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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타경-416화 (416/712)

416화. 선전포고 (2)

임안이 임안부에서 붉은색의 층층 궁장을 입고 궁녀들과 수구(綉球)를 차던 중,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고 귀를 기울여 듣더니 물었다.

“너희 무슨 목소리 못 들었니?”

궁녀들은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 조용히 황성 방향을 바라보았다.

“들었어요. 무슨 천종 제자 이묘진이라고 한 것 같은데…….”

허칠안에게 엉덩이를 맞았던 그 궁녀가 대답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도도하면서도 듣기 좋은 목소리가 상반된 방향에서 들려왔다.

“3일 후, 묘시 삼각, 경성 외곽 위하반(渭河畔)입니다. 인종이 기명한 제자 초원진이 출전합니다.”

임안은 작은 입을 크게 벌렸다가 허칠안이 그녀에게 말했던 일화가 떠올랐다. 그중 하나가 바로 천인 간의 전쟁이었다!

“3일 후에 보러 가야겠어. 개자식이 나를 데리고 보러 갔으면 하는데.”

임안은 가슴이 뜨거워졌고, 즉시 시위에게 자신의 개자식을 호출하라고 하지 못하는 게 한스러웠다.

* * *

생화가 만발한 회왕부 뒤뜰 화원. 옅은 자색의 긴 치마를 입은 여인이 꽃밭에 서서 성문 방향을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3일 후, 묘시 삼각, 경성 외곽 위하반이라고…….”

그녀는 눈살을 찌푸리더니 기쁨에 겨워 말했다.

“또 재미있는 구경거리가 생겼네.”

바람은 없었지만 뜰 가득한 꽃송이가 가볍게 흔들렸다. 마치 그녀에게 응답하는 듯했다.

* * *

이묘진이 경성에 오고 나서 3일 뒤 위하 근처에서 인종 제자 초원진과 결투를 벌인다.

이 소식은 신속하게 전해져 불과 반나절 만에 경성 전체에 거의 다 퍼졌다.

가장 먼저 들끓은 건 일찍이 소식을 듣고 입경한 강호 인사들이었다. 그들이 꼬박 한 달을 기다린 후에야 드디어 천인 간의 전쟁이 다가왔다.

도문 인종과 천종의 가장 걸출한 제자의 결투 말이다.

많은 이들이 여비를 탕진하여 난처한 상황에 놓였지만, 불평하는 자는 없었다. 심지어 그들은 미리 경성에 온 건 더할 나위 없이 옳고 다행인 결정이라고 생각했다.

천인 간의 전쟁 전에 그들은 백 년 만에 보기 드문 두법을 봤기 때문이다.

이 점은 늦게 와서 두법을 놓친 강호 협객들의 후회하는 태도를 통해 충분히 증명할 수 있었다.

설령 천인 간 전쟁의 후속이 없다고 해도 대부분의 강호 인사들에게는 이번 경성행이 보람찼다.

* * *

어느 주루, 소혼수 용용과 아름다운 부인 그리고 류 공자 및 류 공자의 스승 네 사람이 창가 쪽 빈 자리를 찾았다. 그들은 점심을 먹으며 천인 간의 전쟁에 관해 얘기하기 시작했다.

두 주인공은 당연히 쟁점이 됐다.

용용은 아름다운 부인에게 술을 따라 주었으나, 고개를 돌려 중년의 검객을 쳐다보면서는 낭랑한 목소리로 말했다.

“선배님의 말씀을 들으니 초원진이 아마 원경 27년 장원랑이라지요?”

중년 검객은 이 말을 듣고 다소 탄식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 내가 경성에서 떠돌아다니던 그해, 마침 행방이 붙던 시기였지. 그가 회원이 되고 그 뒤에 장원이 된 걸 보았는데……. 뜻밖에도 그는 이미 관직에서 물러나 인종의 기명 제자가 되었더군. 심지어 지금은 인종을 대표해 출전하고 말이야.”

“사부님, 제가 듣기로는 이묘진이 경국지색의 선녀라고 하던데 그녀는 도문 몇 품일까요?”

류 공자는 이 말을 할 때 주의력을 전부 ‘경국지색’ 네 글자에 쏟았다.

중년 검객은 제자의 질문에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천종 성녀는 강호에서 거의 활동하지 않아 명성을 떨치지 못했지. 나 역시 그녀가 몇 품인지 모른단다. 허나 강호에서 전해지는 소문에 의하면 재작년에 혜성처럼 나타난 비연 여협객이 바로 천종 성녀라는구나.”

“비연 여협객이 천종 성녀라고요?”

용용은 깜짝 놀랐다.

그녀는 비연 여협객의 명성을 익히 들었다. 이 여인은 의협심을 발휘하여 부자의 재물을 빼앗아 가난한 사람을 구제한다고 했다. 좋은 일을 하고 있거나 좋은 일을 하는 길 위에 있다.

강호 협객들은 그녀 사적에 대한 칭송이 자자했다.

하지만 그녀는 1년 전에 갑자기 강호에서 흔적을 감추었다.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었다.

중년 검객이 웃으며 말했다.

“모두 강호에서 떠도는 소문이라 진위 여부는 모른다. 하지만 비연 여협객은 1년 전에 자취를 감추고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다더구나.”

이때, 옆 탁자에 남색 장포를 입은 강호 사람이 끼어들더니 비웃으며 말했다.

“견문이 참 좁구려. 비연 여협객은 비적을 토벌하러 운주에 갔기에 사라진 지 1년 된 것이오.”

‘비적을 토벌하러 운주에 갔다고?’

중년 검객이 질문하기도 전에 주위에 있던 강호 인사들이 잇따라 쳐다보았다.

“비연 여협객이 비적을 토벌하러 운주에 간지 어떻게 아오?”

“나는 비연 여협객이 운주에 갔다는 사실을 알 뿐만 아니라 그녀가 바로 천종 성녀 이묘진이라는 사실도 안다오.”

남색 장포의 강호 떠돌이가 술을 한 입 마시더니 당당하면서도 차분하게 말했다.

“내게 형제가 한 명 있는데 청주 인사요. 연초에 갑자기 고향으로 돌아가면서 올해 운주에 있을 거라고 말하더군. 비연 여협객을 따라 사방에서 비적을 토벌하더니 수련 경지가 크게 향상되었소.”

중년 검객은 눈빛이 반짝였다. 그는 남색 장포 남자의 말에 궁금증이 가득 생겨 물었다.

“운주에서 비적을 토벌하다가 어째서 갑자기 또 귀향한 것이오?”

남색 장포의 강호 떠돌이가 비웃으며 말했다.

“당연히 비적 토벌이 끝났기 때문이지. 작년 말에 조정에서 친히 금라 둘과 은라들을 운주로 파견하여 운주 산적의 뿌리까지 뽑았소. 야경꾼 관아의 허 은라가 그 당시 그 안에 속했는데 듣자 하니 하마터면 죽을 뻔했다지?”

즉시 내막을 아는 강호 인사가 입을 떼고 말했다.

“하마터면이 아니라 정말 한 번 죽었지.”

“헛소리. 죽었다가 다시 살아날 수 있는가?”

“어이, 딱 보니 자네들같이 궁상맞은 놈들은 돈 없어서 교방사에 가지 못하겠구먼. 허 은라는 교방사 단골이니 아무렇게나 뜰 하나 골라서 안에 있는 낭자한테 물어보면 허 은라에 관한 일을 알아낼 수 있을 게야.”

내막을 아는 그 강호 인사가 말했다.

“듣자 하니 당시 운주 포정사가 병사를 거느리고 반란을 일으켜 수만 군대가 순무 일행을 포위하고 공격했다네. 모든 이가 절망하는 사이, 허 은라 혼자서 칼 한 자루를 쥐고 반란군 수만을 막아섰다지. 마치 그가 며칠 전에 문무백관을 막아선 일처럼 말일세.

그는 하늘이 노래질 만큼 아주 처참하게 죽이고 결국에는 힘이 고갈되어 죽었네. 하지만 지원군이 올 때까지 시간을 끌었기에 전세를 역전했지.”

대당 안이 떠들썩해졌다. 강호 인사든 일반 백성이든 모두 깜짝 놀라 어리둥절했다.

“혼자서 수만 군을 막아서다니. 정말 세상에 이런 고수가 있다고?”

“나는 가능하다고 생각하네. 자네들 두법 못 봤나? 허 은라는 하늘에서 내려준 인재일세. 불문 나한조차 진심으로 탄복했잖나.”

“허나 어째 듣자 하니 감정이 그를 도와준다던데.”

“입 다물게. 허 은라는 본인의 능력으로 불문을 이긴 것이야. 감정과 무슨 관계란 말인가. 자네가 대봉의 영웅을 비방한다면 나는 용납하지 않겠네.”

* * *

원경제는 영보관의 고요한 소원(小院)에서 뒷짐을 진 채 연못가에 서서 못 상공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눈을 감고 좌선하는 절세의 여도사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에이, 국사. 이번 싸움이 끝나면 짧게는 석 달, 길게는 1년 동안 천종의 도수가 경성에 들어와 있을 것입니다. 그때 가면 국사가 위험해질 거예요.”

원경제는 탄식하며 말했다.

“감정은 아마 이 일에 개입하지 않을 테고.”

만약 감정이 나서서 비호할 수 있고, 거기에 낙옥형 자신의 실력까지 더하면 천종 도수를 상대하는 일쯤은 여유롭다.

물론, 원경제는 이것이 과욕임을 알았다. 1품 고수 사이에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싸울 일은 거의 없다.

게다가 인종에 대한 감정은 태도는 냉랭하기에 그가 나서서 천종 도수를 저지하길 기대해 봤자 그 확률은 희박했다.

“국사께서 만약 1품에 들어서지 못한다면, 설령 초원진이 이긴다 해도 의의가 크지 않습니다.”

원경제가 고개를 저었다.

천인 양종에게는 한 가지 규정이 있었다. 도수가 싸우기 전에 먼저 양종의 제자가 한 차례 겨루고 패한 쪽이 진정한 천인 간의 전쟁 때 상대방에게 세 수를 양보해야 한다.

하지만 낙옥형은 고작 2품이라 천종 도수와의 간극이 너무 컸다. 설령 초원진이 이긴다 해도 그쪽이 세 수를 선점하면 결국에는 마찬가지로 질 것이다.

“천인 간의 전쟁을 연기할 수 있는 무슨 방법 없습니까?”

원경제가 물었다.

그는 현실에 부합하지 않기에 저지한다고 말하지는 않았다. 설령 그가 황제라고 해도 2품과 1품 고수 간의 도통 논쟁을 좌지우지할 수는 없었다.

낙옥형은 눈을 뜨고 후광을 반짝이며 담담하게 말했다.

“승패를 가리지 못하면 됩니다.”

‘승패를 가리지 못한다라…….’

원경제는 이 말을 음미하더니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이묘진이 동의해야만 하지요.”

낙옥형은 잠시 침음하더니 말했다.

“더 간단한 방법이 있습니다만…….”

* * *

허칠안은 허부 뜰에서 콩알이를 놀리던 중 갑자기 날카로운 고양이 울음소리를 들었다. 그가 고개를 옆으로 돌려 보니 황갈색 고양이가 담 꼭대기에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영음, 먼저 네 사부를 찾아가서 놀렴. 큰 오라버니는 처리해야 할 일이 있단다.”

허칠안은 여동생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알겠어요. 큰오라버니, 저 저녁에 계월루 음식 먹을래요.”

허영음이 큰오라버니의 손가락을 잡았다.

“알겠어. 이따가 나가서 사다 줄 테니 얼른 가 보렴.”

허칠안은 손가락으로 그녀의 이마를 찔렀다.

허영음은 기분이 좋아 깡충깡충 뛰어갔다.

황갈색 고양이는 그 김에 뜰 안으로 뛰어 들어와 우아한 걸음을 내디뎌 그의 앞으로 와서 사람의 언어를 내뱉었다.

“이묘진이 선전포고했네.”

허칠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압니다.”

황갈색 고양이는 인간적인 미소를 띠더니 말했다.

“자네에게 도움을 청하고 싶은 일이 있네.”

허칠안은 대답하지 않고 묵묵히 그를 쳐다보았다.

사람 하나와 고양이 하나가 한참을 서로 주시하다가 허칠안이 소리를 낮추고 말했다.

“도사님, 저한테 또 사기 치고 싶으세요?”

황갈색 고양이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허 대인, 빈도가 언제 자네한테 사기 쳤는가.”

‘그건…….’

허칠안은 탄식하며 말했다.

“도사께서 결정적인 시기에 저를 찾아오셨기에 불길한 예감이 드는군요.”

“몸에 대기운을 품은 사람으로서 자네의 이 직감이 아주 날카롭구먼.”

황갈색 고양이가 허허허 웃었다.

“뭐라고요?”

허칠안은 의아해하며 고양이를 쳐다봤다. 이 사람은…… 이 고양이는 아주 뻔뻔한 말을 이렇게 정정당당하게 말했다.

그는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도사님, 도사께서는 말씀하실 권리가 있지만, 거절은 제 권리에 속한다는 걸 절대 잊으시면 안 됩니다.”

“나는 자네가 나를 도와 천인 간의 전쟁을 막아 줬으면 하네.”

황갈색 고양이는 전혀 뒤끝을 흐리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허칠안에게 ‘일침’을 가했다.

그는 몇 초간 잠자코 있다가 침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도사님의 생각과 그 이유를 말씀해 주십시오.”

“자네는 왜 천인 간의 전쟁이 생겼는지 아는가?”

황갈색 고양이는 돌 탁자 위로 뛰어올라 그곳에 웅크리고 앉아 호박색 눈동자로 허칠안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도통 논쟁이지요.”

허칠안이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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