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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타경-388화 (388/712)

388화. 합리적인 추측

비검과 종이학은 성문에서 멀지 않은 거리에 있는 으슥한 골목에 착륙했다. 사람들은 공수하며 작별 인사를 하고, 의식을 잃은 리나는 금련 도사가 데려가 당분간 보살피기로 했다. 어쨌거나 금련은 천지회의 대장이지 않은가.

이 책임은 응당 그가 져야 했다.

허칠안은 종리를 업은 채 성문 입구의 수위에게로 걸어갔다.

그곳에는 생김새가 씩씩하고, 곡선이 부드러운 준마가 메여 있었다.

그는 어젯밤에 금련 도사 일행과 함께 성을 나설 때 암말도 데려갔다. 그는 도중에 순찰하던 어도위에게 말을 전달한 뒤, 그들에게 성문 입구에 맡겨 달라고 하며 성을 지키는 병사들에게 돌봐 달라고 부탁했다.

“암말아, 네 진짜 남자가 돌아왔다.”

허칠안은 암말의 목덜미를 어루만지더니 고삐를 풀고 종리와 말을 타고 내성으로 돌아갔다.

외성 문에서 내성 허부까지 걸어서 가면 한밤중에나 도착했다. 그래도 말을 타는 게 빠른 편이었다. 허칠안은 자신에게 선견지명이 있다고 기뻐했다.

* * *

그가 은라의 특권을 이용해 내성의 성문을 열고 허부로 돌아오니 이미 한밤중이었다. 종리는 간단하게 세수하고 양치질한 다음에 허칠안이 준 나무 막대로 자신의 뼈를 맞췄다.

“죄송해요. 전부 제 잘못이에요. 원래 사저는 이 고생을 하지 않아도 됐어요.”

허칠안이 양심의 가책에 시달리며 말했다.

“내일 나를 데리고 사천감에 갔다 오게. 스승님께서 나를 대신해 다리 상처를 제대로 치료해 주실 걸세.”

종리는 고개를 숙인 채 다리를 주무르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자네의 기운을 빌어 액운을 피하려면 당연히 보답해야겠지. 자네 말로 하자면 이는 등가 교환이자 연금술 불변의 법칙이야.”

“종 사저는 사리에 밝아 정말 감동적이네요……. 음, 종 사저 피곤하세요?”

종리는 고개를 저었다.

탁! 허칠안은 백지 책자를 그녀의 앞에 놓고 말했다.

“피곤하지 않다면 글 좀 써주세요. 제가 사저를 상성에서 경성까지 업고 돌아와 너무 지치거든요. 등가 교환, 연금술 불변의 원칙입니다.”

종리는 멍해졌다.

허칠안은 물을 붓고 먹을 갈면서 재촉했다.

“어서요. 공주마마께 화본을 드리겠다고 약속했거든요. 그런데 이미 하루나 바람맞혔단 말이에요.”

“아…….”

종리는 약한 소리로 응하더니 절뚝절뚝 탁자 옆으로 걸어가 앉았고, 허리를 곧게 세우고 허칠안이 건넨 붓을 잡았다.

* * *

이튿날, 허칠안은 옷차림을 단정히 하고, 은라를 묶고, 패도를 잘 찬 뒤 종리를 친정으로 돌려보냈다.

허칠안은 종리가 관성루로 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던 중, 갑자기 뒤에서 길게 읊는 소리를 들었다.

“바다가 하늘 끝까지 닿아 해안을 이루고, 술도(術道)는 절정에 이르니 내가 최고봉이네.”

‘양 사형이 입버릇을 바꿨나? 아니, 당신은 관성루 아래에서 이런 말을 하면서 감정의 마음을 고려해본 적은 있습니까?’

허칠안은 친절한 미소를 지으며 돌아서서 말했다.

“양 사형, 무슨 일로 저를 찾으십니까?”

“자네 어젯밤에 문제가 좀 생겼던 듯한데 내가 도와서 좀 처리해 줘야 하나?”

양천환이 여유롭게 말했다.

허칠안은 등줄기가 서늘해지는 듯했다. 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날카로운 눈동자로 양천환의 뒷모습을 응시했다.

‘그가 한 말이 무슨 뜻이지? 내가 어젯밤에 고분에서 가로챈 기운을 말하는 건가? 불가능하다. 양천환이 어떻게 내 이상한 기운을 발견할 수 있겠어.’

그의 마음속에 놀라움과 의아함이 끊이지 않는 사이, 양천환이 뒷짐을 지고 서서 말했다.

“나는 그저 스승님을 대신해 말을 전하는 것뿐이네. 자네의 생각을 내게 말해주면 내가 가서 대답하겠네.”

‘난 너를 한 대 치고 싶다!!’

허칠안은 입꼬리를 삐죽댔다.

‘예상한 대로 아마 내가 어젯밤에 경성에 돌아올 때, 감정이 팔괘대에서 나의 이상함을 알아챘나 보군. 의심할 필요 없다. 높은 곳에 올라 먼 곳을 바라보는 1품 술사가 지금에서야 알아차렸을 리가 없다. 감정이 양 사형에게 말을 전하라고 했다면 다시 말해서 그가 나를 위해 차단한 천기가 이미 효력을 잃었다는 뜻인가?

어제 기운의 충격을 받은 까닭인가? 그렇다면 나는 반드시 거절해야 해. 도액 나한이 서역으로 돌아갔는데 내가 차단을 승낙할 이유가 또 뭐가 있겠어? 그동안 나는 기루에 갈 때마다 피눈물을 흘렸다고. 무임승차할 수 없는 인생은 아무런 의미가 없어.’

허칠안은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자신의 답을 주었다.

“괜찮습니다. 저 대신 감정 대인께 감사하다고 전해 주십시오.”

그는 암말을 타고 다그닥다그닥 달아났다.

* * *

관아로 달려가는 길, 허칠안은 동틀 무렵 떠오르는 아침 해에 흠뻑 취한 채였는데, 별안간 전방에 통제력을 잃은 마차를 보았다. 마차를 끄는 말이 자극을 받은 듯 광기를 부리며 종횡무진 돌진했다.

마부는 있는 힘을 다해 저지하며 세차게 고삐를 끌었지만, 끝내 말을 저지할 수 없었다.

마차는 통제력을 잃고 길가의 한 어린아이와 부딪히려 했다. 그는 길가에 쪼그리고 앉아 놀고 있었고, 모친은 옆의 노점에서 값싼 장신구를 고르는 중이었다.

돌발 상황이 갑자기 발생해서 아무도 반응할 수 없었다. 젊은 어머니는 행인의 외침을 듣고 고개를 돌렸는데, 아들을 향해 돌진하는 마차를 보고 말았다.

그녀는 즉시 겁에 질려 날카로운 비명 소리를 냈다.

바로 이때 야경꾼 차복을 입은 젊은이가 도깨비처럼 번쩍 나타나 손을 내밀어 말의 이마를 눌렀다.

“워워…….”

말은 비명을 지르며 앞발을 바닥에 꿇었다. 허나 그 야경꾼 차복의 젊은이는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대인,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젊은 어머니는 아들을 안은 채 기쁨에 겨워 눈물을 흘리며 끊임없이 허리를 굽히고 감사를 표했다.

이 광경을 목격한 행인들 사이로 우렁찬 갈채 소리가 터져 나왔다.

“허 대인 아닌가? 우리 대봉의 영웅 아닌가?”

누군가 그를 알아보고 놀라고 기쁜 마음에 소리쳤다.

이 말을 듣자 두법을 구경했던 백성이 허칠안을 알아보고 외쳤다.

“맞네. 허 대인이야, 허 대인!”

이 순간, 두법을 본 적 없는 백성들도 사람을 구하러 나선 수려한 외모의 은라가 두법에서 한껏 자신을 드러내고 불문의 날뛰는 기세를 꺾은 영웅임을 알았다.

‘알고 보니 내가 이렇게 인기가 많다고? 이렇게 경성 백성들이 나를 추대한다고……?’

허칠안은 탄식하면서 공수하고 감사를 나타내더니 암말을 타고 떠났다.

뒤에서 ‘허 대인’이라고 외치는 소리가 아득히 들려왔다. 오랫동안 그치지 않고 지속됐다.

‘이거 좀 기분이 째지네. 뭐라고 했더라? 허세는 본래 하늘이 준 것이며, 묘수는 우연히 얻는 법이라나…….’

허칠안은 속으로 말했다.

하지만 뒤이어 그는 또 어린아이를 잃어버리는 사건을 맞닥뜨렸다. 인신매매를 막기 위해 그는 그 자리에서 아이 가족이 찾아오기를 기다려, 더없는 감사와 행인의 칭찬을 듬뿍 받았더랬다.

또, 할머니가 길을 건너다가 넘어졌는데 부축하는 자가 아무도 없는 사건도 있었다. 허칠안은 훌륭한 청년으로서 이런 일을 맞닥뜨리면 당연히 책임을 지기 때문에 할머니의 감사와 행인들의 칭찬을 받았더랬다.

그 후, 허칠안은 이상함을 눈치챘다.

“왜 난 어디를 가든 허세를 부리지? 과학적이지 않단 말이야. 할머니를 부축해서 길을 건너고 나면 추(秋) 씨 집안의 아가씨를 도와 이복(李複)을 망치로 내리쳐야 하는 거 아니야?” (*중국 게임 속 두 캐릭터 추엽청과 이복의 대사. 허칠안이 어디를 가든 일면식 없는 사람을 돕는 컨셉으로 이해할 수 있음.)

그가 이런 생각을 떠올렸을 때, 과연 길가에서 머리를 풀어헤친 부인이 달려와 엉엉 울기 시작했다.

뒤에는 한 사나이가 쫓아와 손바닥을 쳐들더니 뺨을 때리고선 욕을 퍼부었다.

“이 뻔뻔한 여편네를 때려죽여야지. 이 뻔뻔한 여편네를 때려죽여야지. 이 몸이 바로 이연장(*離緣狀: 남자가 여자에게 주던 이혼 증서)을 쓸 것이다…….”

‘이상해…….’

허칠안은 말머리를 돌려 암말의 엉덩이를 채찍으로 치고 다그닥다그닥 사천감 방향으로 달려갔다.

가는 길에 마음을 가라앉히고 생각해 보니 비교적 합리적인 추측이 떠올랐다.

원래 몸속의 이상한 기운은 그의 수련 경지에 따라 높아지고 천천히 되살아난다. 이는 점진적으로 향상되는 과정이다. 이러한 이유로 외적인 구현은 1전에서 5전까지 은자 줍기나 다름없다…….

그는 지금 옥새의 기운을 빨아들였더니 일을 서두르다 못해 오히려 그르친 듯, 기운이 통제력을 잃었다.

‘종리는 액운이 몸에 달라붙었으니 시시각각 갑자기 닥쳐오는 뜻밖의 사고를 방비해야 한다. 하지만 나는 기운이 몸에 달라붙어 있어 시시각각 갑자기 닥쳐오는 허세 사건을 방비해야 한다……. 이건 결코 좋은 일이 아니라고. 게다가 이런 뜻밖의 사건이 원래 발생할 예정이었는지 아니면 내가 나타나면서 용의주도하게 발생하는 건지 확실치가 않다. 내가 허세를 부리게 하려는, 음 명성과 인망을 얻게 하려는 목적인가?’

허칠안은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속으로 자조하였다.

‘앞으로 나는 《나는 정말 허세를 떨고 싶지 않았다》라는 책을 한 권 써도 되겠구먼.’

* * *

그가 달리는 말에 채찍질하여 사천감으로 돌아왔는데 말에서 내리기도 전에 뒤에서 길게 읊는 소리가 들려왔다.

“붕새가 어느 날 같이 바람을 일으켜 구만 리 위로 곧장 올라가네. 손으로 밝은 달을 움켜쥐고 별을 따니, 세상에 나 같은 이 없네.”

여음 속에서 자옥(紫玉)이 허칠안 앞으로 날아와 허공에 꼼짝하지 않고 떠 있었다.

양천환이 말했다.

“스승님께서 자네에게 전해 주라고 하셨네. 자네에게 골칫거리가 좀 생길 텐데 이 옥패로 해결할 수 있다고 말씀하셨네.”

‘이 옥패는 내 기운을 차단할 수 있나?’

옥패를 받아 자세히 살펴보니 형태가 원반과 같고, 허영음의 손바닥만큼 컸다. 손으로 만져 보니 부드럽고 반질반질했다…….

허칠안은 마음속으로 기뻐하며 탄복했다.

“감정께서는 정말이지 신입니다. 그는 제가 돌아올 걸 진작 알았어요.”

양천환이 듣더니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전에 내게 전해 주었네.”

“?”

허칠안의 표정이 굳었다.

“그럼 사형께서 방금 왜 제게 전해주지 않으셨습니까?”

양천환이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가장 중요한 물건은 당연히 뒤쪽에 남겨 두었다가 나타나야지. 마치 영웅이 언제나 가장 위기의 순간에 나타나듯이 말이야.”

‘정말 못 견디겠다. 감정이 빨리 나 대신 이 자식을 때려죽였으면…….’

허칠안은 속으로 양천환의 선조 18대에게 백 번 문안을 드리고, 굳은 얼굴로 채찍을 휘두르며 갔다.

* * *

허칠안과 회경공주는 덕형원에서 나란히 놓인 탁자에 앉아 손에는 따뜻한 차를 받쳐 들었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 수려한 얼굴을 뒤덮었다. 허칠안이 말했다.

“마마께서는 사서를 통독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재능이 사내에 뒤지지 않으십니다.”

회경은 배 위에 양손을 깍지 끼고, 등허리를 꼿꼿이 세운 채 쌀쌀맞게 반문했다.

“사내에 뒤지지 않는다?”

가을 호수 같은 맑고 투명한 눈동자가 허칠안을 몇 초간 주시했다.

“소직이 적절치 않은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장원랑에 못지않으십니다.”

허칠안이 웃으며 말했다.

회경은 더는 말을 하지 않고 널찍한 소매 속의 섬섬옥수를 내밀어 찻잔을 받치고 한 모금 마시더니 말했다.

“물어볼 일이 있는가?”

‘똑똑한 사람이랑 대화하는 게 편해…….’

허칠안이 말했다.

“마마께서는 대량 황조를 아십니까?”

상성 밖의 고분 탐사는 천지회 내부 집단의 임무에 속했다. 허칠안은 위연이 천지회 내부에 심어 둔 내부 첩자로서 이 일을 응당 상관에게 보고해야 했지만, 그는 옥새 기운의 일로 숨길 작정이었다.

“‘대량’이라는 명칭의 황조는 세 개가 있네. 가장 이른 건 지금으로부터 약 3천여 년 전이고, 가장 최근은 흠. 대봉이 나라를 세운 후 전대 황조의 잔당이 무신교의 도움을 받아 잠깐 대량을 세웠네. 18년 후 고조부 황제에게 멸해졌지.”

회경은 생각조차 않고 직접적으로 답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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