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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타경-425화 (425/712)

425화. 예상외의 수법 (2)

삽시간에 처량하고 음침한 귀신 소리가 들리더니, 검은 연기가 온 하늘을 누비고 다녔다. 때로는 사람 얼굴로 변했고, 때로는 포효하거나 통곡했다.

이 광경을 본 경성 백성들은 놀라서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이, 이렇게 귀신이 많다고?!”

“세상에나. 이 귀신들, 사람을 해치지는 않겠지? 이 여인 참 악랄하구먼. 이렇게 악독한 수단으로 허 은라를 상대하다니.”

왕비는 놀라서 연달아 뒷걸음질 쳤다. 그녀는 귀신을 가장 무서워했다. 그녀는 저녁에 혼자 잠잘 때면 침상 휘장 가에 산발을 하고 온통 피투성이가 된 얼굴로 서 있는 여자 귀신을 자주 상상하곤 했다.

여종이 같은 방에 함께 있어도 겁이 나기는 마찬가지였다.

임안 역시 놀라서 회경 뒤로 숨었다. 장공주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너는 대봉의 황녀로 상서로운 기운이 몸에 배어 있잖니. 대수롭지 않은 요괴는 네 몸에 가까이할 수 없어. 귀신이 너를 무서워하는데 너는 뭐가 겁나니?”

임안은 발을 동동 구르며 말했다.

“무섭다면 무서운 거야. 개자식이 귀신한테 먹히지는 않겠지?”

남채의는 백성들의 두려움과 허 은라에 관한 걱정을 목격하고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4품 고수는 두려워하지 않으면서 하필 약소한 귀신을 이렇게 두려워하다니.

귀신이 나타난 후, 허 은라에 자신이 충만한 평민 백성들일지라도 동요했다. 그들은 허 은라가 위태롭다고 생각했다.

남환은 딸을 보면서 일깨워 주었다.

“그들이 두려워하는 대상은 귀신이 아니란다. 그들의 두려움은 속마음으로부터 비롯되지. 무사가 무력으로 금령을 범하고 안하무인으로 굴려면 우선 극복해야 할 상대는 바로 마음속의 두려움이다.”

‘마음속의 두려움을 극복한다라…….’

남채의는 고개를 끄덕인 뒤 백귀진(百鬼陳)을 쳐다보며 말했다.

“허 은라가 귀진(鬼陳) 빠져 벗어나지 못하는 듯한데 이는 그가 마음속의 두려움을 극복할 수 없다는 의미인가요?”

“아니. 그는 지금 천종의 진법에 포위된 게야. 역시 천종 성녀답군. 이미 상대방의 약점을 잡았어.”

남환이 말했다.

“내가 작년에 지종의 요도(妖道)를 상대하면서 비슷한 진법을 본 적이 있소. 아주 성가시더군. 무사의 원신을 겨냥하여 공격하던데 만약 진법을 깰 수 없다면 견고한 원신 역시 서서히 소멸될 것이오.”

과묵한 양연이 보기 드물게 한바탕 연설했다. 그가 이 전투를 아주 중시했으며 매우 집중해서 보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모두 도문이 귀신을 기르고 단련하는 데 능하다고 하던데 과연 그렇군.”

한 훈귀가 큰 소리로 말했다.

“어이, 설령 허 은라가 금강불패의 몸을 지녔다고 해도 백귀의 원신 침식을 버틸 수는 없네.”

시위에게 빼곡하게 둘러싸인 귀족 하나가 입을 열었다. 남의 불행을 즐기는 어조였다.

그는 여전히 기억했다. 과거 부정행위 사건 때 허 씨 홀로 칼 하나 쥐고 오문에서 문무백관을 막아선 뒤 시를 지어 그들을 모욕했더랬다.

이 일이 생긴 후, 적잖은 언관(言官)이 탄핵 상소를 올렸으나 전부 폐하에 의해 반려되었다.

갑자기 망령이 천적을 마주친 듯 처절하고 날카롭게 부르짖기 시작했다.

모든 이의 시선 속, 금빛이 뿌연 하늘처럼 검은 연기를 한 줄기씩 꿰뚫어 치익치익 녹였다.

짙은 검은 연기가 순식간에 연해지고, 수많은 원혼이 금빛 속으로 사라지면서 허칠안의 모습이 관중들 눈앞에 나타났다. 그는 꿋꿋하게 서 있었고, 머리 꼭대기에는 찬란하게 빛나는 금단(金丹)이 떠 있었다.

도문 금단은 우주 만물이 침범하지 못하고 세상의 혼탁함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유명했다.

탁!

허칠안이 손가락을 튕겨 소리를 내자 금단이 터졌고, 갑작스레 터져 나온 힘이 남은 검은 연기를 녹였다. 여덟 자루의 깃발이 뽑히거나 부러졌다.

진법이 깨졌다.

바로 이때, 초원진은 요괴처럼 허칠안의 앞에 나타났다. 그는 손에 잘게 부서진 돌이 응집돼 만들어진 검을 쥐고 허칠안의 이마를 서슴없이 베었다.

펑……. 돌검은 산산조각이 났지만, 초원진은 웃음을 지었다.

이 검, 그가 사용한 건 심검이었다. 칼로는 육신을 베고 마음으로는 영혼을 베었다.

하지만 초원진은 종이가 타는 소리를 듣더니 깜짝 놀라 고개를 숙였다. 그는 머지않아 다 타 버릴 종이를 손에 쥔 허칠안을 발견했다.

‘이 종이에 뭘 기록했지…….’

초원진은 생각이 막 들자 답을 깨달았다. 그의 원신이 찢어질 듯한 극심한 고통을 느꼈기 때문이다.

‘반등인가?!’

아니, 반등에 그치지 않았다. 허칠안은 입으로 묵념했다.

<내가 공격을 튕겨 낼 수 있다는 말은 내 원신이 열 배 강하다는 뜻이다>

원신이 찢어질 듯한 사람은 초원진뿐이었다. 허칠안의 원신은 벌써 열 배 강해져 조금도 문제가 없었다.

허칠안은 이 기회를 잡아 머리를 초원진의 이마에 내리쳤다. 그는 선혈이 흘렀고, 그의 원신은 하마터면 몸 밖으로 흩어질 뻔했다.

초원진은 기대었다가 마지막에 정신을 차리고는 손을 내밀어 마침내 등 뒤의 장검을 쥐었다.

‘큰일이다. 사호가 본격적으로 싸우려나 보군…….’

허칠안은 낯빛이 변한 채 그의 귓가에 대고 낮은 목소리로 한마디 했다.

초원진의 몸이 갑자기 굳었고, 이내 검을 쥔 손을 천천히 풀었다.

“지셨습니다.”

허칠안은 한마디 내던지고 보이지 않는 날개를 흔들며 이묘진에게로 돌진했다.

그는 시간이 없었다. 유가의 언출법수가 강할수록 회복한 후의 반격이 더 무서웠다. 그의 원신이 열 배 강해졌기에 사후의 반격은 그를 고통에 몸서리치게 할 터였다.

언출법수 반격의 효과를 논하자면, 예를 들어 허칠안이 투명한 날개만을 원한다면 법술이 끝난 후의 반격은 기껏해야 며칠간의 어깨 통증이다.

하지만 그가 만약 자신의 실력보다 열 배 강해지고자 한다면, 사후에 폐인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침상에 열흘에서 보름 정도는 누워 지내야 했다.

허칠안은 반격이 나타나기 전에 이묘진을 제압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모든 고생이 헛되이 될 터였다.

언출법수의 효과는 강력하고 반격 역시 무섭기에 장단점이 아주 뚜렷했다.

이묘진은 두말하지 않고 검을 부려 갔다. 그녀는 명색이 천종 성녀로서 유가의 법술을 빠삭하게 안다고 말할 수는 없었지만, 이 정도 상식은 알았다.

그녀는 일부러 강 수면에 붙어서 날며 눈동자를 유리화해 강 전체를 마음대로 부리고 자신에게 지배를 받게 했다.

물기둥이 하나씩 터지면서 허칠안을 저지하고, 공격했다. 금신으로 신체를 보호하는 그에게 상처를 낼 수는 없었지만, 시간을 끌겠다는 목적은 달성했다.

쭈욱…….

허칠안이 또 종이 한 장을 찢어서 불을 붙이려던 때, 종이가 갑자기 변절하였다. 자신을 아주 작은 종잇조각으로 분열시켰고, 바람을 따라 강물에 가볍게 떨어졌다.

치직…….

그의 손바닥에서 화염이 솟구쳤다. 그는 꽉 쥔 손에 종이 한 장을 더 감추었다. 앞선 그 종이는 그저 남의 이목을 속이기 위함이었다. 이묘진의 이 수에 미리 대비했다.

종이가 다 타자 허칠안이 나지막이 말했다.

“회개하면 용서받을 수 있소.”

이묘진은 비행하던 중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돌아서서 허칠안을 향해 날아갔다. 그러고는 자발적으로 그의 어깨에 부딪혔다.

쿵!

두 사람이 한데 부딪혀 데굴데굴 구르며 강으로 떨어졌다.

위수 전체가 들끓고, 거대한 파도가 수십 장 높이로 치솟아 겹겹이 양안을 휩쓸었다. 강 아래에서 발생한 전투를 볼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었지만, 아주 격렬했다는 점은 알 수 있었다.

모든 과정이 일각 동안 유지되었다. 본래는 맑고 깨끗한 위수가 탁한 ‘황하(黃河)’로 변했다.

강 수면이 서서히 평정을 되찾았다. 사람들은 둘러싸서 구경하다 순간 긴장하여 눈 하나 깜박이지 않고 강 수면을 바라보았다.

‘허 은라가 이겼지? 틀림없이 그가 이겼어. 그가 이렇게 강한데…….’

평민 백성들은 숨을 죽이고 강 수면을 따라서 사람의 형체를 수색했다.

야경꾼의 금라들은 강물 위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쌍도문 문주, 여애검각 각주, 만화루의 아름다운 부인 등 수많은 강호 고수들은 소리 없이 엄숙하게 강물 위를 주시했다.

그들은 자신이 전설의 탄생을 목격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알았다.

저품 무사로서 고품 도문과 싸워서 이긴 전설 말이다.

현장에 있는 구경꾼은 평민 백성부터 강호 인사까지, 그리고 고관대작 및 그들의 시위까지 천 명 가까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그들은 이 순간에 약속이나 한 듯 침묵을 유지했고, 이곳은 숨소리가 들릴 정도로 고요했다.

이는 훌륭하기 그지없는 전투로, 파란만장하면서도 아주 통쾌했다.

임안은 가슴을 감쌌다. 그녀는 북을 치는 듯한 자신의 심장 박동 소리를 들었다. 소리는 거듭됐다.

회경은 소매 안에 모았던 손을 살며시 움켜쥐었다.

왕비는 까치발을 하고, 유모 아래에서 아름다운 눈동자를 굴렸다. 강물 위를 끊임없이 수색하고 또 끊임없이 수색했다.

‘만약 이 전투에서 승리하면 두법이 끝난 후 점점 냉각되던 형님의 위풍과 기세에 다시금 불이 붙겠지. 그는 절정으로 되돌아가 경성 각 계층의 화제가 될 거야…….’

허신년은 숨을 깊게 들이쉬더니 격앙된 감정을 가라앉혔다.

만인의 시선 속에 평온한 강 수면을 향해 먼저 손등 하나가 나왔고, 그런 뒤에 머리가 나왔다. 담비 모피 모자를 쓴 머리였다.

마치 담비 모피 모자가 떨어질까 봐 어쩔 수 없이 손으로 누른 듯했다.

사람의 형체가 점점 뭍으로 올라왔다. 품에는 장포를 입은 묘령의 여인을 품고 있었다. 그런데 그녀는 의식을 잃고 깨어나지 못했다.

‘그, 그가 정말 이겼다니…….’

남궁천유는 복잡한 표정이었다. 그는 누군가에게 얼굴을 얻어맞은 것처럼 갑자기 얼굴이 타는 듯이 뜨거워졌다.

‘비록 유가 법술에 의지하여 승리를 거머쥐었지만, 그가 4품 고수 둘과 싸워서 이길 수 있다는 말은 우리를 물리칠 수도 있다는 의미다…….’

모든 금라들은 심경이 복잡했다. 그들은 자신이 반평생 고생하며 도를 닦았는데도 반년 전에 고작 연정경이었던 자식을 당해내지 못할 것 같았다.

금라들은 충격이 너무 심해 한순간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이겼다, 이겼어…….”

임안은 작게 환호하였다. 만약 공주의 위엄과 명성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그녀는 틀림없이 3척 높이만큼 뛰어올라 토끼처럼 깡충깡충 뛰었을 것이다.

한편, 회경도 기분이 미친 듯이 좋았다.

‘불문과 두법할 때는 감정의 뒷받침에 의존했기에 그가 불문을 이겨도 이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 그는 순수한 6품 무사의 수련 경지로 4품 둘을 무찔렀다…….’

회경은 임안처럼 이미지를 고려하지도 환호하지도 않았지만, 그녀 역시 적잖이 놀랐다.

“격차가 크다고 하지 않았는가? 이 자식이 왜 이겼지.”

왕비는 유모 속에 숨긴 눈으로 심문하듯이 저상룡을 주시했다.

저상룡은 눈을 크게 뜨고 입을 벌렸다. 그는 본래 몇 마디 설명하고 싶었으나 방금 전투 장면을 떠올리니 자신의 어떠한 반박도 무력한 듯했다.

왕비는 조각한 듯 정교한 입꼬리를 살짝 치켜올리더니 속으로 콧방귀를 뀌었다.

갈채 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평민 백성들은 자신의 환호와 찬사를 조금도 아끼지 않고 천천히 뭍으로 오르는 젊은 남자에게 보냈다.

한 훈귀가 복잡한 표정으로 개탄하며 말했다.

“경성에서 몇 년만에 이렇게 백성들에게 추대받는 젊은이가 나타났는지.”

백성들은 환호하고 고무되었고, 열정이 활활 타올랐다. 그들은 산해관전역이 있던 그해, 대군이 개선하고 돌아와 경성 백성들이 길 양쪽으로 늘어서서 환영했던 때를 떠올렸다.

그해 명성과 위엄을 떨쳤던 위연만이 이 행보를 걸을 수 있었다.

다른 훈귀가 나지막이 말했다.

“두법을 한 이후로 그의 명성이 점점 더 높아져 간다는 점을 알아챘는가? 어쨌거나 불문 두법은 바란다고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아니지 않은가. 누구든지 두법에서 이기면 명성을 크게 떨칠 게야. 음, 운이 아주 좋았다고 말할 수밖에 없겠군.”

‘형님이 이기다니. 그가 사용한 건 우리 유가의 법술…….’

허신년은 두 사람 몫의 자랑거리를 얻었다. 그는 고개를 옆으로 돌려 깜짝 놀란 기색이 여전한 얼굴의 왕씨 집안 적녀를 보더니, 뽐내면서도 칭찬하는 어조로 말했다.

“우리 형님은 항상 보통 사람이 이룰 수 없는 쾌거를 이루오.”

‘그리고 나 역시 용기를 내어 곧장 뒤쫓을 거라고…….’

허신년은 속으로 덧붙였다.

왕사모는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허신년의 이런 오만함이 만족스러웠다. 그는 바로 이 오만함 때문에 사촌 형이 눈부시게 승승장구해도 풀 죽거나 자책하며 한탄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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