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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타경-383화 (383/712)

383화. 불멸의 몸

노란 도포의 미라는 두 다리가 땅바닥에 깊이 빠졌다. 금신은 이 기회를 틈타 주먹을 날려 묵직한 천둥 같은 주먹 힘으로 그를 단단한 암석에 박아 넣었다.

“대사, 그 머리통을 빼내시죠.”

허칠안이 크게 소리쳤다.

금신이 앞으로 나가려던 때, 미라의 시뻘건 입이 갑자기 찢어지더니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소용돌이로 변했다.

금칠을 입에 넣으니 찬란한 금신이 순간 어두워졌다.

위기의 순간, 금신이 손짓하자 혼탁한 폐수에서 흑금장도가 물을 뚫고 나왔다. ‘쨍’하는 소리와 함께 미라의 옆얼굴에 부딪혀 머리가 약간 흔들렸다.

금신은 이 기회를 틈타 소용돌이가 영향을 미치는 범위에서 벗어났다. 다리를 걸어 뒤통수를 공격하자 금빛 부스러기가 여기저기 튀었다. 미라 뒤통수의 각질 갑주가 갈라졌다.

퍽퍽퍽!

로우킥이 잔영으로 변해 끊임없이 미라의 뒤통수를 공격했다. 충격파가 폭발하면서 각질이 계속해서 와해되고 무너져 내렸다.

바로 이때 허칠안의 머릿속에 한 장면이 떠올랐다. 물속에서 시퍼렇게 녹이 슨 고검(古劍)이 솟구쳐 그의 등 한복판을 덮쳤다.

그는 망설이지 않고 즉시 걷어차던 다리를 거두고 옆으로 뒹굴었다.

다음 순간, 사납게 울부짖는 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기습에 실패한 고검이 미라의 손에 쥐어졌다.

검은 여전히 시퍼렇게 녹슬었지만, 거기서 내뿜는 음예한 기운 때문에 금신의 미간이 격렬하게 떨렸다.

“이건 주군이 남기신 법기다. 무덤에서 수년간 음기를 흡수하여 너같이 지강지양(至剛至陽)한 신체 보호 신공을 부수기에 가장 적합하지.”

미라의 목소리는 허스키했다.

미라가 말을 하는 동시에 혼탁한 폐수 속에서 시커먼 음기가 흘러나와 그의 신체로 유입되어 갈라진 각질이 재생됐다.

‘어떡하지. 이 묘지는 길지 위에 지어져 선천적인 진법과도 다름없다. 미라가 지리적 우세를 전부 차지했어…….’

허칠안은 신수 승려에게 완전히 몸을 맡겼지만, 그의 의식은 더할 나위 없이 또렷했기에 무의식적으로 분석하기 시작했다.

그는 만약 자신이라면 이 사악한 괴물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고민했다.

신수 승려는 양손을 합장했고, 크나큰 자비심을 지닌 그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무기를 내려놓고, 뉘우치기만 하면 구원을 받는다.”

목소리에는 거스를 수 없는 어떠한 힘이 서려 있었다. 미라는 검을 쥔 손을 갑자기 떨더니 무기를 제대로 들지 못하는 듯했다. 미라가 두 손으로 검을 쥐니, 두 팔이 떨렸다.

상대가 저항하는 틈을 타, 금신은 공중으로 올라가 미라 위를 둥둥 떠다니며 양손으로 재빨리 결인(結印)했다.

금속 질감이 충만한 ‘만(卍)’자가 금신 머리 꼭대기에 응집했고, 더 많은 ‘만(卍)’자가 맺혀 원형 배열을 이뤘다. 중앙에는 찬란한 금신이 있었다.

금신은 눈을 감았고, 두 손의 결인은 계속됐다. 손놀림이 빨라 잔영만 볼 수 있었다.

상응하는 ‘만(卍)’자가 점점 더 반짝반짝 빛나고, 눈을 자극하는 금색 불광이 뿜어져 묘실을 밝은 금색 빛으로 물들였다.

그가 갑자기 모든 수인(手印)을 멈추고 합장으로 돌아갔다.

쿵!

공기가 묵직한 굉음을 내자 금색 빛기둥이 ‘만(卍)’자 진열에서 폭발하여 분사됐고, 노란 도포의 미라를 뒤덮었다.

부글부글…….

마치 들끓는 기름 솥에 물을 부은 듯 검푸른 연기가 피어올랐고, 금빛에 움푹 파인 미라가 처절한 포효 소리를 냈다.

신수 승려가 금빛이 흩어지기 전에 여유를 가지고 말했다.

“불만을 경계하고, 분노를 경계하고, 전쟁을 멈추거라.”

금색 빛기둥이 흩어지면서 미라의 온몸에 불에 탄 흔적이 퍼져 나갔고, 각질이 무너지면서 시커먼 피와 살점이 드러났다.

하지만 그에게서는 분노와 살의가 전혀 엿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그는 더 손을 쓸 생각을 하지 않았다. 웃는 얼굴이 부를 가져다 준다는 말처럼 그는 그저 싸움을 멈추고 편안히 지내고 싶을 뿐이었다.

신수 승려는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기에 하늘에서 내려와 그에게 머리를 쓰다듬는 수를 두었다.

그가 손바닥으로 머리 위를 누르자 기기가 ‘펑’ 터지는 소리와 함께 미라 머리 위의 단단한 갈기와 각질이 산산이 부서지면서 심장처럼 뛰는 검은 뇌가 드러났다.

이 순간 미라는 눈이 맑아지고 몸에 가해지던 속박에서 벗어났다.

타닥…….

두개골이 극단적인 상황 속에서 재생했고, 손을 뻗어 물을 뚫고 나온 청동검을 움켜쥐었다.

검세(劍勢)가 반격했다.

푹……. 미라의 주군이 남겼다고 한 청동검은 아주 손쉽게 신수의 금강불패를 베어 버렸고, 가슴에 뼈에 박힌 상처를 남겼다.

가슴에서 흘러나온 건 금색이나 붉은색 선혈이 아니라 묵처럼 시커먼 액체였다.

‘중독됐나?!’

허칠안은 가슴이 철렁하면서 현기증을 느꼈다.

강한 육신 두 구가 넓디넓은 묘실에서 서로 싸우면서 돌멩이가 굴러다녔고, 혼탁한 물결이 하늘로 치솟았으며 무덤 전체가 와들와들 흔들렸다.

이 과정에서 신수 승려는 불법으로 미라의 음기를 소모했고, 미라는 청동검으로 신수 승려의 금신을 침식했다.

다른 점이라면, 이곳은 미라의 홈그라운드로 음기가 짙은 지하 무덤이라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신수 승려는 공중에 있는 누각 상태라 보강을 받을 수 없었다.

“너는 내 상대가 아닌데 왜 도망가지 않는 거냐?”

미라가 검으로 금신의 가슴을 찌르며 묵직한 천둥소리 같은 목소리를 냈다.

“이미 되살아난 너를 죽이지 않으면, 주변의 생명이 재난을 면할 길이 없잖나.”

신수 승려가 온화하게 대답했다.

“나는 이 묘지를 훼손하길 원치 않는다. 주군의 기운을 돌려주면 너희를 풀어 주겠다.”

“돌려줄 수 없다.”

신수 승려가 유감스럽게 고개를 저었다.

“그럼 죽어라!”

마침 그가 눈앞에 있는 적의 오장육부를 잘게 갈아 버리려던 차에 갑자기 광활한 묘실에서 북 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둥둥, 둥둥, 둥둥!

북 치는 소리는 점점 더 격해지고, 빈도수도 점점 더 빨라졌다.

미라는 갑자기 팔뚝이 떨려 왔다. 알고 보니 격렬한 고동은 상대의 심장 때문이었다.

심장의 고동이 어떤 결절점에 이를 때, 불꽃 같은 마문(魔紋)이 양미간에서 떠오르며 칠흑 같은 화염이 타올랐다.

허칠안의 몸뚱이가 팽창하기 시작했다. 건강한 고동색 피부는 새까만 색으로 변했고, 무시무시한 푸른 혈관이 튀어나와 마치 피부가 터질 것 같았다.

그는 고작 몇 초 만에 인류에서 인간 형태의 괴물로 변했다.

이 괴물이 천천히 몸을 피자 몸속에서 ‘투둑’ 소리가 났다. 그는 얼굴을 치켜들고 한껏 도취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편안하군…….”

그는 시커먼 손을 들어 검신을 움켜쥐고 가볍게 부쉈다.

‘제기랄, 이러다가 신수 승려의 원신(原身)을 잊어버리겠어…….’

이 광경을 본 허칠안은 가슴이 싸늘해졌다.

그동안 신수 승려는 그의 앞에서 항상 온화한 고승의 이미지였다. 허칠안은 점점 처음에 그가 항혜에게 빙의했을 때의 악마 같은 이미지를 잊었다.

시커멓고 무시무시한 단수에 요괴함과 공포가 가득했다는 걸 잊었다.

“사실 나는 불멸의 몸을 드러내고 싶지 않다. 그렇게 되면 소모가 실로 너무 크거든. 끊임없이 생명의 피와 살을 삼켜 자신을 보완해야 하지. 하지만 나는 살육이 끔찍하게도 싫다.”

신수 승려는 담담하게 말했다.

그는 차가운 눈빛으로 미라를 바라보았다. 눈에는 위엄이 가득 서려 마치 먼 옛날의 군주가 소생한 듯했다. 그는 냉담하고 자신만만하게 천하를 깔보았다.

“너는 도대체 어떤 인간이냐. 아니, 너는 무슨 괴물이냐?”

미라는 이 광경을 보더니 극도로 겁에 질린 표정을 지으며 강한 척 포효했다.

신수 승려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손바닥으로 대체했다. 그가 천천히 머리를 향해 손바닥을 누르자 미라는 재빨리 물러났고, 내키지 않으나 꼼짝 않고 죽음만을 기다렸다.

하지만 신수 승려는 마치 거리를 무시한 듯했다. 손바닥은 여전히 느리지만 저지할 수 없었다. 거칠고 단단한 갈기가 빽빽하게 자라난 머리 위를 누르고 소리 없이 힘을 토했다.

펑!

미라는 기기의 묵직한 울림 속에 순간 두 눈이 멍해졌고, 요괴한 몸이 무력해졌다. 미라는 마치 골격의 지탱을 잃은 듯 맥없이 바닥으로 쓰러졌다.

“주, 주군……. 더는 주군을 기다릴 수 없게 되었습니다.”

어렵게 입을 뗀 미라의 음성에는 불만이 가득했다.

신수 승려는 손가락 끝으로 정혈 한 알을 뽑아내고, 몸을 구부려 미라 이마에 역방향으로 ‘만(卍)’자를 그렸다.

금빛이 번뜩였다가 사라지더니 미라의 몸속에 응집되어 그가 더는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미라는 몸속의 변화를 감지하고 자신이 봉인됐음을 깨닫더니 망연자실한 기색을 보이며 나지막이 소리쳤다.

“왜 나를 죽이지 않지?!”

신수 승려는 더는 불멸의 몸을 유지하기 어려웠다. 불꽃 마문이 사라지고, 새까만 색이 퇴색하면서 그는 허칠안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모든 과정이 고작 십여 초밖에 되지 않았다.

신수 승려는 온후하게 말했다.

“너를 죽이는 게 뭐가 어렵겠는가. 너는 고작 시체일 뿐인데. 네 주군은 누구인가?”

* * *

한편, 그들은 묘실을 뛰쳐나와서 복도를 지나니 다시 미궁으로 돌아왔다.

뒤에서 저승의 병사가 쫓아오는 움직임이 없어지자 사람들은 무거운 짐을 벗어 버린 듯 홀가분해졌다. 초원진은 무거운 마음으로 항원을 풀어주었다.

퍽!

체구가 크고 기골이 장대한 승려가 뚝배기만 한 주먹으로 초원진의 얼굴을 내리쳤다. 그는 때리고 난 뒤, 아무 말 없이 돌아서서 주묘로 돌아갈 작정이었다.

금련 도사가 그를 말리며 나지막이 말했다.

“돌아가서 죽을 짓을 사서 하려는 겐가?”

항원은 무표정을 하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비키십시오!”

금련 도사는 죽은 사람처럼 얼굴이 창백하고, 눈빛은 혼탁하며, 상태가 아주 이상했다. 그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우리는 이미 미궁에 들어왔네. 자네는 돌아갈 수 없어.”

항원이 있는 힘껏 주먹을 쥐자 손등의 핏줄이 튀어나왔다. 그는 떨떠름하게 말했다.

“왜 저를 데리고 나왔습니까? 저는 그에게 목숨을 빚졌습니다. 저는 그에게 목숨을 빚졌다고요…….”

그는 떫은 목소리를 내더니 차츰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백절불굴 사나이 스타일의 무승이 눈가가 빨개질 줄은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도사님, 그를 데리고 오면 안 됐습니다.”

항원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천지회에 들어올 때, 저희가 도사님께 서로 돕겠다고 약조했지요. 하지만 이건 허 대인과는 관계가 없습니다. 그는 우리 천지회 사람이 아니니 그에게 도움을 청하면 안 됐다고요. 그는 항상 이런 식입니다. 위기가 닥쳤을 때 언제나 자신을 희생하면서 먼저 다른 사람을 염려하지요.

하지만 그의 선량함을 의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이제 오호를 찾아서 천지회 구성원은 한 사람도 빠지지 않지만, 하지만…… 저희가 무슨 염치로 돌아간단 말입니까. 금련 도사님, 도사님께 정말 실망했습니다. 아주 실망스러워요.”

경성에 있을 때, 그는 지서 파편을 통해 허칠안이 운주에서 전사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항원은 그 당시 손으로 염주를 꼬며 좌선하다가 그와 수십 년을 함께한 염주를 깨트렸더랬다.

하지만 그건 필경 먼 운주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슬퍼하는 것 말고는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이번은 다르다. 그가 직접 이 소동에 참여했고, 모두가 허칠안을 버리고 겨우 목숨만 건져 도망친 걸 직접 목격했다. 거대한 슬픔과 분노가 그의 가슴에 가득 찼다.

항원은 자신에 대한 의심 그리고 동료에 대한 의심이 생겼다.

금련 도사는 해명할 마음이 있었으나 말을 하려다 말았다. 하지만 그는 마지막에 허칠안이 자신을 밀쳤던 그 손바닥을 생각하면서 침묵을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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