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4화. 예상외의 수법 (1)
‘그가 다시 돌아왔다고?’
몇 초쯤 침묵이 흘렀을까. 가장 먼저 일반 백성들에게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기지개를 켤 때까지 기다리라니? 허 은라는 그가 방금 제대로 싸우지 않았다는 의미였는데.”
“자네들 보게. 가슴에 상처가 사라졌어……. 역시 제대로 하지 않았군. 하하, 내가 말했잖나. 허 은라가 두법에서 보여 준 실력의 반만 꺼내도 저 두 사람이 어찌 그의 상대가 될 수 있단 말인가.”
‘기지개 좀 켜겠습니다’라는 말 덕에 일반 백성은 성공적으로 오해했고, 허 은라가 시종일관 제대로 겨루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몸에 있던 상처가 완쾌된 것 역시 그가 ‘몸풀기’했다는 증거가 되었다.
이런 상황은 최상급 고수들 눈에는 보통 사람들은 상상할 수 없는 정도였다.
‘그의 가슴에 있던 그 도상은, 아무리 그래도 뼈가 보였는데 어떻게 반주향이란 시간 안에 이렇게 처음처럼 회복할 수 있지? 설령 나라고 해도 못 할 것이다…….’
남궁천유는 눈을 가늘게 뜨더니 참지 못하고 앞으로 몇 걸음 걸어갔다. 그는 허칠안 가슴의 상처가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똑똑히 보고 싶은 듯했다.
‘육신이 다시 살아나다니, 이는 3품이어야만 얻을 수 있는 능력인데 허칠안이 어떻게 해냈지?’
강율중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속으로 은근히 추측했다.
‘금강신공 자체의 신비함이야. 틀림없이 금강신공……. 뜻밖에도 품계가 낮을 때 육신이 다시 살아나는 능력을 갖출 수 있다니…….’
저상룡은 목젖을 굴려 침을 삼켰다. 그러나 그도 눈빛의 부러움은 감추려야 감출 수 없었다.
이 순간 그는 마음속에 얼른 변방으로 돌아가야겠다는 충동이 솟구쳤다. 그는 석불을 진북왕에게 바쳐야 했다. 3품 전봉인 진북왕의 실력과 높은 식견으로는 설령 불법을 수련하지 않는다 해도 조금은 깨달을 수 있다.
청동 부적까지 더한다면 진북왕은 금강신공을 수련해 낼지도 모른다.
그때 가면 가장 큰 공헌을 한 자신 역시 진북왕이 전수하는 금강신공을 습득할 수 있을 것이다.
왕비는 옆에 있는 남정네가 침을 삼키는 소리를 듣더니 가슴이 싸늘해졌다. 그녀는 유모 아래로 눈빛을 숨기고 몰래 저상룡을 쳐다보았다.
‘그, 그가 남자한테 침을 삼킨다고?!’
왕비는 속으로 잠시 그에게 모욕을 주고는 관심을 다시 허칠안에게로 돌렸다. 그녀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 자식 정말 대단한데? 하긴, 두법에서 그렇게 시선을 끈 사내가 어찌 쉽게 패하겠어.’
* * *
“아버지, 그, 그에게 무슨 일이 생겼대요?”
나비검 남채의가 멍하니 고개를 돌려 옆에 있는 부친을 바라보았다.
남환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저었다.
‘후…….’
허신년은 무거운 짐을 벗어 버린 듯했다. 그는 시선을 허칠안에게서 떼지 않고 입을 열고 말했다.
“우리 형님은 일을 함에 있어 늘 자신이 있었소. 그가 천인 간의 전쟁에 개입할 엄두를 낼 수 있었던 이유는 틀림없이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오. 군자는 우선 계책을 잘 세우고 나서 움직여야 한다. 이는 내가 줄곧 그에게 가르친 이치요.”
왕사모는 아름답게 말했다.
“신년은 문(文)을, 허 은라는 무(武)를 겸비한 인재라 얼마나 많은 이들이 부러워하는지 몰라요.”
그녀는 허신년이 허풍떤다는 사실을 알아차렸지만, 이게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그는 잘생기고, 재능도 출중하고, 성격도 밉살스럽지 않은데……. 왕사모는 점점 더 허신년이 마음에 들었다.
* * *
“자네의 금강신공이 비약적으로 발전했군. 어찌 된 일이지?”
이묘진은 눈을 크게 뜨고 허칠안을 살펴보며 말했다.
“자네 방금 실력을 숨겼나?”
‘아, 아니다. 문제의 본질은 실력을 감췄는지 아닌지가 아니라 그가 어떻게 금강신공을 이 경지까지 수련해 냈는지다! 이건 불합리하다, 이건 불합리해…….’
초원진은 속으로 포효했다.
그는 겉으로는 여전히 차분했지만, 내심 아주 큰 충격을 받아 거칠고 사나운 파도가 일었다.
초원진은 일찍이 정사 승려와 우연히 마주친 적이 있기에 금강신공을 좀 알았다. 현재 허칠안과 비교했을 때 그날 정사는 그야말로 풋내기 승려였다.
하지만 분명히 전자는 어려서부터 금강신공을 수련했고, 후자는 두법할 때 이 신공을 얻었더랬다.
‘이것저것을 다 따져도 한 달이라는 시간이다…….’
장원랑은 박식하고 경험이 많았지만, 이 순간만큼은 몽환적인 비현실감에 사로잡혔다.
“묘진. 그가 실력을 감췄건 아니건 그대는 한 가지를 절대 잊으면 안 되오.”
초원진은 천종 성녀를 바라보면서 또박또박 말했다.
“그가 금강신공을 수련한 지 기껏해야 한 달이오.”
이묘진은 그때서야 반응이 왔다. 그녀는 동공이 수축되고 목이 뻣뻣해진 채 조금씩 몸을 비틀어 허칠안을 쳐다봤다.
천종 성녀는 여태껏 자신이 퍽 자랑스러웠다. 하지만 오늘 그녀는 정말 허칠안에게 놀랐다.
“두 분께 감사드립니다. 저를 대신해 기경팔맥(奇經八脈)을 통하게 하고, 제 금강신공 소성을 도와주셨습니다.”
허칠안이 공수했다.
‘아, 알고 보니 방금 허 대인이 고의로 구타당한 이유가 금강신공을 연마하기 위함이었군…··.’
구경하는 관중들은 이 말을 듣고 문득 모든 걸 깨달았다.
그는 방금 구타당한 원인을 합리적으로 설명했다. 천인 양종의 걸출한 제자가 얼마나 강한지는 문제가 아니었다. 그보다는 허 은라에게 그들의 공격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이묘진과 초원진은 서로 눈을 마주치더니 허칠안이 배를 밟고 왔을 때의 경멸을 더는 보이지 않았다.
두 사람은 압박감을 느꼈다.
“어찌 됐든 우선 그를 해결해야 합니다. 우리가 손을 잡고 그의 금강신공을 부숴볼 시도를 해야 하지, 그러지 않으면 우리의 힘이 약해졌을 때 그의 금신을 다시 닳게 하는 일은 어렵습니다. 그때 가면 정말 문제가 생길지도 모릅니다.”
이묘진이 전음으로 제안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오.”
초원진이 엄숙한 표정을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한순간, 두 사람은 위치를 바꾸고 어깨를 나란히 하고 서서 허칠안을 마주했다.
“와, 그들이 손을 잡고 다시 허 은라에게 맞서려나 보군.”
“보게, 보게. 만약 허 은라가 강하지 않다면 그들이 어찌 이렇게 하겠는가.”
관중들은 둘러싸고 구경하던 중 이 광경을 보자 허 은라의 전투력이 천인 간 전쟁의 두 주인공보다 월등하다고 점점 더 확신했다.
강호 인사들은 허칠안이 본래 7품이나 6품경이라 천인 양종의 걸출한 제자와 싸워서 이길 수 없다고 확신했지만, 그들조차 이 순간에는 놀람과 불확실한 기색을 보였다.
“제가 소성 경지에 발을 들여놓게 도와주신 두 분께 감사드립니다. 이제 저는 반격하겠습니다.”
허칠안이 입을 삐죽거렸다.
“반격?”
이묘진은 입꼬리를 씰룩대더니 흰자위를 번득이며 말했다.
“우리는 그저 손을 잡고 자네 똥통 속의 돌멩이를 깨트릴 작정이었네. 자네가 우리에게 어떤 위협을 줄 수 있는가?”
초원진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어쩌면 자네의 천지일도참이 향상됐을지 모르겠으나 단칼이면 자네 역시 망가지네. 그리고 온 힘을 다한 자네의 단칼로는 4품을 격파하기란 불가능하지.”
두 사람이 대화하는 사이, 허칠안은 말없이 책 한 권을 꺼내 입에 물고 허허허 말했다.
“여러분에게 유가 입 털기의 강함과 무서움을 보여드릴 때군요.”
펑!
지면이 내려앉으면서 허칠안은 발포되는 포탄처럼 고공으로 뛰어올라 이묘진에게 달려들었다. 그 과정에서 그는 오른손으로 주먹을 쥐고, 뒤로 거칠게 펼쳤다.
이묘진은 무사가 육탄전에 강하다는 사실을 아주 잘 알기에 그와 정면으로 맞서는 대신, 비검을 높이 치켜세워 허칠안의 주먹을 피했다.
허칠안은 허탕 치고 날지 못하자 어쩔 수 없이 아래로 추락했다. 아니나 다를까 초원진이 나서서 손가락을 검으로 삼아 인종의 기검술(氣劍術)을 시전했다.
순식간에 필적할 수 없는 검의가 집중적으로 쏘아졌다.
쫙……. 허칠안은 종이 한 페이지를 찢어 기기로 불을 붙인 뒤 여유롭게 말했다.
“제게는 보이지 않는 날개가 한 짝 있습니다.”
그가 말을 마치자마자 육안으로는 볼 수 없지만 실제로 존재하는 날개가 나타났다. 허칠안은 양쪽 날개를 흔들며 아름답게 방향을 바꿔 검기의 습격을 민첩하게 피했다.
목표는 여전히 이묘진이었다.
이묘진은 경악을 금치 못하고, 허칠안의 분신 ‘유어(游魚)’가 초원진의 검기를 피한 뒤 옆으로 활공하여 자신 앞까지 돌진하는 광경을 보았다.
그녀는 침착하게 대응하면서 눈동자를 유리화하여 허칠안의 옷이 잇따라 배반하게 했다. 허리띠는 아무것도 고려하지 않고 단단하게 죄더니 결국에는 스스로 끊어졌다.
옷깃이 졸아들면서 주인을 목 졸라 죽이려고 시도하자, 담비 모피 모자가 갑자기 아래를 덮어 주인의 눈을 가렸다.
담비 모피 모자가 큰 공을 세웠다. 이묘진은 기회를 틈타 몸의 방향을 높이려 했는데 이때 그녀의 귓가에 허칠안이 선포한 어떤 명령이 들려왔다.
“내 속도를 세 배로 급격히 증가한다.”
순식간에 금신이 뒤쫓아 와 볼 필요도 없이 이묘진을 향해 머리를 부딪쳤다.
쿵!
이묘진은 부딪혀서 날아갔다. 그녀는 목구멍에서 단맛이 올라왔고, 팔뼈가 부러졌다.
‘유가의 언출법수는 정말 쓸모 있는걸……? 만약 장소만 적합했다면 나는 초선(*貂蟬: 《삼국연의》 중의 기녀)이 어디 있는지 시도해 보고 싶었다고.’
허칠안은 속으로 생각했다.
날아간 이묘진은 한 손으로 간단한 손자국을 빚었고, 미간 쪽에서 광채가 반짝였다. 그러자 포켓 버전의 이묘진이 날아가 허칠안의 미간에 부딪히더니 사라졌고, 그런 뒤 다시 그의 뒤통수를 뚫고 나왔다.
허칠안은 하늘을 빙빙 돌던 끝에 갑자기 뻣뻣하게 굳었다. 그는 마치 의식을 잃은 듯 꼿꼿한 모습으로 추락했다.
팅팅팅……. 초원진은 기회를 틈타 검기를 베었다. 검기가 쇠를 단련하듯 허칠안의 몸에 부딪히면서 불똥이 빼곡하게 튀었다. 유감스러운 점은 금신의 방어를 전혀 뚫지 못했다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는 중요하지 않았다. 초원진이 베어 낸 검기 안에는 심검술이 뒤섞여 있어서 매 타격마다 원신 공격을 동반했다.
이는 방금 이묘진한테서 얻은 깨달음으로 그들은 허칠안의 약점을 발견했다. 원신이 강하지 않다는 점이다.
정상적인 무사는 이렇게 강도가 부족하지 않다. 왜냐하면 그들의 원신 강도는 탄탄하게 단련해 낸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허칠안은 마치 한 과목에만 심하게 치중한 학생처럼 영어가 형편없었다. 정상적인 학생들은 ‘nineteen’이 19라는 걸 안다.
그런데 그 단어가 그한테 오면 ‘나이팅’이 된다.
사실 같은 경지를 놓고 보자면 그도 기초가 충분히 탄탄하지만, 전체적인 실력을 보자면 원신보다 육신이 너무너무 많이 강하기에 한쪽에 치우치는 현상이 심했다.
“한 번에 그를 해결해 버리지요.”
이묘진은 두 팔에 통증을 느끼고는 다소 분개했다. 그녀는 요술을 부리는 듯 손목에서 깃발 아홉 자루를 더듬어 꺼내 손을 떼고 던졌다.
툭툭…….
아홉 자루의 깃발이 구궁(九宮) 진법을 배치하여 허칠안을 그 안에 가두었다. 이어 그녀는 손을 뻗어 등허리에 있는 새카만 향낭을 툭툭 쳤다.
검은 연기가 한 줄기씩 피어올라 구궁 진법으로 흘러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