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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타경-427화 (427/712)

427화. 감봉

낙옥형이 고개를 들고 아름다운 자태로 황갈색 고양이를 노려보았다.

“기뻐하시는 것 같군요.”

그녀가 말했다.

“물론, 허칠안에게 비밀이 많을수록 그가 보통 사람이 아니며 장차 나를 도와 마귀를 도살할 승산이 크다는 의미지.”

황갈색 고양이가 여유롭게 말했다.

낙옥형은 입꼬리를 치켜올리더니 ‘허’하고 소리 냈다.

“그가 지닌 선물들 전부 대가를 치러야 하는 것입니다. 사형께서 너무 이르게 낙관하셨어요.”

황갈색 고양이는 이 말을 듣자 표정이 굳어졌고 이어 개탄하며 말했다.

“그한테는 전부 무질서하게 기록된 장부뿐일세. 나중에 철저하게 계산할 때 무사히 넘길 수 있길 바라네. 그때 가면 명색이 도려 사매로서 그를 도와야 하네.”

“저는 당연히…….”

낙옥형이 무의식적으로 말한 뒤 이내 깨닫고 화를 내며 말했다.

“꺼지세요.”

* * *

늙은 태감이 황궁에서 종종걸음으로 황제의 침전에 뛰어 들어오더니 흥분하여 소리쳤다.

“폐하, 폐하, 경사이옵니다…….”

원경제가 가부좌를 틀고 좌선하다 즉시 눈을 떴다. 그는 늙은 태감의 결례를 탓하지 않았으나 달리 희색을 내보이지도 않고 도리어 탄식하며 말했다.

“초원진이 이겼겠지. 허…….”

이기면 또 어떤가. 그저 국사를 대신해 세 수를 선점했을 뿐인데. 2품과 1품의 차이는 세 수로 메울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아닙니다, 아닙니다.”

늙은 태감이 흥분해서 말했다.

“폐하, 천인 간 전쟁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허 은라에게 저지당했습니다.”

원경제는 동공이 약간 수축되었고, 갑작스러운 소식에 놀랐다. 그는 몸을 살짝 앞으로 기울이고는 캐물었다.

“어떻게 된 일인가? 사실대로 아뢰거라.”

늙은 태감은 곧바로 시위가 전해온 소식을 사실대로 보고했다.

그 이야기에는 허칠안의 등장과 허칠안의 어색한 시, 허칠안이 군중들 앞에서 이묘진과 초원진에게 한 계약 그리고 전투 과정 등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늙은 태감이 알랑거리며 웃었다.

“이러면 폐하께서는 국사 일로 걱정하실 필요 없겠습니다. 아이고, 허 은라는 정말 대단합니다. 마음이 편해지네요.”

마치 이전의 두법처럼, 마치 경찰의 해에 생겨난 갖가지 사건처럼 허 은라가 있기만 하다면 언제나 흠잡을 데 없이 해결할 수 있었다.

늙은 태감은 말을 마친 뒤 원경제가 멍하니 있는 모습을 보니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기 어려웠다.

“폐하?”

원경제의 눈동자가 약간 흔들리더니 빛을 되찾았다. 그는 사색에서 벗어나자 늙은 태감에게 말을 하는 듯하기도 하고 혼잣말로 중얼거리는 듯하기도 했다.

“짐이 기억하기로 그해 진북왕도 그보다는 못했네…….”

늙은 태감은 감히 의견을 낼 엄두를 내지 못하고 바로 고개를 숙였다.

* * *

다른 한편, 심경이 복잡한 금라들이 야경꾼 관아로 돌아왔다. 강율중이 생각하더니 말했다.

“우리 같이 위 공을 뵈러 가서 이 일을 그에게 알리는 편이 낫겠네.”

남궁천유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허칠안 대신 아첨하러 가나?”

조각처럼 일 년 내내 표정이 변하지 않는 양연이 담담하게 말했다.

“얘기해도 무방하지.”

무도에 관한 일이어야만 안면 신경 마비 남자 양연의 흥미를 불러일으킬 수 있었다. 양연에게 있어 만약 얼음같이 찬 세계에 따뜻한 항구가 하나 있다면, 이는 결코 남자가 동경하는 심연이 아니라 ‘무도’ 두 글자일 것이다.

* * *

8명의 금라가 호기루로 들어갔다.

위연은 다실 안에서 책 한 권을 손에 쥐고 있었고, 손 옆에는 차와 간식이 놓여 있었다. 그는 이른 아침 찬란한 햇빛 아래에서 여유롭게 책을 읽었다.

“돌아왔는가.”

위연은 고개도 들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

“누가 이겼나 내가 맞혀 보지. 음, 이묘진은 4품이니 기초가 아직 안정적이지 않을 테고, 초원진이 수련한 도(道)는 상대를 이기기 위해 관례를 따르지 않는 검법일 테니 두 사람은 본래 피차일반이어야 하네. 하지만 허칠안이 하는 말을 들으니 초원진이 양검의 비법을 스스로 창조하여 삼척청봉(三尺靑峰)을 수년간 칼집에 감추고 꺼내지 않았다고 하더군. 만약 그가 검을 꺼냈다면…….”

위연이 전략을 짜는 지혜로운 사람처럼 아무런 망설임 없이 천인 간 전쟁의 결과를 분석하는 말을 들으면서 양연은 여러 차례 입을 열어 멈추라고 외치며 의부에게 알리고 싶었다.

‘쓸데없는 추측하지 마세요. 의부님께서 생각하시는 그런 일이 전혀 아니랍니다.’

하지만 강율중 등의 금라들이 눈빛과 손짓, 발짓으로 저지했다.

“그래서 내 생각에는…….”

위연은 부하들의 행동을 눈치챘다. 그는 괴로운 얼굴을 한 양연을 보자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무슨 일 있는가?”

양연은 즉시 고개를 끄덕이고, 나지막이 말했다.

“의부님, 허칠안이 천인 간의 전쟁에서 승리하였습니다.”

양연은 이 말을 내뱉자 무거운 짐을 벗어 버린 듯했다. 그는 더 이상 난처하게 의부의 공연을 볼 필요가 없었다.

“???”

위연은 보기 드물게 멍해졌다. 그가 표정 없이 멍하니 있다가 이내 놀라서 말했다.

“자네 뭐라고 했는가?”

“오늘 아침 묘시에 허칠안이 천인 간의 전쟁에 억지로 개입했습니다. 혼자서 도문의 걸출한 두 제자에게 전투를 청하더군요. 그들과 약속하기를 천인 간의 전쟁을 하려면 우선 그의 금신을 격파하라고 했습니다…….”

남궁천유는 양연이 장황하게 늘어놓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알기에 그를 대신해 위연에게 전투 과정을 말해 주었다.

“비록 유가의 법술을 사용하여 초원진과 이묘진을 이겼지만, 허칠안의 금신이 이미 4품 무사에게 뒤지지 않을 정도로 강해진 육신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강율중이 개탄하며 말했다.

다른 몇몇 금라들도 보조를 맞추어 개탄했다. 오늘 전까지는 그들이 허칠안에 대해 논할 때 내려다보는 심리가 있었다. 하지만 오늘 이후, 그들 마음속에서 허칠안의 지위는 잠재력을 지닌 후배가 되었으며 직위가 그들보다 조금 낮지만 조만간 따라잡을 인물이었다.

위연은 한참 동안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하다가 방금 자신이 한 분석을 떠올리며 설명했다.

“아, 이는 내가 생각지도 못한 일이군.”

몇몇 금라가 속으로 남몰래 웃었지만, 그들은 전문적인 훈련을 받았기에 쉽사리 웃지 않았다.

위연은 사람들을 훑어보더니 말했다.

“자네들 먼저 물러가게. 본좌는 책을 볼 테니 조용해야 하네.”

금라들이 돌아서자, 이와 동시에 위연이 붓을 들고 쓱쓱쓱 쪽지를 여러 장 쓰더니 하급 관리를 불러와 말했다.

“금라들에게 전해 주게.”

* * *

“헤헤, 모처럼 위 공께서 굴욕당하는 모습을 보았군. 속이 괜시리 편안해졌어.”

강율중이 계단을 밟은 채 하하하 웃으며 말했다.

“전부 양연 탓이네. 사소한 일도 감추지 못하고 위 공께 들키다니.”

장개태가 양연을 나무랐다.

남궁천유도 웃는 얼굴을 드러냈다.

그 역시 이따금 의부가 망신당하면 심신이 즐거워진다고 생각했다.

“하하하!”

모든 금라들이 동시에 웃었다.

“지루하군.”

양연이 담담하게 평가했다.

강율중, 양연 등 금라들이 막 아래층으로 내려왔는데 뒤에서 하급 관리가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금라 여러분, 잠시 기다리십시오. 위 공께서 여러분께 드릴 쪽지가 있습니다.”

금라들은 망연히 쪽지를 받아서 펼쳐보더니 하나같이 넋을 잃고 우두커니 서서 제자리에 멍하니 있었다.

“내, 내 야간 당직을 한 달 늘릴 것인데 그 이유는 한밤중에 수시로 관아를 무단 이탈했기 때문이라는군……. 어디가 수시로라는 말인가? 나는 그저 교방사에 몰래 갔을 뿐일세. 고작 한 번.”

강율중은 어안이 벙벙했다.

“나는 석 달 감봉이네. 사형범을 괴롭히다가 죽였기 때문이라는군.”

남궁천유는 입가에 경련을 일으켰다.

“나는 두 달 감봉이네. 이유는 초원진이 그해는 내게 패했으나 지금은 뒤지지 않는 전투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라는군. 위 공께서는 내가 수련을 게을리한다고 생각하시네……. 허나 나는 이미 4품 전봉이야. 기연이 없으면 3품으로 승직할 수 없다고.”

“나는 한 달 감봉이네. 자네는 별것 아니야. 내 이유는 외출할 때 먼저 왼쪽 발을 내밀었다는 것이네. 위 공께서는 내가 그를 존경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신다는군…….”

그런 뒤 금라들은 동시에 양연을 쳐다보았다. 그의 손은 텅텅 비었다. 쪽지가 없었다.

“재미있군!”

양연이 담담하게 평가했다.

“…….”

* * *

“4품 육신에 대적할 만한 금강신공, 4품 육신에 대적할 만한 금강신공이라…….”

위연은 다실에서 손가락으로 탁자를 두드리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허칠안아, 허칠안.’

위연은 가볍게 탄식하더니 일어서서 뒷짐 지고 다실을 걸어 나와 말했다.

“마차를 준비하거라. 사천감에 다녀와야겠다.”

* * *

허부에 있던 허칠안이 잠에서 깨어났을 때는 이미 점심 식사 시간이 지난 뒤였다. 그가 눈을 뜨자 밀려오는 통증이 머리를 가득 메웠다. 그는 참을 수 없어 신음 소리를 냈다.

“깼어요?”

소소가 침상 옆에 앉아 빙그레 웃으며 그를 쳐다보았다.

허칠안은 고개를 끄덕였고, 이마를 감싼 채 몸을 일으켜 신음하며 말했다.

“나 얼마 자지 않았지……. 씁,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군. 그래도 유가 법술의 후유증치고는 꽤 괜찮아.”

소소는 이 말을 듣더니 냅다 비웃었다.

“대인이 또 한 번 죽었다는 걸 모르시나요?”

‘내가 한 번 죽었다고? 왜 내가 또 한 번 죽었다는 일을 나 자신은 모른담…….’

허칠안은 여자 귀신을 향해 망연자실한 눈빛을 던졌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영혼이 육체를 떠났어요. 7일 안에 몸으로 돌아오지 못하면 정말 죽어요.”

소소는 코를 찡그리더니 말했다.

“저희 주인께서 대인의 영혼을 찾으러 돌아갔어요. 원수에게 은덕을 베풀다니, 얼마나 위대한가요? 대인 좀 보세요. 그녀는 대인을 친구로 여기는데 대인은 뒤에서 칼이나 꽂다니. 퉤, 쌍스러워요.”

허칠안은 손가락으로 있는 힘껏 소소의 몸을 찔렀다. ‘푹’ 소리와 함께 종이가 뚫렸다.

소소는 아연실색하며 이마를 가린 채 엉엉엉 울며 문을 뛰쳐나가 소리쳤다.

“주인님, 허칠안이 제 이마를 뚫었어요. 빨리 메워 주세요!”

몇 분 뒤, 허영음이 침상 옆으로 뛰어 들어왔다. 허영음은 손에 한 입 베어 먹은 닭다리를 허칠안에게 건네며 말했다.

“큰 오라버니, 닭다리 먹어요.”

“어디서 난 닭다리니?”

허칠안은 좀 꺼리며 말했다.

“음식에 네 침이 묻었잖니.”

“제가 점심에 남겨 뒀어요.”

콩알이는 껑충 뛰어오르더니 큰 소리로 말했다.

“닭다리를 먹으면 좋아질 거예요. 사부가 제게 알려줬어요.”

그녀는 말을 하면서 미간을 치켜올리고 설명했다.

“하지만 제가 너무 먹고 싶은 나머지 몰래 한 입 먹었어요. 모르는 척해 주세요, 네?”

허칠안이 말을 하지 않자 그녀는 또 큰 소리로 다그쳤다.

“네?”

허칠안은 그제야 닭다리를 받아서 한 입 크게 베어 물었다. 콩알이는 침상 옆에 서서 눈이 빠지게 보며 침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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