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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타경-382화 (382/712)

382화. 미라의 분노

머리를 숙인 미라가 다소 의문 띤 어조로 다시금 나지막이 말했다.

“주군께서는 왜 신선이 되지 않으셨습니까?”

‘신, 신선이 된다고?!’

이 말은 청천벽력과도 같이 모든 사람의 귓전을 때렸다. 실력이 보잘것없는 도굴꾼들, 수련 경지가 높고도 깊은 금련 도사, 허칠안을 포함하여 동시에 가슴속에서 거칠고 사나운 파도가 일었다.

다만 표정 관리 능력을 잃은 도굴꾼들과 비교했을 때, 허칠안과 그 일행은 비교적 침착하게 무표정을 유지했다.

허칠안은 무표정으로 미라를 노려보던 순간 마음속에서 폭발이 일었다.

‘신, 신선이 된다고? 내가 이해한 바로 신선이 되는 건 품계를 초월하는 것이다. 부처, 고신, 무신과 같은 레벨의 존재다. 이 노란 도포 미라의 주군은 도대체 어떠한 인물이란 말인가? 신마 이후, 품계를 초월하는 존재는 통틀어서 몇 되지 않는다. 이 묘지의 연대는 이천 년 이상이다. 이천여 년 사이에 누군가 신선이 되었단 말인가?

아니지. 신선이 되는 데 실패했을 가능성도 있지만, 미라는 모른다……. 제기랄. 무덤에 내려와서도 이런 레벨의 존재를 마주할 수 있다니……. 종리 책임이겠지. 분명히 그녀 책임이야……. 나는 어떡해야 하나.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미라의 축 처진 머리, 언제든 떨어지려는 눈가의 눈동자 두 개가 움직였다. 허칠안을 살펴보는 듯했다.

허칠안은 미라가 그를 훑어보고 있음을 눈치채자 갑자기 눈빛이 날카로워지더니 천천히 말했다.

“네가 나한테 일 처리를 가르치는 것이냐?”

미라는 두려움에 떨며 머리를 숙이고 몸을 떨며 말했다.

“주군께서는 죄를 용서하십시오. 주군께서는 죄를 용서하십시오.”

그는 말을 하면서 노란 도포를 풀어 헤쳤고, 바짝 말라 쭈글쭈글한 육신이 드러났다. 가슴이 내려앉아 얇은 살가죽 아래로 갈비뼈 윤곽이 드러났다.

또 허칠안은 이 미라의 신체가 불에 탄 적이 있는 듯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부스럭…….

갑자기 미라는 아무도 생각지 못했던 동작을 취했다. 그는 손바닥을 들어 자신의 가슴을 찌르더니 안에서 물건 하나를 파냈다. 심장이 아니라 맑고 투명한 옥새였다.

“주군께서는 이 옥새 때문에 오신 거지요? 주군께서 그해 옥새를 제 몸속에 남기고 제게 아주 잘 아껴 주라고 부탁하셨지요. 저, 저는 줄곧 제대로 보관했습니다. 오늘 주군께 돌려 드립니다.”

미라는 두 손으로 옥새를 받친 채 허스키한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현재는 어느 시대입니까?”

“지금의 중원 황조는 대봉이라고 한다.”

허칠안이 태연하게 말했다.

“대봉이라…….”

미라는 작은 소리로 중얼대더니 겸손하게 물었다.

“저, 저는 몇 년 동안 깊이 잠들었습니까?”

‘내가 어떻게 알아. 차라리 우선 나를 따라와. 내가 너를 국가에 넘기면 연구원들이 네게 답을 알려주는 게 낫겠어…….’

허칠안은 속으로 미친 듯이 비아냥댔다.

그는 머리를 빠르게 굴렸다. 그러더니 미라의 질문에 자발적으로 대답하지 않고 태연하게 말했다.

“세월은 내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 아닌가?”

‘훌륭한 대답이야!’

금련 도사는 흥분하여 속으로 한 마디 격려했다. 허칠안은 정말로 믿음직하다.

그는 허칠안에게 티 나지 않게 눈빛을 보내며 그만하면 됐으니 빠져나갈 궁리를 하자고 말했다.

허칠안은 즉시 캐치했다. 그는 손을 뻗어 옥새를 주우며 말했다.

“돌아가서 깊이 잠들어라.”

그는 말을 많이 하지 않았다. 첫째는 말을 많이 할수록 실수가 잦아질까 봐 두려웠고, 둘째로 그는 지금 딱딱한 컨셉이기 때문이었다. 그가 명색이 주군으로서 자신의 물건을 되찾는데 부하에게 설명할 필요는 없었다.

사실 그는 옥새를 갖고 싶지 않았지만, 미라의 태도를 보니 이 옥새는 아주 중요한 듯했다. 챙기지 않으면 미라에게 의심받을지도 몰랐다.

옥새는 재질이 단단하였는데, 기이하게도 촉감은 마치 부드러운 옥 같았다. 허칠안은 아무런 내색하지 않고 옥새를 뒤적이다가 바닥에 새겨진 글자를 보았다. 그는 고작 몇 글자 기억할 시간만 있었다. 갑자기 옥새가 흰 모래알로 변해 그의 손아귀에서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형용하기 어렵고, 설명하기 어려운 해조 같은 힘이 팔뚝을 통해 허칠안의 몸속으로 파고들었다.

체내의 혈액이 미친 듯이 머리로 밀어닥쳐 강렬한 현기증을 일으키는 듯했다. 몸 안에서 어떠한 것이 각성한 듯했다.

“너는 주군이 아니구나…….”

미라가 갑자기 고개를 들었고, 눈동자에서 핏빛을 조금씩 내뿜었다.

허스키한 목소리가 묘실에 울려 퍼졌다. 강렬한 분노와 살의가 뒤섞였다.

“가세!”

금련 도사의 반응이 가장 빨랐다. 그는 소매를 휘둘러 광풍을 일으켜 후토방의 도굴꾼들과 초원진 일행을 고대에서 내려보내 주묘의 대문으로 날아가게 했다.

금련 도사는 이와 동시에 허칠안의 어깨를 붙잡고 그를 내던지려고 했다.

자신이 남아 미라의 분노를 견딜 생각이었다.

하지만, 허칠안은 어깨를 털더니 그의 손을 뗴어 내고 손바닥을 그의 가슴에 얹은 뒤 목소리를 낮추고 말했다.

“도사님, 그들을 데리고 나가세요. 제가 남겠습니다.”

펑!

손바닥 한가운데에서 돌연 기기가 폭발했고, 금련 도사는 포탄처럼 날아갔다.

금련 도사는 날아가는 동안 허칠안의 목덜미를 움켜쥐고 그를 높이 쳐드는 미라를 보았다. 고대 네 귀퉁이의 갑사는 무기를 휘두르며 달려들어 주군을 사칭한 놈을 갈기갈기 찢어 죽이려 했다.

“허칠안……!”

금련 도사가 중얼거렸다.

금련 도사는 더 이상 보지 않았다. 그는 바닥에 떨어진 후, 돌아서서 사람들을 구하려는 항원을 한 발로 걷어차며 소리쳤다.

“초원진, 항원을 데리고 가게! 다른 사람은 어서 주묘에서 철수하고.”

그는 말을 마치고 돌아서서 광풍을 일으켜 투척해 오는 긴 창을 쳐냈다. 음기(陰氣)를 머금은 긴 창이 터지면서 금련 도사의 육신으로 침식했다.

그는 갑자기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육신이 하마터면 그 자리에서 음물(陰物)로 변할 뻔했다.

이 틈을 타 후토방 구성원들을 초원진과 종리를 따라서 주묘를 탈출했다. 항원은 경락이 봉해진 채 억지로 끌려갔다.

금련 도사는 더 이상 싸우지 않고 잔영(殘影)을 잡아끌어 순식간에 달아났다.

쿵!

주묘의 석문이 닫혔다.

* * *

“너는 주군이 아니다. 감히 주군의 기운을 약탈했느냐?”

노란 도포의 미라는 두 팔을 높이 올려 허칠안을 허공에 쳐들었다. 검보랏빛 입안에서 오싹한 음기를 내뿜었다.

묘실 전체의 기온이 뚝 떨어졌다. 고대, 돌계단이 서리로 뒤덮였고 ‘치치직’하는 소리와 함께 통로 양쪽의 물웅덩이 역시 얼어붙었다.

허칠안은 미간에 금칠을 반짝여 재빨리 얼굴을 덮었다. 그는 아래로 옮겨가려 했으나 목덜미를 미라에게 졸린 탓에 금칠이 막혀 몸을 뒤덮지 못했다. 그는 금강불패의 몸을 발동할 수 없었다.

“비천한 땅강아지야. 네가 감히 주군의 기운을 훔치다니. 너를 영원히 환생하지 못하게 해 주겠다. 네 피와 살을 삼키고 네 뼈를 씹어 먹고 네 영혼을 무덤 안에 억누를 것이다. 대대손손 영원히 고통에 시달릴 것이다.”

노란 도포의 미라는 크게 노했고, 입가의 살이 갈라지면서 날카롭게 교차한 송곳니가 드러났다.

뒤이어 미라가 허칠안의 목을 물었다.

땅!

강철을 뚫으려는 소리가 들려왔다. 미라는 정강(精鋼)을 깨물면 가뿐하게 부술 수 있는 이빨로도 허칠안의 몸을 뚫지 못했다. 어느새 금칠이 손바닥의 속박을 뚫고 목덜미를 찬란한 금빛으로 물들였다.

금칠은 재빠르게 퍼져 나가 허칠안의 몸 전체를 뒤덮었다.

뙤약볕처럼 눈부시게 빛나는 금신이 나타났고, 금빛은 주묘의 구석구석을 환히 비췄다.

천신(天神)이 강림한 듯했다.

“사악한 괴물 같으니라고……. 감히 빈승 앞에서 방자하게 굴다니.”

앞서 한 말은 허칠안의 목소리였지만, 이어 한 말은 그 음색이 달랐다. 다른 사람에게서 나온 것이 분명했다

허칠안은 천신으로 변한 듯한 모습으로 손을 뻗어 노란 도포 미라의 손가락을 하나씩 갈랐다. 그는 폭력을 펼칠 수도 있었지만, 이렇게 천천히 위세를 과시하는 수법을 선택했다.

노란 도포 미라의 팔뚝이 살짝 떨렸다. 그의 힘으로는 상대방과 겨루기에 역부족이었다.

땅!

노란 도포 미라는 다른 손으로 허칠안의 가슴을 찔렀으나 여전히 금신 방어를 뚫을 수 없었다. 미라는 갑자기 주먹을 쥐고 찌르는 동작에서 때리는 동작으로 바꿨다. 그러고는 귀청 떨어질 만큼 기기를 폭발시켜 허칠안을 날려 보냈다.

“후…….”

노란 도포의 미라가 시뻘건 입을 벌리자, 영원히 채울 수 없는 깊은 소용돌이가 나타났다. 고대 위의 미라 넷이 회오리바람에 이끌려 시뻘건 입으로 비틀비틀 빨려 들어갔다.

뒤이어 계단 위에 두 열로 늘어선 병사들도 하나씩 공중으로 솟구쳤다가 강요에 의해 혹은 자원해서 미라 입으로 뛰어들었다.

그대로 미라가 ‘우걱우걱’ 음미하니 노란 도포의 미라 몸도 같이 부풀어 올랐다. 시커먼 손톱이 길게 뻗고, 바싹 말라 쭈글쭈글한 살이 팽창했으며, 갑주 같은 각질이 하나씩 튀어나와 온몸을 뒤덮었다.

머리 꼭대기에는 짙은 녹색의 단단한 갈기가 돋아났다.

미라는 1장(仗) 길이의 사람 형태를 한 괴물로 변신했다.

형체가 급변한 노란 도포의 미라가 고대에 서서 고개를 들고 허공에 뜬 찬란한 금신을 쳐다보며 묵직하면서도 거칠게 말했다.

“비천한 땅강아지가 기운을 빼앗을 수 있더라니, 알고 보니 몸속에 무사를 감춘 덕이었군. 내가 너무 오래 잠들었나 보군. 세상에 이렇게 강대한 육신이 나타나다니.”

“불문의 금신이다.”

신수 승려가 대답했다.

“불문?”

그 사악한 괴물은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매서운 눈빛으로 금신을 주시했다.

“아, 너는 불문을 모르지. 존재했던 시대가 지나치게 오래됐나 보군.”

신수 승려가 담담하게 말했다.

“공교롭군. 나도 불문이 싫거든.”

마치 원석이 내리치는 것처럼 허공에서 금색 충격파가 터졌다.

펑!

쌍방은 손바닥으로 서로 저항하며 고대에서 힘을 겨뤘다. 무수한 세월을 우뚝 서 있던 고대는 쟁쟁한 파열음을 끊임없이 내면서 금이 가고 균열이 퍼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마침내 ‘우르르’ 소리를 내며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금신과 미라는 동시에 추락했다. 미라가 머리를 금신의 이마에 부딪치면서 금빛이 부서진 가루처럼 사방으로 튀고, 금신은 현기증이 나면서 하늘이 노래졌다.

퍽퍽퍽퍽!

미라는 잔영이 되기 직전까지 주먹을 날려 끊임없이 금신의 가슴과 이마를 타격했고, 부서진 가루 같은 금빛이 터져 나왔다.

금신은 미라의 두 손목을 제지하고 고통스러운 목소리를 냈다.

“아파, 아파 죽겠다고, 대사…….”

뒤이어 그는 자문자답했다.

“음, 이 음물 아주 대단하네. 반격을 시작해야겠군…….”

미라는 말을 마치자마자 날렵하게 발차기하여 그를 허공으로 걷어찼다.

금빛이 선으로 변해 멀어져 갔고, 이어 ‘쿵쾅’하고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 아마 묘실의 둥근 천장에 부딪힌 듯했다. 돌멩이가 갈라지면서 우르르 떨어졌다.

미라는 폐허에 서서 고개를 치켜 올려 둥근 천장을 바라보았다. 그대로 미라는 두 무릎을 가라앉히고 힘을 비축하는 자세를 취했다.

처량하고 날카로운 포효 소리 사이로 금색 운석이 다시 내리쳤다.

노란 도포의 미라는 진작 준비를 마친 터라, 하늘을 향해 주먹을 날려 급강하하는 금신과 함께 부딪쳤다.

전광석화 같은 적막이 흐른 뒤 지면의 돌멩이와 탁한 물이 휘돌아 상공을 거스르고, 주먹의 힘이 잔잔한 물결 모양의 거센 바람으로 변해 묘실의 석벽 사면에 충돌했다. 석벽이 터지면서 한 줄씩 금이 가더니 거대한 바위가 굴러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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