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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타경-385화 (385/712)

385화. 정보량이 너무 많아서 머리가 다운됐어

미라는 허칠안을 쳐다보면서 속았다는 분노를 표출했다.

“네 몸의 기운이 당시 주군의 기운과 아주 똑같기에 너를 그로 착각한 것이다.”

“설마 모든 제왕이 몸에 기운을 지닌 건 아니지?”

허칠안이 물었다.

미라는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만약 내가 안다면 사람을 잘못 보지 않았겠지.”

허칠안이 입으로 신수 승려의 목소리를 냈다.

“제왕이 몸에 기운을 지니고 있다고 해도 그 기운은 그에게 속하지 않고, 황조에 속하네. 이러한 이유로 제왕은 교체할 수 있는 것이야. 허나 자네는 달라. 자네가 몸에 지닌 건 정련되었던 기운이기에 오로지 자네에게만 속하지. 그 도인도 분명히 이러할 걸세. 그렇기에 그가 자네를 도인으로 인지한 게지.”

‘정련된 적 있는 기운이라…….’

허칠안은 가슴이 철렁했다.

허칠안의 질문에 대답을 마친 신수가 계속해서 말했다.

“현재 인족의 정통은 대봉 황조다. 네가 존재하던 그 시대와는 아마 만년 이상 차이가 날 테지. 네 주군의 행방에 관해서 빈승이 알려줄 수 있다. 대량 후, 전봉 신마의 지위를 갖춘 존재는 고신, 무신, 부처, 도존, 유가 성인이 있었다. 그중 유가 성인은 죽었고, 도존은 일기화삼청(一氣化三靑) 후 종적을 알 수 없다. 다른 몇 분은 허, 문제가 좀 생겼지.”

‘이 부분은 내가 시종일관 이해하지 못하는 점과도 연관되는데, 유가 성인은 어째서 82세까지밖에 살지 못하지? 그리고 다른 몇 분에게 문제가 생겼다는 건 또 뭐야? 이 말을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극도로 두렵다…….’

허칠안의 뇌는 중압감을 다소 이겨내지 못하는 듯했다. 그가 지금 흡수한 정보는 너무 많고, 복잡하고, 고차원적이었다.

그는 이를 억지로 분석하려고 하니 골이 아팠다.

“이 중에 네 주군이 있는지 없는지는 스스로 생각해라. 만약 없다면 그는 이미 죽었거나 아직 힘을 비축하고 있을 것이다. 만약 있다면, 그가 왜 너를 찾으러 돌아오지 않는지는 허, 이건 빈승도 모르겠구나.”

미라는 그를 주시하며 물었다.

“그중에 너는 없단 말인가?”

신수 승려가 고개를 가로저은 뒤 말했다.

“빈승이 네게 두 가지 선택지를 주겠다. 첫째, 내가 지금 너를 없앤다. 둘째, 너는 묘지에 남아 계속해서 기다려라. 하지만 이번에 너는 다시 잠들 수 없다. 끝없는 고독과 적막을 견뎌야 할 것이다.”

“나는…… 나는 계속해서 기다리는 걸 선택하겠다. 이건 내 사명이다.”

미라가 목소리를 낮추고 말했다.

“내가 존재하는 의의기도 하다.”

‘정말 충견이 따로 없군…….’

허칠안은 좀 감동했고, 그러다가 신수 승려가 하는 말을 들었다.

“10년 내로 그가 돌아와 네게 기운을 돌려줄 것이다.”

“좋다.”

미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What are you doing?’

허칠안은 공연히 얼굴이 굳어졌다.

이때 그의 귓바퀴가 움직였고, 이상한 발소리를 들었다. 그 걸음걸이는 땅에 발을 디디는 경중이 달랐다. 오는 자는 절름발이인 듯했다.

“누군가 왔군.”

신수 승려가 미간을 찌푸리고 나지막이 말했다.

“나는 계속해서 숙면을 취해야겠군. 그러지 않으면 삼키고 싶은 욕망을 억제할 수가 없네. 내 걱정 말게. 자네가 음식을 흡입하는 기운이 더 많을수록 내게도 장점이 있으니.”

목소리가 점점 들리지 않더니 사라졌다.

절뚤절뚝 발소리가 가까워졌다. 누군가 폐허가 된 주묘 입구에서 산발한 머리를 천천히 내밀고 조심스럽게 안쪽을 훑어보았다.

“뭘 보는 것이냐!”

허칠안이 소리쳤다.

그녀는 깜짝 놀라 머리를 재빨리 움츠리고 숨어들었다. 그러다 몇 초 흐른 뒤 아주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머리를 다시 내밀었다.

이번에는 허칠안이 바로 그녀 앞에 있었다.

종리는 깜짝 놀라 엉덩방아를 찧었다.

허칠안은 그녀가 망기술로 정탐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는 걸 알았기에 일부러 그녀에게 겁을 주고 쌀쌀맞게 말했다.

“마침 배고팠는데 잘 되었구나. 헤헤헤…….”

종리는 덜덜 떨면서 한쪽 다리를 질질 끌며 뒤로 기어갔다. 마치 놀란 토끼 같았다.

“사저, 다리가 왜 그래요?”

허칠안이 미간을 찌푸리고 정상적인 말투로 물었다.

종리는 고개를 쳐들고 머리카락 속에 숨긴 눈동자로 그를 잠시 응시하더니 말했다.

“자네, 자네 죽지 않았군. 빼앗기지 않았어…….”

기뻐하는 말투였다.

“몸을 보호해주는 대기운이 있으니 죽을 수가 없죠.”

허칠안은 그녀의 다리를 눈여겨보며 말했다.

“왜 돌아왔어요?”

“자네를 찾으려고 돌아왔지.”

종리가 말을 마치고 억울하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

“오는 길에 돌이 떨어져 다리가 부러졌네.”

‘……내가 뭐라고 말할 수 있겠나. 이것이 예언사의 기초 테크닉인데!’

허칠안이 몇 초간 잠자코 있다가 말했다.

“알겠어요. 그럼 저희 같이 돌아가요.”

종리는 욕을 먹지 않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하여 종리는 다리를 절뚝이며 허칠안의 뒤를 따라 그와 함께 돌아갔다. 그녀의 다리가 조금 뒤틀려 바지통 안에서 검붉은 선혈이 배어 나왔다.

그녀는 허칠안을 따라잡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껑충껑충 뛰어야 했고, 그 탓에 상처가 점점 심해졌다.

허칠안이 앞서 가던 중 갑자기 멈추고 물었다.

“아파요?”

“응…….”

그녀는 작은 목소리로 대꾸했다.

“이게 바로 머리를 쓰지 않은 대가라고요.”

허칠안이 나무라더니 되돌아와서 바닥에 웅크리고 앉았다.

“제가 사저를 업고 나갈게요.”

종리는 옮겨와서 두 손을 벌리고 막 달려들던 참이었다. 그런데 허칠안이 갑자기 일어서는 바람에 ‘쿵’하는 소리와 함게 종리의 아래턱을 머리로 받쳤다. 그녀는 비명을 지르며 고개를 젖히고 넘어졌다.

‘쩐다……. 이렇게 운이 없을 수가 있나!’

허칠안은 속으로 말했다.

그는 가엾은 오사저를 가로로 들쳐 안고 밖으로 걸어가면서 양심의 가책에 시달려 곧 해명했다.

“제, 제가 방금 만약 사저를 업는다면 머리 위에 또 돌이 떨어져서 사저 머리를 깨부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종리는 혀가 찢어져서 정확하게 말을 할 수 없었다.

“내가 재수 없는 걸 기억하고는…….”

허칠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방금 문득 일어서서 사저를 안으려고 했어요.”

종리가 다시 말했다.

“내가 재수 없는 걸 기억하고는…….”

허칠안이 비웃었다.

“사저는 정말 불운해요.”

종리는 민망하여 그의 팔오금에 얼굴을 파묻었다.

“제가 무덤의 시체를 해결했어요. 제가 감히 남은 건 당연히 후수(后招)가 있어서였죠. 저는 속셈이 있지만, 사저는 없잖아요. 자신이 얼마나 불운한지 몰라요?”

허칠안은 화제를 끌고 와 경고했다.

“다음번에 다시 이런 일이 생기면 스스로 도망칠 궁리만 하세요. 그때 가서 저는 죽지 않았는데 사저가 먼저 죽지 말고요.”

“나, 나는 자네가 걱정돼서 그랬지.”

그녀가 말했다.

“됐어요. 사저가 제 여자친구도 아닌데 쓸데없이 남의 일에 참견하고 그래요.”

허칠안이 질책했다.

‘나는 부마가 될 사람이라고.’

* * *

해가 서쪽으로 지는 황혼.

도굴 안에서 후토방 구성원들이 하나씩 뚫고 나왔다. 총 13명에 천지회 구성원들을 더하면 16명이었다.

“드디어 나왔다!”

“마치 딴 세상 같구먼. 하마터면 안에서 죽는 줄 알았네……. 건진 물건에 한계가 있어서 아쉽긴 하지만.”

도굴꾼들은 마음이 설렜다. 어떤 이는 허탈한 듯 바닥에 앉아 재난을 겪고 살아남은 생존자의 기쁨을 만끽했고, 어떤 이는 무덤에서 가져나온 재물을 무시하면서 이번 활동의 가성비가 너무 낮다며 개탄했다.

천지회 사람들은 마음이 무거워 얼굴에 웃음기가 없었다.

항원은 리나를 바닥에 살며시 내려놓고 멍하니 도굴을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빈승은 여인보다도 못합니다.”

그는 몇 초간 꼼짝하지 않고 앉아서 양손을 합장하고 비통하게 울었다.

슬픔의 정도는 자기 손으로 키운 항혜가 죽었을 때보다 약하지 않았다.

‘항원이 마음에 응어리가 질까 봐 무섭군……. 앞으로 고품에 이르면 이 점이 그의 심경에 가장 큰 허점이겠어…….’

초원진은 입을 떼고 위로하고 싶었지만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 역시 차분히 있으면서 슬픔을 가라앉힐 시간이 필요했다.

항원은 허칠안에게 여러 번 은혜를 입었는데 하필 이런 생사의 고비에서 ‘겁을 내며’ 도망쳤다. 이 일이 항원에게 준 타격은 상상할 수 없다.

초원진은 비록 허칠안의 은혜를 입은 적이 없지만, 그를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로 생각했다. 허칠안이 지하 무덤에서 죽었으니, 그는 극도의 비통에 잠겼다.

‘그럴 리 없다, 그럴 리 없어……. 그는 대기운을 짊어진 자이니 이곳에서 죽을 리 없다…….’

금련 도사는 보기 드물게 무너진 모습을 보였다. 그가 줄곧 고수해온 고수 이미지와 아주 대비되었다.

그는 마음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하지만 소위 대기운이 있는 자가 정말 불사불멸이 아니라는 것도 알았다. 더욱이 고품과 접촉한 경우라면 말이다.

‘이런 기운을 짊어진 자를 이곳에서 잃다니, 내가 반드시 소멸하리라는 것을 예고하는 건가…….’

금련 도사는 낙담하였다.

“도사님!”

이때, 후토방의 두목이 걸어왔다. 그는 초췌해 보였다. 눈가가 움푹 파이고, 기혈에 실속이 없었다. 그는 혼탁한 눈동자를 반짝이며 말했다.

“도사님, 저희 은인의 성함을 알려주십시오. 후토방이 비록 무덤을 파는 도적이고, 강호의 비천한 놈들이지만 저희도 지은도보(*知恩圖報: 은혜를 알고 보답하다)는 압니다. 은인이 이미 돌아가셔서 저희가 한평생 보답할 길이 없지만, 그분을 위해 장생비(張生碑)를 세우고 싶습니다. 이제부터 후토방의 모든 구성원이 꼭 매일 제사를 지내며 영원히 잊지 않을 겁니다.”

전우의 눈에 뜨거운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그는 눈을 닦으면서 울었다.

“도사님, 은인의 성함을 알려 주십시오.”

“도사님, 은인의 성함을 알려 주십시오.”

후토방의 모든 구성원들이 흥분하여 말했다.

“허칠안, 그자는 허칠안이라고 하네. 경성 야경꾼 관아의 은라일세.”

금련 도사가 탄식하며 말한 뒤 그들에게 이름을 어떻게 쓰는지 알려주었다.

‘허칠안…….’

후토방 사람들은 이 이름을 묵묵히 기억했다.

바로 이때, 금련 도사와 항원과 초원진이 갑자기 굳었다. 그들은 도굴 입구에서 들려오는 아주 미세한 발소리를 포착했다.

몇 초간 침묵이 흐른 뒤, 항원이 리나를 잡아 후토방 사람들에게 내팽개치더니 낮은 목소리로 포효했다.

“가십시오, 얼른!”

금련 도사와 초원진은 어느 정도 뒤로 물러나 항원과 ‘품(品)’자 모양을 이루고 도굴을 쳐다보았다.

늙은 도사가 나지막이 말했다.

“재빨리 벗어나십시오. 멀리 갈 수 있을 만큼 가세요. 무덤 안의 사악한 괴물이…… 나왔습니다.”

항원은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해탈한 듯한 표정을 보였고, 더할 나위 없이 가뿐한 어조로 말했다.

“아미타불, 이번에는 빈승 가지 않을 겁니다.”

‘나는 천인 간의 전쟁에 아직 참여하지도 않았는데…….’

초원진은 중얼거리더니 손을 등 뒤로 뻗어 지금껏 자루에서 나온 적이 없는 검을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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