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절대타경-395화 (395/712)

395화. 어떻게 국면을 타개하지?

“이 일은 아주 복잡합니다. 숙부 먼저 돌아가세요. 저는 처리해야 일이 있습니다.”

허칠안은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암말에 오르자마자 다그닥다그닥 길거리를 따라 멀리 달려갔다.

그의 머릿속에 위연의 말이 떠올랐다.

<첫걸음, 자네는 무고한 사람을 고문하여 자백받으려는 형부를 저지해야 하네. 부아의 진 부윤은 교활한 벼슬아치로 일 처리가 능수능란하지. 일단, 이 일이 명확해지면, 그는 아마 손 상서의 미움을 사길 원치 않을 것이네.>

“손 상서는 나를 뼈에 사무치도록 미워한다. 과거 부정행위 사건은 마침 그에게 보복할 기회를 주었다. 심지어 이는 바로 그가 밀어붙였기 때문이다. 아무리 쓸모없다고 해도 참여자 중 하나다. 그가 신년을 잘 대접해 주길 바라다니,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암말은 땀을 뻘뻘 흘리며 숨 가쁘게 달리다가 마침내 외성에 있는 한 뜰에서 멈췄다.

“도사님, 도사님, 급한 일이에요…….”

허칠안은 뜰 문을 밀어젖히고 곧장 뒷방으로 달려갔다. 금련 도사는 마치 잠이 든 것처럼 침상 위에 점잖게 누워 지냈다.

‘또, 또 고양이로…….’

그는 속이 타들어 가서 이 광경을 보자 참지 못하고 입꼬리를 실룩거렸다.

지난번에 암말이 뒷발길질한 것도 있고, 부탁이 목적이기에 허칠안은 물리적인 방식으로 금련 도사를 깨우지 않고 탁자 옆에 앉아 묵묵히 기다렸다. 30분이 채 안 돼서 입구에 가는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무슨 일인가?”

금련 도사는 문지방에 웅크리고 앉아 온화하고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런 모습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게 이미 익숙한 듯했다.

“제 사촌 동생 허신년이 과거 부정행위 사건에 휘말렸습니다…….”

허칠안은 사건의 경위를 간단하게 서술한 뒤 말했다.

“도사님, 도사님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황갈색 고양이는 호박색의 눈동자로 지긋하게 바라보더니 공기를 뒤흔들며 말했다.

“나는 대봉 관리 사회에 대해 이해가 부족해 자네에게 효과적인 제안을 할 수가 없네. 이 일로 나를 찾아오면 안 되네. 위연이야말로 정치 다툼의 고수지 않은가. 만약 정치 다툼을 품계로 나눈다면 위연은 2품이야.”

허칠안은 원래 아주 초조했던 터라 이 말을 듣더니 참지 못하고 말했다.

“단지 2품이라고요? 그럼 누가 1품입니까?”

황갈색 고양이가 허허허 웃으며 말했다.

“당연히 원경제지. 제왕의 계략을 논하자면 원경제는 이미 최고 수준에 이르렀네. 위연과 왕정문 모두 정치 투쟁 1품의 유망주이지만, 그들은 이념이 맞지 않고, 정치적 견해가 다르네. 원경제는 일부러 맹호 둘을 조당에 두었어. 자신은 범 두 마리가 싸우는 걸 구경하다가 기진맥진할 때를 틈타 이익을 얻을 생각이지.”

‘일리 있다……. 잠깐, 조당 상황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했던 거 아닌가?’

허칠안은 속으로 욕하면서 입으로는 물었다.

“그럼 도사님께서는 정치 투쟁에 품계를 초월하는 존재가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당연히 있지.”

금련 도사는 발톱을 들어 핥더니 말했다.

“정치 투쟁의 가장 높은 경지는 바로 무력으로 모든 걸 굴복시키는 수준이네. 일언이 중천금이라 감히 거역할 자가 없는 경지지. 개국 황제를 지낸 모든 이가 그러하네.”

‘도사는 점점 고양이의 습성에 영향을 받는 것 같군……. 과연, 모든 생물은 사실 신체가 머리를 통제하고 있다. 신체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이 당신이 하려는 일을 결정하는군……. 배고파지면 밥을 먹어야 하고, 졸리면 잠을 자야 하고, 목이 마르면 물을 마셔야 하고, 금고가 꽉 차면 참배자에게 시주해야 한다.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금련 도사는 수컷 고양이가 되는 게 좋을까 아니면 암컷 고양이가 되는 게 좋을까?’

이때 황갈색 고양이가 탄식하더니 발톱을 내려놓고 여유롭게 말했다.

“자네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배회하는 일을 아주 좋아하는 듯하네.”

‘우왕좌왕한다고?’

허칠안의 머릿속에 무의식적으로 이 말이 스쳤다. 그가 얼른 화제를 돌리며 말했다.

“도사님, 제가 부탁을 드리고 싶은데요…….”

* * *

경성 밖의 운하를 따라 남쪽으로 교외 10리 지점에 물안개가 자욱한 호수가 하나 있었다. 양쪽 기슭은 푸른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호수에는 연꽃이 가득 피어 있어 경치가 아주 수려했다.

호숫가에는 밥 짓는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농가, 찻집 그리고 주루가 있었다.

이곳은 경성 외곽에 있어 배를 타야만 올 수 있었는데, 빠르고 편리하여 매년 봄이면 배를 타고 호수를 유람하는 수많은 젊은 공자와 부잣집 소저들로 북적거렸다.

정교하면서도 화려한 배 한 척이 기슭에 정박해 있었다. 왕사모는 오늘 화려하게 치장했다고 할 수 있었다. 지금 유행하는 넓은 소매의 가벼운 비단 치마를 입었는데 꽃무늬 색과 바탕색이 같아 번잡하고 아름다우면서도 함축적인 절제미가 있었다.

정교한 화장에 곱게 빗어 올린 머리, 까만 머리카락 사이로 돋보이는 금비녀와 옥잠. 완전히 데이트 기준에 부합했다.

하지만 한 시진이 지났다. 사람들이 왔다 갔다 호수를 유람하는 사이 왕 소저의 배는 여전히 그 자리에 멈춰 있었다. 기분이 아주 좋지 않았다.

“아가씨, 됐어요. 저희 돌아가요.”

여종이 작은 목소리로 권했다.

“허 회원은 오지 않을 거예요.”

“너희가 기별을 보내지 않은 건 아니고?”

왕사모는 이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여종을 살짝 노려보았다. 그녀는 허신년에게 책임을 돌리고자 했다.

“어떻게 감히, 분명히 전달했어요.”

여종이 억울하다는 듯 말했다.

왕사모는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었다. 맑은 눈동자에는 서운함이 가득했다. 그녀는 소리를 낮추고 말했다.

“됐어, 돌아가자꾸나.”

“네.”

여종은 홀가분하게 응하고 종종걸음으로 선실을 나섰고, 선미(船尾)로 가 사공에게 귀항하라고 통지했다.

사공들이 물속에서 닻을 끌어올리고 힘을 합쳐 노를 젓자 배가 서서히 나아갔다. 그들은 운하를 따라 경성으로 돌아왔다.

* * *

왕사모는 경성 부두로 돌아온 뒤 길가에서 기다리는 마차로 들어가더니 분부했다.

“난아, 너 지금 즉시 허부로 가서 영월 소저랑 놀러 가려고 한다고 말하렴. 나는 여기서 반 시진 기다리다가 출발할게.”

“아가씨, 왜 그러세요.”

여종이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설령 그가 나에게 관심 없다고 해도 나는 확실하게 알아야겠어.”

왕 소저는 아주 공격적이었다.

* * *

춘시 회원 허신년은 부정행위 혐의를 받고 형부에 체포되어 감옥에 수감됐다.

이는 장차 경성 전체를 뒤흔들 큰 사건임이 자명했다. 부아와 형부에서 퍼져 나가 육부를 거쳐 경성 관리 사회 전체에 조용히 흩뿌려졌다.

며칠 더 발효되고 전파되면 그때는 온 백성이 다 알 것이다.

점심 식사 후 휴식 시간, 서로 친한 관원, 하급 관리들이 주루나 찻집 등의 장소에 모여 과거 부정행위 사건을 논했다.

“그럴 줄 알았네. 운록서원의 서생이 회원을 취득하는데 조당 제공들이 승낙하겠나? 결국 이리 되지 않았는가?”

“자네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군. 이 일은 결코 그렇게 간단하지 않네. 허신년은 허칠안의 사촌 동생이고, 허칠안은 대봉의 시괴지. 《행로난》같은 걸작을…… 교활한 계략을 쓴 게 아니라고 말한다면, 나는 믿지 않네.”

“헛소리. 이 세상에서 허칠안만이 시를 지을 수 있단 말인가? 우리 지식인들이 갑자기 영감이 떠올라서 우연히 좋은 작품이 나올 수는 없단 말인가?”

“됐네. 이런 걸로 논쟁해 봤자 의미 없네. 허 회원 이번에 곤두박질치겠군. 부정행위를 저질렀든 아니든 앞길이 완전히 끊겼어. 내 기억에 원경 12년에 부정행위 사건이 한 건 있었네. 서생 3명이 그 사건에 연루되었는데 2년을 조사한 결과, 결국에는 풀려났지만, 명성이 실추되어 학업을 마칠 수 없었지.

원경 20년에도 유사한 사건이 발생한 적이 있는데 그때는 증거가 확실해서 사건에 연루된 서생과 주임 시험관 모두 폐하께 목이 잘렸네. 만약 이 사건이 명확해지면, 허신년의 운록서원 서생 신분으로는……. 씁, 이리저리 생각해 봐도 호전될 가능성이 전혀 없네. 자네들 생각에는 위 공이 나서겠나?”

“아주 가능성 있지. 허칠안은 위 공의 심복이지 않은가. 반드시 위 공에게 손을 내밀 걸세.”

“위 공이 만약 수수방관한다면?”

“위 공이 나서지 않으면 누가 허 회원을 구할 수 있단 말인가. 허칠안 그 무사에게 기댈 텐가? 사건을 해결하고 적을 죽이는 데는 그가 전문가일지도 모르겠네만 관리 사회의 수단을 어찌 일개 무사가 치밀하게 헤아릴 수 있단 말인가.”

초원진은 오랜 벗의 집에서 묵는 중이라, 점심 식사 시간에 관아에서 돌아온 벗의 입을 통해 이 사실을 들었다.

‘삼호가 과거 부정행위 사건에 처하다니……. 삼호가 비록 총명하기 그지없으나 운록서원과 국자감의 다툼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에 속한다. 똑똑하지 않아야 메울 수 있지……. 가장 좋은 결과는 공명을 박탈하는 것이다. 삼호가 관리가 되지 못하면 이는 조정의 손해다…….’

“내가 듣자 하니 이 일은 새로 부임한 우도어사의 탄핵 상소로 시작되었다네. 하지만 짐작건대 음, 각 당파는 방관하거나 암암리에 힘을 보탤 것이야. 허신년이 위험하네.”

친한 벗이 말했다.

초원진은 탄식하더니 나지막이 말했다.

“나는 당쟁이 진저리가 나서 조정을 떠났잖나. 자고로 당쟁은 국력을 상하게 하고, 제왕이 도를 닦으면 기운이 상하는 법.”

친한 벗의 안색이 변했다.

“원진, 말조심하게.”

“뭐가 두려운가. 나는 어떠한 얽매임 없이 자유로운 일개 백성이네.”

초원진이 비웃더니 이어 탄식했다.

“내가 방금 한참 생각해 봤는데 위연이 등판하여 싸우지 않는 이상 상황을 타개할 방법이 없네. 허칠안의 잠재력을 보고 위연은 결정할 걸세. 허나 어쩌면 이게 그들이 보길 바라는지도 모르지. 아이고, 그래도 상황을 타개할 방법이 없구먼.”

* * *

황궁 덕향원. 회경은 흰색의 궁군 차림으로 탁자에 앉은 후, 방 안에 있는 시위장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네. 물러가게.”

시위장이 나간 후 회경은 일어서서 창가로 걸어가 미간을 찌푸리고 침음했다.

“만약 나라면 어떻게 상황을 타개해야 할까?”

그녀는 한참을 생각하더니 고개를 저으며 탄식했다.

그러다가 그녀는 갑자기 만약 ‘허칠안이라면 어떻게 할까?’하고 생각했다.

* * *

내성의 한 주루, 손요월(孫耀月)은 별실 하나를 예약해 국자감의 동창들을 초대해 술을 마셨다. 주요 목적은 곧 경성 유림을 뒤흔들 대사를 공유하기 위함이었다.

“춘시의 회원 허신년이 오늘 아침 우리 아버지가 보낸 자들에게 체포됐네. 듣자 하니 과거에서 부정행위를 저질렀다지. 시험관에게 뇌물을 바쳤다더군.”

“소식이 사실인가?”

국자감의 학자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당연히 사실이지. 내가 직접 관아에 가서 내 부친께 여쭤보아 확인했네. 비록 관아에서 쫓겨났지만, 주 시랑이 이미 내게 털어놓았어. 허신년은 감옥에서 심문을 기다린다더군.”

손요월이 친한 벗들을 훑어보면서 득의양양하게 말했다.

손요월은 손 상서의 유일한 적자였다. 학업 성적이 꽤 우수하여 대부분의 부잣집 공자보다 뛰어났다. 하지만 한 가지 단점이 있는데 가십을 아주 좋아한다는 점이다.

손요월은 운록서원 서생 허신년이 회원에 급제했다는 사실에 질투와 분노가 교차했더랬다. 그런데 현재 그가 과거 부정행위로 감옥에 갇혔다니 얼마나 기쁜지 말할 것도 없었다.

“은라 허칠안이 사람 구실 못하고 내시 위연 새끼의 비호를 등에 업고 경성에서 거들먹거리지 않나, 시를 써서 내 부친을 모욕하질 않나, 정말이지 갈기갈기 찢어 죽여야 마땅하지.”

손요월은 세차게 탁자를 치더니 거리낌 없이 크게 웃었다.

“그를 찌르지 못하면, 그의 사촌 동생을 찌르면 되지. 하하하, 술 마시게, 술 마시자고.”

국자감 학자들은 이 소식을 듣더니 의아하면서도 통쾌했다. 역시 그랬다. 춘시의 회원을 운록서원의 한 서생이 취득했으니 그들 국자감 지식인들의 존엄이 어디에 있겠는가?

틀림없이 부정행위다. 절대적으로 부정행위다. 다른 이유는 받아들이지 않는다.

“손 형, 혼자 즐기기보다는 다 함께 즐기는 편이 낫지요. 이렇게 속이 후련한 일은 우리 널리 퍼뜨려야 제맛이지요.”

“일리 있네. 이렇게 하자고. 오늘 저녁 교방사에서 만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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