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절대타경-414화 (414/712)

414화. 전시

허칠안은 따뜻한 차를 마시고 말했다.

“네 남동생 이름이 무엇이야? 그해 소씨 집안에 변고가 생겼을 때 그는 몇 살이었나?”

소소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생각하더니 말했다.

“소승지(蘇承志)라고 해요. 집안에 변고가 생긴 그해, 그는 아마 열한두 살쯤 됐을 거예요.”

‘그럼 지금 나이는 대략 서른한두 살쯤일 텐데. 처남을 찾을 방법이 없겠어. 바다에서 바늘을 건지는 일이나 다름없다고……. 대봉에 발달한 공안(公安) 시스템이 있으면 좋을 텐데…….’

허칠안은 암시하며 말했다.

“찾으려고 시도해 볼 테지만, 너무 큰 희망을 품지는 마.”

소소는 ‘응’하고 대답했다. 그녀는 가족을 찾는 일이 너무 어렵다는 사실을 알기에 강요하지 않았다.

허칠안은 이 일이 해결된 후에 이묘진을 바라보면서 두 번째 일을 언급했다.

“장군은 언제 천인 간의 전쟁을 시작할 계획이오?”

이묘진은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우선 선전포고하고, 7일 내로 시간을 정할 것이네.”

허칠안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더니 단도직입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천인 간의 전쟁이 끝나기 전에 경성을 떠나지 않는 게 가장 좋겠소. 어떤 서신을 받든지 어떤 사람과 접촉하든지 간에 떠나면 안 되오.”

이묘진은 눈썹을 치켜올리고 물었다.

“누군가 나한테 불리한 영향을 끼치리라는 말인가?”

“이건 명백히 알 수 있는 일이오.”

허칠안이 탄식하며 말했다.

“만약 장군이 경성에서 뜻밖의 사고를 겪는다면 천종 도수가 그대로 가만히 있겠소? 도문 1품인 육지 신선은 아마 감정에 뒤지지 않을 것이오.”

소소는 그녀의 종이 가슴을 꼿꼿하게 펴고 도도하게 말했다.

“우리 도수가 1품임을 아는데 감히 주인님에게 불리한 영향을 끼치는 자가 있다고요?”

허칠안은 여자 귀신의 지능지수가 안타까웠다.

“그래도 네 아버지는 진사인데 너는 부친의 총명함을 전혀 물려받지 않았구나……. 바로 이 장군이 천종 성녀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관심을 받는 것이야. 도를 닦는 데 깊이 빠진 폐하께서는 권력의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오늘날 조당에 여러 당이 난투를 벌이는 국면을 조성했지. 이 점에 대해 누군가는 일찍이 불만을 품었고. 천인 간의 전쟁은 그들이 이용할 수 있는 좋은 기회야…….

또한 모든 사람이 알 정도로 일이 커졌어. 강호 인사가 잇따라 경성으로 몰려들고 있고, 그중에는 분명 다른 나라의 첩자도 섞였을 테지. 이들은 이 장군이 경성에서 죽길 간절히 바란다고.”

소소는 문득 모든 걸 깨달았다.

“이 장군은 도문 4품이니 보통 사람은 장군의 상대가 아니오. 4품 이상의 이민족 고수들이나 경성에 들어와 장군을 죽이고 싶다는 허황한 망상을 하지. 하지만 그들이 죽고자 하는 의지가 있지 않은 이상, 조정의 고수는 더욱 경성에서 싸울 수 없소.”

“일깨워주어 고맙네, 이해했어.”

이묘진이 말했다.

“허부 근처에 망령을 배치해 경계할 것이네. 의심스러운 인물이 접근하면 즉시 위험 신호를 알릴 테고. 그때가 되면 내가 미리 손을 쓰든가 허부를 떠날 테니 자네 가족에게 화가 미치지 않을 것이야. 물론 이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그러더니 그녀는 참지 못하고 비웃었다.

“죽어도 싼 원경제 같으니라고.”

‘야야, 말조심해. 이런 말은 인터넷에서나 하면 된다고…….’

허칠안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일어서서 말했다.

“그럼 나 이 제삼자는 두 소저의 달콤한 꿈을 방해하지 않겠소.”

그는 다소 멍한 이묘진과 소소의 눈빛을 받으며 방을 나섰다.

* * *

3월 27일. 이발하고, 의복을 재단하고, 외출하고, 혼례를 올리기 좋은 날.

오늘은 전시가 있는 날로, 회시가 끝난 지 딱 한 달 된 시점이었다.

날이 어슴푸레해지자 숙모는 일어났다. 그녀는 신경 써서 수놓은 긴 치마를 입고, 다소 어수선해 보이는 머리에는 뒤쪽에 금비녀 하나만을 꽂았다.

그녀는 아직 잠에서 깨지 않아 아름다운 눈동자가 다소 멍했고, 눈두덩이는 부었다.

숙모는 취사부에게 허신년의 아침 식사를 차리라고 했다. 그런 다음 한편으로는 수행 여종 녹아를 데리고 허신년의 방문을 열었다.

허신년은 흰색 장포를 입고, 허리춤에는 자양거사가 선물한 자옥을 걸고 아주 활기찬 모습으로 모친에게 문을 열어 주었다.

“신년, 일찍 일어났네?”

숙모는 하품하며 말했다.

“이 엄마가 부엌에 아침밥을 차리라고 말했단다. 일각 더 자겠니? 엄마가 와서 깨울게.”

“괜찮아요.”

어찌 됐든 허신년은 8품 유생으로, 체력이 보통 사람보다 훨씬 뛰어났기에 모친을 달랬다.

“어머니, 걱정하실 필요 없어요. 전시는 순위를 가르는 시험이니 회원의 신분으로는 너무 낮을 리 없어요.”

숙모는 바로 안심되어 녹아를 데리고 방을 나서는데 문턱을 넘을 때 갑자기 날카로운 비명을 질렀다.

허신년은 깜짝 놀라 방을 뛰쳐나왔고, 상황을 살펴보니 정원 안에 붉은 우산을 받쳐 들고 조용히 서 있는 백의의 여인이 보였다.

그때는 삼경이 지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라 날이 아직 밝지 않았다. 선홍색의 우산을 받쳐 들고 백의를 입은 그 여인은 온몸에 기이한 기운이 스며 있었다.

“허 부인.”

소소는 아름답게 웃으며 매혹적인 자태로 예를 갖췄다.

숙모는 안도의 한숨을 쉬더니 속으로 말했다.

‘이 시간에 방에서 잠자지 않고 뛰쳐나와서 뭐 하는 거야? 하마터면 귀신이랑 마주칠 뻔했잖아.’

허신년은 소소를 잠시 쳐다보더니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시선을 거두었고, 숙모에게 말했다.

“어머니, 방에 돌아가서 쉬셔요.”

숙모를 보낸 허신년은 정원 안의 소소를 바라보며 말했다.

“우리 형님이 네 신분을 아는가?”

‘내가 매(魅)임을 알아차렸나? 역시 운록서원의 서생답군…….’

소소가 옅은 미소를 띤 채 보조개 두 개를 짓고 애교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알지요. 그가 저한테 육신을 다시 빚어줄 테니 3년 동안 그의 첩 노릇을 하라고 말했어요.”

‘……정말이지 형님만이 할 수 있는 말이다. 교방사의 기녀는 이미 그의 입맛을 만족시킬 수 없나? 귀신조차 마음에 두다니. 말세다.’

허신년은 눈을 크게 뜬 채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 * *

오늘이 전시인 걸 알고, 삼경이 막 지나자 허부에서는 초를 밝혔다. 이묘진 역시 이 일을 듣자 함께 즐기러 나왔다. 모든 이가 아침 식사를 마치고 허신년을 배웅하러 저택을 나섰다.

“신년아, 오늘은 앞날과 관련된 전시일 뿐만 아니라 네 스스로 결백을 증명하고, 철저하게 억울함을 씻을 수 있는 계기이니 반드시 잘 봐야 한다.”

허평지는 갑옷을 입고 투구를 껴안은 채 의미심장하게 신신당부했다.

허신년은 밖으로 걸어가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알아요. 아버지 걱정하실 필요 없어요. 저는…….”

그는 뒷말이 갑자기 목구멍에 걸려 굳은 표정으로 맞은편 길가를 쳐다보았다.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두 사람이 그곳에 서 있었다. 한 사람은 체구가 크고 훤칠한 승려로, 풀을 먹여 세탁하여 희게 바랜 납의 차림이었다.

한 사람은 흰색 앞머리 한 가닥을 늘어뜨린 청삼 검객으로, 나이가 많은 편은 아니지만 산전수전 다 겪은 듯한 인상이 있었다.

‘또 두 사람이다, 또 두 사람이야!!’

허신년은 마음속으로 포효했다.

“저들은 큰형 친구야…….”

허칠안이 그의 어깨를 툭툭 치고, 아우 마음속의 분노를 달랬다.

예전에는 사호와 접촉한 적이 없었기에 그 대신 허신년에게 누명을 씌워 진상을 은폐했다. 현재 허칠안의 신분이 점점 견고해지면서 초원진은 점점 삼호 사촌 형의 컨셉을 받아들였다.

일단 고정 관념이 형성되자 초원진은 고의로 퇴고하지 않았다. 또한 그는 이제 ‘삼호 컨셉이 이상하다’라는 의문을 품지도 않았다. 사람들은 항상 친구를 더 쉽게 믿고, 잘 아는 사람을 더 쉽게 믿기 때문이다.

항원과 초원진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여 인사를 건넨 후, 시선을 즉시 이묘진에게로 돌렸다.

천종 성녀는 뽀얗고 깨끗한 갸름한 얼굴에 차림새가 소박하고, 눈은 마치 흑진주처럼 맑고 투명했다. 날카로운 눈썹에서 그녀에게 풍기는, 있는 듯 없는 듯한 매서운 기질이 돋보였다.

‘천종 성녀라고 하기보다는 오랫동안 전쟁터를 누빈 대장군 같구먼……. 맞다, 그녀는 운주에서 거의 1년 동안 군대에 있었지…….’

항원 승려는 양손을 합장하고 이묘진에게 미소를 지었다.

‘기질이 함축적이고, 조금도 드러나지 않으니 수련 경지를 간파하지 못하겠군……. 허나 그녀가 경성에 왔다는 말은 이미 4품에 들어섰다는 의미다. 헤, 그해 장개태와 싸워서 참패한 뒤에 나와 맞붙을 4품이 사라진 지 여러 해가 지났구먼.’

초원진은 웃는 얼굴을 하고, 눈동자 속에서 슬며시 투지를 불태웠다.

‘대머리가 육호, 검을 멘 자가 사호군. 음, 사호는 역시 일호가 말했듯이 정통적인 인종의 길을 걷지 않는군…….’

이묘진은 고개를 끄덕임으로써 인사한 셈 쳤다.

이때 오호 리나는 아직 방안에서 그녀의 제자 허영음처럼 쿨쿨 자고 있었다.

* * *

다그닥다그닥…….

허씨 집안의 세 남자가 말을 채찍질하며 갔다. 이묘진이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는데 귓가에 항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미타불, 삼호가 일갑(一甲)에 급제할 수 있길 바랍니다.”

초원진이 ‘풉’하고 웃더니 말했다.

“이갑(二甲)에 급제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훌륭합니다. 그는 아무래도 운록서원의 서생이지 않습니까. 허나 삼호에게는 큰 비밀이 있지요.”

항원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비밀이요?”

초원진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너무 심오하여 헤아릴 수 없다는 듯 말했다.

“만약 제 예상이 틀리지 않다면 운록서원 아성전에서 청기가 충천했던 기이한 현상은 삼호와 연관이 있을 겁니다. 물론, 이건 제 추측일 뿐, 어떠한 근거도 없으니 믿든 안 믿든 대사께 달렸지만요.”

항원은 문득 모든 걸 깨달았다.

이묘진의 표정이 갑자기 이상하게 변한 건 사호와 육호가 허칠안이 바로 삼호라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허신년이 삼호라고 줄곧 착각했기 때문이다.

‘나중에 진상을 안다면, 그들은 오늘 이 말을 회상하면서 나와 같은 생각을 할까? 수치스러운 마음에 허칠안을 호되게 때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할까? 그런데도 어쩔 수 없이 그 대신 비밀을 감춰야 한다니.’

이렇게 하면 모두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걸로 치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묘진은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가여운 마음으로 사호와 육호를 쳐다보았다.

* * *

여명이 밝아오기 전의 어둠이 가장 짙다. 공사 사백 명이 오문 밖에 운집하여 전시를 기다렸다.

주변에는 금군이 손에 횃불을 쥔 채 양옆으로 서서 조각상처럼 꼼짝도 하지 않았다.

문무백관은 먼 곳에 모두 모여 전시에 참가하는 공사를 살피면서 때로는 귓속말로 몇 마디 속삭였다. 유일하게 예부 관원들만이 현장 질서를 유지하느라 고생이 많았다.

그들은 세 번째 신분을 확인하고, 인원수를 집계하였다.

오문은 총 다섯 개의 문이 있는데 정문 세 개와 측문 두 개다. 평소에 조회에 참석할 때, 문무백관은 전부 측문으로 들어온다. 황제와 황후만이 정문을 통과할 수 있다.

물론 장원, 방안(*榜眼: 전시에 둘째로 급제한 사람), 탐화(*探花: 전시에 셋째로 급제한 사람)역시 정문을 걷는 특별한 영예를 한 번 누릴 수 있었다.

허신년은 명색이 회원인지라 공사의 맨 앞에 서서 고개를 치켜들고 꼿꼿이 선 채 무표정으로 있었다. 그 자세는 마치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이 쓰레기라고 말하는 듯했다.

허나 지식인에게는 이런 수법이 잘 먹힌다. 더욱이 재능이 남다른 회원이 이런 자세를 취하자 먼 곳에 있는 관원들조차 속으로 감탄하고 찬양했다.

‘이 자는 비범하다.’

북소리가 울리고 삼통(三通)이 끝나자 문무백관이 먼저 오문으로 들어왔다. 뒤이어 공사들이 예부 관원의 인솔하에 오문을 넘고 금수교(金水橋)를 건너 금란전 밖의 광장에 멈췄다.

허신년은 눈을 가늘게 뜨고 먼 곳의 금란전을 조망했다. 단폐(*丹陛: 붉은 칠을 한 대궐의 섬돌) 위의 문무백관만이 보일 뿐, 금란전 안의 답신(答申)은 볼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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