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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타경-384화 (384/712)

384화. 황당한 상태

초원진은 풀이 죽어 논쟁하는 두 사람을 쳐다보았다. 그는 청삼 검객으로 강호를 떠돌던 의지와 기개가 완전히 사라졌다. 마치 뜻을 얻지 못해 떠돌아다니는 사람 같았다.

허칠안이 홀로 무덤에 남아 후방을 엄호하는 장면이 그의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스쳤다.

그는 비록 허칠안과 안 지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이 은라를 아주 좋게 보았다. 그는 허칠안을 알기 훨씬 전에 천지회 내부의 전서를 통해 이 자를 꽤 깊이 파악하고 있었다.

항원은 그가 마음씨가 착한 사람이라고 말했으며, 일호는 그가 방탕하고 여색을 밝히는 자라고 말했다. 이묘진은 그가 사소한 일은 돌보지 않으나, 일의 핵심은 놓치지 않는 의협심이 많은 자라고 했다.

그리고 초원진 자신이 보기에 허칠안은 사귈 가치가 있는 좋은 친구였다. 그의 품성과 도덕성은 인정할 만했다.

초원진은 이번에 경성에 돌아와 얻은 가장 큰 수확이 바로 허칠안과 인연을 맺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재미있고, 높게 평가할 만한 친구다.

이런 사람이 모두를 구하기 위해 뒤돌아보지 않고 용감하게 남았다.

“정말이지 자네만이 할 수 있는 일이네. 우리더러 삼호에게 어떻게 설명하란 말인가…….”

초원진은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시야가 점점 흐려졌다.

“그는 내 생명의 은인이란 말이다. 그에게 보답할 거라고 말했는데…….”

항원은 말을 하다가 갑자기 얼굴이 흉악해지더니 중얼중얼 혼잣말을 했다.

“내가 무슨 낯짝으로 살겠는가, 내가 무슨 낯짝으로 살아간단 말인가.”

“안 되겠네. 자네 불심이 무너지겠어.”

금련 도사는 안색이 변해 손가락 끝으로 항원의 양미간을 찍었다. 그는 초조한 마음을 달래 원신이 침착해지게 했다.

항원은 눈빛이 다소 맑아져서, 금련 도사의 손을 거칠게 쳐냈다.

“항원, 자네가 생각하는 것 같지 않네.”

금련 도사가 소리쳤다.

“사실 허칠안 그자는……!”

금련 도사는 허칠안이 바로 삼호고, 지서 파편의 소지자이자 천지회 구성원이라고 그에게 말할 참이었다.

바로 이때, 지하 궁전 전체가 갑자기 흔들리기 시작했다. 끊임없이 둥근 천장에서 돌이 떨어졌다.

금련 도사는 갑자기 말을 멈췄고,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들었다.

“지하 궁전이 무너지려 하네.”

어느새 지하 궁전 전체가 언제든지 함몰할 상태에 놓였다.

종리가 별안간 말했다.

“지하 궁전에 문제가 생겼어요. 진법이 저절로 풀렸습니다. 저, 저희 나갈 수 있어요…….”

뒤이어 그녀는 업고 있던 리나를 항원에게 맡겼다.

“대사께서 저 대신 그녀를 업어 데리고 나가십시오.”

커다란 바위가 또 굴러떨어져 곧장 종리와 리나를 향했다.

“조심해!”

항원이 사람을 구하려는 생각으로 슬픈 감정을 억누른 채 두 소저를 잡아당겼다. 그는 그 김에 오호를 받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좋습니다. 제가 그녀를 데리고 나가겠습니다.”

종 소저는 액운이 몸에 달라붙었다. 지하 궁전이 무너지는 상황에서 오호를 더 업는 일은 확실히 옳지 않다.

모든 사람이 도망쳤다. 과연 더는 방향을 잃지 않았다. 그들은 돌멩이가 끊임없이 떨어지는 환경 속에서 도굴이 연결된 그 묘실로 돌아왔다.

항원은 임무를 완수한 듯하자 숨을 내뱉고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런데 그가 돌아서서 보니 종리가 없었다!

‘그녀가, 그녀가 돌아갔다……!’

항원은 제자리에 굳었다. 그는 문득 꼬챙이가 가슴을 쑤시는 듯 괴로워졌다.

* * *

‘시체라고?!’

허칠안은 신수 승려의 말을 듣더니 어리둥절해하다가 곧바로 여러 가지 세부 사항을 떠올렸다.

벽화를 보면 이 무덤의 주인은 분명히 그 도인이다. 하지만 청동관에서 나온 건 부하를 자처하는 노란 도포의 미라였다.

노란 도포를 몸에 걸쳤다……. 부하가 어떻게 감히 노란 도포를 입는단 말인가. 이 점만으로도 아주 의심스럽다.

그리고 미라의 몸에는 불에 탄 흔적도 있었다. 벼락을 맞았다는 내력과 일치한다.

이상 여러 가지 세부 사항은 신수 승려가 미라의 신분을 밝힌 뒤 전부 설명됐었다.

‘이 시체는 도겁에 실패한 그 도사가 남긴 옛 몸인가? 그럼 그 자신은? 본인은 도겁에 성공해서 1품 경지에 발을 들여놓은 건가, 아니면 다른 몸을 빼앗은 건가…….’

허칠안의 생각은 걷잡을 수 없이 도사 그 자체로 옮겨갔다.

그는 곧바로 이상한 점이 떠올랐다. 금련 도사가 말한 적 있다. 2품이 도겁하는 시기에 성공하면 육지신선이 된다고 했다.

실패하면 재로 변한다. 하지만 이 도인이 껍데기를 남길 수 있었다는 말은 어떤 방법을 통해 사라지는 결과를 교묘하게 피했다는 뜻인가? 아니면 금련 도사의 단수가 너무 낮고 지식에 한계가 있어 천겁을 과장한 건가?

“내 주군의 정보를 얻어내고 싶나?”

미라가 흉악하고 추한 얼굴에 경시하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미라의 언어는 오늘날 대봉의 표준어와 아주 비슷했다. 미세한 부분의 발음만 좀 달랐다.

인족은 자고로 중원을 차지했다. 비록 역사가 단절됐지만, 인족은 항상 존재했기에 언어의 변화가 그리 크지 않았다.

‘이 자식, 자신의 전신(前身)에 충성심이 대단하네……. 하긴, 어쨌거나 한 육체의 전임자와 현직자니까.’

허칠안은 속으로 말했다.

신수 승려가 온화하게 말했다.

“도문 사람이 검수(劍修)하려면 기운을 빌려 수행해야 하지. 네가 말하지 않아도 빈승은 그 도인의 내력을 추측할 수 있다.”

‘인종이다! 그 도사는 인종 출신이야……. 어쩐지 벽화 내용에 그렇게도 강한 기시감이 들더라니. 이렇게 보니 도인이 왜 황제를 죽이고 황위를 찬탈하려 했는지 설명이 된다…….’

허칠안은 아주 안타까웠다.

미라는 잠시 침묵하더니 반박하지 않았다.

“사실 네 지위로는 알아차리는 일도 어렵지 않지.”

신수 승려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의 주군의 행방을 알고 싶지 않은가? 우리 정보를 교환할 수 있네.”

이번에 미라는 망설이지 않았다.

“좋다!”

‘협상 팁은 바로 상대방이 갖고 싶어 하는 물건을 쥐고 있어야 하는 것. 수요만 있으면 협상할 여지가 생긴다…….’

허칠안은 자신의 생각을 풍부하게 하면서 두 두목의 대화를 경청했다.

“그는 어떤 황조의 인물인가?”

신수 승려가 물었다.

“대량(大梁) 황조다.”

“대량 황조……. 자네 아는가?”

신수 승려가 미간을 찌푸렸다. 마지막 말은 허칠안에게 물은 것이었다.

뒤이어 그는 자문자답했다. 그의 입에서 허칠안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대사, 저는 유가 제자가 아니라 그저 저속한 무사입니다. 저는 대봉의 사서조차도 본 적이 없는데요…….”

‘나는 그저 무사라고. 이 체계에 없어야 하는 스트레스를 감당하게 하면 안 되지…….’

허칠안은 유머러스하게 비아냥거렸다.

“너희 꼴을 보아하니 내가 지나치게 오랫동안 잠들어 있었군.”

미라는 목구멍에서 허스키한 목소리를 내뱉었다. 그의 목은 이미 썩어 문드러진 듯했다.

“대량 황조 시기는 신마가 자취를 감춘 후 수만 년 뒤다. 그때 여러 나라가 중원을 할거하였지. 신마가 남긴 후손이 여전히 구주 대지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었다. 허나 이미 패잔한 세력이라 큰 재목이 되기에는 어려웠지. 인족 외에 요족의 세력 역시 만만하게 보면 안 됐다. 허나 인족의 수많은 영웅이 할거한 것처럼 요족도 마찬가지로 부족, 집단을 핵심으로 하여 서로 연합하고 있었지만, 총체적으로 오합지졸이었다. 인족과 대전을 치를 때만 요족의 각 부족이 단결하곤 했지.”

‘신마 이후는 인족과 요족이 패권을 다퉜군……. 이 역사가 얼마나 지속된 거지? 어째서 이 세계의 역사는 엉망진창이라는 느낌이 드는 걸까? 고증할 수 없는 과거가 너무 많다. 초원진 같은 장원도 벽화 속의 의복과 장신구를 모르고 말이야. 이 세계에는 사마천이 필요해…….’

허칠안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신마는 어떻게 죽었나?”

허칠안이 우세를 점해 ‘계정’의 소유권을 잠시 뺏어 왔다.

미라는 고개를 저었다.

‘알겠어. 역사가 너무 많이 단절돼 완벽한 문화 체계가 형성되지 않았군. 이런 보잘것없는 일은 아마 영원히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을 테지. 음, 남강 극연으로 찾아가 고신에게 물어보지 않는 이상…….’

허칠안은 계속해서 물었다.

“신마는 무슨 품계지?”

“품계?”

미라가 반문했다.

‘아아, 오늘날의 9품부터 1품은 유가 성인이 제시한 개념이자 직접 나눈 품계지. 이 무덤의 주인은 더 이른 시대에 있었고…….’

허칠안은 문득 모든 걸 깨우치고 말을 바꾸었다.

“실력이 어떠하지?”

“네 이 질문은 너무 모호해서 대답할 수가 없다. 신마마다 전투력이 다 다르기에 일률적으로 논할 수 없다. 가장 강한 신마는 영원히 죽지 않아 천지를 파괴하고도 남지.”

미라가 고개를 저었다.

‘그럼 가장 강한 신마는 품계를 초월하는 실력을 지니고 있다고 이해해도 되나?’

생각에 잠긴 허칠안은 말을 하지 않았다.

신수 승려가 여세를 몰아 ‘계정’을 통제하며 물었다.

“네가 존재하던 시대에 가장 최고봉 신마의 지위를 갖추고 있던 강자가 얼마나 있었는가?”

“신마가 자취를 감춘 후 전봉 신마의 지위에 도달할 수 있는 자가 더는 없었지. 유일하게 살아남은 고신이 바로 그 당시 최고 강자였다.”

미라가 대답했다.

허칠안은 이 말을 듣더니 잠시 어리둥절했다. 그가 이렇게 보니 신마가 자취를 감춘 이유는 인족과 요족이 신마를 없애서가 아니라 함정 때문인 듯했다.

또한 그 도인은 품계를 초월하는 강자의 ‘대가 끊어진’ 세월에 생존했다.

신수 승려가 미간을 찌푸렸다.

“도존은?”

이 말을 들은 허칠안은 곧바로 이상함을 깨달았다.

‘어떻게 품계를 초월하는 다른 존재가 없을 수 있지?’

미라가 불문을 모른다는 말은 그가 존재하던 시대에 부처가 아직 도리를 증명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무신 역시 마찬가지 이치다.

하지만 황위를 찬탈한 도인이 나타난 이상, 그건 틀림없이 도존 이후다. 어쨌거나 도존은 도문의 창시자지 않는가.

도존은 품계를 초월한 존재 아닌가? 어떻게 품계를 초월한 생명이 고신밖에 없단 말인가?

“무슨 도존?”

미라는 망연한 어조로 물었다.

‘이건…….’

허칠안은 순간 말을 잇지 못하고, 황당한 상태에 놓였다.

‘그가 도존을 모른다고? 그가 도존을 모른다고?! 도를 닦는 자가 도존조차 모르다니. 그럴 리가 없다.’

“도문의 개종 창시자도 모른단 말인가?”

허칠안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이 질문을 던졌다.

“도문?”

미라는 생각하더니 말했다.

“나는 전혀 들어본 적이 없다. 대량 이후 나타난 세력인가 보군.”

‘도문을 들어본 적이 없다니. 하지만 벽화 안의 그 도인은 실존 인물이다……. 다시 말해서 그 당시 도문이라는 개념이 아직 없었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도존조차 들어본 적이 없다는 건 아주 불합리하다고.’

허칠안은 곧 무사 체계에 관해 묘사했던 위연의 말을 떠올렸다. 무사 체계는 결코 단번에 이뤄지지 않았다. 이는 무에서 유를 창조한 것이다. 그리고 대대로 힘을 갈고 닦은 무사가 자신의 지혜와 타고난 자질에 기대어 끊임없이 탐색하고 개척하여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야 오늘날의 무사 체계를 형성했다.

그렇다면 도존이 도문의 창시자가 아닐 가능성이 있지 않은가? 당시 모호한 체계가 하나 있었는데 모두 이 길을 갔던 것이다. 그러다 도존이 완성자로, 품계를 초월하여 신선 급이 되는 데 성공했으리라.

이후에야 도문이 생겼다?

‘예전에 안독고에서 도문 삼종의 고서를 열람했을 때 도존이 나타난 연대가 분명하지 않아 고증할 수 없다고 기록되어 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는 역사가 단절된 현상과 일치한다. 아쉽구나. 그때는 유가가 없어서 서적을 편찬할 줄 아는 자가 없었다. 도존 완성자의 가설에 관해 검증하기 어렵겠어…….’

허칠안은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신수 승려가 하는 말을 들었다.

“네 얘기를 해 보거라.”

“주군이 도겁에 실패한 후 음신이 옛 몸을 벗어 버렸다. 그는 옛 몸에 잔류한 잔혼을 변화시키고, 세간을 떠돌아다니던 영혼을 수집해 잔혼을 메웠다. 그리하여 내가 탄생했다. 그 후, 그는 이 묘지를 지어 대량 국운이 응집된 옥새를 내게 맡겼다. 내게 잘 맡으라고 하면서 언젠가 그가 돌아와 가져갈 거라 했다. 하지만 수많은 세월이 흘러도, 너희가 무덤에 들어온 지금까지도 그는 돌아오지 않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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