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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타경-429화 (429/712)

429화. 드러나기 시작하는 단서 (2)

“알겠소……. 리나, 먼저 나가시오. 혼자 조용히 있고 싶소.”

허칠안이 알아듣게 말했다.

“오늘 이 대화는 어느 누구에게도 누설해서는 안 되오.”

“응!”

리나는 힘껏 고개를 끄덕이고 경쾌한 발걸음으로 방문 앞으로 걸어갔다. 그녀는 문을 여는 동시에 돌아서서 말했다.

“저는 먼저 영음을 데리고 계월루에 갈게요. 조금 이따가 와서 계산하는 거 잊지 마세요.”

“?”

허칠안은 기분이 이렇게 엉망인 순간에도 머릿속에 여전히 물음표가 떠올랐다.

그는 깜짝 놀라 리나를 쳐다보았다.

“아니, 점심시간이 지난 지 얼마 안 되지 않았소?”

“이따가 영음을 데리고 기마 자세를 할 텐데, 그럼 배가 고파지지 않겠어요?”

리나는 손을 흔들며 방을 나섰다.

‘잠깐, 너희 둘 단숨에 나를 거덜 나게 하고 싶은 거야? 방금 한 약속을 철회할 수 있을까……!’

허칠안은 입을 벌렸는데, 가슴이 아파 호흡하기 어려웠다.

한편, 리나는 유쾌하게 방을 뛰쳐나갔다. 그녀는 속으로 계월루의 요리를 생각하느라 다른 사람의 신의를 저버린 일을 아주 빨리 뒷전으로 내팽개쳤다.

허칠안이 삼호라는 진상에 관해서 그녀의 생각은 이러했다. 삼호가 누구든 상관없고, 또 그녀와 관계도 없었다. 사람은 즐거우면 그만이다. 왜 그렇게 많은 걸 생각하려 하는가!

그러나 사호 초원진이라면 지금쯤 틀림없이 머리가 터질 듯한 상태일 것이다.

* * *

그녀가 동쪽 행랑채를 지나는 길이었다. 허씨 집안의 마님이 큰딸에게 작은 목소리로 소곤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영월아, 너 요즘 저녁에 이상한 소리 못 들었니?”

“못 들었어요.”

“그런데 엄마가 보기에는 항상 저녁이 되면 창밖에서 누군가 작은 소리로 소곤소곤 속삭이는 듯하구나. 어떤 때는 지붕에서 기와가 뒤집히는 소리가 들리기도 한단다. 집안에 또 귀신이 나타난 거 아니니?”

“어머니 또 헛소리하시면 저녁에 무서워서 잠들지 못한다고요. 그럼 제가 오늘 저녁에 큰 오라버니를 찾아가서 방문 앞에 함께 있어 달라고 할게요.”

“내가 헛소리를 하는 게 아니야. 너는 몰라. 영음이 매일 저녁밥을 다 먹고 혼자 뜰에 가서 잠시 있더구나. 내가 영음에게 뭐 하냐고 물으니까 아주 많은 귀신을 봐서 기름에 튀겨 먹고 싶은데 그들을 잡지 못하겠다고 하는 거야. 듣자 하니 아이의 눈은 불결한 걸 볼 수 있다던데.”

“어머니, 혹시 달거리 왔어요? 의심이 과해요. 집에 아버지도 계시고, 큰 오라버니와 작은 오라버니도 있는데 어떤 귀신이 감히 우리 집에 와서 장난치겠어요. 게다가 천종 성녀가 집에 있는데 뭐가 두려우세요.”

“일리 있구나.”

그녀는 이 말에 일리가 있어 승복했고, 이어 말했다.

“영음이 아직도 그 소소 소저가 귀신이라고 말하더구나.”

“영음이는 정말 예의가 없어요. 손님에게 실례를 범하다니.”

“맞아. 그래서 내가 그녀를 한 대 때렸단다.”

리나는 잠깐 생각하더니 그녀들이 무서워하지 않도록 모녀 둘에게 진상을 알리지 않기로 했다. 그녀는 저택을 한 바퀴 돌아서 화단에 숨어 닭다리 뼈를 빨아 먹는 제자를 찾았다.

“너 여기 숨어서 뭐 하니?”

리나는 양손을 허리춤에 얹고 화를 내며 말했다.

“또 게으름 피우고 싶어?”

허영음은 그녀를 쳐다보더니 말없이 닭다리 뼈를 내던지고 배를 감싼 채 바닥에 쓰러졌다.

“너 뭐 하니?”

리나가 눈을 깜박였다.

“제가 출처가 불분명한 닭다리를 먹었더니 지금 중독돼서 기마 자세를 할 수가 없어요!”

허영음이 큰 소리로 선포했다.

“헛소리하긴. 이 닭다리 뼈는 네가 점심에 숨겨 놓았잖니.”

리나가 기지 넘치게 그녀를 까발렸다.

허영음은 깜짝 놀랐다. 그녀는 사부님이 자신의 계략을 명명백백하게 알아챌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역시 사부님답게 그녀보다 확실히 똑똑했다. 그리하여 영음은 기지를 발휘하여 문득 모든 걸 깨달은 듯 말했다.

“큰 오라버니가 먹다 남은 닭다리예요. 거기에 그의 침이 있는데 큰 오라버니의 침에 독이 있어서 저는 기마 자세를 할 수 없어요.”

“네 큰 오라버니 침에 독은 없단다.”

리나가 또 그녀를 까발렸다.

“사부님은 큰 오라버니 침을 먹어본 적도 없는데 그의 침에 독이 없는지 어떻게 알아요!”

허영음은 굴복하지 않았다.

리나는 어리둥절했고, 어떻게 반박해야 할지 몰랐기에 영음을 한 대 때렸다.

사부가 제자를 때리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이 제자는 약간 똑똑해서 지금 때리지 않으면 몇 년 더 지났을 때 자신이 통제하지 못할 것이므로!

* * *

허칠안은 방 안에서 두통을 애써 참으며 책상에 앉아 선지 위에 네 글자를 썼다.

<20년 전>

그는 본래 상태가 매우 나쁜 상황에서 분석하거나 추리하고 싶지 않았다. 저번에 너무 많은 오류와 누락을 초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허칠안은 자기 몸과 직결되는 비밀에 관해서 한순간도 기다리고 싶지 않았다.

그는 미간을 문지른 뒤 크게 숨을 들이쉬고 두 번째 문구를 적었다.

<도둑 둘>

그는 또 몇 초간 침음한 뒤 세 번째 문구를 적었다.

<하나만 남았다>

이 점은 의심할 필요가 없다. 천고 할머니가 판단을 잘못했을 리는 없다. 이 할머니는 명색이 천고부의 현임 우두머리로서 이런 일로 실수하지 않을 것이다.

그해 두 도둑 중, 한 명은 이미 죽었다.

마지막으로 그는 선지 위에 적었다.

<고신, 세계 종말!>

그는 일어나서 원형 탁자 옆으로 걸어가 차가운 물을 따라 천천히 마셨고, 다 마신 뒤 책상으로 돌아와 ‘20년 전’ 뒤에 다섯 글자를 적었다.

<산해관전역>

“운주에서 경성으로 돌아오는 관선에서 내가 소생했을 때 산해관전역의 정경을 꿈꿨고, 젊은 시절의 위연을 만났다……. 이 점은 정말 과학적이지 않다. 20년 전에는 내가 막 출생했을 때니 산해관전역을 겪었을 리가 만무하고, 다시 말해 관련된 기억의 조각이 있기란 불가능하다.”

허칠안은 눈을 반짝이며 ‘도둑 둘’ 뒤에 ‘기운’이라는 두 글자를 적었다.

“천고 할머니가 내가 바로 은자를 줍는 사람이라고 단언했고, 내가 그해 도둑 둘과 관련 있다고 여겼다. 그렇다면 내 몸의 가장 큰 비밀이 무엇인가? 기운이다! 따라서 그해 도둑 둘이 몰래 가져간 건 대봉의 기운? 고분에서 신수 승려가 말했다. 내 몸의 기운이 정제된 적 있다고…….”

허칠안은 먹을 묻히고, ‘하나만 남았다’ 뒤에 적었다.

<운주 술사?>

물음표를 붙인 이유는 확실하지 않기 때문이다.

“원장 조위가 기운과 관련된 세 세력은 각각 유가, 술사, 황조라고 말한 적 있다. 우선 황조는 배제한다. 나는 황실 사람이 아닐 확률이 높다. 그다음으로 유가를 배제한다. 유가 체계에서 가장 강한 부분은 언출법수로, 기운을 사용하는 게 아니다. 술사만이 기운을 부리는 전문가다. 나는 술사 1품과 2품이 바로 기운과 관련된 직업이라는 의심이 든다.”

‘그렇다면 누가 대봉의 기운을 훔쳐 간 뒤 그걸 제련해서 자신의 몸속에 숨겼을까?’

허칠안은 예전에 감정이라고 생각했다. 감정이 자신을 명명백백하게 안배했기 때문인데, 지금 그는 의문이 생겼다.

‘감정이 도둑일까? 버젓한 대봉 감정, 황조 전체에 그보다 기운을 더 잘 다루는 사람은 없다. 그가 정말 대봉의 기운을 훔치고 싶다면 남강 천고부 사람과 공모해야 하는가? 그 역시 이 1품 술사를 너무 얕보는 것이다.’

“감정과 비교하자면 나는 운주에 나타난 술사가 더 의심스럽다. 그자는 적어도 3품의 신비로운 술사다. 그가 천고부의 전임 지도자와 공모하여 대봉의 기운을 훔친 것이다. 바로 두 사람이 공모했기 때문에 잠깐은 감정을 속인 것인가? 20년 전에 훔친 기운 그리고 20년 전에 발생한 큰일.

오직 산해관전역만이 구주 각 세력을 불러일으키고, 백만에 달하는 병력을 투입한 대형 전투다. 내가 꿈속에서 산해관전역을 본 것 역시 증거가 될 수 있다. 내가 비록 그 전투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내 기억이 아니라 기운이 회생하여 불러낸 장면일 가능성이 크다면?

이렇게 보니 그해 산해관전역은 단순하지 않다. 도화선이 무엇인지 알아봐야겠군. 어쩌면 더 많은 단서를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왜 기운을 내 몸에 두었지? 나는 그저 평범하기 그지없는 허씨 집안 맏아들인데 기운을 내게 선사하다니, 도리가 아니잖아……. 이렇게 중요한 물건을 내게 줘놓고, 20년 동안 말 한마디 없다니. 정말 공짜로 내게 주었나?”

허칠안은 갑자기 몸을 와들와들 떨더니 동공이 심하게 수축됐다. 그는 조각상처럼 한참을 우두커니 서서 다소 떨리는 팔로 선지 위에 또 글자를 적었다.

“세은 사건!”

허칠안은 표정이 굳었다. 그는 마음속에 해일이 인 듯 거대한 충격을 받았다.

이 순간, 전기가 흐르는 듯 머릿속에 무수한 정보가 들끓고 각양각색으로 스쳤다. 예전에 개의치 않았던 사소한 부분이 이 순간 끊임없이 용솟음치며 수면 위로 떠올랐다.

“나는 예전에 세은 사건의 배후에 개입한 술사가 있다고 전혀 생각하지 않았는데 의심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의문점이었다……. 알고 보니, 알고 보니 세은 사건이 나를 겨냥한 일이었어?”

허칠안은 두피가 저리는 듯했다.

그는 세은 사건 중, 허씨 집안의 처지를 돌이켜 보았다.

허평지가 세은 호송에 성공하지 못하고 무려 백은 십오만 냥을 잃어 버렸다. 원경제의 뜻은 이러했다. 허평지를 공개적으로 참수하고, 그 삼족 남자는 변방으로 유배 보내고, 안식구는 교방사에 편입한다.

다시 말해서 만약 그가 뛰어넘지 않고, 그가 온 힘을 다해 세은 사건을 해결하지 않았다면 허칠안의 결말은 유배였다.

‘변방으로 유배 보낸 다음, 내 몸속의 기운을 되찾으려고?’

“예전에 나는 줄곧 기운이 내 품계를 따라 오르고 회생하는 줄 알았다. 9품은 1전을 줍고, 8품은 3전을 줍고, 7품은 5전을 줍고……. 지금 생각해 보니 근본적으로 이런 일이 아니었다. 나는 감옥에서 나오자마자 은자를 줍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때 나는 여전히 연정경이었다.

하지만 왜 원래 주인인 허칠안은 은자를 줍지 않았지? 사실은 내 몸속에 숨어 있던 기운이 그동안 회생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서 배후의 검은손이 세은 사건을 조장하여 나를 경성에서 내보내려 했다.

여기에 논리적 버그가 하나 있다. 나를 경성에서 내보내려고 이렇게 성가시게 굴 필요는 전혀 없다. 나를 직접 생포하면 되지 않는가? 감정이 경성에 주재하며 지키고 있고, 배후의 검은손은 경성에 들어올 엄두를 내지 못한다. 기운을 차단하는 어떠한 법술도 1품 무사에게는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락현 쾌수를 생포하는 건 배후의 보스가 직접 나설 필요가 전혀 없지. 살수 몇 명 보내면 나를 데려갈 수 있었다. 다만…… 내가 까닭 없이 실종되면 통제할 수 없는 결말들을 가져올 것이다. 따라서 어쩔 수 없이 세은 사건을 통해 합리적으로 나를 경성에서 내보냈나? 하지만 나는 평범하기 그지없는 쾌수다. 실종이면 실종이지 누가 신경 쓰겠나? 여전히 그 문제야. 왜 기운이 내 몸에 있을까…….”

허칠안에게서 성스러운 빛이 반짝였다. 그는 리나의 말이 떠올랐다.

“천고 할머니가 내가 경성에 있다는 걸 알고, 아주 놀라면서 이해할 수 없음을 나타냈다고 했다. 기운이 왜 내 몸에 있는지 그 이유를 알겠다. 두 도둑이 훔쳐 간 건 기운이다. 또 그걸 경성에서 갓 출생한 갓난아이의 몸에 몰래 숨겼다. 정상적인 사람의 사고로 보자면 물건은 도난당했다. 누군가 가져간 것이 틀림없다. 어떻게 집안에 남길 수 있었지? 이게 바로 등잔 밑이 어두운 상황이다. 두 도둑은 이 수를 믿고 1품 술사 감정을 속였나?”

허칠안은 미간을 문지르더니 선지 위에 결론을 내렸다.

<기운이 왜 내 몸에 숨어 있는가.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고, 다른 목적이 있을 수도 있다. 의문으로 남겨 둔다. 내 기운이 회생한 후 감정은 나를 눈여겨보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나를 중요한 바둑돌로 간주하여 안배하기 시작했다. 운주 사건에 나타난 술사는 십중팔구 배후의 검은손과 관련 있다…….>

허칠안은 여기까지 쓰자 갑자기 멍해졌고, 머릿속에 한 가지 의문이 스쳤다.

‘운주 사건 때 나는 이미 경성을 떠나 감정의 시야 범위에서 벗어났는데 왜 신비로운 술사가 나를 생포하지 않았을까?’

여기서 또 논리적 허점이 드러났다.

그는 통증을 유발하는 머리를 눌렀고, 더는 생각하지 않으려 했다. 원신이 완전히 회복되면 곰곰이 따져 다시 복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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