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절대타경-387화 (387/712)

387화. 참말로 신이군

허칠안이 황급히 물었다.

“어르신은 다른 다섯 갈래의 유파와 아직도 연락하십니까? 그들은 지금 어떠한지요?”

공양숙은 고개를 저었다.

“각자 아득히 먼 곳으로 가 버렸는데 무슨 연락을 하겠습니까. 게다가 왜 연락해야 하나요? 비밀 조직을 결성하여 사천감에 대항하라고요?”

그는 쓴웃음을 지었다.

“술사 체계는 황조에 의지해야 합니다. 고품에 다다를수록 더욱 그러하죠. 이 역시 저희 여섯 갈래의 술사가 몰락하게 될 이유입니다.”

‘아닌데. 내가 운주에서 마주친 자는 분명 사천감에 속하지 않는 고품 술사다. 그런데 여섯 갈래의 파벌은 고품으로 승직할 수 없다고 하니……. 논리에 문제가 생겼다.’

허칠안이 나지막이 말했다.

“제가 일찍이 운주에서 고품 술사 한 분을 마주친 적이 있지요. 적어도 천기사인데 그는 사천감 사람이 아닙니다.”

공양숙이 어리둥절하다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그럴 리가 없습니다.”

허칠안이 침음하며 말했다.

“이럴 가능성은 없나요? 그가 어떠한 세력에 빌붙은 겁니다. 예를 들면 사천감이 대봉에 의지하는 것처럼요.”

공양숙은 사색하며 말했다.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불문, 무신교 양자 모두 가능성이 있습니다. 남강 오랑캐와 북방 오랑캐라면, 허, 공자님은 모르실 수도 있는데 그들은 기운을 응집하지 못합니다.”

‘아니, 나 알아. 원장 조위가 나한테 다 말해 줬거든……. 불문과 무신교밖에 없다고……? 그 술사가 무신교의 음모를 꺾으려 나를 도왔다. 그는 나에게 분명히 악의를 품고 있다. 내가 세은 사건 배후의 비하인드 술사가 바로 이 무리라는 의심을 하기 때문이거든. 물론 이 추측은 증명이 필요하지만…….

하지만, 그가 나에게 선의든 악의든 품든 간에 그와 무신교는 모두 같은 편은 아니다. 그렇다면 불문만 남는데?! 서방의 그 중놈들이 별로 좋은 놈들이 아니라는 건 알지……. 신중하자, 신중해. 지금은 아직 가설일 뿐, 증거가 없다……. 음, 하지만 내가 중놈들을 디스하는 것도 무방하지.’

허칠안은 깊이 숨을 들이쉬었다. 그는 구주의 각 세력 간에 암조(暗潮)가 솟구친다는 사실을 똑똑히 깨달았다.

“공양 어르신께 마지막으로 가르침을 얻고 싶습니다.”

허칠안이 말했다.

“공자님은 제 생명을 구해 준 은인입니다. 노인네가 알고 있기만 하다면, 조금도 숨기지 않고 아는 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공양숙이 고개를 끄덕였다.

“감정이 초대 감정에 관한 모든 정보를 차단했다는 사실을 아십니까?”

공양숙이 ‘허’하고 소리를 냈다.

“예상했습니다. 자고로 제왕은 사서를 고칠 줄 알지요.”

허칠안은 당혹스러워하며 말했다.

“하지만 문제는 초대 감정의 존재를 아는 자가 적지 않다는 것이지요. 예를 들면 어르신과 저처럼요.”

공양숙은 잠시 침음하더니 물살이 센 작은 개울물로 시선을 옮기고 생각에 잠겨 말했다.

“허 공자님은 왜 천기를 차단했다고 생각하십니까?”

“누군가와 관련된 전부를 없애거나 누군가의 특수함을 차단하려고?”

허칠안은 ‘차단 방법’에 관한 자신의 이해를 바탕으로 대답했다.

공양숙은 시선을 거두고 허칠안을 바라보았다.

“그럼, 관련된 전부를 없앤다는 말은 무엇인지요?”

공양숙은 허칠안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았다. 그는 고개를 숙이고 발끝으로 땅을 긋더니 흔적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 흔적을 지우는 일은 아주 간단하지요. 어느 누구도 제가 이곳에 선을 하나 그었음을 알 수가 없지요. 하지만 만약 이 선이 무수히 확대되어 계곡으로, 나아가 협곡으로 변한다면요? 더 나아가 만약 이 협곡이 경성을 가로지른다면요?”

허칠안은 문득 모든 걸 깨닫고 말했다.

“이해했습니다. 초대 감정이 바로 이 협곡이군요. 설령 천기가 차단당했다고 해도 영향력이 매우 크고 아주 눈에 띈다면, 남은 흔적을 모조리 제거할 수 없겠지요.”

공양숙이 고개를 끄덕이고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만약 허 공자님의 가장 가까운 사람, 예를 들어 부모님께서 존재했던 흔적이 사라졌다고 치겠습니다. 그렇다면 허 공자님은 자신이 불효했다고 생각할 겁니까? 다른 사람들은 허 공자님이 불효했다고 여길까요? 천기를 차단하는 법술은 천지의 규칙과 올바른 도리를 따라야 하지요. 만약 가장 가까운 사람이라면 그들은 머릿속에 모호한 개념이 남았을 테지만, 상응하는 세부 사항은 기억하지 못하겠지요.”

‘그랬군. 어쩐지 위연이 초대 감정이라는 사람을 항상 잊고 지내는데 사천감의 정보를 떠올릴 때면 역사의 한 토막에서 초대 감정이 기억난다고 말했다!’

허칠안은 뜻하는 바가 있는 듯 말했다.

“어르신, 아는 게 정말 많으시군요.”

공양숙은 양심에 거리끼는 게 없기에 웃기 시작했다.

“제가 아는 게 많은 것이 아닙니다. 저희 이 계통은 이 정도만 알 뿐이지요. 기왕 여기까지 얘기한 김에 제가 술사 체계의 은밀한 비밀을 더 말씀드리겠습니다. 술사 1품과 2품은 아주 신비롭습니다. 저의 그 창시자도 이 두 가지 품계의 명칭과 대응하는 수단을 알지 못하지요.”

허칠안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일깨워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허칠안은 대화를 끝내고 시냇가에 있는 종리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그녀는 마침 자신의 상처를 깨끗하게 씻고 나서 갈색의 연고로 붓고 충혈된 다리를 끊임없이 닦아내던 참이었다.

그녀는 다리 붓기가 다소 사그라들자 준비한 나무 막대 두 개를 꺼내고, 헝겊 한 토막을 찢어 자신의 뼈를 맞추려고 했다.

허칠안이 갑자기 그녀의 뒤에서 크게 소리쳤다.

종리는 깜짝 놀라 부들부들 떨었다. 그러다 나무 막대를 손에서 떨어트리는 바람에 막대가 시냇물을 따라 떠내려갔다.

허칠안은 허리춤에 양손을 얹고, 득의양양하게 쳐다보았다.

“자네…….”

종리는 다소 화가 나서 이를 악물고 구시렁댔다.

“다음에는 자네를 찾으러 돌아가지 않겠네.”

“됐어요, 됐어요. 보잘것없는 막대가 뭐 아쉬울 게 있다고요. 경성으로 돌아가면 은 막대기로 바꿔 드릴게요.”

허칠안은 그녀를 끌어당겨 일으켰고, 불운한 오사저를 등에 업고 목소리를 높이며 말했다.

“도사님, 경성으로 돌아갈 때입니다.”

순식간에 비검과 종이학이 바람을 가르며 하늘을 뚫고 사라졌다.

석양을 등지고, 허칠안은 양손으로 종리를 받쳐 든 채 소리 높여 노래를 불렀다.

후토방 구성원들은 고개를 들어 고수들이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마음이 흔들렸다.

아득히 먼 곳에서 소리 높여 부르는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 * *

석양 볕 아래, 후토방 구성원들이 상성 입구에 이르렀다. 성문을 닫는 시간까지는 마침 일각밖에 남지 않았다.

“빨리, 좀 빨리. 얼른 객잔을 찾아 쉬자고. 더 늦으면 야간 통행 금지일세.”

두목이 패거리들의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가 돌아서서 보자 전우가 따라오지 않고, 성문 쪽 방문(榜文) 담벼락 앞에 멈춰서 그 위의 관아 방문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전우, 전우……. 자네 무슨 멍을 때리는 겐가. 담장 위에 여인이 있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발걸음을 떼지 못하다니.”

두목이 버럭 소리쳤다.

전우가 돌아보더니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한 표정을 하고, 더듬으면서 말했다.

“두, 두목! 여, 여기로 와보세요…….”

머리끝까지 화가 치민 두목은 가서 욕을 퍼부었다.

“담장에 만약 여인이 없다면, 이 몸이 네 가죽을 벗겨 담벼락 위를 메울 테다.”

그는 화가 나 욕을 퍼부으면서 전우의 손을 따라 담벼락 위의 방문을 보았다.

그런 뒤 두 사람은 함께 담장 옆에 우두커니 자리했다.

“두목, 두 사람 무슨 일입니까?”

다른 구성원들은 상황을 목격하고 따라 걸어오면서 속으로는 이렇게 말했다.

‘이 담장 위에 절세미녀라도 있나, 저 두 사람 무슨 일이지?’

눈여겨보니 담장 위에는 관아 방문이 한 장 붙어 있었다.

<신축년, 3월 18일, 불문 사절단이 경성에 도착하여 사천감과 두법하고자 했다. 야경꾼 관아의 은라 허칠안이 출전하여 진법을 부수고 금신을 베었으며 불법을 논하였다……. 온 힘을 다해 불문을 격파하고 대봉의 국위를 드높였다.>

전우는 더듬으며 말했다.

“제, 제가 기억하기로는 은인의 성함이 허칠안이라고 했던 것 같습니다만?!”

“꿀꺽!”

한 명의 후토방 구성원이 목젖을 굴렸다.

“꿀꺽…….”

침을 삼키는 소리가 잇따라 울려 퍼졌다.

‘사천감을 대표해 겨루어 불문을 격파하다니…….’

공양숙의 눈동자가 심하게 수축했다. 그는 허 씨 성의 젊은이 신분이 범상치 않다는 걸 눈치챘다.

하지만 그는 상대방이 이런 인물이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두목이 중얼거렸다.

“내가 잘못했군, 잘못했어……. 순진하게도 그가 지위가 가장 낮은 무사인 줄 알았다니! 알고 보니, 알고 보니 그야말로 진정한 거물이었어. 진법을 부수고, 금신을 베고, 불법을 논했다니……. 정말 신이 따로 없군.”

* * *

한밤중, 희미한 달이 뜨고, 별빛 아래 짙은 안개로 뒤덮였다.

허칠안은 종리를 업은 채 상공에서 경성을 굽어보았다. 천하제일의 성은 어둠 속에 조용히 동면을 취했다.

성벽의 마도(馬道) 위로 스무 걸음마다 높이 솟구친 불더미가 하나씩 설치되어 거리를 비추었다. 황궁, 황성, 내성 등지의 등불이 아주 찬란하게 빛났다.

“정말 예쁘군.”

그의 등에 엎드렸던 종리가 중얼거렸다.

“사천감의 팔괘대에서는 이런 야경이 보이지 않나요?”

허칠안이 웃었다.

“이렇게 예쁜 장면을 보지는 못하지. 게다가 스승님께서는 밤에 천문 현상을 관측해야 해서 이 시간에는 보통 우리가 팔괘대에 오르지 못하게 하시네. 채미 사매를 제외하고는.”

종리가 유감스러워하며 말했다.

“왜 채미 소저는 가능합니까?”

허칠안은 의아해했다.

“아마도 그녀가 가장 어리고 바보니까 스승님께서 유달리 편애하시는 게지.”

종리가 추측했다.

‘……지금 채미 험담하나? 사저가 이런 사람인 줄 생각지 못했습니다. 악, 하지만 불운한 오사저의 성격이라면 아마 사실을 말했을 텐데……. 채미가 그다지 똑똑하지 않다는 점은 사천감도 공인하나 보군.’

허칠안은 화제를 돌리려 낮은 소리로 말했다.

“제가 꿈속에서 도시를 하나 본 적이 있는데 밤마다 등불이 길가를 밝게 비춰 도시의 구석구석을 구불구불 휘감더군요. 또, 제가 꿈속에서 도시를 하나 본 적이 있는데 관성루처럼 높이 솟은 건축물이 널리 퍼져 있고, 각양각색의 빛을 내뿜더군요. 심지어 빛나는 마차가 거리를 누비고, 도시 전체가 찬란하게 빛나 눈이 부셨죠. 밤새 촛불이 끊임없이 타면서 날이 밝을 때까지 빛나더라는 겁니다.”

종리는 듣더니 다소 넋을 잃고 중얼거렸다.

“그건 분명 도원경이네.”

허칠안은 대답하지 않고 웃었다. 미소 속에 그리움과 실망감이 서렸다.

한편, 비검과 종이학은 바로 낙하하지 않고, 외성 공중에서 잠시 빙빙 돌았다. 이는 문을 두드리는 일이나 다름없었다. 사천감의 술사나 경성 고수에게 반응할 기회를 주는 셈이다.

그렇게 온 사람이 적이 아니라 자기 사람이라는 걸 알렸다.

그가 만약 사전에 알리지 않고 갑자기 휙휙 낙하하면, 경성 고수들이 자극에 반응하며 나설 가능성이 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