼.”

초원진이 웃음을 터뜨렸다.

허신년이 왕씨 집안 아가씨와 데이트하러 간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왕씨 집안 아가씨만 일방적으로 데이트라고 생각했을 뿐, 허신년은 약속 장소에 나가는 거라고 여겼다.

모든 이가 자리에 앉은 후 찻잔을 받치고 한 모금 홀짝였다. 오직 리나만이 과일과 떡을 베어 먹었다. 그녀는 입을 잠시도 쉬지 않았다.

이때 허영음이 찾아와 짧은 다리를 내디뎌 모임에 끼어들었다.

리나는 그녀를 안아서 허벅지 위에 두었고, 스승과 제자 둘은 함께 과일을 먹었다.

금련 도사가 ‘콜록콜록’ 소리를 내더니 말했다.

“빈도가 요 며칠 동안 경성을 떠나려 하네.”

사람들은 이 반응이 전혀 의외가 아니었다. 그날 금련 도사는 지종 요도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경성에 피신해 들어왔다. 본래 임시방편으로 경성에서 반년 남짓 수양하려던 계획이었기에 확실히 떠날 때가 되었다.

‘만약 그저 이 일을 선포하기 위함이라면 금련 도사가 우리를 허부에 집결시킬 필요가 없는데…….’

초원진은 차를 한 모금 마시고 조용히 다음을 기다렸다.

‘약삭빠른 인간, 또 무슨 심산인지 모르겠군…….’

허칠안은 침묵을 유지하며 금련 도사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점쳤다.

‘아미타불,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는 법…….’

항원은 속으로 개탄하며 참지 못하고 양손을 합장했다.

‘악덕 도사가 허칠안에게 지시해서 내 결투를 방해했다고. 원래 오늘은 그를 만나고 싶지 않았는데…….’

이묘진은 아직 가슴속에 앙금이 남은 터라 딱히 금련 도사를 대접하고 싶지 않았다.

리나가 명랑하게 말했다.

“이 밀과(蜜瓜) 아주 달다. 하하하!”

허영음이 맞장구쳤다.

“맞아요, 맞아요. 히히히.”

금련도사가 개탄하며 말했다.

“그날 내가 지종에 잠입한 이유는 구색연화(九色蓮花)라는 보물 하나를 빼돌리기 위함이었네. 만물을 점화시킬 수 있지. 돌이지만 영지(靈指)를 만들어 낼 수 있네. 지종의 요도들이 구색연화를 탈환하려고 줄곧 내 행방을 찾는 중이네.

내가 계속 경성에 숨어 있는 이유는 사실 그들을 미혹시켜 내가 구색연화를 가지고 경성에 갔다고 착각하게 하기 위함일세. 사실 나는 진작에 보물을 은밀한 곳으로 옮겨 놓았네. 다만 구색연화가 점점 성숙함에 따라 그 기운을 더는 억누를 수 없게 되네. 그때 가면 지종 요도가 노릴 가능성이 농후해. 그렇기에 나는 돌아가서 연화를 돌봐야 해.”

‘구색연화가 뭐야. 돌조차도 점화할 수 있다니? 제기랄…….’

허칠안은 마음이 괜히 뜨거워졌다.

허칠안은 만약 돌조차 점화할 수 있다면 자신이 장차 세계 집돌이들이 부러워하고 질투하는 대상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구색연화, 어느 고적에서 본 것 같은데…….’

초원진은 미간을 찌푸리고 생각에 잠겼다.

‘구색연화? 지종의 두 번째 지보, 구색연화가 곧 여문다니?’

이묘진의 눈이 반짝였다.

리나와 영음은 말없이 웃었다.

금련 도사는 사람들의 표정에 아주 만족스러워하며 허허 웃고는 말했다.

“그때 가면 반드시 지종 요도가 기운을 따라 찾아올 텐데, 빈도는 함정을 만들어 그들을 곤경에 빠트리려고 하네. 하여 여러분이 나서서 도와줄 수 있길 바라네.”

천지회 사람들은 이 간청을 듣고 각기 다른 반응을 보였다.

허칠안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지종 요도가 나설까요?”

금련 도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서겠지. 허나 그는 상태가 아주 나빠 대부분의 시간에 깊은 잠에 빠져 있네. 어쩔 수 없이 깊은 잠을 자니 설령 나서더라도 분신하거나 영혼을 갈라야 해서 실력에 한계가 있지.”

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묘진이 말했다.

“가능합니다. 일이 끝난 후에 연밥 하나를 보수로 주시지요.”

다른 사람들은 눈을 반짝였다.

금련 도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당연하지. 모두에게 연밥 하나씩이네. 허칠안은 두 개고.”

이묘진은 이 말을 듣더니 정교한 눈썹을 치켜올렸고, 오기가 생겨 말했다.

“왜 그는 두 개지요?”

허칠안은 손가락을 튕기고 말했다.

“내가 장군과 초 형을 이기지 않았소. 이건 금련 도사님께서 제게 약속하신 보수요.”

금련 도사는 리나를 쳐다보더니 미간을 찌푸리고 말했다.

“오호, 자네 생각은?”

리나는 입에 음식을 가득 담고,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생각하더니 물었다.

“연밥 맛있나요?”

……금련 도사는 입을 벌리고 그녀를 한참 쳐다보더니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맛있고 맛있지 않고의 문제가 아니네. 그건 아주 보기 드문 보물이야. 만약 굳이 먹는다면, 아마 아주 맛있겠지…….”

리나는 듣더니 가슴을 툭툭 치면서 말했다.

“문제없습니다, 도사님. 제가 돕겠습니다.”

사람들은 이 모습을 보더니 감개무량했다. 그녀는 정말이지 아무런 걱정 없는 쾌활한 소녀였다.

금련 도사는 흐뭇해하며 말했다.

“구색연화가 여물기 전에 내가 지서 파편을 통해 자네들에게 연락할 것이야.”

그가 이렇게 오랫동안 계획하여 천지회를 설립하고, 여러 해가 지난 지금 마침내 어느 정도 성과가 보였다.

나머지 두 구성원에게는 잠시 기대할 수 없지만, 지금 여기에 모인 구성원만으로도 이미 만만치 않은 힘이었다.

4품의 전투력을 지닌 초원진, 도문 4품 이묘진, 비록 8품 무승이지만 진짜 실력은 아주 강한 항원, 끝없는 힘을 지닌 남강 소녀 리나.

물론 그를 가장 기쁘게 하는 사람은 마지막으로 천지회에 합류한 허칠안이었다.

이 자식은 몸에 대기운을 품고 있어서 무얼 하든 다 해냈다. 또 그는 스스로 금강신공을 소성 경지로 끌어올려 저항할 수도, 때릴 수도 있으니 전투에서 가장 큰 역할을 발휘할 수 있었다.

심지어 금련 도사는 이 아이에게 몇 년만 더 주면 나중에 조를 구성해 그 자신을 치는 것도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 * *

이틀 후, 원경제는 어서방에서 사적으로 진북왕의 부장군 저상룡을 접견했다.

“첫 번째 군량과 마초는 며칠 더 있어야 준비할 수 있으니 저 장군은 서두를 필요 없다.”

원경제가 말했다.

“폐하, 소직이 이번에 경성에 돌아온 건 군량과 마초를 압송하기 위해서만이 아닙니다. 진북왕께서 소직에게 임무를 하나 분부하셨기 때문입니다.”

저상룡이 읍하며 말했다.

“무슨 임무?”

원경제가 물었다.

“왕비마마를 변방으로 호송하는 일입니다.”

저상룡이 목소리를 낮추고 말했다.

본래 침착했던 원경제가 이 순간 다소 평정심을 잃었다. 하지만 그는 꺼리거나 분노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놀라우면서도 기뻤다.

그는 감정을 아주 잘 숨긴 채 아래쪽에서 대기하는 늙은 태감을 쳐다보더니 나지막이 말했다.

“물러가거라.”

늙은 태감은 나머지 환관들과 예를 갖추고 소리 없이 물러났다.

원경제는 그때서야 용의에서 일어나 빠른 걸음으로 저상룡 옆으로 걸어가 놀라면서도 기뻐하며 말했다.

“그, 그가 곧 된다더냐?”

“그렇습니다. 지금 왕비마마만 빼고 모든 걸 갖추었습니다.”

저상룡은 목소리를 낮추고 자신과 원경제만 들을 수 있는 소리로 말했다.

늙은 황제는 기쁨과 분노를 표정에 내색하지 않았지만 주체할 수 없이 희색을 띠었다. 그는 깊이 숨을 들이쉬더니 목구멍으로 치솟는 웃음소리를 억누르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회왕이 짐을 실망시키지 않는군. 좋아, 아주 좋아!”

저상룡은 계속해서 말했다.

“소직 청이 하나 더 있사온데 소직이 무술을 연마하다가 착오가 생겨 장기전이나 전력으로 전투에 임하는 일이 어려워졌습니다. 폐하께서 왕비마마를 북쪽으로 호송하는 사람을 파견해 주십시오.”

늙은 황제가 다소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를 살피면서 물었다.

“이 시점에 무술을 연마하다가 착오가 생겼다고?”

저상룡은 황급히 고개를 숙이고 읍을 올린 뒤 황공해하며 말했다.

“폐하, 용서하여 주십시오. 폐하, 용서하여 주십시오…….”

그는 늙은 황제의 타고난 성품이 거칠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 일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으면 아무리 그가 진북왕의 심복일지라도 늙은 황제는 의심할 것이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허칠안의 금강신공을 노려 조국공과 손을 잡고 과거 부정행위 사건을 핑계로 협박한 과정을 낱낱이 자백하였다.

“무례한 놈!”

원경제는 다 듣더니 격노하며 한 발로 저상룡을 걷어찼다. 그가 수염과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목소리를 낮추고 큰소리로 호통 쳤다.

“네가 일 처리하길 바라지 않았다면, 짐은 지금 네 머리를 베었을 것이다!”

저상룡은 땅에 엎드려 일어나지 않았다.

원경제는 어서방에서 여기저기 서성거리더니 침음하며 말했다.

“금군을 파견해 호송하는 건 너무 이목을 끄니 적절치 않다. 군량과 마초 운송은 더디고 게다가 준비가 아직 덜 되었는데 만약 군량과 마초와 동행한다면 북방에 도착했을 때 거의 늦봄이 되거나 초여름일 것이다. 조당 각 당에서 사람을 파견해 혈도 삼천 리 일을 철저하게 조사하라고 몇 번이나 상소를 올렸으니……. 이렇게 하거라. 왕비와 북상하여 사건을 조사할 대오가 함께 가는 걸로 하지. 사람들의 이목을 가릴 수도 있고 고수가 호위할 수도 있잖나.”

원경제는 말을 마치고 고개를 저었다.

“여전히 적절치 않다. 왕비는 유달리 아름다우니 설령 기운을 차단하는 법술로 숨긴다고 해도 그녀의 외모는…….”

저상룡은 눈을 반짝이더니 말했다.

“이건 처리하기 쉽습니다. 폐하, 왕비마마께 법보가 있습니다. 외모를 바꿀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운을 가리고 평범한 부인으로 변할 수도 있지요.”

원경제가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가 법보를 어찌 얻었지?”

저상룡이 말했다.

“왕비마마께서 말씀하시길 국사가 선물했다고 합니다. 마마께서는 이 물건을 가지고 여러 차례 몰래 집을 빠져나가셨더군요.”

원경제는 잠시 잠자코 있다가 말했다.

“이 일은 일단 이렇게 정하고, 세부적인 부분은 나중에 다시 논하기로 하지.”

* * *

허칠안은 걸어서 관성루에 왔다. 왼쪽에는 종리, 오른쪽에는 이묘진, 뒤에는 한 무더기의 사람이 따랐다. 항원, 초원진, 리나, 소소 등이 있었다.

양천환은 대오에 있지 않았다. 그는 한발 먼저 사천감으로 돌아갔다. 그가 만약 대오를 따른다면 아주 곤란해질 것이다.

사람들 앞에서 걸으면 관성루의 사제들이 그의 정면을 볼 수 있다. 사람들 뒤에서 걸으면 거리의 군중들이 그의 옆모습을 볼 수 있다.

양천환은 여러 해 동안 위연과 감정을 관찰했고, 거물은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는 이치를 얻었다. 예컨대 늙다리 감정은 팔괘대에 앉아 멍을 때리고 술을 마실 뿐이다.

거물은 외출할 때 항상 마차를 탄다. 이 역시 오합지졸들이 얼굴을 감상할 기회를 차단하기 위함이었다.

이렇기에 양천환은 허칠안 등이 사천감에 온다는 얘기를 듣고, 한발 먼저 홱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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