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4화. 방법 (2)
위연이 계속해서 말했다.
“그다음으로 자네 사촌 동생 허신년은 운록서원 사람이네. 비록 조당에 당파가 즐비하지만, 모든 문관이 이심전심으로 묵계하여 다 함께 운록서원의 지식인을 억압하네. 이게 바로 이번 과거 부정행위의 주요한 원인이네.”
“운록서원의 대유가…… 저를 일깨워 주지 않았는데요?”
허칠안이 미간을 찌푸렸다.
“억압당하는 일은 필연적이지만, 꼭 과거 부정행위가 이유이리라는 보장은 없네. 허신년이 장원에 급제했다고 해도 여전히 그를 구석으로 쓸어버릴 수 있지. 수에는 정해진 형식이 없고, 방법은 너무 많은데 어떻게 방비하겠는가?”
위연이 고개를 저었다.
“마지막으로 허신년은 자네 사촌 동생이고, 자네는 나의 심복이네. 앞날과 관련된 큰일을 마주하면 자네가 나에게 도움을 청하지 않겠는가? 내가 만약 응하지 않으면 우리 사이에 분명 악감정이 생기겠지. 내가 만약 응한다면, 후속 조치가 생기겠고.”
위연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리 폐하께서 나와 문관들의 다툼을 보고 싶으신 게야. 그래서 궁중의 소식을 전하지 않은 거고.”
‘1타 쌍피다……. 아니, 만약 문제를 유출한 시험관, 배후에 누군가가 있다면 1타 3피다. 신년의 경우 과거 부정행위 사건에 연루되었으니 세 가지 결말뿐이다. 하나, 증거는 확실하여 유배당하거나 참수당한다. 둘, 증거가 확실하나 죄질이 가벼운 편이라 공명을 파면하고 평생 임용할 수 없다. 셋, 조사 결과 무죄이지만 전시를 놓쳐서 명성이 실추된다.’
허칠안은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머리가 아주 컸다.
지식인은 정말 구역질이 난다. 갈등이 있으면, 칼을 뽑고 한 판 맞붙어 우열을 가리면 얼마나 깔끔하고 명쾌한가.
이런 음흉한 계략만 꾸민다.
“위 공, 제가 어떻게 해야 합니까?”
허칠안은 겸손하게 가르침을 청했다. 사건 해결을 논하자면 그는 아주 자신만만했으나 관리 사회의 암투를 논하자면 실버 하나가 챌린저 무리를 직면한(lol 용어) 셈이었다.
‘다행히 내 뒤에는 챌린저 정상급의 우두머리가 있으니.’
“내가 등판할 수는 있지만, 그렇게 하면 허신년은 곧 내 사람이 되네. 그에게 달린 꼬리표는 평생 떼버릴 수 없을 게야.”
위연은 차를 마시며 부드러운 눈빛으로 그를 쳐다봤다.
‘이 일은 아주 골치 아프다. 위 공이 나서서 신년을 빼내 준다고 해도 아마 치명상을 입겠지. 어쨌거나 맞은편은 하나의 당파가 아니라 여러 당파 간의 묵계일 가능성이 농후하니까……. 게다가 만약 신년이 나처럼 환관당의 당원이 된다면 차라리 그더러 고향을 등지고 경성을 떠나라고 하는 편이 낫다…….’
허칠안은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한참을 조용히 앉아 있더니 떫은 목소리로 말했다.
“위 공, 다른 방법은 없습니까?”
“있네!”
이 대답에 허칠안은 놀라고 기쁘면서도 의외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위연은 고개를 저으며 말머리를 돌렸다.
“하지만 자네가 할 수 없네.”
* * *
이각 후, 허칠안은 호기루에서 나와 1층에 서서 눈을 감고 잠시 정신을 집중하더니 결연히 자리를 떴다.
그는 관아를 나와서 암말을 타고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널찍한 내성의 간선 도로를 따라 아주 빠르게 형부 관아로 내달렸다.
간선 도로의 폭은 백여 미터로 황성까지 곧장 이어졌다. 황제가 외출할 때 지나가는 길이었다. 폭이 넓은 주된 이유는 자객이 길에 매복하는 걸 방지하기 위함이다. 갑자기 날아오는 화살과 검을 맞닥뜨렸을 때 이렇게 널찍한 도로는 금군에게 충분한 대비 시간을 제공할 수 있다.
허칠안은 멀리서 숙부의 형체를 보았다. 무장한 그는 날카로운 모습이었다. 거리를 순찰할 때 소식을 접하고 바로 달려온 듯했다.
숙부는 대문 밖에서 형부 관아의 수위에게 가로막혔다.
수위 둘은 큰 소리로 호통 쳤고, 그중에 한 사람이 손을 뻗어 숙부를 세게 밀쳤다. 그는 되받아칠 엄두가 나지 않아 비틀거리며 물러났다.
“어떻게 일개 어도위 백호가 감히 형부 관아에 억지로 뛰어들려 하느냐?”
수위 한 명이 허평지의 코를 삿대질하며 썩 꺼지지 않으면 이 몸이 폭력을 휘둘러도 탓하지 말라고 욕을 퍼부었다.
연기경인 허평지는 꾹 참고 억누르며 주먹을 불끈 쥐고 나지막이 말했다.
“나는 허신년의 부친이오. 내게는 면회할 권리가 있소.”
또 다른 수위가 비웃으며 말했다.
“과거에서 부정행위를 저지른 중범은 면회할 수 없다. 이는 늘 그래왔던 규칙이다. 너 같이 글자도 모르는 백성이 뭘 안단 말인가.”
허평지는 정말 몰랐다. 과거 부정행위와 관련된 사건은 그와 지나치게 요원하여 접할 수 없었다.
“그런데도 내게 서른 냥을 달라고 물었소?”
허평지는 분노가 차올라 눈썹을 치켜올렸다.
“너를 등쳐먹겠다는데 뭐? 이곳은 형부 관아다. 네가 감히 때릴 수나 있겠는가? 한번 때려 보시든가.”
수위는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칵…… 퉤.”
또 다른 수위는 더 거리낌 없이 허평지에게 침을 뱉었다.
허평지는 황급히 피했다.
수위 둘은 미친 듯이 박장대소했다.
“후…….”
허평지는 천천히 숨을 내쉬었고, 관아 안에서 걸어 나오는 병사 두 열을 보았다. 분명했다. 그가 감히 형부 관아 입구에서 소란을 피우기만 하면, 오늘 모든 뒷감당을 해야 했다.
공연히 적의 손에 약점을 쥐여 주는 셈이었다.
“꺼져!”
수위가 그를 업신여기며 호통 쳤다.
다그닥다그닥……. 갑자기 다급한 말발굽 소리가 들려왔다. 그가 소리를 따라서 보니 힘차고 씩씩한 준마가 쏜살같이 달려와 형부 관아를 서슴없이 들이받았다.
눈썹을 추켜세우고 사납게 노려보던 수위 둘을 들이받았다.
쿵!
그중 수위 하나가 미처 피하지 못해 암말이 가슴에 부딪혀 묵직하게 날아갔다. 그는 잠시 발버둥을 치더니 천천히 바닥으로 떨어졌고, 부상을 당해 다시 일어서지 못했다.
정말 감히 형부 관아 입구에서 행패를 부리는 자가 있다고?
“칠안.”
허평지는 조카를 보더니 몸과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쨍…….
칼을 빼 드는 소리가 한데 이어졌다. 관아 안의 수위들은 인기척을 듣고 잇따라 칼을 쥐고 뛰쳐나왔다. 형부 관아에서 소란을 피우는 놈을 갈기갈기 찢어 죽이려 했다.
하지만 그들은 말 등에 높이 앉은 은라가 허칠안임을 똑똑히 본 후, 하나같이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
우두머리 수위가 칼을 거두고, 읍하며 나지막이 말했다.
“허 대인, 이곳은 형부 관아입니다. 형부를 들이받고 수위를 다치게 하면 가볍게는 투옥이나 유배, 무겁게는 참수임을 아셔야 합니다.”
허칠안은 상대하지 않고 몸을 뒤집어 말에서 내렸다. 그는 날렵한 다리로 암말의 돌진을 피한 그 수위를 한 발로 걷어찼다.
“아이고…….”
그 수위는 비명을 지르더니 바닥에서 나뒹굴었다.
허칠안은 허리 뒤에 있는 패도를 꺼내 손에 들고 잠시 멈췄다가 후려쳤다. 칼집이 살갗을 후려치면서 나는 묵직한 소리는 사람들을 몸서리치게 했다.
수위의 비명이 끊이지 않았다.
“허 대인!”
“나를 자작 대인이라고 불러라.”
우두머리 수위는 말문이 막힌 채 못 들은 척하고 크게 소리쳤다.
“대인께서는 정말 형부에 고수가 없는 줄 아십니까? 폐하께서 죄를 물으실까 두렵지 않으십니까? 대봉 율법이 두렵지 않으십니까?”
“얼마든지 덤비거라. 이런 하찮은 일도 해내지 못한다면 나 허칠안이 경성에서 헛산 거지.”
허칠안은 냉소를 짓더니 칼집을 휘둘러 계속해서 후려쳤다.
맨 처음에 그 수위는 피하거나 손을 들어 막을 수 있었는데 십여 대 맞고 나니 두 눈이 뒤집혔고, 숨이 간들간들했다.
우두머리 수위는 이를 악물었다. 칼을 쥔 손등에서 핏줄이 섰지만, 안하무인 은라와 진짜로 싸울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날 그가 두법하는 광경이 눈에 선했고, 허칠안의 위풍과 기세가 아직 가시지 않았다. 보통 사람은 이런 결정적인 순간에 그에게 강경한 태도로 맞설 엄두가 나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점은, 이자가 죽음을 면하는 금패로 자신을 보호한다는 부분이다. 그는 설령 형부 관아 입구에서 살인을 저질러도 결국에는 그저 파면당할 뿐,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허칠안은 아직 숨이 붙은 수위를 보자 멈추고 패도를 등허리에 도로 걸더니 담담하게 말했다.
“은자 서른 냥은 의원 모셔 오는 진료비와 탕약 값인 셈 치게.”
그는 분풀이를 마친 뒤 우두머리 수위를 응시하며 말했다.
“들어가서 통전하게. 나는 허신년을 만나야겠네.”
시위 두목은 이 말을 듣더니 거절하지도 대답하지도 않았다. 그는 부하에게 부상자 두 명을 들고 관아로 들어가 치료하라고 눈짓으로 의사를 표한 뒤, 허칠안을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관아 안으로 되돌아갔다.
그가 금세 돌아와서 말했다.
“손 상서께서 들라 하십니다.”
허칠안은 관아 입구의 돌사자 위에 말고삐를 매고 돌아서서 불렀다.
“숙부, 같이 들어가요.”
허평지는 아무 말 없이 따라갔다. 두 사람은 관아에 들어가 앞마당, 회랑을 지나쳤다. 숙부는 입을 벌리고 무언가를 말하려 했으나 침묵을 선택했다.
수위는 숙부와 조카 둘을 데리고 편청으로 들어갔다. 편청의 주인석에는 붉은 도포를 입은 손 상서가 앉아 있었다. 그는 엄숙한 얼굴로 아무런 표정 없이 기다렸다.
“손 상서를 뵙습니다.”
허칠안은 읍을 올렸다.
손 상서는 허칠안이 보이지 않는다는 듯 곁눈질조차 없이 태연하게 말했다.
“두 글자가 빠졌네.”
허칠안은 손 상서를 몇 초간 주시하더니 척추를 구부리고 아랫급이 윗급을 뵌다는 어조로 읍을 올리며 말했다.
“소직, 손 상서를 뵙습니다. 소직, 허신년을 좀 만나고 싶습니다.”
이 광경을 본 숙부의 눈이 갑자기 좀 시큰해졌다.
손 상서는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과거에서 부정행위를 저지르는 건 큰 죄네. 가족이 면회하는 건 인지상정이긴 하네만.”
갑자기 말머리를 돌렸다.
“안 되네.”
……숙부는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
손 상서는 말을 마친 뒤 숙부와 조카 둘을 더는 보지 않고 찻잔을 들었다. 관리 사회에서 절반 정도 얘기하다가 주인이 차를 받친 채 마시지 않는 행동은 손님 배웅을 의미했다.
“손 상서, 실례했습니다.”
허칠안은 돌아서서 떠났다.
손 상서는 숙부와 조카 둘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태연하게 말했다.
“마당 안에 싸리나무채가 몇 개 있네. 허 대인이 불문의 금신을 수련해 냈다고 들었는데 관심 있는지 모르겠군.”
허칠안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가 버렸다.
숙부는 형부 관아를 걸어 나오면서 욕을 퍼부었다.
“상서 이 나쁜 놈이 너더러 싸리나무채를 등에 메고 용서를 빌라고 하다니. 이 몸이 칼을 뽑아 그를 벤다고 해도 승낙하지 않을 거야.”
“숙부, 어째서 이렇게 빨리 왔어요?”
허칠안이 물었다.
“네가 너무 늦게 왔다. 나는 소식을 접한 후 바로 네 숙모와 영월을 달래주러 집으로 돌아갔단다. 결과적으로는 완전히 소용없었지만…….”
숙부는 머리가 아팠다.
“울 줄만 알지. 아이고, 칠안아. 이 일을 어찌하면 좋니?”
숙부는 비록 저속한 무사이지만, 국자감과 운록서원의 ‘원한’을 알고 있었다.
오는 길에 한 차례 열심히 분석해 본 결과, 신년이 투옥된 건 십중팔구 이 일과 관련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