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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타경-405화 (405/712)

405화. 제자를 거두다

왕사모는 왕부에서 이 사건을 예의주시하던 중 자신이 운영하는 경로를 통해 오늘 조당에서 발생한 격렬한 교전 및 오문의 풍자시를 들었다.

“나는 알았어. 허 회원은 재능이 출중한데 어찌 과거 부정행위를 저지를 리가 있냐고. 음, 이 일은 그의 사촌 형 허칠안이 더 대단했어. 중간에서 중재하여 조국공과 예왕이 허 회원을 위해 발언하고, 조당 훈귀들이 그들을 위해 발언하게 할 수 있었다니. 인맥이 예사롭지 않아. 내가 가장 놀랐던 건 위연이 나서지 않고 시종일관 수수방관했다는 사실이야. 이러면 허 회원은 환관 당의 낙인이 찍히지 않을 테고 이는 그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좋은 일이야. 물론 나한테도 좋은 일이지…….”

왕 소저는 아름답게 웃었다.

여종 난아는 옆에서 아주 열심히 듣는 척하고 있었지만, 사실은 얼떨떨했다.

“난아, 너 다시 허부에 가서 나 대신 허 회원이랑 약속을 잡으렴……. 아니, 이렇게 하면 내가 조신해 보이지 않고 공을 들이는 것처럼 보이겠지.”

왕 소저가 고개를 저으며 단념했다.

그녀는 속으로 말했다.

‘이때 침묵해야 도리어 내 기개와 방식을 부각시킬 수 있어. 너무 절박하게 공을 들이면 오히려 허씨 집안 마님이 업신여길지도 몰라.’

똑똑한 사람들 간에는 일을 너무 티 나게 할 필요가 없었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서로 마음으로 이해하면 되었다.

* * *

양천환은 사천감 7층 연단실을 지나칠 때 안에 있는 사제들이 아침 조회 때 발생한 일에 관해 토론하고 있는 걸 들었다. 그는 본래 조당의 일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듣기 귀찮아했다.

하지만 양천환은 ‘허칠안’이라는 세 글자를 듣고 발걸음을 늦췄다. 본능이 그에게 어쩌면 지식 포인트를 늘릴 기회일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허 공자님의 그 시는 정말이지 속을 후련하게 하더라고. 내 생각에는 천고의 첫 번째 풍자시라고 할 만해.”

“천만에, 지나친 과장일세. 허나 확실히 통쾌해. 특히 문무백관 앞에서 오문을 막아서고 이렇게 말했지…….”

‘시? 무슨 시?’

양천환은 소리 없이 다가가 나지막이 말했다.

“자네들 무슨 얘기를 하는가?”

백의 연금술사들은 깜짝 놀라 그의 뒤통수를 노려보며 불만을 토로했다.

“양 사형, 매번 이런 식으로 사람을 놀라게 하는군요.”

양천환은 아랑곳하지 않고 캐물었다.

“허칠안이 또 무슨 일을 저질렀다고? 혼자 오문에서 문무백관을 막았다고? 무엇이 천고의 첫 번째 풍자시라는 말인가?”

백의 연금술사가 오늘 일을 양천환에게 들려주었다.

양천환은 마치 벼락을 맞은 듯했고, 머릿속에 장면이 떠올랐다. 조회를 마친 뒤 문무백관은 오문을 천천히 걸어 나왔다. 이때 갑자기 그곳에 서서 군신들의 길을 막고 중생을 등진 백의의 모습이 보였다.

제공들은 크게 노하며 백의 술사에게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고 감히 우리가 가는 길을 막는다며 호통 쳤다.

백의 술사는 하늘 가득한 욕설에 개의치 않고, 별안간 도도하게 읊었다.

“그대들의 몸과 이름이 모두 사라졌지만, 마르지 않는 강물처럼 오래도록 전해지리라…….”

문무백관들은 깜짝 놀라 그 자리에서 넋을 잃고 우두커니 섰다.

여기까지 생각한 양천환은 몸에 전류가 흐르는 듯 걷잡을 수 없는 전율에 휩싸였다. 그는 목덜미와 팔뚝에 소름이 돋았다.

“왜, 왜 허칠안은 항상 부러운 일을 해내지? 운주에서 홀로 반란군 사백 명을 막아서고, 만인이 주시하고 있는 가운데 불문과 두법하고……. 너무 불공평하다, 너무 불공평해. 다음 조회는 언제인가? 나, 나도 오문에 가야겠네. 반드시 가야겠어!”

* * *

오후, 교방사에서 허칠안은 부향과 마주 보고 앉아 차를 마시고 담소를 나누었다. 허칠안은 오늘 조당에서 있었던 일을 그녀에게 말했다. 그리고 허신년이 ‘지은’ 애국시 및 자신이 오문에서 읊은 시를 덧붙였다.

부향은 시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듣더니 마음이 들끓었다. 그녀는 특히 허칠안이 홀로 문무백관을 막아선 일을 지나치게 숭배한 나머지 곧 눈물을 흘릴 것처럼 아름다운 눈을 글썽였다.

“그대에게 한 가지 일을 부탁하겠소. 오늘 조당에서 발생한 일을 널리 퍼뜨려 주시오.”

허칠안은 정중하게 말을 마치고 자신의 요구를 제시했다.

교방사는 정보 전파가 가장 빠르고 편리한 중계소였다.

“그럼 허랑께서는 제게 무슨 보상을 해 주시려고요?”

부향은 거절하지 않은 채, 맑고 아름다운 눈동자로 허칠안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은 숨길 수 없다. 부향의 마음은 허칠안을 향한 사랑으로 가득 찼다.

반 시진 후, 허칠안은 명연, 소아 등 잘 아는 몇몇 기녀들을 만나러 가서 그녀들에게 다도회 때 오늘 조당에서 발생한 일을 퍼뜨려 달라고 부탁했다.

그런 뒤 암말을 타고 저택으로 돌아갔다.

* * *

과거 부정행위 사건은 허신년의 명예에 치명타를 안겨 주었다. 더욱이 고의적인 전파를 거쳐 경성의 지식인 사회, 골목 구석구석 모두 허신년이 부정행위를 저질러 회원에 급제했음을 알았다.

이 인상은 앞으로의 시간 동안 천천히 가라앉을 것이다. 일단 낙인이 찍히면 훗날 조정에서 허신년의 결백을 증명해 준다고 해도 단번에 이미지를 바로잡기는 어려울 것이다.

게다가 과거 부정행위 사건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5일 뒤가 바로 전시다. 허칠안은 손 상서 일당을 방비하는 데 마지막 승부수를 던져야 한다. 전시 전날 밤에 일을 저지를 것이다.

예컨대 국자감 서생들이 소란을 피우게 선동하는 것이다.

만약 짧은 시간 안에 여론을 돌릴 수 있다면, 국자감 서생은 아무런 까닭 없이 출전했다가 큰일을 이루기 어려워진다.

모든 사람이 허신년이 억울한 누명을 썼다는 사실을 알 때면, 당신이 설령 보고도 못 본 척하더라도 대중의 인정과 지지를 받지 못한다.

옛사람은 전투할 때든 일을 꾸밀 때든 명분을 아주 중시했다.

“예왕 쪽 인정도 다 써 버린 셈인데 손해는 아니야. 다행히도 예왕은 진작에 명예와 이익을 추구할 마음이 사라졌으니 말이야. 그렇지 않았으면 나 대신 앞에 나서지 않았을지도 몰라……. 조국공 쪽에는 내가 약속했던 이익을 아직 주지 않았는데. 공작과 진북왕 부 장군의 세력이라면 내가 이랬다저랬다 했을 때 분명 보복하겠지……. 진북왕은 이 일을 모를 확률이 높다. 부 장군과 조국공이 꾸민 계획이지 않은가.

하지만 나는 그저 은라일 뿐이니 진북왕이 안다고 해도 부 장군을 책망하지는 않을 거야. 게다가 불문의 금강불패는 고품 무사라 해도 마음이 움직일 거거든. 어쨌거나 방어를 강화할 수 있고, 높고 깊은 경지까지 수련할 수 있으며, 나아가 전투력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니 그의 마음이 동요하지 않을 이유가 없어. 그러므로 약속한 이익은 그래도 줘야지. 하지만, 나는 구음진경(九陰眞經)을 거꾸로 쓸 수 있는걸…….”

* * *

황혼 후, 허씨 집안의 식탁 위는 유쾌한 분위기로 가득했다. 숙모는 허신년에게 친절하게 반찬을 집어 주면서 허칠안에게도 음식을 집어 주었다.

마치 두 사람 모두 그의 친아들 같았다.

물론 이런 태도가 오래 가지는 않을 테지만, 이제부터는 조카 때문에 화가 나서 빽빽댈 때마다 숙모는 그해의 숙원을 떠올리고는 관계를 원래대로 회복할 것이다.

이 순간 숙모의 감격은 24k 순금처럼 진실했다.

허영월은 이런 집안 분위기가 아주 좋았다. 그녀는 큰 오라버니를 점점 우러러보았고 영민하고 아름다운 눈으로 줄곧 허칠안을 바라보았다.

“저기, 저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리나는 음식을 삼키고 보기 드문 진지한 태도로 허칠안과 허평지를 바라봤다.

“무슨 일이오?”

허칠안이 밥을 먹으면서 물었다.

허평지는 술잔을 받치고 술을 한 모금 마시더니 남강의 소저를 곁눈질했다.

리나는 진지한 표정으로 허영음을 보더니 말했다.

“저 영음을 제자로 거두고 싶어요.”

“풉…….”

허칠안이 밥을 내뿜었다.

“풉…….”

허평지가 술을 내뿜었다.

온 가족 모두에게 너무 갑작스러운 소식이었다.

허신년은 짜증 섞인 얼굴로 몸에 흘린 밥알을 털고 큰형과 좀 멀리 떨어진 뒤, 리나를 쳐다보고 말했다.

“소저가 그리 하고 싶은 이유를 말해 보시오.”

“영음은 천재예요, 보기 드문 천재. 저는 이런 옥석을 낭비하고 싶지 않아요.”

리나는 푸른 바다를 감춘 듯한 두 눈동자로 허영음을 자세히 주시했다. 마치 진귀한 보물을 보는 듯했다.

‘천재?’

허평지가 조카와 눈을 마주치더니 고개를 저었다.

“우리 딸은 천부적인 재능이 없소. 체력과 근성이 받쳐 주지 않는데 힘만 있을 뿐이오.”

애당초 허칠안이 무예를 연마하고, 허신년이 학문에 정진하는 건 허평지가 내린 결정이었다. 허신년은 무예를 익히는 데에는 타고난 자질이 없는데 아주 똑똑하고 지혜롭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허칠안은 정반대였다.

허영음이 태어난 후 허평지 역시 골상을 보고 여러 해 동안 관찰했는데 자신의 어린 딸은 멍청할 뿐만 아니라 체력도 아니라는 확신을 지녔더랬다.

그녀는 최소한의 연정경 관문도 넘기 어려웠다.

허칠안 역시 고개를 저었다. 지금 그의 눈빛은 숙부보다 더 지독했다. 허영음이 만약 무예 천재라면 허칠안이 이미 대봉의 꽃봉오리로 양성하기 시작했을 것이다.

학문에 관해서라면 허신년은 어린 여동생이 4살 때 포기했다. 그의 평가는 이러했다.

<눈빛이 흐트러지고 집중력이 떨어져 공부를 하나 마나다.>

아니나 다를까, 허영음은 둘째 오라버니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그녀를 가르쳤던 선생들은 하나같이 너무 화가 나 인생에 회의감이 들었다고 했다.

‘굳이 콩알이에게 무슨 타고난 자질이 있냐고 한다면, 아마…… 먹기?’

숙부의 말에 리나가 반박했다.

“하지만 그녀는 잘 먹잖아요.”

‘지금 우리 희롱하니……?’

온 가족이 남강의 까만 소녀를 흘겨보았다.

리나는 사람들의 눈빛이 이상한 걸 보더니 의아해하며 말했다.

“설마 여러분은 지금까지 그녀가 천재임을 알아차리지 못하셨어요?”

허신년 등은 이 말을 듣고 고개를 돌려 달걀을 까는 허영음을 쳐다보았다. 그녀가 달걀의 한쪽 면을 탁자에 두드린 뒤 작은 손으로 달걀을 누르고 탁자 위에서 세게 문지르니, 달걀 껍데기가 건드리자마자 떨어졌다.

모든 과정이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다.

‘이 아이 나이에서는 확실히 천재라고 할 만하지…….’

가족들은 얼굴을 가리고 싶은 마음을 참을 수 없었다.

허칠안이 기침 소리를 내더니 리나에게 함부로 농담하지 말라고 완곡하게 일깨웠다.

“먹기가 어쩌면 천부적인 자질일지도 모르오. 허나 제자를 거둘 정도로 자랑스러운 정도는 아니오. 소저가 그 아이에게 뭘 가르칠 수 있소? 세 번 숨 쉬는 사이에 달걀 껍데기를 어떻게 까는지? 어떻게 하면 매일 밥 한 그릇을 더 먹을 수 있는지?”

리나의 건강한 밀색 피부가 갑자기 붉어졌다. 그녀는 손을 내저으며 변명했다.

“저는 그녀에게 먹는 걸 가르치려는 게 아니에요. 제가 가르치려는 건 고술(蠱術)이라고요.”

허평지는 얼굴빛이 구리 방울처럼 변해 허영음을 응시했다.

“너 벌레를 잡아서 먹니?”

허영음은 동경하는 기색을 보이며 상대방을 떠보았다.

“벌레도 먹을 수 있어요?”

“먹으면 안 되지, 먹으면 안 돼.”

허신년과 허평지가 가지런한 동작으로 손사래를 쳤다.

‘네가 그 아이에게 고술을 가르친다고 들었을 때 내 첫 번째 반응 역시 <콩알이가 벌레를 먹는다고?!>였어.’

허칠안은 속으로 비아냥거리면서 생각하는 것이 있는 듯 물었다.

“소저의 뜻은 그녀가 고술을 수련하는 데 천재라는 말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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