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절대타경-392화 (392/712)

392화. 과거(科擧) 부정행위 (2)

“큰 오라버니 치킨스톡 잊었어요?”

이때 허영월이 입을 열었다. 그녀는 허칠안에게 계산해 주었다.

“경성의 염운(鹽運) 관아에서 작년에 염표(鹽票) 이천 근을 풀어 오천 냥의 이익을 얻었어요. 그중에 큰 오라버니가 1할을 차지하니까 오백 냥을 받아야 해요. 이 은자 아직 사천감에서 달라고 하지 않았죠? 제가 염운 관아의 하급관리에게 물었는데 조정에서 올해 적어도 작업장 열 군데를 개설해 치킨스톡을 만들 예정이래요. 올해 연말에 계산했을 때 상상할 수 없는 거금이 될 거예요. 그러니 우리 집은 이미 은자가 부족하지 않다고요.”

허영월이 말한 ‘염표’는 치킨스톡을 가리켰다. 현재 치킨스톡은 소금처럼 조정의 중요한 전략 물자가 되었다. 작년에 혜성처럼 나타나 대규모 생산을 할 수 없었지만, 올해 생산 규모를 늘린 후에는 그 이윤을 가늠할 수 없었다.

‘네가 말하지 않았으면 나 정말 잊을 뻔했다……. 틀림없이 감정 그 늙다리가 치킨스톡을 차단해서 떠오르지 않게 한 거야. 그는 내 은자를 가지고 사기 치고 싶거든.’

허칠안은 사실 자신이 이미 이 시대의 마윈이 되었다는 사실을 깜짝 발견했다.

리나는 그 말을 전혀 알아듣지 못했지만 아주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아주 먼 남강에서 경성까지 왔기에 동판(銅板) 하나로 뭘 살 수 있고 은자 1전으로 뭘 살 수 있는지 알았다.

또한 그녀는 은자를 버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도 알았다.

무의식적으로 그녀는 순수하게 숭배하는 눈빛으로 ‘허 대인’을 보았다. 마치 이웃집 오빠가 뽀글거리는 파마머리에 청바지를 입고 허리에는 체인을 단 채 자기 집 마당에서 힙합 댄스 추는 모습을 보는 꼬마 아가씨 같았다.

“나는 어째서 이 일을 모르지?”

숙모가 의심스럽게 말했다.

“숙모 모르세요? 제가 영월에게 말하라고 했는데.”

허칠안은 그 김에 여동생을 쳐다봤다.

허영월이 어쩔 줄 몰라 하는 얼굴로 말했다.

“어머니가 아마 잊으셨나 봐요.”

숙모는 입을 벌린 채 말을 잇지 못했다. 자신이 잊어버린 건지 아닌지 확실하지 않았다. 이렇게 큰 ‘이윤’에 관해서는 전혀 기억이 없었다.

이때 리나가 숭배하는 어조로 물었다.

“실례합니다만 허 대인은 존함이 어찌 되시는지요?”

이런 질문 방식은 그녀가 대봉에서 강호를 떠돌아다닐 때 터득한 것이다.

“허칠안이오!”

“허, 허칠안…….”

리나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한참을 생각하더니 갑자기 날카롭게 소리쳤다.

“대인이 바로 허칠안이에요? 운주에서 죽은 것 아니었나요?”

숙모와 허영월이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봤다.

이 이민족 아가씨는 허칠안을 안다고 자칭해 놓고선 그가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일은 몰랐다. 그럼 그녀는 저택에 뭐 하러 온 건가?

“조용한 데 가서 얘기하시죠.”

허칠안은 리나를 잡아당겨 편청으로 걸어 나왔고, 화단 옆에 멈추고 설명했다.

“나는 죽지 않았소. 이묘진이 잘못 알았소. 음, 사실 나는 천지회의 주위 구성원이오. 비록 상응하는 지서 파편은 없지만, 여러분의 일을 속속들이 안다오.”

“어쩐지! 그래서 금련 도사님이 저더러 대인을 찾아가라고 했군요.”

리나는 환하게 웃었고, 어떠한 질문도 없이 아주 쉽게 허칠안의 말을 믿었다.

‘정말 속이기 쉽네…….’

허칠안은 진지하게 말했다.

“이건 비밀이니 외부에 누설해서는 안 되오. 설령 천지회 내부라도 안 되오.”

“알겠어요!”

리나는 아름답게 웃으며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웃을 때 아주 매력적이었다. 남강은 날씨가 무더워 리나의 피부색은 건강한 밀색이지만, 하얀 피부에 예쁜 얼굴을 숭상하는 대봉의 심미관으로 보면 그저 검은 피부였다.

“밥 먹으러 갑시다.”

‘만약 세상 모든 사람이 오호처럼 단순하고 천진난만하면 얼마나 좋을까…….’

허칠안은 오호가 활기차게 깡충깡충 뛰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진심으로 개탄했다.

그는 오호에게 묻고 싶은 말이 아직 많이 있었다. 예를 들면 은자를 줍는 사람이 삼호의 친구가 아니라 본인인지 그녀가 어떻게 알았는지 말이다.

급하지 않다. 성격이 단순한 사람은 보통 집요한 편이기 때문에 비밀을 지켜달라고 하면 틀림없이 비밀을 지킬 것이다.

하지만 남에게 신세를 지면 그 원칙을 고수하기가 어렵다. 그녀가 집에서 며칠 더 먹을 때까지 기다리자. 양심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무임승차하는 게 옳지 않다는 점을 알 것이다.

* * *

내각에서 붉은 도포를 입은 왕정문이 탁자 앞에 앉아 접본을 심의했다. 그는 이미 두 시진 째 앉아 있다. 도중에 변소 몇 번 간 걸 제외하면 나머지 시간은 전부 공무에 헌신했다.

내각은 황제의 개인 비서와 다름없다. 6부보다 훨씬 막강한 권력을 쥐었다.

조정의 크고 작은 상소문 나아가 백성이 황제에게 하는 건 모두 통정사사(通政使司)에서 한데 모으고, 사예감이 황제에게 보고한 뒤, 다시 내각에 제출한다.

내각은 의견을 정리하는 초고 작성을 담당하고, 다시 사예감에서 의견을 황제에게 보고하여 어떻게 처리할지 최종결정하고, 마지막으로 육부에서 검수한 뒤에 하달한다.

원경제 재위 기간에 이르러서는 통정사사가 상소문을 바로 내각에 넘기면 내각이 의견을 정리하는 초고를 작성하여 마지막으로 다시 원경제에게 전했다.

중간에 절차 하나가 생략되었다.

원경제가 중간에 절차가 늘어나면 그가 도를 닦는 데 방해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마침 중간에 생략된 이 절차에 비리가 가장 많았다. 그렇게 하면 원경제가 보는 건 그저 내각이 그에게 보라고 넘겨준 접본뿐이기 때문이다.

원경제가 좋은 황제는 아니지만, 권모술수에 능한 황제긴 했다. 문관의 권력이 너무 세지는 걸 억압하기 위해 황권을 허수아비로 만들었으니, 그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방법을 생각했다.

이 방법의 이름은 ‘위연’이다.

크게 보면 각 당파와 위연당의 세력은 상극이다. 작게 보면 각 당파 간의 다툼이 처절하다.

원경제는 전혀 동요하지 않고 균형 유지를 책임지고, 마음 놓고 도를 닦았다.

왕정문은 마지막 상소문을 펼쳐 위에 적힌 내용을 본 뒤, 침음하며 오랫동안 조용히 앉아 있었다. 그러고 나서 종이를 한 장 꺼내 자신의 건의를 적어 상소문 위에 붙였다.

이 모든 걸 마치니 마침 해 질 무렵, 퇴근할 시간이 되었다.

* * *

저녁이 되자 허부 식탁에는 허영음의 강적이 한 명 더 늘었다.

혜성처럼 나타난 이 언니가 허영음은 좋으면서도 미웠다. 좋은 이유는 ‘언니’가 온 후에 집안의 밥과 반찬이 몇 배나 많아졌기 때문이다.

미운 이유는 이 언니가 정말 너무 많이 먹기 때문이다…….

허영음은 입이 너무 작아서 근본적으로 그녀보다 많이 먹을 수 없었다.

숙부는 정색하고 리나를 살펴보더니 고개를 돌려 조카에게 물었다.

“그녀는 남강 고족 사람 아니니? 역고부인가?”

리나가 그릇에서 고개를 들었다. 입가에 밥알을 묻힌 채 낭랑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는 역고부 사람입니다. 숙부께서는 어찌 아셨나요?”

‘누가 네 둘째 숙부야!’

허평지는 콧방귀를 뀌었다.

산해관전역 그해, 그는 직접 큰 전투를 치르면서 역고부 오랑캐의 무시무시한 힘을 경험한 적이 있다. 그들의 특징은 바로 잘 먹는다는 점이었다.

건장한 역고부 족인 하나가 하루에 소 한 마리를 먹는 것도 흔히 있는 일이었다.

그해 위연은 역고부 족인을 포로로 잡지 않고 전부 바로 죽여 군량과 마초를 아꼈더랬다.

“형님, 할 말이 있어요.”

허신년이 갑자기 입을 뗐다.

“눈살을 찌푸리고 있으니 네게 일이 생긴 줄 진작 알았다. 말해 보렴.”

허칠안은 리나한테서 고기를 뺏어 먹으며 사촌 동생에게 대답했다.

“왕씨 집안 아가씨가 제게 내일 같이 호수를 거닐자고 했어요.”

“너는 어떻게 생각하는데?”

허칠안이 침음하며 말했다.

허신년은 ‘허’하고 소리를 내더니 젓가락을 내려놓고 경시하는 태도로 말했다.

“두 가지 이유에 지나지 않겠죠. 사사로운 원한에서 출발했을 거예요. 형부상서의 조카딸에게 체면을 되찾아 주고 싶다거나, 아니면 왕 재상이 저를 놓아주고 싶지 않아서 남몰래 앙심을 품었다거나.”

“그럼 너는 어떤 게 가능성 있다고 생각하는데?”

허평지가 끼어들었다.

허신년은 생각하더니 유감스러워하며 말했다.

“제가 장차 왕 재상의 우환거리가 될지도 모르지만, 그가 이렇게 염려할 정도까지는 아니에요. 제 생각에는 왕 소저가 저를 모함하고 싶은 듯해요.”

이 말을 들은 허영월이 젓가락을 내려놓고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둘째 오라버니, 오라버니는 여인을 대하는 일에 서투르니 제가 오라버니를 따라갈게요…….”

그녀는 황급히 허칠안을 쳐다보더니 말을 바꿨다.

“물론 엉망진창으로 싸우지는 않겠지만, 여자는 그래도 여자가 제일 잘 알아요.”

허신년은 첫째 여동생의 IQ를 비웃으며 말했다.

“내가 꼭 가야 한다고 누가 그랬니? 왕 재상이 아니라 왕 소저가 나한테 호수를 거닐자고 초대한 거잖니. 그렇다면 혼사를 치르지 않은 남녀가 함께 호수를 거니는 건 체통에 어긋나니 내가 거절하면 되지. 병법에서 이르길 적이 쳐들어오면 나는 물러나고, 세력이 약하면 예봉을 건드리면 안 된다고 했다.”

‘좋아, 그런대로 잘 처리하는군…….’

허칠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결정했으면서 나한테 뭐 하러 묻니?”

온 가족이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 * *

이튿날, 원경제는 좌선을 끝내고 반 시진 동안 경전을 연구했다. 단약을 먹은 뒤에는 일주향 간 마음을 수양하니 아침 수업이 끝난 셈이었다.

이때 그는 그때서야 상소문을 읽을 시간을 좀 냈다. 너무 오랜 시간을 지체하지 않을 것이다. 내각이 이미 ‘의견을 덧붙이는 쪽지’를 다 썼기 때문에 그는 붉은 글자로 표시하기만 하면 됐다.

그는 첫 번째 접본을 펼쳤다. 새로 부임한 좌도어사의 상소문으로, 운록서원 서생 허신년에게 문제를 유출하고 뇌물을 받은 동각대학사 조정방을 탄핵한다는 내용이었다.

접본에서는 증거까지 제시하고 있었다. 향시 때, 이 서생의 시사는 4등에 속했는데(가장 낮은 것이 5등) 어떻게 《행로난》처럼 후세에 전해질 만한 작품을 지을 수 있냐며 말이다.

여기까지 본 원경제는 본래 신경 쓰지 않으려 했다. 시사는 글이 아니다. 글의 주제를 누설한다면 그 성질은 아주 심각하다. 반면 시사는 좀 가벼웠다. 설령 시험 문제를 안다고 해도 시험 문제를 얻는 것보다 시재(詩才) 한 명을 찾는 게 더 어려웠다.

하지만 바로 뒤에 이 서생에게 사촌 형이 있는데 야경꾼 관아의 은라로 허칠안이라고 한다며 상소문에서 언급했다.

그리고 모두가 알다시피 허칠안은 대봉의 시괴다.

상소문을 다 본 후, 원경제의 눈동자가 날카로워졌다. 하지만 그는 의견을 밝히지 않고 내각의 ‘의견 쪽지’를 떼어냈다. 위에는 내각의 건의가 쓰여 있었다.

<과거는 조정에서 지식인을 뽑고 유능한 사람을 찾기 위함입니다. 자고로 가장 중요한 일이지요. 과거의 부정행위는 용납할 수 없으니 폐하께서 엄중히 조사해주시길 청합니다.>

원경제는 잠시 침음하더니 붓을 들고 붉은 글자로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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