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3화. 신공소성(神功小成) (2)
초원진은 손을 뻗어 아래로 누르며 계속해서 천천히 ‘뽑아냈다.’ 용솟음치는 강 수면에서 3장 길이에 물로 만들어진 거대한 검이 솟아올랐다.
거대한 검은 천천히 고개를 들고, 검 끝으로 허칠안을 조준했다.
초원진은 청색 장포로 바람을 일으키고, 검지(劍指)를 힘껏 앞으로 찔렀다.
거대한 검이 휙휙 바람 소리를 내며 가더니 금색 공기벽을 매섭게 들이받았다. 물소리가 묵직한 천둥소리처럼 우르르 쾅쾅 쳤고, 공기벽이 극심하게 흔들렸다.
바로 이때, 이묘진의 눈동자가 차가움이 가득한 반투명한 유리로 변했다.
팅!
허칠안 허리 뒤에 있던 패도가 저절로 칼집에서 나와 공기벽을 베었고, 거대한 검과 안팎으로 호응하여 순식간에 금강신공의 신체 보호 공기벽을 뚫었다.
거대한 검이 들이받아 허칠안은 수십 장(丈) 밖으로 밀려났다. 허칠안은 곧 나뒹굴며 아주 처참하게 자빠졌다.
두 사람이 손을 잡아 신체 보호 공기벽을 부쉈다.
백성들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위풍당당한 허 은라가 막 등장하자마자 이렇게 낭패를 보니 그들은 저도 모르게 강호 인사들이 한 말을 믿기 시작했다.
7품 허 은라는 천인 간 전쟁의 두 주인공과는 적잖은 차이가 있었다.
“아주 강한 신체 보호 금신이군. 두 사람이 손을 잡아야만 깰 수 있다니.”
쌍문 여협객 류운은 눈을 가늘게 뜨고 의아해하며 말했다.
비록 허 은라의 패도가 왜 ‘변절’했는지 모르지만, 그녀는 이묘진과 초원진이 손을 잡고 상대방의 공기벽을 뚫었다는 사실을 분간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 멀었어.”
쌍도문 문주가 고개를 저었다.
맷집이 좋은 점이 능력은 아니다. 기껏해야 버티는 시간이 좀 길 뿐이다. 허 은라는 승리할 수단이 부족했다.
임안의 시선은 시종일관 허칠안을 따라다녔다. 임안은 그가 비록 낭패했지만, 다친 데 없이 멀쩡한 걸 보자 순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마음속으로 남몰래 그에게 힘을 실어 주었다.
이묘진과 초원진은 허공에서 격투를 벌였다. 두 사람 모두 계속해서 허칠안의 금신 몸뚱이를 타파하려 하지는 않았다. 그러자면 너무 고되기 때문이었다.
공기벽을 뚫는 데 교묘한 수단을 이용했다. 금신을 부수려 해도 허칠안 몸속에는 안팎으로 호응할 칼이 없었다.
그들은 강약을 조절하며 성가시게 굴 생각이었다. 그들은 격투하다가 짬이 생기면 이따금 허칠안에게 내보내 조금씩 그의 금신을 뿌리 뽑으려 했다.
“방금이 바로 천종의 ‘천일합일’ 심법(心法)이었소? 대단하군. 막으려야 막을 수 없겠어.”
초원진이 지대한 관심을 보이며 한마디 물었다.
“인종의 겁법 역시 훌륭합니다.”
이묘진은 담담하게 말했다.
“더 훌륭한 것도 있소.”
초원진은 낮게 소리치더니 팔을 들고 검지(劍指)를 하늘로 향했다.
순간 자리에 있던 강호 인사들은 자신의 무기가 흔들리기 시작하는 걸 알아차렸다. 흔들림은 점점 더 격렬해지더니 갑자기 동시에 주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하늘로 치솟았고, 한데 무리를 지어 초원진에게 몰려들었다.
수백 개의 무기가 공중에 떠 진형을 갖추었다. 그 모습은 가히 장관이었다.
강호 인사들은 무기를 잃었는데도 분노하기는커녕, 도리어 흥분한 기색을 보였다. 그들은 마치 바보 같은 아이처럼 흥분했다.
“후…… 하마터면 너를 잃을 뻔했구나.”
류 공자의 스승은 온 힘을 다해 사천감에서 얻어 온 법기를 지켰다. 그는 초원진에게 착취당하지 않았다.
“후…….”
류 공자 역시 이 광경을 보자 무거운 짐을 벗어 버린 듯했다.
초원진은 검지를 휘둘러 무기가 조성한 끝없는 ‘검진(劍陳)’을 허공에서 나부끼게 조종했다. 그러다 검진이 갑자기 급히 아래로 방향을 바꾸어 ‘팅팅팅’ 어느 은라에게 격돌했고, 그는 또다시 넘어지고 낭패를 보았다.
‘제기랄, 정말 나를 약골이라고 생각하나? 내가 네 진법의 허점을 까발릴 수도 있는데…….’
허칠안은 좀 화가 났다.
그는 이 수를 겪어 본 적이 있다. 두 사람이 낙옥형의 뜰에서 전투를 벌일 때 초원진이 사용한 게 바로 이 진법이었다. 허점은 바로 심검으로 검법을 베기만 하면, 흐름을 어지럽힐 수 있다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이묘진은 인종의 심검을 전혀 할 줄 모르기 때문에 이 수를 타파하는 방법을 사용하지 못한다.
초원진은 허칠안을 공격한 다음 비검 진법을 조종하여 이묘진을 뒤덮었다. 하지만 검법에서 첩자가 나타났다. 일부 무기가 갑자기 칼끝을 돌려 ‘전우’에게 공격을 가했다.
허공에서 서로 공격하는 두 무기 무더기는 좀처럼 승부를 가리기 어려웠다.
쨍!
허칠안은 칼집에서 패도를 빼고, 하늘로 솟아올라 단칼에 초원진을 베면서 흉악하게 전투에 뛰어들었다.
이때 비검 두 무리가 마치 비밀 조약을 맺은 듯 동시에 부딪히더니, 와르르 허칠안을 향해 돌격했다.
‘펑펑’하는 소리와 함께 무기가 하나씩 부서지고, 이에 따라 허칠안의 몸에도 금칠이 일었다. 금칠이 벗겨져 정상적인 피부가 드러나도 또 순식간에 새로운 금칠이 한층 뒤덮었다.
‘잘 때렸군…….’
허칠안은 허둥지둥 막아내면서 잠재력을 재촉해 금칠이 끊임없이 몸을 뒤덮게 했다.
그는 이런 전투로 금신을 연마해야 했다. 그는 마치 쇠를 단련하듯 매번 강한 타격으로 자신을 더 순수하게 했다.
허칠안은 단칼로 허공을 벤 다음 피하지 못하고 추락하여 살아 있는 표적이 되었다. 수백 개의 무기가 전부 산산이 부서져서 그를 금칠이 얼룩덜룩하고 오래된 불상으로 만들었다.
이묘진은 기회를 잡고, 눈동자를 다시 유리로 변화시켰다. 그녀는 감정이 사라지고 냉담함으로 가득 찼다.
허칠안 손의 흑금장도가 다시 반란을 일으켰다. 흑금장도는 주인의 손에서 벗어나 아주 매섭게 단칼에 가슴을 베었다. 그녀는 이 단칼로 드디어 금신을 뚫고, 뼈에 이르는 상처 자국을 냈다.
사람 하나와 칼 하나가 동시에 강물로 떨어졌다.
풍덩……. 물보라가 일었다.
초원진이 말했다.
“이 단칼은 그에게 잘 먹혔지만 목숨을 위태롭게 하지는 않을 겁니다.”
이묘진이 입을 떼고 설명했다.
“그를 혼쭐을 내줘도 괜찮소. 천종이 그대에게 그를 죽이라고 명령하는 일보다는 낫잖소.”
초원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아무런 거리낌 없이 가진 능력을 전부 발휘하여 허공에서 격렬하게 맞붙었다. 때로는 검기가 사방으로 튀기도 하고, 때로는 수룡(水龍)이 하늘로 솟구치기도 했다.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다.
* * *
“허, 허 은라가 패했나?”
둘러싸고 구경하던 백성들은 이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들은 허칠안이 이렇게 빨리 실패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거대한 실망감이 밀려왔다. 마침내 그들은 자신이 숭배하고 치켜세우던 허 은라가 정말 천인 간 두 주인공의 적수가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그가 이러면 안 되지. 그가 두법에서 쪼갠 두 칼이 얼마나 대단했는가. 왜 방금 시전하지 않았지?”
“듣, 듣자 하니 두법할 때 감정이 그를 도왔다던데?”
……그들은 어리둥절하여 서로 쳐다만 보았고, 순간 반박할 말을 찾지 못했다.
* * *
“내가 상상한 것보다 좋소.”
강율중이 칭찬했다.
모든 금라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전력을 다한 4품 고수의 공격을 이렇게 오래 버텼다는 건 이미 아주 뛰어나다는 뜻이었다. 허칠안의 육신 방어는 강하긴 하나 4품보다 좀 떨어질 뿐이었다.
‘6품과 4품 사이의 간극은 실로 아주 크구나. 그는 이미 대단했어…….’
회경은 강 수면을 바라보며 소리 없이 탄식했다.
“개자식, 별일 없겠지?”
임안이 걱정하며 말했다.
“어쨌거나 6품 무사니 그 정도 상처쯤은 별거 아니야.”
회경이 위로했다. 그녀는 생각하더니 한마디 덧붙였다.
“이미 훌륭했어. 대다수의 6품은 그가 한 정도까지 해내지 못할 거야.”
“응.”
임안은 고개를 끄덕였으나 그래도 조금은 낙담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남자가 유일무이한 영웅이길 바라지 않는 여인이 어디 있겠는가.
수련 경지가 높은 최상위 강호 인사들은 이런 결말을 전혀 개의치 않았다. 예컨대 나비검 남채의, 쌍도 여협객 류운 등이 그러했다.
허칠안이 두법에서 놀랄 만한 성과를 거두었다. 누군가는 그의 이력, 자료를 자연스레 알아보고 수집했다. 그의 진정한 수련 경지가 도대체 어떠한지는 아주 쉽게 분석해낼 수 있었고, 심지어는 직접 알아 낼 수도 있었다.
7품 무사가 어떻게 두 4품에 대항하겠는가?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다는 점만으로도 이미 아주 훌륭했다.
‘그는 타고난 자질이 뛰어나. 몇 년 더 지나면 4품 돌파는 필연적인 일이겠어. 하지만 현재는 천인 양종의 걸출한 제자와 맞서기에는 부족하지…….’
만화루의 용용 낭자가 속으로 남몰래 생각했다.
* * *
“쓸데없이 잘난 체하기는!”
한편, 왕비는 침을 뱉더니 모기처럼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저상룡은 어리둥절해서는 미간을 찌푸렸다.
“뭐라고요?”
왕비는 태연하게 말했다.
“자네와 무슨 상관인가.”
저상룡은 눈치껏 말을 하지 않았다.
* * *
허신년은 무의식적으로 앞으로 몇 걸음 나아가 강가에 가서 큰형을 건져 올리고 싶었다. 이내 이성이 감정을 이기고, 어쩔 수 없이 숨을 내뱉었다.
‘형님의 수련 경지면 이런 상처는 생명에 위협이 될 정도가 아니다……. 참, 분명히 실력이 부족한데 하필 거드름 피우는 일을 좋아하다니. 두법에서 얻은 명성이 하루아침에 날아가 버렸군.’
허신년은 은근히 큰형의 미련함을 욕하면서 시선은 강 수면을 바짝 주시했다. 큰형이 나오기만 하면 그를 데리고 경성으로 돌아가 사천감에 약을 구하러 갈 것이다.
* * *
허칠안은 암류가 용솟음치는 어두운 강바닥에서 자세를 바로잡고, 가부좌를 틀고 좌선하여 양손을 단전에 엎었다.
가슴의 도상(刀傷)에서 검붉은 선혈이 흘러나와 칠흑 같은 물밑에 번졌다.
이 순간, 그는 혈액이 끓어오르고 모든 경맥이 타는 듯한 통증을 감지헀다. 이런 감각은 청단을 삼킬 때와 비슷했다. 그리고 지금 몸속에 흩어진 약 기운이 신수 승려의 나머지 정혈과 뒤섞여 전부 끓어 넘쳤다.
상처가 빠르게 아물고, 미간에 금칠이 반짝이더니 재빠르게 온몸을 뒤덮었다. 금칠이 내는 짙은 빛이 어두운 바닥을 밝게 밝혀 주었다. 허칠안은 마치 순수한 금빛이 굳어진 사람 형태 같았다.
“아주 강력한 힘이야. 나가서 그들의 코를 납작하게 해 줘야지…….”
두 발을 디디자 탁한 물이 먹물처럼 넘실대고, 금빛 찬란한 허칠안이 화살처럼 발사됐다.
* * *
외부에서 전투가 한창인 초원진과 이묘진이 동시에 멈추었다. 두 사람은 거리를 벌리고 고개를 숙였다. 그들은 놀라면서도 의아해하며 강 수면을 바라보았다.
“왜 싸우지 않지?”
군중들은 둘러싸서 구경하다 넋을 잃고 바라보며 두 사람이 갑자기 멈춘 일을 매우 의아해했다.
그리고 야경꾼 중에 금라, 강호 인사 중에 남환 등과 같은 강자는 마치 무언가를 감지한 듯 잇따라 시선을 옮겨 강 수면을 바라보았다.
강 속에서 희미한 금빛이 반짝이더니 재빠르게 확대되어 강물을 금성탕지(金城湯池)처럼 비추었다.
쿵!
수면에 하늘을 찌르는 물기둥이 솟구치면서 금빛 한 줄기가 물을 뚫고 나왔다. 뙤약볕보다도 강렬하고 눈부셔 뭇사람들은 눈을 뜰 수 없을 정도였다.
그 형체는 물결을 헤치고 나와 강기슭에 묵직하게 착륙했고, 마치 암살 무기처럼 사방으로 돌이 튀었다.
모든 사람의 시선이 그에게로 향했다.
허칠안은 금빛을 거둔 뒤 허리를 펴고 천천히 말했다.
“기지개 좀 켜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