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2화. 신공소성(神功小成) (1)
모두의 생각이 들끓는 사이, 허칠안은 갑자기 어조를 바꾸었다. 그는 다소 분발한 듯도 하고 담담하기도 한 태도로 소리 높여 말했다.
“쪼그만 놈들이 새로운 권력자가 되는 걸 참고 보다가 분노를 참지 못하고 연무대에 올라 주먹을 휘두르네.”
칠현금 소리가 그의 뜻과 어우러져 구름을 뚫고 돌을 가르는 듯 돌연 우렁차졌다. 마치 전쟁 전 북소리와 징을 울리는 호각 소리 같았다.
순간 초원진은 표정이 굳어졌다. 그는 눈을 크게 뜨고 허칠안을 노려보았다.
이묘진은 문화 수준이 약간 낮았기에 몇 초 지난 뒤에야 분위기를 파악했고, 아연실색한 얼굴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잘못 들었거나 아니면 허칠안이 잘못 읊은 건 아닌지 의심했다.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관중들을 훑어보았고,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로 깜짝 놀라 멍한 표정을 짓는 걸 발견했다.
쪼그만 놈들이 새로운 권력자가 되는 걸 참고 보다가 분노를 참지 못하고 연무대에 올라 주먹을 휘두르네……. 이 시의 의미는 이러했다.
<자신을 뽐내는 두 꼬맹이가 뭇사람들의 눈에 새로운 권력자가 된 모습을 빤히 보면서 마음속의 울분을 토해내기 위해 나서서 그들을 혼쭐낼 작정이다.>
방자하다!
이묘진은 속으로 화가 치밀었다. 이 자식은 흥을 돋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도발하러 왔다.
칠현금 소리가 점점 더 낭랑해지더니 조금씩 절정에 이르렀고, 귀를 자극하는 ‘쟁’ 소리가 울렸다. 허칠안은 세상에 없는 자신감에 불타오르는 듯 굳센 어조로 천천히 말했다.
“단칼에 생사의 길을 가르고, 두 손으로 하늘과 사람을 굴복시키리.”
“와아아아…….”
왁자지껄한 소리를 더 이상 통제할 수 없었다. 군웅들은 귓속말로 속닥이며, 서로 의논을 거쳐 자신이 시사에서 깨달은 의미를 검증했다.
“허 은라가 싸우고 싶어서 저러나? 천인 간의 전쟁에 끼어들어 천인 양종의 젊은 고수에게 도전하고 싶나?”
“두 손으로 하늘과 사람을 굴복시킨다니……. 설령 나처럼 글자를 모르는 사람이라도 시에 내포된 의미를 이해했네. 더할 나위 없이 분명하구먼.”
순간, 강호 인사들은 얼얼함이 두피까지 치밀어 오르는 듯했다. 그들은 갑작스러운 변화에 자극되어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허 은라가 출전해서 싸우려나 보군. 잘됐어. 그를 업신여기던 강호 인사들에게 우리 대봉의 영웅은 무적임을 보여주라고.”
백성들은 허 은라가 천인 간의 전쟁에 참여한다는 말을 듣자 처음에 놀랐다. 그러다 그들은 확신에 차서는 큰 소리로 외치며 천인 간의 전쟁에 참여하여 도문의 젊은 고수를 무찌르라고 지지했다.
그를 웃음거리로 만든 강호 인사들의 체면을 호되게 깎아내렸다.
이 외에도 그들은 허 은라가 자신을 증명하고, 그를 향한 ‘의심’을 깨부숴 그들의 신념을 굳힐 수 있기를 바랐다.
이런 심정은 아주 이해됐다. 허칠안이 익숙한 시대에 놓고 보자면 바로 팬덤 심리였다.
아이돌에게 의혹이 생기면 끊임없이 튀어나오는 전문가에 의해 체면이 깎인다. 팬(경성 백성)들은 아주 분노하지만 반박할 힘이 없기에 어쩔 수 없이 욕을 하거나 돌을 던질 수밖에 없다.
“아버지, 허칠안이 두법할 때 보여준 위엄과 능력은 감정이 암암리에 도와주었기 때문이라고 말씀하시지 않으셨어요?”
남채의가 부친을 쳐다보면서 작은 소리로 물었다.
“그저 의심스럽다고만 말했단다. 허나 감정이 나섰든 아니든 허칠안 본인의 능력으로는 두법에서 그 두 칼을 휘두르지 못했을 게다. 그는 고작 7품 무사잖니……. 금강불패를 얻은 후에는 어쩌면 6품 수련 경지가 됐을지는 모르겠다만 천인 간 전쟁의 두 주인공과는 여전히 격차가 심하지.”
남환이 담담하게 말했다.
‘그건……. 그럼 그는 어디서 난 자신감으로 천인 양종을 제압할 생각이지? 걸어온 길이 너무 평탄해서 안하무인이 되었나?’
나비검 남채의는 남몰래 짐작했다.
그녀는 이어 큰 소리로 외치는 군중들을 훑어보았다.
‘지금 열정적일수록 이따가 그만큼 실망하겠지.’
‘개자식의 치장한 모습 정말 괜찮네. 빼어난 인물이야. 역시 내가 발탁한 자식다워…….’
임안은 매우 흡족해하며 보고 듣다가 시를 한 수 다 읊고 난 뒤에야 문득 이상함을 깨달았다.
‘개자식, 지금 천인 간의 전쟁에 개입하려는 거야? 두 주인공과 맞붙겠다고?’
임안은 눈을 좀 크게 뜨더니 재빨리 고개를 돌려 곁에 있는 회경에게 의견을 구했다.
“개, 개자식이 그들과 싸우려고 한대?”
회경의 눈에는 놀라움과 의아함 그리고 ‘역시나 그렇군’하는 깨달음이 있었다. 그녀는 담담하게 반문했다.
“아니면?”
“하지만 그는 고작 6품이잖아. 설마…… 초원진과 이묘진이 사실 4품이 아닌 거야?”
임안은 마음속으로 기뻐했다.
정말 이렇다면 개자식에게 꼭 승산이 없는 건 아니다.
“아닙니다, 전하. 초원진과 이묘진 모두 진짜 4품입니다.”
강율중이 나지막이 말했다.
모든 금라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조금 전 승승장구하던 기세 덕에 천인 간 전쟁 두 주인공의 수준을 꿰뚫어 보았다.
“그, 그럼 그는…….”
임안은 알아보지 못하니 어쩔 수 없이 ‘전문가’에게 의견을 물을 수밖에 없었다.
남궁천유가 냉소를 짓더니 가장 먼저 입을 뗐다.
“허칠안은 절대 그들의 적수가 될 수 없습니다.”
양연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어쩌면 그에게 다른 목적이 있을 수 있지요.”
다른 금라들은 말을 하지 않았지만, 남궁천유와 태도가 일치했다. 그들은 똑똑히 기억했다. 허칠안은 ‘특채’ 인원에 속했고, 야경꾼에 들어올 때 수련 경지가 연정 전봉이었다.
하지만 동라의 가장 낮은 기준은 연기경이다.
이제 고작 1년도 안 되었다. 만약 허칠안이 두 주인공과 승부를 가릴 수 있다면 그건 그들과 필적할 수 있다는 의미였고, 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앞으로 가능할지는 모르겠으나 지금은 절대 아니다.
만약 정말 이런 일이 발생한다면 그들은 머리를 베어내 공으로 삼을 것이다.
야경꾼 대오의 이옥춘과 송정풍 그리고 주광효 세 사람의 가슴속에 진실 되지 않다는 감정이 솟구쳤다. 세상이 비현실적이고 불합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해……. 작년의 그 동라가 언제 4품과 맞붙을 수 있는 지경까지 성장했다는 말인가?
한편 유모 속, 그녀의 표정은 전혀 어조만큼 침착하지 않았다. 그녀는 빼어나고 아름다운 눈동자로 저상룡을 쏘아보았다.
저상룡은 비웃더니 말했다.
“전혀 승산이 없습니다. 비록 그가 금강신공을 수련해 냈지만, 자신의 품계는 여기에 머물러 있습니다. 어쩌면 보통 6품보다 강하고, 나아가 5품과 어깨를 견줄 수도 있겠지만, 4품 무사의 눈에는 근본적으로 언급할 가치가 없지요. 허, 왕비께서는 의심하실 필요 없습니다. 5품과 4품의 차이는 좁힐 수 없는 간극입니다.”
왕비는 그의 말을 믿더니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리고 이때 오봉선은 이미 가까워져 두 주인공과의 거리가 3장(丈)이 채 되지 않았다.
초원진이 나지막이 말했다.
“허 대인, 이는 우리 인종과 천종의 분쟁이네. 자네와는 별 상관없다고. 만약 함부로 개입한다면, 공연히 말썽을 일으키는 셈이야.”
그는 에둘러 허칠안에게 경고했다.
이묘진은 잠자코 있다가 조용히 전음했다.
“괘씸한 자식, 저쪽으로 썩 꺼지게. 여긴 자네가 소란 피울 곳이 아니야. 금련 도사가 자네에게 나서서 훼방 놓으라고 종용한 일을 안다네. 다른 점은 둘째 치더라도, 현재 자네의 실력으로 정말 나와 초원진 간의 싸움에 개입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지난번에 나와 막상막하로 겨뤘다고 자네가 정말 나와 대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안 되네. 나는 전혀 전력을 사용하지 않았어.”
“장군은 내가 전력을 사용했는지 어떻게 아오?”
허칠안이 전음으로 대답한 뒤 이묘진의 잔뜩 성이 난 표정을 보지도 않고, 우렁찬 목소리로 말했다.
“천인 간의 전쟁은 강호의 성대한 일로, 두 분 모두 동년배 중에 걸출한 인물이지요. 소생이 재주는 없지만 참여하고 절차탁마하여 무도를 연마하고 싶습니다.”
그는 잠시 멈춘 뒤, 단전에 기운을 불어넣어 천둥이 밀려오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는 이곳에서 인종이 기명한 제자 초원진과 천종 성녀 이묘진에게 도전하겠습니다. 만약 두 분이 저를 이길 수 있다면 예정대로 천인 간의 전쟁을 치르십시오. 만약 저를 이기지 못한다면, 허, 돌아가서 몇 년 더 도를 닦으셔도 무방합니다. 물론, 두 분 역시 제 도전을 받아들이지 않아도 됩니다. 어쨌거나 저는 명성이 널리 퍼졌으니 겁을 내도 정상이지요.”
초원진과 이묘진은 눈을 크게 떴다.
‘이 자식이 단단히 미쳐서는 앉은 자리를 밟으려는 작정이구나.’
초 장원은 군중들을 훑어보더니 전음으로 물었다.
“어떻게 하면 좋겠소?”
이 정도까지 말했으니 무릇 명성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자는 거절하기 불가능하다. 하물며 그들 두 사람이 대표하는 건 천인 양종이지 않은가.
“그에게 응하고 그를 나가떨어지게 만들죠.”
이묘진이 전음으로 대답한 뒤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마침 그를 혼쭐낼 기회가 없어 고민하던 중이었습니다.”
비록 그는 체면을 완전히 구기겠지만, 이는 전부 허칠안이 자초한 일이었다.
두 주인공은 의논을 마치고 동시에 고개를 끄덕이며 우렁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좋네. 그럼 허 은라의 묘수를 배워 보지.”
허칠안은 환하게 웃더니 뱃머리를 밟고 재빠르게 강기슭으로 착지했다.
세 사람의 호흡이 약속이나 한 듯 위로 올랐고, 서로 충돌하여 광풍이 되더니 먼 곳에 있는 관중들의 옷자락을 쓸었다.
우봉선이 멀어져 갔다. 3장, 5장, 10장, 20장…….
선실 안, 부향이 예쁜 얼굴을 내밀고 빙그레 웃으며 손을 흔들고 인사했다.
초원진이 갑자기 손을 내밀었다. 손가락 끝을 강 수면에 대고 기기를 끌어 올리니 ‘쾅’하는 소리와 함께 위수에서 십여 장 높이의 물기둥이 폭발했다.
비말이 떨어지지 않고 미세한 검으로 변하여 정면으로 허칠안을 향해 쏘아댔다. 마치 수많은 군사와 집중 사격을 직면한 듯했다.
이를 본 군웅들은 눈앞이 캄캄해지고 공포에 떨었다. 자신이 저 자리에 있다면 그들은 ‘집중 사격’에 뼈도 못 추렸을 것이다.
허칠안은 피하지 않았다. 그는 양손을 합장하고 머리를 높이 쳐들었다.
웅…… 옅은 금색의 원형 공기벽이 갑자기 부풀어 오르자 빽빽한 검우(劍雨)가 공기벽에 부딪혀 가루가 되었고, 자욱한 안개가 일었다.
이는 허칠안의 금강신공이 소성에 가까이 접근해 생긴 변화다. 이 정도까지 되자 금강신공은 신체를 보호하는 공기벽을 촉진하여, 더는 육신이 억지로 저항하고 공격하지 않는다.
물론 공기벽의 방어는 본체보다 좀 약하다. 공기벽은 소성이 된 후에야 육신과 동등해진다.
‘아주 강한 방어력이다…….’
초원진과 이묘진뿐만 아니라 이들을 둘러싸고 구경하던 강호 고수 및 금라들 역시 허칠안이 펼쳐 보인 강한 금신에 놀랐다.
더욱이 금색 공기벽은 애당초 정사 승려조차 구비하지 않았던 신비였다.
‘맞다. 이게 바로 금강신공이지. 그는 나를 속이지 않았어…….’
저상룡은 갑자기 흥분하기 시작했다. 그는 허칠안의 자세를 알았다. 왜냐하면 그가 그날 금강신공을 수련할 때 주마등처럼 스쳐 간 화면 속에서 똑같은 자세를 보았기 때문이다.
저상룡은 무술 연마에 실패하고 경맥이 모두 끊어진 후, 허칠안이 가짜 신공으로 그를 속인 게 아닌가 의심했더랬다.
허나 저상룡은 증거가 없었고, 본인 역시 금강신공을 본 적이 없었기에 유력한 참고를 얻을 수 없었다. 게다가 그는 허칠안이 감히 그조차 속일 만큼 그렇게 담이 크다는 말을 믿지 않았다.
지금 익숙한 자세를 보니, 금강신공은 수련하기에 어렵고 자신에게는 불법 토대가 없기에 비로소 신공의 반발에 부딪혔다는 추측으로 더 기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