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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타경-408화 (408/712)

408화. 이묘진, 입경(入京)하다 (1)

“그럼…….”

소소는 눈동자를 굴리더니 교활하게 웃으며 말했다.

“제가 허칠안에게 시집가지 않은 아내라고 말할게요.”

이묘진이 냉소를 지었다.

“그럼 딱 좋네. 그 자리에서 너를 제도(*濟度: 중생을 건져 내어 극락세계로 이끌어줌)하여 그와 함께 가라고 할지도 모르겠구나.”

소소는 화가 났다. 그녀는 돌아서서 길가에 서더니 씩씩거리며 말했다.

“저 안 갈래요. 저 천종으로 돌아갈래요, 저 천종으로 돌아갈래요.”

뾰로통한 모습은 여색을 좋아하는 남자의 부드러운 마음씨를 이끌어 내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이묘진은 남자가 아니었다. 그녀는 손바닥을 뒤집어 소소의 뒤통수를 치더니 말했다.

“갈 거야 말 거야?”

소소는 얻어맞더니 갑자기 얌전해졌다.

“에휴, 제 머리 때리지 말라니까요. 주인님이 때려서 납작해졌다고요.”

이때, 이묘진이 코를 킁킁대더니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나 피비린내를 맡았어.”

그녀는 잠시 사방을 두리번거리다가 전방의 풀숲에 시선이 멈췄다.

사람 하나, 귀신 하나로 구성된 주종이 풀숲을 헤치고 한참을 수색하다가 무릎까지 오는 잡초 속에서 시체 한 구를 찾았다.

이 시체는 검은색 경장(勁裝) 차림으로 머리를 잃었고, 손에는 칼날이 구부러진 강철 칼을 쥔 채였다. 목덜미 쪽에 있는 밥그릇만 한 흉터는 이미 마르고 까매진 걸로 보아 사망 시간이 적어도 두 시진은 넘은 듯했으며, 심지어는 그 이상으로도 보였다.

“분명히 강호에서 원한으로 인해 살해당했을 거예요. 원기가 가볍지 않아요. 시체가 황야에 있다가 7일 뒤에 원령이 되지 않도록 저희 이 자를 묻어 줘요.”

소소가 제안했다. 그녀는 명색이 매(魅)라 아주 짙은 원념을 맡았다.

이 원념은 7일 뒤에 죽을 자를 원혼으로 만들 가능성이 매우 농후했다. 물론 이 영혼은 오랫동안 존재하지는 못한다. 짧게는 몇 시진, 길게는 수일 있다가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이 산길은 인적이 드문 황량한 곳이 전혀 아니었다. 만약 원혼이 사라지기 전에 지나가는 나그네가 있다면, 원혼에게 공격당할 가능성이 컸다. 가볍게는 병을 앓거나 심하면 죽음에 이른다.

소소는 이런 일은 제때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원념이 이렇게 깊다니. 생전에 무슨 큰일이 있었으니 이렇게 발길이 내키지 않겠지. 내가 그의 영혼을 한번 불러서 무슨 일인지 좀 봐야겠다.”

이묘진이 침음하며 말했다.

“아니죠? 아니죠? 주인님 정말로 본인이 협객이라고 생각하세요?”

소소는 제자리에서 펄쩍 뛰더니 말했다.

“주인님은 천종의 성녀예요. 앞으로 감정에 움직이지 않아야 한다고요. 인간 세상의 생로병사와 은혜, 원수는 주인님에게 덧없어요. 공정하게 정을 버리고, 감정에 동요하지 않고, 정에 얽매이지 않아야 해요. 여협객은 그저 저희가 신분을 위장하기 위해 스스로 정해 놓은 역할일 뿐이잖아요.

하늘은 지극히 사사로우나 그 쓰임은 지극히 공정합니다. 주인님은 언제쯤이면 냉정한 태도로 속세의 사랑과 미움을 방관하며 아무런 감정의 동요 없이 막지도 간섭하지도 않으실까요? 그러면 진정한 깨우침을 수련해 내실 수 있을 텐데요. 저희 이 자를 묻는 게 좋겠어요. 구태여 일을 더 만들 필요 있나요?”

“닥쳐!”

이묘진은 참지 못하고 말했다.

“네가 천종의 오묘한 이치와 주지(主旨)를 내게 가르칠 필요가 있겠니? 감정에 움직이지 않는 게 맞지만, 만약 무엇이 ‘정(精)’인지조차 모른다면, 어떻게 정에 휘둘리지 않겠니? 잊으라고 말하면 잊히니?”

게다가 그녀는 의협심을 발휘하며 의로운 일을 하는 게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왜 사람들은 항상 염량세태를 입에 올릴까? 바로 자신과 무관한 일에 관심을 두는 사람이 너무 적기 때문이다.

만약 모두가 의협심을 발휘하여 의로운 일을 행하며 자신과 무관한 일에도 관심을 보이려는 마음이 있다면, 세태가 야박할 리 없다.

이묘진은 시체를 길가로 들고 오더니 소소에게 대통 세 마디를 가져오라고 분부하였다. 대통 안에는 각각 검은 진흙, 검은 혈액, 한기를 발산하는 약재가 있었다.

검은 진흙의 주요 성분은 공동묘지에서 파낸 시체 진흙으로, 각종 음성(陰性) 재료가 이를 보조했다.

검은 혈액의 주요 성분은 음시(陰詩)에 출생한 처자의 계수(癸水)로, 각종 음성 재료가 이를 보조했다.

한기를 발산하는 약재는 극음지(極陰地)에서 자라는 약재들이었다.

이 시체는 사망한 지 오래되어 영혼을 직접 소환할 수 없었다. 게다가 시체가 황야에 나온 상태라 영혼 소환을 강행하면 그 자리에서 태양의 힘 속으로 사라질 터였다.

소소는 세 가지 재료를 능숙하게 ‘먹물’과 배합하고 손가락뼈로 된 붓을 꺼내 먹을 묻히고 이묘진에게 건넸다.

이묘진은 시체 몸통에 그림을 그리고 비틀거나, 함축적이고 기이한 주문을 외웠다. 진법에 따라 차츰차츰 형태가 갖추어지면서 주위에 음산한 바람이 일기 시작했다. 태양이 마치 열량을 잃은 듯했다.

마지막 한 획이 떨어지자 음산한 바람에서 산산이 부서진 영혼이 말려 나왔다. 길가에서 풀숲 속에서 허공에서…… 시체 위쪽으로 응집하여 진실하지 못한 허영(虛影)이 되었다.

눈빛이 멍하고 몹시 여윈 사나이가 시체 위에 둥둥 떠 있었다.

이묘진은 눈살을 약간 찌푸렸다. 도문은 귀신을 다루는 전문가다. 딱 보니 이 망령은 심한 상처를 입었고, 죽기 전에 누군가 영혼을 저격하여 공격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상대방은 아마 무사일 테니, 능력에 한계가 있기에 영혼을 철저하게 없앨 수는 없었던 것이다.

“너는 누구냐?”

이묘진이 물었다.

동시에 그녀는 손가락을 들고 음기 한 줄기를 보내 망령에 영양을 공급했다.

망령은 음기의 자양을 받고 나서 멍한 표정에 약간은 변화가 생겼다. 그는 중얼거리며 말했다.

“혈도(血屠) 삼천 리, 혈도 삼천 리. 조정에서 군대를 파견하여 토벌해 주십시오…….”

이묘진이 계속해서 여러 차례 캐물었지만, 망령은 이 한 마디만을 여러 번 되풀이했고 그 이상으로는 말을 내뱉지 못했다.

“혈도 삼천 리…….”

이묘진은 심각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를 어떻게 처리할까요?”

소소는 사건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그의 영혼이 불완전해. 뒷얘기를 듣고 싶으면 영혼을 보양해야 해. 하지만 영혼을 보양하는 건 긴 과정이라 단기간 내에 기대할 수는 없어.”

이묘진은 시체로 시선을 옮겼다가 영감을 떠올렸다.

“만약 이 자의 신분을 밝혀 낼 수 있다면 더 깊은 내막을 알 수 있을지도 모르고, 그가 무슨 일을 말하고 싶은지 알 수 있을지도 몰라.”

“주인님 말씀에 일리가 있어요.”

소소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고 물었다.

“어떻게 밝히죠?”

‘내가 어떻게 알아…….’

이묘진은 말없이 침음하며 끊임없이 고민하다가 자기도 모르게 머릿속에 운주 사건 때 허칠안과 협력하여 사건 조사했던 과정을 떠올렸다.

그녀는 최선을 다해 회상하며, 허칠안의 사고의 흐름을 거울로 삼아 이 시체의 수수께끼를 풀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소소가 목소리를 낮추고 말했다.

“만약 그 자식이 아직 살아 있다면 분명 방법이 있을 텐데요.”

‘너도 그를 떠올렸니?’

이묘진은 아무런 내색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그는 내가 만나본 사람 중에 사건 해결 능력이 가장 뛰어나긴 해. 음, 시체를 데리고 경성으로 돌아가서 관아에 넘기자. 이자는 경성에서 멀지 않은 거리에 있는 야산에서 살해당했고, 십중팔구는 토막 살인을 당한 거야.”

이묘진은 말을 마친 뒤 지서 파편을 꺼내 시체에 조준했다. 빛이 번쩍이면서 시체가 사라졌다. 그녀는 이어 허리춤의 향낭을 열어 잔혼을 그 속으로 거두었다.

이 에피소드가 생긴 이상, 주종은 더 이상 느긋하게 돌아다닐 수 없었다. 이묘진은 소소를 향낭에 넣고 비검을 소환하여 검 등 위에 재빨리 뛰어올랐다.

비검이 ‘슉’ 소리를 내며 허공을 가르고 갔다.

* * *

일각 후, 그녀는 우뚝 솟은 경성의 윤곽을 보았다. 그리고 그녀는 경성을 중심으로 세워진 빼곡한 마을과 촌락도 보았다.

이묘진은 비검에서 내려와 성 밖에 착지하였다. 혼이 있는 비검은 알아서 칼자루로 들어갔다.

스윽!

그녀가 옥석경을 흔들자 거울 면에 생동감 넘치는 종이 인형이 하늘거렸다. 대나무 가지 뼈대에 외모는 마치 그림 같았다.

그녀가 향낭을 치자 소소는 푸른 연기가 되어 피어오르더니 나긋나긋하게 종이 인형으로 들어갔다.

종이 인형이 갑자기 살아났다. 종이 인형의 눈매가 날렵해지고, 종이로 만든 몸이 피와 살이 되고, 긴 치마가 흩날렸다.

주인과 종은 서로 보며 웃더니 경성으로 들어갔다.

“주인님, 저 경성에 처음 와요. 모두가 이곳이 대봉 제일 도시이고, 육지에서 가장 번화한 도시라고 말하더라고요.”

소소는 기뻐하며 깡충깡충 뛰어 성문을 지나치고, 기대에 찬 눈으로 좌우를 두리번거렸다.

“좀 침착하렴. 네 인생과 귀신 인생을 합치면 어쨌거나 마흔에 가깝잖니.”

이묘진은 말하면서 성벽 옆의 게시판으로 걸어갔다.

그녀는 도시에 갈 때마다 본능적으로 게시판을 보러 가곤 했다. 조정 정령(政令), 지명 수배 격문 등을 포함한 관아에서 붙인 방이 있었다.

“주인님, 고질병이 또 도졌네요. 경성에는 고수들이 넘쳐흐른다고요. 격문이 있다고 해도 주인님이 하늘을 대신해 정의를 실현할 차례는 아니랍니다.”

소소는 붉은 우산을 받쳐 들어 태양을 가렸다.

이때 그녀는 이묘진의 몸이 갑자기 굳어지는 걸 보았다. 그녀는 눈을 점점 크게 뜨더니 벽에 있는 어느 방을 주시하면서 믿기 어렵다는 기색을 보였다.

그녀가 이렇게 추태를 부리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뭘 봤길래?’

소소는 호기심이 발동하여 걸어가 이묘진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격문을 보았다.

다음 순간, 그녀는 살구눈을 크게 뜨고 불그스름한 입술을 벌렸다. 그녀는 마치 귀신을 본 듯했다……. 이 비유는 적절하지 않으니, 마치 하늘을 대신해 정의를 실현하는 도인을 만난 듯했다.

* * *

다소 따가운 오후 햇살 아래, 허칠안은 부하 동라를 데리고 거리를 순찰했다. 얼마 전에 위연이 그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그의 기초 위에 임시 대오를 조직했다. 강호 인사들로 구성된 대오였다.

그는 그들에게 경성의 치안 유지를 담당하게 하고, 조정에서는 상당히 후한 대우와 보수를 줄 것이다.

이 정책은 혼란한 상태의 치안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데에 뛰어나다. 왜 도둑질과 노상강도 사건을 흔히 볼 수 있겠는가?

강호 인사들 대부분은 건달이기 때문이다. 경성의 물가는 비싸고 고정적인 생업은 없으니 도둑질하고 약탈하지 않으면 어떻게 생존하겠는가.

그들에게 돈을 벌 수 있는 생업을 주어 치안을 유지하라고 하는 말은 모순되기는 한다. 물론 강호 인사로 조직된 모든 치안조에서는 조정 사람이 감시를 하니, 그들이 공공 재물을 훔치지 않도록 방비할 것이다.

맨 처음 며칠 동안 엄격하게 단속헸더니 성안으로 몰려드는 강호 인사들이 적잖이 분수에 만족했더랬다.

따라서 허칠안은 연예장에 가서 노래를 들을 예정이었다.

“등 따시고 배부르면 음욕이 생기는 법이지. 일단 의식주가 충족되면 인류는 더 높은 단계의 향락을 추구하려 하는데 그건 바로 정신적인 영역의 향락이다. 이 세계에는 컴퓨터가 없어서 게임을 할 수도 없고, 영화를 볼 수도 없으니 연예장에 가서 연극을 보고 노래를 들으며 체면이 서는 생활을 유지할 수밖에…….”

허칠안은 동라들을 데리고 연예장에 들어가 별실 하나를 달라고 했다. 그는 차를 마시고 과일을 먹으며 대당 안의 희곡을 감상했다.

그는 갑자기 가슴에서 익숙한 진동을 느꼈다.

허칠안은 등을 돌려 동라들의 시선을 차단하고 지서 파편을 꺼내 봤다가 아연실색했다.

[이: 허칠안이 아직 죽지 않았다고?!]

[이: 왜 허칠안이 아직 죽지 않았다고 아무도 내게 말하지 않았는가? 왜 자네들 내게 허칠안이 죽지 않았다고 알리지 않았냐고!!!]

그녀가 문자 두 통을 보낸 후, 인기척이 사라졌다.

[사: 음? 이묘진은 허칠안이 아직 살아 있다는 사실을 몰랐나?]

초원진이 문자를 보내 의문을 표했다.

[일: 운주 사건 이후, 그녀는 줄곧 사방으로 바쁘게 뛰어다녔으니 허칠안이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일을 모르는 것도 정상이지. 허나 두법한 소식이 전해졌으니 그녀도 조만간 이 일을 알았을 걸세. 허, 그녀가 허칠안과 운주에서 두터운 우정을 나누었으니 이렇게 흥분해도 이상하지 않지.]

‘어째 일호가 남의 불행을 고소해하는 것 같지?’

허칠안은 가슴이 철렁했다.

[육: 이호, 어째 말을 하지 않는가.]

항원 역시 토론에 참여했다.

허칠안은 생각해보더니 심사숙고하여 문자를 입력했다.

[삼: 이호, 자네에게 하고 싶은 말들이 있네만…….]

그가 이 전서를 아직 보내기도 전에, 지서 파편 채팅방의 모든 이들은 금련 도사의 전서를 보았다.

[구: 이묘진은 이미 경성에 도착했네.]

이어 사람들은 더 이상 전서를 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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